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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크레파스
03
긴 터널같은 어둠 속. 그 속에서 하얀 빛이 나더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서지는 너무 밝은 불빛에 손으로 재빨리 가려보지만 빛의 강렬함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 불빛들 사이로 누군가가 걸어나온다.
저벅 저벅.
발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머리를 풀어헤친 한 여자가 어린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그 어두운 터널에서 천천히 걸어온다. 처음에는 잘 안 보였는데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그녀와 아이의 얼굴이 선명해졌다.
어… 엄마? … 수진이야?
새하얀 옷을 입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느린 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엄마와 동생.
서지가 갑자기 그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엄마! 수진아!
닿을 듯 안 닿을 듯, 손을 뻗으며 달려가자 갑자기 뛰어오는 서지 바로 앞에 우뚝 서더니 그들은 곧 차가운 표정과 매서운 눈빛으로 돌변해 버린다. 그 모습에 움찔한 그녀. 달리고 있던 다리가 천천히 느려지더니 이내 멈춰버렸다.
왜…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왜 날…!
따갑게 노려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 서지는 더 이상…, 감히 다가서지도 못한 채 당황한 표정만 짓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무언갈 말하려는 듯, 두 사람의 입이 열리는데…
" 악! "
자기도 모르게 잠에서 벌떡 깨어버렸다. 그런 서지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본다. 모두 똑같이 분홍색 반바지와 회색 티셔츠에 '화룡 찜질방' 이라 적힌 옷을 입고 있는데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 곳은 찜질방이였다. 어제 아빠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서울로 상경했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던 그녀는 밤거리를 헤맨 끝에 눈에 들어온 이 곳에 서 하루를 보냈다.
꿈…. 엄마와 수진이 보였던 그것은 분명 꿈이였다. 4년 전에 그 사고가 일어난 후, 그들은 종종 서지의 꿈 속에 찾아왔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무언가 말하려고 했던 적은 처음이였다.
" 학생도 아침부터 찜질하러 온거야? 부지런하네 "
대걸레로 바닥청소를 하시던 아주머니가 서지의 이마에 맺혀있는 식은 땀을 보고 모닝 찜질이라도 한 것으로 착각하셨나 모양이다. 그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얼른 일어나 자리를 비켜드렸다. 이제 샤워하고 학교를 가야겠다 싶던 서지가 발걸음을 목욕탕으로 옮겼다. 솨아- 하고 쏟아지는 물줄기에 온 몸을 맡긴 그녀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꿈에서 본 마지막 장면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분명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차가웠던 표정과 눈빛으로 봐선 절대 좋은 말은 아니였을 것이다.
혹시…
날 … 원망하고 있는 거야? …그런거야?
A black pastel crayon
터벅 터벅.
서지는 지금 주변의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학교를 가고 있다. 이유는 교복 때문이였다.
이제 막 전학을 온 탓에 새 교복을 살 시간이 없었고 마땅히 그럴 돈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사복입기도 그렇고 해서 전 학교에서 입었던 교복을 입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른 학교로 향하던 학생들마저 그녀를 쳐다보기 바빴다. 뒤에서 수근거리고, 앞에서 걷던 학생들 마저 몇 번을 뒤돌아 쳐다보는데도 서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앞으로 아빠를 어떻게 찾을건지에 대한 궁리만 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의 수중에 예전에 통화했었던 아버지 친구분의 연락처가 있다. 서지는 오늘 수업이 끝나는대로 그 아저씨에게 연락을 취해볼 생각이다.
" 어이, 거기! "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학교 교문 앞에서 학생주임으로 보이는 선생 한 명이 그녀를 불러세운다. 이미 정문 옆에는 몇 명의 학생들이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그것을 본 서지는 저요? 라는 표정으로 그 선생을 올려다 보았다.
