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정육사(六正六邪)
나라에 이로운 여섯 신하와 나라에 해로운 여섯 종류의 신하가 있다는 말이다.
六 : 여섯 육(八/2)
正 : 바를 정(止/1)
六 : 여섯 육(八/2)
邪 : 간사할 사(阝/4)
출전 : 설원(說苑) 卷02 신술(臣術)
나라에 이로운 여섯 신하와 나라에 해로운 여섯 종류의 신하라는 뜻으로, 성신(聖臣), 충신(忠臣), 지신(智臣), 정신(貞臣), 직신(直臣)등의 이로운 신하와, 사신(邪臣), 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奸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등의 해로운 신하를 말한다.
사마공(司馬公)의 간원제명기(諫院題名記)는 읽고 경각심을 일으킬 만하다 하겠다. 그러나 고려 김심언(金審言)의 말이 더욱 절당(切當; 사리에 꼭 들어맞음)한 것만은 못하다.
심언(審言)은 성종(成宗) 9년(990)에 '설원(說苑)'에 있는 육정(六正), 육사(六邪)라는 말을 인증하여 이경(二京)과 육관(六官)의 모든 기관, 또 12도(道)의 주현(州縣)의 각 관청 벽에다 그 글을 써서 붙이고 출입할 때마다 보고 반성하도록 하였다.
이 성어는 한(漢)나라 때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 卷02 신술(臣術)에 나오는 내용이다.
설원(說苑) 제2권 신술(臣術)
설원(說苑)은 전한(前漢)말 유향(劉向)이 편찬한 책으로 고대로부터 한(漢)나라 때까지의 온갖 지혜와 고사(故事)와 격언(格言)이 총망라된 교훈적인 설화집(說話集)이다.
이 편은 제1권 군도에 이어 제2권 신술편(臣術篇)으로 신하된 자의 처세술에 대한 각종 고사(故事)와 군주와 신하간의 문답을 인용해 기록하였다.
01.신하된 자의 처세술 육정육사(六正六邪)
정관정요(貞觀政要) 택관편(擇官篇)에서는 설원의 육정육사(六正六邪)를 인용하였다.
人臣之術, 順從而復命, 無所敢專, 義不苟合, 位不苟尊; 必有益於國, 必有補於君; 故其身尊而子孫保之.
신하된 자의 처세술은 순종하여 명령 받은 일의 결과를 보고하며,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여 단행하지 않고, 의리를 지켜 구차히 영합하지 않으며, 지위에 있으면서 구차히 존중받지 않으며, 반드시 나라에 유익하여야 하며 반드시 군주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의 몸은 존귀해지고 자손은 보존된다.
육정(六正)과 육사(六邪)
육정(六正) : 바른 일을 하는 여섯 종류의 신하로 성신(聖臣: 성스러운 신하), 양신(良臣: 선량한 신하), 충신(忠臣: 충성스런 신하), 지신(智臣: 지혜로운 신하), 정신(貞臣: 곧은 신하), 직신(直臣: 바른 신하)을 말한다.
故人臣之行有六正六邪, 行六正則榮, 犯六邪則辱. 夫榮辱者, 禍福之門也.
그런고로 신하된 자의 행동에는 육정(六正)과 육사(六邪)가 있으니, 육정을 바르게 행하는 자는 영화를 볼 것이고, 육사를 범하는 자는 욕을 당하게 될 것이다. 무릇 영욕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화복(禍福)의 문이다.
何謂六正六邪?
무엇을 육정(六正)과 육사(六邪)라 하는가?
六正者:
육정(六正)은 다음과 같다.
一曰萌芽未動, 形兆未見, 昭然獨見存亡之幾, 得失之要, 預禁乎不然之前, 使主超然立乎顯榮之處, 天下稱孝焉, 如此者聖臣也.
첫째, 일이 아직 싹트지 않고 형체와 조짐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 국가 존망의 징후와 득실의 조짐을 홀로 분명하게 보아서, 사전에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방지하여, 군주를 초연히 영예로운 높은 자리에 있도록 하니, 천하 사람들이 효(孝)라고 칭찬한다. 이와 같은 사람은 성신(聖臣)이다.
二曰虛心白意, 進善信道, 勉主以體誼, 諭主以長策, 將順其美, 匡救其惡, 功成事立, 歸善於君, 不敢獨伐其勞, 如此者良臣也.
