2026년 7월, 부산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유산협약 가입 38년 만에 처음 개최된 회의다.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이 우리나라 첫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그 장경판전이 합천 가야산 자락에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와 함께 세계유산을 찾아 합천으로 떠나 보자.
★ 합천 여름방학 가족여행 추천 코스 ★
- 해인사(합천):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 대장경테마파크: 팔만대장경의 제작과 보존에 담긴 지혜를 놀이로 배우는 체험 공간
- 가야산독서당 정글북: 폐교를 되살린 그림책 도서관이자 독서체험교육관
- 합천 영상테마파크: 근현대 거리와 청와대를 재현한 오픈 세트장
해인사(합천)
바위 사이로 물줄기가 쏟아지는 홍류동 계곡
'가야산해인사' 현판이 걸린 홍하문
합천 세계유산 여행은 해인사소리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7.3km 이어진다. 아이와 걷는다면 해인사성보박물관에서 시작하는 마지막 구간이 적당하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오르지만 길이 완만하다. 그늘을 걷다 보면 물소리에 더위가 잊힌다. 길 끝에서 해인사 홍하문을 만난다. 1919년 3월 31일, 승려와 주민 200여 명이 이 문 앞에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해인사 지방학림에서 공부하던 젊은 승려들이 앞장선 만세운동이다. 다가오는 광복절을 맞아 아이와 함께 찾는다면 홍하문 앞에서 그날의 뜨거웠던 함성을 되새겨 보는 것도 무척 뜻깊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고목이 줄지어 선 봉황문 가는 길
기와지붕 너머로 이어지는 가야산 능선
해인사는 부처의 말씀을 새긴 팔만대장경을 모신 곳이라 하여 법보사찰이라 불린다. 여느 절이라면 중심 법당으로 먼저 발길이 향하지만, 이 사찰에서는 마당 한가운데의 중심 법당 대적광전을 뒤로하고 경내 가장 높은 곳의 장경판전으로 곧장 오른다. 오르는 길에 뒤돌아보면 전각의 지붕 너머로 가야산 능선이 이어진다.
해인사의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장경판전
장경판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려고 15세기에 지은 건물로, 해인사에 남은 전각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이라는 긴 건물 두 동이 남북으로 마주 보고 서 있다. 벽에는 위아래로 살을 엮어 만든 창을 냈는데, 창마다 크기가 다르다. 남쪽 벽은 아래 창이 크고 위 창이 작으며, 북쪽 벽은 그 반대다. 들어온 바람이 곧장 빠져나가지 않고 실내를 한 바퀴 돌게 한 것이다. 이 목조 건물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다.
살창 사이로 보이는 팔만대장경 경판
살창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서가에 빼곡히 꽂힌 경판이 보인다. 팔만대장경은 몽골의 침입을 부처의 힘으로 이겨내고자 고려 고종 23년부터 38년(1236년~1251년)까지 16년에 걸쳐 새긴 목판이다. 경판이 8만 1천여 장에 이르러 팔만대장경이라 부른다. 전부 쌓으면 백두산보다 높고, 새긴 글자 5,200여만 자에서 오탈자를 찾기 어렵다.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이 마주 선 장경판전 마당
달항아리를 닮은 수다라장 문
장경판전의 남쪽 전각인 수다라장은 달항아리를 닮은 아치형 문으로 자연 바람을 들이며 팔만대장경을 온전히 지켜온 공간이다. 장경판전을 내려오는 길, 경내 서쪽에 학사대라 불리는 자리가 있다. 신라 말의 학자 고운 최치원이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가야산에 들어와 말년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거꾸로 꽂아 둔 지팡이가 자라 전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수백 년을 산 그 전나무는 2019년 태풍에 쓰러졌고, 그 나무 밑동으로 최치원 동상의 받침과 나뭇가지로 참배객들이 쉬어 갈 의자를 만들어 그 자리에 두었다.
장경판전은 어떻게 오랫동안 목판을 온전히 지켜냈을까. 그 답은 산 아래 대장경테마파크에서 찾을 수 있다.
최치원의 전설이 깃든 학사대 터
해인사(합천)
- 주소: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 운영 시간: 09:00~17:30
※ 변동 가능성 있으므로 전화 문의 후 방문 요망
[팔만대장경 외부 관람 시간] 하절기 08:30~18:00, 동절기 08:30~17:00
- 문의: 055-934-3000
대장경테마파크
입구에서 만나는 대장경테마파크의 상징 조형물
대장경테마파크는 고려대장경 간행 천년을 기념한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계기로 문을 열었다. 너른 야외 부지에 전시관과 광장, 공연장, 물놀이장이 들어섰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경판을 든 사람을 형상화한 조형물 '천년의 숨결 고려대장경'이다. 국난 속에서 대장경을 만들고 지켜온 사람들을 기리고자 세웠다.
대장경테마파크의 주 전시관인 대장경천년관
경판 제작 과정을 재현한 인물상
대장경천년관은 팔만대장경의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대장경신비실에서는 나무를 베어 바닷물에 담그는 일부터 글자를 새기기까지, 목판 제작의 전 과정을 실물 크기 인물상으로 재현했다. 장경판전의 비밀은 살창에만 있지 않다. 대장경보존과학실에서는 건물에 숨은 원리를 살펴본다. 숯과 소금, 횟가루를 다져 넣은 흙바닥은 습기를 머금었다 내뱉으며 온도와 습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이런 지혜 덕에 경판은 오랜 세월을 견뎌냈다.