" 그래, 너. 교복 어따 팔아먹었어? "
" 저 … "
" 이것들이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만? 그래 뭐, 이것도 일종의 반항이냐? 앙? "
보기만 해도 단단한, 굵은 매직으로 '싸랑한다, 제자들아' 라고 적힌 둥근 막대기로 선생은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가는 어깨를 기분나쁘게 꾹꾹 찌르며 밀어댔다. 서지가 그 힘에 의해 뒤로 한 발짝씩 밀리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엎드려 벌을 받고 있던 한 남자가 능글맞게 얘기한다.
" 에이, 선생님도 참. 무슨 사정이 있겠죠, 함 들어나 보세요 "
용태였다. 뭐 때문에 벌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도 멀리서부터 오는 서지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뭐지, 저 애는? 하고 어리둥절해 있었다. 하지만 선생은 그런 용태의 말에 콧방귀를 끼고 그것도 모자라 사정? 사정? 거리며 두꺼운 화일철로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악! 아파요, 쌤!
어느 새, 두 손으로 머리를 꼭 감싸고 있는 용태와 계속 한 소리하려는 선생에게 조용히 서지가 입을 뗐다.
" 저, 전학생인데요 "
뭐? 하고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린 학생주임 선생이 순간, '아 맞다. 어제 전학생 있었지' 이란다.
거봐요! 왜 때리고 그래요! 툴툴거리는 용태에게 시끄럽다고 한 뒤 혼자서 그 뭐더라, 이름이 윤… 윤… 거린다.
하지만 끝까지 서지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는지,
" 너 임마. 전학왔으면 여기 교복을 입고 와야할 거 아냐! "
라며 괜히 말을 돌려 혼을 낸다. 사실 그녀도 오늘 아침 찜질방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을 때 이 문제에 대해 어떡할지 막막했었다. 이 학교의 새 교복이 필요한 건 맞았지만 당장 그녀에겐 교복을 살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안그래도 어제 뵜던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볼 참이였다.
" … 아직 못 구해서요 "
서지의 대답에 용태쪽으로 돌려졌던 선생의 시선을 다시 그녀에게 맞춰졌다. 용태 역시 선생과 비슷하게 시선이 옮겨졌다. 왠지 소심하게 말 한 번 제대로 못할 것 같은데 의외로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에 조금 놀라고 있는 중이였다.
" 그래서. 계속 그 교복 입고 다닐래? "
" 당분간 그러고 싶은데, 안되나요? "
하, 이것 봐라? 따지듯이 말한 게 아닌 오히려 약간 부탁하는 어조의 말투였지만 생각치도 못한 그녀의 말대답에 어이가 없어진 선생은 이미 욱해버렸다. 한 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 등교시간 종료를 알리는 학교 종소리가 교내에 크게 울려퍼졌다. 이미 왠만한 학생들은 서지가 선생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사이 일찌감치 학교 건물로 들어섰고, 나머지 벌받는 학생들도 이제는 교실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 당돌한 여학생을 그냥 들여보내기엔 아직 분이 안 풀린 학생주임 선생이 소리쳤다.
" 너 교무실로 따라와! "
A black pastel crayon
" 태형아, 나 숙제노트 좀 빌려줘! "
다정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나타난 하나가 태형에게 부탁한다. 태형이 여자 중에서 가장 마음 놓고 친하게 지내는 단 한명의 유일인 그녀는 남학생 반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반을 들어섰다. 남녀합반이 아닌 천일고등학교. 그녀가 그의 숙제노트를 빌리기 위해선 매번 아침 조회시간 전에 그를 만나러 와야했다. 그런 하나가 반 아이들은 모두 익숙한 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태형 역시 또야? 라는 표정으로 전에 용태가 뺏었던 노란 스프링 공책을 그녀에게 툭 건넸다.
" 강하나. 대체 언제쯤 니 스스로 해올래? "
" 글쎄, 대학가서? "
얘가 나랑 친구먹은 지 좀 됐다고 닮아가나…. 방금 자기가 한 말이 전에 그가 용태에게 했던 말과 똑같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두리번거리며 까불이 용태의 행방을 묻는다.