둘째, 마음을 비우고 뜻을 분명히 하여 좋은 말을 올리고 도의에 통하여 군주를 예의에 힘쓰게 하고 좋은 정책을 깨우치게 하여, 군주의 아름다운 덕을 받들어 따르려 하고 군주의 나쁜 행위는 바로잡아 일이 성사되어 이루어지면 좋은 공은 군주에게 돌리고 감히 자기만의 공로로 자랑하지 않으니, 이와 같은 사람은 양신(良臣)이다.
三曰卑身賤體, 夙興夜寐, 進賢不解, 數稱於往古之德行事以厲主意, 庶幾有益, 以安國家社稷宗廟, 如此者忠臣也.
셋째, 자신의 몸을 낮추고 미천하게 처신하여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을 자면서 일하고, 어진 이를 천거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자주 옛 성현의 덕행을 칭송하여 군주의 뜻을 격려하면 대체로 도움이 되어 국가‧사직‧종묘를 안정시킬 것이니, 이와 같은 사람은 충신(忠臣)이다.
四曰明察幽, 見成敗早, 防而救之, 引而復之, 塞其間, 絕其源, 轉禍以為福, 使君終以無憂, 如此者智臣也.
넷째, 드러나지 않은 은미한 일을 밝게 살펴 성패를 일찍이 예견하고 방지하여 구하고 인도하여 정상으로 회복해서, 좋지 못한 틈을 막고 화의 근원을 끊음으로써 화가 바뀌어 복이 되게 하여 군주에게 끝까지 근심이 없도록 하니, 이와 같은 사람은 지신(智臣)이다.
五曰守文奉法, 任官職事, 辭祿讓賜, 不受贈遺, 衣服端齊, 飲食節儉, 如此者貞臣也.
다섯째, 법을 준수하고 법도를 받들어 관직을 맡고 업무를 담당하며, 많은 녹봉과 하사하는 상을 사양하며 뇌물을 받지 않고 의복을 단정히 하며 음식을 절약하고 검소하게 하니, 이와 같은 사람은 정신(貞臣)이다.
六曰國家昏亂, 所為不道, 然而敢犯主之顏面, 言君之過失, 不辭其誅, 身死國安, 不悔所行, 如此者直臣也, 是為六正也.
여섯째, 국가가 혼란하여 군주의 행위가 도에 맞지 않아도 군주의 지엄한 얼굴을 감히 거스르고 정면에서 군주의 잘못을 지적해 말하여 주살(誅殺)을 피하지 않고 죽더라도 나라가 안정되면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지 않으니 이와 같은 사람은 직신(直臣)이며, 이것을 육정(六正)이라 한다.
육사(六邪) : 나라에 해로운 여섯 종류의 신하. 구신(具臣: 숫자만 채우는 신하), 유신(諛臣: 아첨하는 신하), 간신(奸臣: 간사한 신하), 참신(讒臣: 참소하는 신하), 적신(賊臣: 불충한 신하). 망국지신(亡國之臣: 나라를 망치는 신하)을 말한다.
六邪者:
육사(六邪)는 다음과 같다.
一曰安官貪祿, 營於私家, 不務公事, 懷其智, 藏其能, 主饑於論, 渴於策, 猶不肯盡節, 容容乎與世沈浮上下, 左右觀望, 如此者具臣也.
첫째, 관직에 편안히 있으면서 녹봉을 탐하여 자기 개인만을 도모하고 공무에 힘쓰지 아니하며 자기의 지혜를 숨기고 재능을 감춰, 군주는 정론(政論)에 굶주리고 정책에 목말라 하는데 오히려 절의를 다하려 하지 않고 세상과 화합하여 시세에 따라 부침하며 좌우의 정세를 관망하니, 이와 같은 사람은 구신(具臣)이다.
二曰主所言皆曰善, 主所為皆曰可, 隱而求主之所好即進之, 以快主耳目, 偷合苟容與主為樂, 不顧其後害, 如此者諛臣也.
둘째, 군주가 하는 말을 모두 좋다고 하고 군주가 하는 일을 모두 옳다고 하여, 암암리에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즉시 바쳐서 군주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면서 비위를 맞추어 환심을 사서 군주와 함께 즐겁게 지내며, 그 후에 닥치는 폐해는 고려하지 않으니, 이와 같은 사람은 유신(諛臣)이다.
