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아(水碓)
杵聲疎數與瀯謀(저성소수여영모)-휘도는 물과 함께 방아 소리 쿵덕쿵덕
隔竹淸眠夜夜秋(격죽청면야야추)-가을날 대숲 너머 밤마다 맑은 잠
雲子受舂人不見(운자수용인불견)-혼자 쌀을 찧게 하고 사람은 어딜 가셨는고.
晨霞欲飮白先浮(신하욕음백선부)-새벽노을 마시려다 막걸리 해장 먼저 하러
동군록(東郡錄)
물레방앗간 속삭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나도향의 <물레방아> 등 한국문학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물레방아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물레방아”는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그 추억의 물레방아를 여주 신륵사 앞에서 보게 되었다.
나도향의 “물레방아”에는 방앗간 속삭임이 나온다.
『이 마을에서 가장 세력 있고 부자인 신치규, 그 집의 막일살이를 하며 그의 땅을 소작하는 아내와 두 사람이 겨우 살아가는
이방원이 있다.
어느 유난히 달 밝은 가을밤, 물레방앗간에선 한참 정열에 불타는 스물두 살 이방원의 아내와 나이 50이 넘은 인생의 쇠멸의 구렁이를 향해 가는 늙은 신치규가 이방원의 젊은 아내에게 이방원을
버리고 자기에게 오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꼬시는
속삼임을 한다.』
물레방아간은 60년 전으로 먼 추억의 타임머신 환상의 여행을 해야 실감이 난다.
비오는 날밤 물레방아간은 성교를 의미하는 상징의 장소로 묘사된다.
여름날의 고적한 밤에 개구리 울음소리와 더불어 약간은 “으쓱”한 감을 느끼면서 청춘의 불타는 남녀는 물레방아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인은 약간은 앙탈을 하는 듯 하면서도 몸은 오히려 남자에게
찰싹 매달리듯 한다.
으스스한 물레방아는 이런 기능을 행사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장소다.
약간은 무서운 기운이 도는 장소라야 핑계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가 환기(換氣)하는 정서는 다분히 은밀한 것이다.
필자의 고향 “작은 다릿가” 물레방앗간 삼식이 아재는 한쪽다리
삼베 바짓가랑이는 말아 올리고 다른 쪽 다리바지는 축 늘어진
채 익숙한 솜씨로 물도랑의 판자를 물레방아로 향하여 흐르도록
물길을 바꾸어 놓았다.
그러자 경사지게 흐르는 물을 받은 그대한 물바퀴는 천천히 돌아간다.
시르릉 차차차차 드르르 카간칸칸----
순식간에 물레방아간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천정에 매달은 큰 바퀴가 벨트를 돌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먼지 끼고 거미줄로 엉킨 온 방앗간을 진동시킨다.
아지매들은 불려놓았던 보리를 부지런히 바퀴가 연결된 삼각형 판자 되박이 안으로 퍼 넣는다. 곧이어 스크루에 밀린 보리가 마치 소가 항문에서 똥을 밀어내는 것처럼 초불 껍질을 버낀채 밀려
나온다.
만져보면 야릇한 느낌의 감촉이 들면서 따뜻하다.
아지매 !
보릿덩어리를 깨어서 한 번 더 판자되박이 안으로 넣이소.
삼식이 아재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거미줄 천지인 방앗간 구석에서 고함을 지른다.
방아를 끝낸 보리는 여인의 허벅지 같이 허연 살결이 되어 햇볕 좋은 방아깐 마당 덕석(멍석)위에 널려 말린다.
그새 시간 보내기가 아까운지 아지매들은 보자기에서 삼(대마)을 풀어 물을 풍긴 다음 삼발이에 걸어 놓고 삼실을 이어간다.
삼베를 짜기 위한 날줄의 “삼실”을 만드는 것이다.
삼베 고쟁이가 밀려 올라간 허벅지를 곧추세우고 삼을 이빨로 가른 다음 익숙하게 허벅지에서 밀면서 말아 올려 삼실을 연결하고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방아깐 모퉁이 그늘진 평상에는 삼식이 아재가 곰방대를 물고 모로 누워서 남산위로 떠가는 흰 구름 보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간혹 힐끔 힐끔 삼실 잇고 있는 아지매쪽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한다.
틀림없이 아지매 허벅지를 훔쳐보면서 야릿한 상상을 할 것이다.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메기같이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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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보고 싶은 물레방앗간 추억이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