" 몰라, 오늘도 운동장 돌고있… "
" 날 찾았나, 제군들? "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가 태형과 하나에게 동시에 어깨동무를 하고 굿모닝 인사를 날렸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불량복장으로 학생주임과 씨름하고 운동장까지 돌고오느라 늦게 교실로 들어서는 용태.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른 듯, 여전히 시선을 공책에 꽂고 손을 바삐 움직이던 하나가 생각보다 일찍 나타난 그에게 묻는다.
" 호랑이가 이가 빠졌나 왠일이래? 그럼 너 오늘 안 걸렸어? "
" 아니, 걸렸어 "
" 근데 왜 일찍 와? "
" 어떤 팅커벨 때문에 운동장을 안 돌았거든 "
그 쌩뚱맞은 '팅커벨' 이란 말에 하나가 관심을 보이며 열심히 베끼던 손동작을 멈췄다. 그게 누군데? 하고 묻는 그녀. 반대로 태형은 또 여자겠지, 하며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또 가방 정리만 하고 있다.
" 전학생이래. 그 호랭이가 교복가지고 뭐라하는데 그걸 툭툭 받아치더라고. 아침부터 탁구 구경하는 줄 알았네. 학주 열받아서 걔 교무실로 데려가더라. 그 덕에 오늘 걸린 애들은 다 패스했으니 우리한텐 팅커벨이지. 아 근데 걔 되게 귀엽게 생겼더라? "
" 전학생? 아아, 걔 우리 반일껄? "
난 또 누구라고, 전학생 말하는 거였어? 다시 숙제베끼기에 집중하는 하나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 뭐? 그럼 고3이잖아? 고3이 전학을 와?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아냐 "
" 어제 심부름때문에 교무실갔었는데 거기 있더라고. 울 담임이랑 얘기하던데 "
마치 먹잇감을 찾은 하이에나처럼 새로운 정보에 상당한 흥미를 보인 용태가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고3이 왠 전학. 관심이 없어도 열린 귀 때문에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태형도 속으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뭐, 내 사정인가…. 바쁜 하나를 귀찮게 하다가 결국 저리 꺼지라는 소리를 듣고만 용태가 옆에서 그러려니 하고 있는 태형을 발견하고 슬슬 또 장난기의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 참, 그 전학생 성이 윤씨 라던데 "
" … … "
" 누구 퍼스트 님이랑 성이 같지, 아마? "
" 무슨 소리야? 퍼스트 님? "
친하다고는 해도 그의 첫사랑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낸 적 없던 태형의 이야기를 당연히 하나는 알지 못했다. 눈치로 알아낸 용태 역시 예의상 그 어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자신만 그를 놀려댔다. 그런데 요새 들어 그의 장난끼가 별 반응이 없어 재미없는 태형 탓인지 갈수록 짖궂어 지고 있다. 뻑하면 이젠 그 놈의 퍼스트 얘기라니깐…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이 맞았다. 태형은 역시나 그 부분에 대해 예민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애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친구를 노려보더니…
" 너 이 새끼, 그만 안해? "
라고 말하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을 더 반갑게 생각하는 용태가 더 깐죽거리며 맞받아친다.
" 내가 그 전학생 이름을 못 들어서 참 아쉬워. 어떻게 생각해, K-1? "
강 하나의 K 이니셜과 '하나'를 영어로 한 one 을 붙여 그녀를 가끔 K-1 이라고 부르는 용태가 태형에게 장난치는 한편, 하나는 그의 장난에 항상 별 반응없던 태형에게 저런 까칠한 반응을 보니 놀라우면서 정말 뭔가 숨기고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퍼스트? 윤씨? 뭐야, 이태형 여자 있었어?