三曰中實頗險, 外容貌小謹, 巧言令色, 又心嫉賢, 所欲進則明其美而隱其惡, 所欲退則明其過而匿其美, 使主妄行過任, 賞罰不當, 號令不行, 如此者奸臣也.
셋째, 마음에는 사악하고 부정한 생각이 가득 찼으나 겉모습은 소심하고 삼가서 듣기 좋은 말과 아첨하는 안색을 지으며, 또 마음속으로 어진 이를 질투하여 자기가 추천하려는 사람이면 그의 좋은 점은 드러내고 나쁜 점은 숨기며, 배제하려는 사람이면 그의 잘못은 드러내고 좋은 점은 숨겨서, 군주가 함부로 행동하고 잘못 임명하여 상벌을 부당하게 내리도록 하고 호령(號令)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게 하니, 이와 같은 사람은 간신(姦臣)이다.
四曰智足以飾非, 辯足以行說, 反言易辭而成文章, 內離骨肉之親, 外妒亂朝廷, 如此者讒臣也.
넷째, 지혜는 잘못한 일을 꾸미기에 충분하고, 말솜씨는 설득시키기에 충분하며, 말을 바꾸기를 쉽게 하고 감언이설로 화려하게 하여, 안으로는 혈육의 정을 이간하고 밖으로는 조정 사람을 질투하여 혼란하게 하니, 이와 같은 사람은 참신(讒臣)이다.
五曰專權擅勢, 持招國事以為輕重於私門, 成黨以富其家, 又復增加威勢, 擅矯主命以自顯貴, 如此者賊臣也.
다섯째, 제멋대로 권세를 독점하여 국가의 정사를 장악해 좌지우지하고 개인적인 파당을 만들어 자기 집을 부유하게 하며, 또다시 자기의 위세를 증가시키고 군주의 명령을 멋대로 속여서 자신의 귀함을 높이니, 이와 같은 사람은 적신(賊臣)이다.
六曰諂言以邪, 墜主不義, 朋黨比周, 以蔽主明, 入則辯言好辭, 出則更復異其言語, 使白黑無別, 是非無間, 伺侯可推, 而因附然, 使主惡佈於境內, 聞於四鄰, 如此者亡國之臣也, 是謂六邪.
여섯째, 아첨하는 말로 간사한 짓을 하여 군주를 불의에 떨어뜨리고, 붕당을 지어 한 패가 되어 군주의 총명함을 가리며, 조정에 들어와서는 감언이설을 하고 조정을 나가서는 다시 앞에서 한 말을 바꾸어 흑백을 분별하지 못하게 하고 시비를 분간하지 못하게 하며, 눈치로 일을 추진하여 기회를 틈타 세력이 있는 곳에 빌붙어 군주의 악행이 나라 안에 퍼지고 사방의 이웃 나라에 전파되게 하니, 이와 같은 사람은 망국지신(亡國之臣)이라 하며, 이 여섯 가지를 육사(六邪)라 이른다.
賢臣處六正之道, 不行六邪之術, 故上安而下治, 生則見樂, 死則見思, 此人臣之術也.
현신(賢臣)은 육정(六正)의 도리로 처신하여 육사(六邪)의 나쁜 방법은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군주는 편안하고 백성은 잘 다스려져서 살아서는 백성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죽어서는 백성들이 사모함을 보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신하로서의 길이다.
(說苑/卷02 臣術)
이 열 두 가지 조항은 임금이 된 자로서는 마땅히 어좌(御座)에 써서 붙여 여러 신하와 함께 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개 신하가 된 자도 정(正)과 사(邪)라는 두 길이 있는데, 정도 이 여섯 가지에 벗어나지 않고, 사도 역시 이 여섯 가지에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비유해 말하면 이는 열탕(熱湯)이 아니면 곧 냉수(冷水)인 격이다.
간사함이 없는 그 중간 입장에서 공정하게 사람으로 하여금 일일이 그들의 신분을 빠짐없이 조사하여 이 열 두 가지 제목에 각각 맞는 대로 분배시키면, 그 육정이란 과목에 해당되지 않는 자는 반드시 그 육사 중의 하나를 각각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찌 두려워 스스로 반성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뭇 폐단을 일소하는 한 비결이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추가로 기록되어 있다.
