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의 비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관련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54) (전 회장)가 최근 검찰에 “이재명 관련한 진술을 할 테니 쌍방울의 비리는 봐 달라”라는 취지로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검찰은 “협상은 불가”라며 모든 의혹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단 입장이라고 한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쌍방울 홈페이지
검찰 “옛날에나 통할지 모르는 제안, 모든 의혹 엄정 수사”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성태는 최근 복수의 경로를 통해 자신을 인터폴에 적색 수배한 수원지검(지검장 홍승욱) 측에 협상을 시도했다고 한다.
김성태가 자진 귀국해서 검찰에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재명 관련 의혹에 대해 진술을 하는 대신 횡령 및 주가조작 등 쌍방울 관련 각종 수사를 무마해줄 수 없겠느냐고 거래를 시도하는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딜(Deal)’을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간부는 “옛날 같으면 음성적으로 김성태의 제안을 받아들여 적당히 ‘윈윈(Win-win)’하고 빠르게 수사를 마무리하는 검사가 간혹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절대 불가능하다”라며 “원칙대로 모든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혹여나 검찰이 딜을 받아줬다가 김성태가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딜을 했다”라고 폭로하면 검찰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도 수사팀이 김성태의 제안을 받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의 플리바게닝(유죄 인정 조건부 형량 협상)이나 일본의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는 한국에선 법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법원이 불기소 또는 가벼운 죄 기소 약속 등 검사와 ‘거래’로 한 증언 또는 자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례까지 있다.
김성태는 검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지난 5월 31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도주했다. 이후 반년 가까이 시간이 지난 현재 검찰은 쌍방울 그룹을 둘러싸고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성태는 대북 경협을 소재로 한 계열사 나노스 주가조작 의혹, 150만 달러 가량의 외화 밀반출 및 대북 송금 의혹까지 받고 있다.
법조계 “빨리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는 게 최선”
법조계에선 “김성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최대한 빨리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간을 끌수록 회사 비리 혐의가 커져 자신의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배임 범죄에 따른 본인 또는 제3자가 얻은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도피 과정에서 국내 재산을 국외 은닉·도피시켰을 경우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받게 된다.
김성태의 주변인들이 하나둘씩 검찰의 수사망에 추가로 들어오는 것도 악재다.
수사 선상에는 쌍방울 전·현직 임직원과 더불어 김성태와 가까운 인물로 꼽히는 배상윤 KH필룩스 회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성태 사정을 잘 안다는 한 변호사는 “김성태 입장에선 이번 사건을 넘긴 이후 계속 사업을 해나가야 할 입장”이라며 “최대한 버티면서 의리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쩔 수 없이 귀국한다는 모양새를 연출해야 정치권 등의 기존 거래처(?)와 신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귀국 타이밍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홍승욱 수원지검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지금 쌍방울 경영진의 비리와 그 관련된 범죄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이것은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수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