" 너 여자있었어? "
" … … "
" 우와, 진짜야? 퍼스트가 그 '첫번째' 말하는거 맞지? "
" 시끄러, 넌 니네 반으로 안 가냐? "
하나는 태형이 그러던지 말던지 용태에게 그럼 이태형 첫사랑? 하며 소리 높여 묻는다. 뭐, 따지고 보면 훤칠히 생긴 녀석에게 사랑이란 게 없었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막상 그의 첫사랑이라니 괜히 자기가 다 간질거리는 하나였다.
태형은 그런 둘을 보자니 더 짜증이 나는 것 같다. 하… 용태 놈이 무슨 말을 하던 평소처럼 그냥 무시하면 될 것을.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이런 반응들 때문에 정작 본인도 미칠 것 같다. 근데 어떡해… 그 애 얘기는 무시가 안되는데.
" 야, 하나야. 너 그 전학생 이름 알어? "
" 어, 알아. 어제 들었어 "
" 그럼 혹시 이름이 서지 아니냐? 윤서지. 크큭 진짜 이 이름 하나로 이태형 놀리는데… "
" 어떻게 알았어? 맞아, 윤서지 "
…
뭐?
깐족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용태와 그런 그에게 짜증 폭발 직전이였던 태형. 두 사람 다 혼자서 태평하게 마지막 문제를 베끼던 그녀의 말에 얼음! 하고 멈춰버렸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분위기를 느낀 하나가 그들을 올려다 보았다.
" 뭐야? 왜그래? "
" 뭐…라고 했어, 방금? "
" 그 이름 맞다고 "
" … … "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져 버린 태형 옆에서 장난을 쳤던 용태 역시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렇게 의도했던 것은 아니였는데…
" 야… 나 장난친거야, 강하나. 그걸 그렇게 맞받아치면 어떡하냐… "
" 얘네가 왜 이래? 진짜 맞다니까? 어제 담임이 그렇게 부르는 거 분명히 들었어. 나 귀 밝은거 너네도 알잖아. 헉, 야 나 간다! 니네 담임 온다 "
아침 조회를 위해 복도에서 걸어오던 태형이네 담임을 발견한 하나가 겨우 다 베낀 자신의 공책을 들고 뒷 문을 향했다.
탁. 태형이 그런 그녀를 재빨리 따라가 미처 힘조절조차 하지 못한 채 하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 뭐,뭐야 이태형? 아파! "
" … 어디서 왔대? "
" 뭐? "
" 걔. 어디서 전학왔냐고 "
왠지 처음 들어보는 듯한 낮은 저음의 태형을 보고 하나만 당황한게 아니였다. 괜히 자신이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같아 놀라서 꿈쩍 않고 뒤에 서 있던 용태에게도 이런 태형의 모습은 낯설었다.
" 강하나! 너 또 남자반 와서 뭐하는거야? 빨리 반으로 안 돌아가? "
교실 안으로 들어선 담임이 자신의 교실과 어울리지 않는 여학생을 발견하곤 소리쳤다. 하지만 하나는 멀리서 얼른 교실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선생님보다 바로 코 앞에서, 그것도 자신의 손목을 꼭 붙든 채 전학생에 대해 물어보는 태형의 존재가 더 위협적이였다.
" 잘 기억은 안 나는데… "
" … … "
" 충주? 청주였나…? 아, 그리고 여동생이 있는 것 같더라 "
탁. 그 소리를 듣자마자 태형은 하나의 손목을 놓고 뒤에서 어딜가냐는 담임 선생님의 외침도 무시한 채 교실을 빠져나왔다.
' 학주 열받아서 걔 교무실로 데려가더라 '
아까 들었던 용태의 말을 떠올린 그는 자기 반과 한참을 떨어진 반대쪽 건물 1층에 위치한 교무실을 향해 달렸다. 달리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곧 만날 것 같은 그녀때문인지 태형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정말 너 맞아…? 내가 아는 윤서지… 너 맞는거야?