禮記曰: 權衡誠懸, 不可欺以輕重. 繩墨誠陳, 不可欺以曲直. 規矩誠設, 不可欺以方圓. 君子審禮, 不可誣以奸詐. 然則臣之情偽, 知之不難矣. 又設禮以待之, 執法以御之, 為善者蒙賞, 為惡者受罰, 安敢不企及乎? 安敢不盡力乎?
예기(禮記) 경해(經解)에 이르기를 '저울추가 잘 매달리면 경중(輕重)을 속일 수가 없고, 먹줄이 잘 펴지면 곡직(曲直)을 속일 수가 없으며, 곡자와 그림쇠가 잘 쓰이면 둥글고 모난 것을 속일 수 없고, 군주가 예에 밝으면 간사함으로 속일 수가 없다'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신하의 진실과 허위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또 군주가 예로 신하를 대우하고 법으로 제어하여 선을 행하면 상을 받고 악을 행하면 벌을 받게 한다면 어찌 감히 따라가기를 바라지 않겠으며, 어찌 감히 힘을 다하지 않겠는가?
정관정요(貞觀政要) : 당나라 때 오긍(吳兢)이 편찬했다고 전해지는 당 태종의 언행록이다. 전10권 40편. 개요 제목의 '정관'은 태종의 연호, '정요'란 정치의 요체라는 뜻이다. 당 태종이 신료들과 정치에 대해서 주고받은 대화를 엮은 책으로서 예로부터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로 여겨져 왔다.
육정육사(六正六邪)
중국 전한(前漢) 시대 유향(劉向)은 품성과 처신을 기준으로 신하를 12가지로 분류해 육정육사(六正六邪)라 했다.
바른 신하인 육정(六正)은 성신(聖臣), 양신(良臣), 충신(忠臣), 지신(智臣), 정신(貞臣), 직신(直臣)으로, 성신은 앞일을 헤아려 군주에게 선정을 베풀게 하는 것이요. 양신은 좋은 계획을 진언하고 옳은 길로 가도록 보필하는 것이다. 충신은 어질고 생각이 깊은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고, 지신은 일처리를 잘해 군주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정신은 원칙을 존중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이요, 직신은 잘못을 거침없이 지적하는 신하다.
또 나쁜 신하인 육사(六邪)는 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奸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으로, 구신은 녹을 탐하고 지위에 안주하는 신하를 말하고, 유신은 아첨을 일삼는 신하를 말한다. 간신은 겉과 속이 달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며, 참신은 남을 참소해 분열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적신은 개인적 이익만 추구하는 신하이며, 망국신은 군주의 혜안을 가려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말한다.
유향이 분류한 육정육사(六正六邪)는 오늘날 우리 나라 정치 현실을 그대로 내다보는 혜안이 묻어 있는 것 같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당 태종인 이세민을 도와 '정관의 치'를 이룩한 충신 위징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충신이 아니라 양신이고 싶다. 양신은 군주에게 많은 건의를 하고 군주가 받아들이게 한다. 스스로 명성을 누릴 뿐만 아니라 군주에게도 위세와 명망을 주어 자손만대에 이어지게 한다. 충신도 많은 간언을 하지만 결국 군주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군주는 혼군(昏君)이란 악명만 남기고 나라는 망한다. 당사자는 충신이라는 공허한 이름만 얻을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군주를 모시는 신하들은 유향이 말한 육사(六邪)들이 들끓고 있다.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아첨만 일삼으며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으며, 대통령을 보필하고 대통령이 올바를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할 민정수석이 구설수에 올라 있다.
그 뿐인가? 실세들이 지난 총선에서 당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이른바 문고리들에 의해 몇몇 정치인이 좌지우지 하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벼슬자리나 좋아하고, 봉록만 탐내며 공사에는 힘쓰지 않고 시세에 따라 부친(浮沈)하면서 늘 좌우를 관망하기만 하고, 대통령이 하는 말은 전부 옳은 말이라 하고, 대통령이 하는 일은 전부 좋다고 하며 남모르게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을 구해다 바치면서 대통령의 이목을 쾌하게 만든 다음 구차한 모습으로 즐기면서 뒤에 닥치는 화를 돌아보지 않으니 육사(六邪)들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육사(六邪)는 사라지고 육정이 많아야만 나라가 부강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탄생된다. 삼국지에는 많은 출신들이 나온다. 유비를 끝까지 섬겼던 제갈량을 비롯해 충신의 대명사인 관우와 장비, 조 운, 조조를 섬겼던 순욱 등 군주를 위해 목숨 바친 충신들이다.