우리나라 주요 기록유산을 소개한 전시실
이운 행렬을 재현한 미디어아트
기록문화관에서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기록유산의 흐름을 따라간다. 벽면을 가득 채운 영상은 경판을 옮기는 '이운' 행렬을 보여준다.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대장경을 나르던 행렬과 사계절을 담았다. 그 앞을 따라 걷다 보면 행렬에 함께 선 듯하다. 대장경빛소리관에서는 대장경을 주제로 한 5D 영상을 상영한다. 안경을 쓰면 화면이 입체로 살아나고, 장면에 맞춰 바람이 불어와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미디어아트로 즐기는 체험 시설
5D 영상을 상영하는 대장경빛소리관
여행 TIP
야외 물놀이장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10시부터 17시까지 운영한다. 단, 월요일은 휴장한다.
테마파크 입장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장경테마파크
- 주소: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996
- 운영 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 (입장 마감 17: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입장 마감 16:00)
※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휴장
- 이용 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군인·만 65세 이상 2,500원
- 문의: 055-930-4801, 055-930-4803(매표소)
가야산독서당 정글북
이순신 장군상이 지키고 선 도서관 입구
오전에 가야산 숲에서 역사를 배웠다면, 오후에는 책의 숲에 머문다. 테마파크에서 멀지 않은 가야면 매안리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도서관이 있다. '가야산독서당 정글북'이라는 이름은 지역 명칭인 '가야산'에 조선 시대 독서 연구 기구인 '독서당', 그리고
소설 <정글북>의 상상력을 더해 태어났다. 여기에 최치원이 가야산에 머물며 남긴 시 「제가야산독서당」의 역사적 스토리가 더해져 도서관의 정체성을 한층 깊게 만든다.
정글 분위기로 꾸민 서가
계단식 열람 공간
이 자리는 본래 초등학교였다. 학교가 문을 닫은 뒤 2020년 독서체험교육관으로 다시 문을 열어 아이들을 맞이한다. 운동장 한편에 선 이순신 장군상이 이곳이 학교였음을 알려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초록 잎을 겹겹이 얹은 천장이 서가 위로 이어진다. 책장에 꽂힌 책은 대부분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정글을 탐험하듯 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창가 의자에 기대앉기도 하고, 계단식 열람 공간에 걸터앉기도 한다.
턴테이블을 놓은 음악감상실
추억의 만화책이 꽂힌 웹툰방
정글북이 아이들만의 공간은 아니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모은 '작가의 방'에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필사 체험을 한다. 편안한 의자를 놓은 음악감상실도 있다. 웹툰방에서는 부모 세대가 열광했던 만화를 아이와 나란히 앉아 넘겨 본다.
그물망을 오르내리며 노는 야외 놀이터
동화 속 한 장면을 옮긴 어린 왕자 벤치
밖으로 나서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있다. 건물 뒤편 야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그물망을 오르내리며 땀을 쏟는다. 정원 곳곳에는 동화 속 주인공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벤치를 두었다. 운동장 한편의 고인돌 곁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서 있다.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으면 야외 도서관이 따로 없다. 책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북스테이도 운영한다.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북스테이 객실
여행 TIP
북스테이는 경남지역 유·초·중·고 학생을 동반한 가족만 신청할 수 있다.
이용 희망 달의 전월 15일부터 20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접수하면 추첨으로 선정된다.
가야산독서당 정글북
- 주소: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매안대전길 18-6
- 운영 시간: 09:00~18:00
※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 문의: 055-933-1611
합천 영상테마파크
합천 영상테마파크 가호역 매표소
세트장 정문 너머로 놓인 전차
합천 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근현대 거리를 재현한 오픈 세트장이다. 세트장의 관문이자 매표소인 가호역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면 옛 서울 거리가 펼쳐진다. 선로에 선 전차를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하다. 거리 양옆으로는 근대식 석조 건물과 기와집이 어깨를 맞댄다. 백범 김구가 머물던 경교장,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옛 경성역과 단성사 등 교과서 속 근현대사의 무대가 한 거리에 모였다. 해인사 일주문 앞에 울려 퍼진 만세의 함성도 이 시대의 일이다.
전차 선로가 깔린 근대거리 세트장
1970~1980년대 골목을 재현한 세트장
청와대 세트장으로 오르는 모노레일
낡은 함석지붕과 손글씨 간판을 단 건물이 늘어선, 1970~1980년대를 재현한 골목도 있다. 부모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아이는 낯선 풍경을 신기해한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청와대 세트장까지 단번에 가는 모노레일을 탄다. 한여름에는 걷는 대신 모노레일이 좋다. 시원한 객차에 앉아 언덕을 오르면 파란 지붕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란 기와지붕을 얹은 청와대 세트장
청와대 세트장은 실제 크기의 68%로 지은 지상 2층 건물이다. 겉모습은 물론 내부까지 정교하게 재현해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이 즐겨 찾았다. 본관에 들어서 붉은 융단을 깐 중앙홀 계단을 올라 2층에 이르면, 봉황 문양 아래 책상을 놓은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이 나온다. 팔만대장경에서 시작된 천년의 유산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재현된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 앉아 아이와 함께 국가의 일을 고민해보는 색다른 추억을 남긴다.
붉은 융단을 깐 본관 중앙홀
대통령 집무실을 재현한 공간
합천 영상테마파크
- 주소: 경상남도 합천군 용주면 합천호수로 757
- 운영 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 (입장 마감 17: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입장 마감 16:00)
※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휴장
- 이용 요금
[합천 영상테마파크] 어른 5,000원, 학생·군인·어린이 3,000원, 만 65세 이상 2,000원
[모노레일] 어른 편도 4,000원, 왕복 6,000원, 어린이 편도 3,000원 왕복 4,000원
- 문의: 055-930-3743, 055-930-3744(매표소)
| 글, 사진: 김덕식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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