아무도 대답할 수 없게 마음 속으로 혼자만의 질문을 한 그가 달려가면서 옛날 자신이 어렸을 때,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떠올랐다. 단순히 아버지 회사 전근으로 인한 이사 때문이였다. 그 당시에 그는 당연히 가기 싫었지만 그 싫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자기 감정에 서툴렀다. 어렸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로 이사 와서 몇 개월이 지나고 한 해가 흘렀어도 자꾸 생각나던게 보고 싶다는 감정 때문이였다는 걸… 그게 바로 자신에게 다가왔던 첫사랑이였다는 걸… 그것들을 깨닫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가 자신이 어렸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젠 어리지 않으니까.
만약에 말이야.
이렇게 달려간 내 앞에 보인 사람이 정말로 니가 맞다면.
나 이제 너 꼭 붙잡으려고.
절대 놓치지 않게.
드르륵.
교무실 문을 닫고 나온 서지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절대 안된다고 난리를 치는 학주를 담임이 졸업생들에게 연락해 물려받을만한 교복이 있나 알아보겠으니 일주일정도만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덕에 일은 잘 처리되었다. 하지만 정문 앞에서 자신의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를 한 부분에 대해선 용서할 수 없었는지 큰 목소리로 혼을 내는데, 서지는 약 10분가량을 귀 따갑게 듣고 있어야 했다. 글쎄, 말대꾸 한 건 아니라니까…
하지만 그렇게 화를 내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표정변화가 없는 게 그 증거였다. 자신이 관심 두는 것 이외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기에. 이제 서지도 자신의 교실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 하는데… . 3반이 어디 있는거지?
그러고보니 처음 와보는 학교 구조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갑자기 모든 것이 낯설어졌다. 어제 왔을 땐 그렇게 낯설지 않았는데.
교무실이 1층에 있어서 그랬던 걸까. 뭐, 일단 어디든 가보자, 라는 생각에 서지는 눈 앞에 있는 첫 계단을 밟았다.
" … 윤서지? "
서울에 온 뒤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듣는 자신의 이름에 놀라 목소리가 들려오는 계단 위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계단 끝에 왠 깔끔한 교복차림의 남자가 서 있다. 급하게 내려왔는지 숨을 조금 빠르게 내쉬며. 뭐지… ?
" … … "
" … … "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빤히 쳐다보고 있다. 서지는 밑에서 위로, 태형은 위에서 아래로.
꼭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조회시간이 끝났는지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지는 소리와 함께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 아이들이 다른 교복을 입고 있는 그녀를 향해 웅성거리자 서지는 잠시 태형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러자 태형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다. 그의 움직임을 느꼈는 지 다시 서지는 자기 쪽으로 내려오는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어깨 너머로 아까 벌을 받던 용태의 모습도 보였다. 그 역시 급하게 왔는지 숨을 빠르게 내쉬고 있었다. 태형이 그녀에게 거의 다가갔을 때 말은 먼저 건넨 것은 서지였다.
" 저기… "
" … … "
" 미안한데 3반이 어디 있는지 좀 알려… "
교실 위치 좀 알려달라고 묻던 서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주변에선 놀란 듯한 외침과 환호성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들의 뒤에 서 있던 용태 역시 입이 딱 벌어졌다. 그가 태형과 친구를 하면서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태형이 서지를 그대로 안아버렸다.
제이 美
내일 개강이에요 .... 학교 가기 싫으네요 힝 ☞☜
혹시 업쪽을 원하신다면 크레용 이라고 적어주세용!
그럼 뿅 ^.^
첫댓글 크레용 태형이 서지를 만났네요..
ㅎ.ㅎ 조는여자님! 아침에 님 댓글보고 기분이 환해지네용!^^ 업쪽쪽지 보내드릴게요~♥
크레용.
다음 편 빨리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