육정육사(六正六邪)는 비단 국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적게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육정(六正)과 육사(六邪)는 존재한다. 탁상행정과 복지부동으로 단체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의호식하는 육사는 없는지 경 주시에도 살펴봐야 한다.
충신(忠臣)과 양신(良臣)
당 태종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황제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정관정요(貞觀政要)'는 그가 신하들과 정치에 관해 논한 것을 후대에 엮은 책으로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린다. 이 책에 위징(魏徵)이라는 현명한 신하가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을 구분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위징은 당 태종에게 자신을 충신이 아니라 양신이 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황제는 충신과 양신이 어떻게 다른지 묻는다. 위징은 이렇게 답한다. "충신은 바른말을 해 자신은 죽게 되고 군주에게는 폭군이라는 오명을 씌우는 신하다. 그러나 양신은 자신도 세상의 칭송을 받고 군주에게는 명군(名君)이라는 명예를 얻게 하는 신하다."
위징이 말하는 양신은 목표를 중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변을 지혜롭게 설득하는 사람이다. 이런 유형의 인물은 필요하면 얼마든지 자신을 굽힐 수 있고 돌아서 갈 줄 안다. 이에 비해 충신은 목표의 달성 여부보다 소신이 중요한 사람이다. 강직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은 안중에 없다. 달리 표현하면 양신은 실질을 중히 여기고 충신은 명분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을 불사하며 직언을 서슴지 않는 충신을 양신보다 높이 평가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또 역사 속에서 충신을 떠올리기는 쉬워도 양신을 찾기는 어렵다. 굳이 꼽자면 조선 효종 때 정승인 김육 정도가 양신의 반열에 들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백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임금과 반대 세력을 꾸준히 설득해 가며 충청·호남으로 대동법을 확대 실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때로 부터 4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바람직한 위정자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자는 모름지기 충신보다 양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명한 명분과 이념을 내세워 국민에게 당장 듣기 좋은 말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할 수 없고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양신은커녕 간신(奸臣)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또 좋은 정책을 내놓는 데 그친다면 충신에 불과하다. 양신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올바른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의 생활을 실제로 개선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복잡한 문제도 양신의 관점으로 보면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복지 확대는 매우 명분 있는 정책이지만 부작용과 지속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한 번 시행된 복지제도는 다시 거두어들이기 어려운 반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우리의 경제 수준을 냉정히 평가한다면 급격한 복지 확대는 북유럽식 유토피아보다 남유럽식 디스토피아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제민주화나 동반성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나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등 대기업에 대한 직접적 영업규제는 얼핏 속 시원한 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상생이 될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소비자 후생의 감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기업과 함께 성장하거나 이익을 공유하는 수많은 납품·입점 업체와 종사자의 희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충신형(型)' 대책은 될지 모르지만 '양신형'의 지혜로운 해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의 난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 역시 정규직화란 명분만 앞세워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몇 년 전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한 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근로자의 일자리를 잃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기업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업능력을 적극 계발해 주고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는 데 노력했다면 이들의 삶이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위징의 후예답게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적 흑묘백묘론으로 중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어냈다. 최근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가 부디 헛된 명분을 앞세우는 충신이 되지 말고 실질을 추구하는 양신의 자세로 5년간의 국정을 이끌어 아름다운 이름을 오랫동안 남기길 기원한다.
충신(忠臣)과 간신(奸臣) 그리고 양신(良臣)
중국 역사에 풍도(馮道)라는 인물이 있다. 당(唐)이 망하고 송(宋)이 서기까지 오대십국(五代十國)의 난세 속에서 다섯 왕조, 여덟 성씨, 열한 명의 임금을 섬겼다. 고위관리로 30년, 재상으로만 20년을 지냈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벼슬학' 교과서였다. 아주 못된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문장, 역사에 뛰어나고 주색을 멀리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신하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내팽개쳤다. 군주에게 직언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성은이 망극하여이다'만 외쳤다. 그러니 그가 의지한 나라들이 죄 망할 수밖에. 나라와 백성이 존망의 기로에 설 때마다 풍도는 백관을 이끌고 성을 나와 새 주인을 맞았다. 거란이 진(晉)을 멸했을 때도 거란 태종 야율덕광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 덕에 태부(太傅) 벼슬을 또 얻는다.
그에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오늘날 고관대작 나리들 중에도 비슷한 인물들을 볼 수 있다. 매사 좋은 게 좋은 거고 오로지 관심은 윗사람 비위 맞추는 데 있다.
대통령의 궤변에 '강남 아파트를 팔고 분당으로 이사 가면 세금 내고도 돈이 남는다'고 친절한 해설을 덧붙이는 자칭 시장경제주의자 부총리가 있는가 하면, 대기업 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위에서 한 소리 들었는지 하루 만에 침소봉대니 호들갑이니 안면을 바꾸는 장관도 있다. 대통령의 방송 사랑을 익히 아는지라 공공기관 운영법에서 KBS를 빼주려다 대통령이 KBS를 정면 비판하자 헷갈려 하며 공영방송사를 성토하는 장관도 있었다. 다 열거하자면 공연히 입만 아프다.
풍도는 말년에 자신을 일컬어 '이리와 호랑이떼 틈바구니에서 입신양명 했다'고 떠벌렸다. 군웅이 할거하던 혼란 속이었다지만 자신의 명리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나라와 백성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부총리나 장관들은 정녕 풍도의 입신양명이 부러운 걸까. 그렇게 하면 그처럼 평생 벼슬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풍도 말고 다른 교훈을 권한다.
당나라 초기의 공신 위징(魏徵)의 말이다.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보수적 충신론에 따르면 위징은 충신이 되지 못한다. 그는 수(隋) 말기 반란군 지도자 이밀의 책사였다가 당 고조에게 귀순해 황태자 건성의 참모가 됐으며, 건성이 아우 세민(태종)과의 경쟁에서 패한 뒤 태종 밑에서 재상까지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목숨을 다할 때까지 군주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태종은 위징의 바른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가도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그의 충고를 따랐다. '정관의 치(貞觀之治)'가 가능했던 이유다.
그런 직언을 하는 데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법이다. 위징이 말하는 충신과 양신(良臣)의 구별이 그것이다. '양신은 스스로 명성을 누릴 뿐 아니라 군주에게도 위세와 명망을 가져다줘 자손만대 이어지게 한다. 하지만 충신은 결국 미움을 사 주살당하기 쉽고 군주에게 어리석음을 가져다줘 오명을 남기게 하고 결국 나라를 망치게 할 수 있다.'
양신이 되는 데는 한 가지 원칙이면 족하다. 위로는 군주를 편안하게 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행복하게 한다는 믿음 말이다. 그러려면 훌륭한 군주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주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끌어야 한다.
위징이 태종에게 한 지적을 들어보자. '초기에 폐하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내놓도록 유도했습니다. 3년 뒤에도 충고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마지못해 의견을 듣지만 끝내 마음이 편치 않으십니다.'
태종은 후에 고구려를 침략했다 양만춘의 화살에 한쪽 눈만 잃고 돌아가는 길에 '위징이 살아 있었으면 고구려 정벌을 말렸을 것'이라며 땅을 쳤다고 한다. 나중에 대통령이 땅을 치기 전에, 백성들의 삶이 더 고단해지기 전에 한국의 위징이 나올 수는 없는 건지. 다음 정권에서도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간신(奸臣) 이야기
육정육사(六正六邪)는 나라에 의(義)로운 여섯 종류의 신하 육정(六正)과 나라에 해(害)로운 여섯 종류의 신하 육사(六邪)를 말한다. 간신은 해로운 여섯 종류의 신하, 즉 육사신(六邪臣)의 하나로 간사한 신하를 말한다. 육사신을 유형별로 구분하면 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奸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이 있다.
아무런 구실도 못하고 단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무능한 신하는 구신(具臣), 군주에게 아첨만하는 신하를 유신(諛臣), 간사한 신하로 자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명정대함을 저버리는 신하를 간신(奸臣), 참소(讒訴)를 일삼는 신하 즉 남을 짓밟고 올라가기 위해 남을 헐뜯어서 죄가 있는 것처럼 꾸며 윗 사람에게 거짓으로 고하는 신하를 참신(讒臣), 개인적 이익만 추구하여 반역(反易)하거나 불충(不忠)한 신하로 하극상의 신하를 적신(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신하로 적을 이롭게 하는 최악의 신하를 망국신(亡國臣)이라고 한다.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나 반역자들도 간신에 들어간다. 해가 되는 육사신은 나라는 물론 개인, 모임과 직장, 사회생활에서, 21세기 글로벌 세상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회자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간신의 특징에 부합하는 사람이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사회 부적응으로 실패하거나 좌절할 일이 거의 없다. 주변으로부터 간신배 소리 듣는 사람들은 적어도 인간관계를 교묘히 조율하는 처세술과 자기 이득에 따라 남을 이용해 먹는 정치적 권모술수가 뛰어나다. 높으신 분들의 눈밖에 나지 않으면서도 정적들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기회 잡아서 도태시키는 스킬 하나는 천재적이다.
공자는 간신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다. 통치자는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 이들은 모두 말을 잘하고, 지식이 많으며, 총명하지만 진실성이 없다. 정치적 이득만 챙기고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드는 재주가 특출하다.
간신의 뒤에는 언제나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가 있다. 그래서 간신은 만들어 진다고 한다. "무능한 병사는 없다. 무능한 장군이 있을 뿐이다." 나폴레옹의 말이다.
이렇듯 해로운 간신들은 역사 이래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의 삶속에서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고려 후기 권세가로 기철(奇轍)이 있었다. 여동생(기황후)이 원나라의 황후가 되면서 권세를 부렸다. 원의 세력이 약화되자 친척과 심복들을 요직에 앉혀 세력 기반을 구축하였으나, 결국 고려를 팔아먹는 매국노이자 희대의 간신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악명 높은 매국노 간신 이완용이 있다. 일본의 힘이 점점 강해지자 친일파로 변신했고, 1905년에는 이토 히로부미의 제안을 받아 을사조약을 맺을 수 있도록 고종을 협박해 나라의 외교권이 박탈되었다. 1910년에는 강제합방을 주도해 조선을 일본에게 넘겨주었다.
중국에는 한나라 말 영제(靈帝)시절 환관을 뜻하는 십상시(十常侍)가 있다. 어린 황제가 통치 능력이 없자, 십상시는 영제를 주색에 빠지게 하고, 영제는 그들의 농간에 놀아나 정치를 돌보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결국 몰락하고 만다. 오늘날 간신의 대명사로 자주 인용된다.
유럽에는 비선실세 요승(妖僧)인 그레고리 라스푸틴(Grigori Yefimovich Rasputin)이 있다. 시베리아의 농민 출신으로 간신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황실을 이용해서 국정을 농단하고 민심 이반을 야기하여 결국 러시아 제국을 멸망시킨 장본인이다.
공자의 말대로 곡학아세(曲學阿世)한 간신들을 제거하지 않아 결국 그들 때문에 탄핵되어 저물어 가는 한국 대통령의 뒷끝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씁쓸하다.
임진왜란을 다룬 '7년 전쟁(1970 출간)' 책에서 나오는 말이다. "무능한 통치자는 만참(萬斬)으로도 모자란 역사의 죄인이다." 만참은 만 번 목을 벤다는 뜻이다.
알베르 까뮈(Albert Camus)가 2차대전 당시 나치에 부역한 프랑스인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한 말이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위정자와 간신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로 보인다.
작금의 불안한 한국 정치 사태가 세계 뉴스거리가 되곤 하지만,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태평성세(太平聖歲)가 도래할 출산의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 六(여섯 육/륙)은 ❶지사문자로 두 손의 세 손가락을 아래로 편 모양을 나타내어 '여섯'을 뜻한다. 五(오) 이상의 수를 나타내는 한자의 기원은 과히 뚜렷하지 않으나 다만 (四-六-八)은 닮은 글자이며 (五-七-九)도 같은 자형(字形)으로 되어 있다. ❷상형문자로 六자는 '여섯'이나 '여섯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六자는 八(여덟 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숫자 '여덟'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六자의 기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설은 없다. 다만 六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지붕 아래로 기둥이 세워져 있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본래는 작고 허름한 집을 뜻했던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六자는 이러한 해석과는 관계없이 일찍이 숫자 '여섯'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六(육/륙)은 (1)여섯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여섯 ②여섯 번 ③죽이다(=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의 여섯째 달을 유월(六月), 60일 또는 60살을 일컫는 말을 육순(六旬), 열의 여섯 배가 되는 수를 육십(六十), 여섯 치 또는 재종 간의 형제나 자매의 서로 일컬음을 육촌(六寸), 한시에서 여섯 자로서 한 구를 이루는 형식을 육언(六言), 무엇을 직접으로 느끼어서 깨닫는 신비한 심리 작용을 육감(六感), 점괘의 여러 가지 획수를 육효(六爻), 사람의 여섯 가지 성정으로 희喜 노怒 애哀 낙樂 애愛 오惡를 이르는 말을 육정(六情), 여섯 가지의 곡물로 벼 기장 피 보리 조 콩을 이르는 말을 육곡(六穀), 예순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나이 쉰 한 살을 일컫는 말을 망륙(望六), 언론계에서 뉴스 보도에 반드시 담겨져야 할 여섯 가지 기본 요소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를 일컫는 말을 육하원칙(六何原則), 온갖 법령을 다 모아서 수록한 종합 법전을 이르는 말을 육법전서(六法全書), 14~15세의 고아 또는 나이가 젊은 후계자를 일컫는 말을 육척지고(六尺之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오뉴월의 더운 날씨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월비상(六月飛霜), 내장의 총칭으로 오장과 육부를 분노 따위의 심리 상태가 일어나는 몸 안의 곳으로서 이르는 말을 오장육부(五臟六腑), 서른여섯 가지의 계략 또는 형편이 불리할 때 달아나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삼십육계(三十六計), 여덟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팔이라는 뜻으로 뛰어난 능력으로 다방면에 걸쳐 눈부신 수완을 발휘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팔면육비(八面六臂), 두 팔과 두 다리와 머리와 몸통을 이르는 말로써 온몸을 이르는 말을 사대육신(四大六身),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이라는 뜻으로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삼면육비(三面六臂) 등에 쓰인다.
▶️ 正(바를 정/정월 정)은 ❶회의문자로 하나(一)밖에 없는 길에서 잠시 멈추어서(止) 살핀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正자는 '바르다'나 '정당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正자에서 말하는 '바르다'라는 것은 '옳을 일'이라는 뜻이다. 正자는 止(발 지)자에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正자를 보면 止자 앞에 네모난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성(城)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正자는 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正자는 성을 정복하러 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데는 정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正자는 자신들이 적을 정벌하러 가는 것은 정당하다는 의미에서 '바르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正(정)은 (1)옳은 길 올바른 일 (2)부(副)에 대하여 그 주됨을 보이는 말 (3)종(從)에 대하여 한 자리 높은 품계를 나타내는 말 품수(品數) 위에 붙어 종과 구별됨. 정1품(正一品)으로 부터 정9품(正九品)까지 있었음 (4)조선시대 때 상서원(尙瑞院), 사역원(司譯阮), 봉상시(奉常寺), 내의원(內醫院), 내자시(內資寺) 등의 으뜸 벼슬 품계는 정3품(正三品) 당하(堂下) (5)조선시대 때 세자의 중증손(衆曾孫), 대군의 중손(衆孫), 왕자군(王子君)의 중자(衆子) 등에게 주던 작호(爵號) 품계(品階)는 정3품(正三品) 당하(堂下)임 (6)고려 때 전농시(典農寺), 서운관(書雲觀), 사의서(司醫署), 내알사(內謁司), 사복시(司僕寺)의 으뜸 벼슬 품계(品階)는 정3품(正三品)에서 정4품(正四品)까지 (7)신라 때 상사서(賞賜署), 대도서(大道署)의 으뜸 벼슬 35대 경덕왕(景德王) 때 대정(大正)을 고친 이름으로 뒤에 다시 대정으로 고침 (8)정립(定立) (9)정수(正數) 플러스(Plus) 등의 뜻으로 ①바르다 ②정당하다, 바람직하다 ③올바르다, 정직하다 ④바로잡다 ⑤서로 같다 ⑥다스리다 ⑦결정하다 ⑧순일하다, 순수하다 ⑨자리에 오르다 ⑩말리다, 제지하다 ⑪정벌하다 ⑫관장(官長: 시골 백성이 고을 원을 높여 이르던 말) ⑬정실(正室), 본처(本妻) ⑭맏아들, 적장자(嫡長子) ⑮본(本), 정(正), 주(主)가 되는 것 ⑯정사(政事), 정치(政治) ⑰증거(證據), 증빙(證憑) ⑱상례(常例), 준칙(準則), 표준(標準) ⑲처음 ⑳정월(正月) ㉑과녁, 정곡(正鵠: 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 ㉒세금(稅金) ㉓노역(勞役), 부역(負役) ㉔네모 ㉕군대 편제(編制) 단위 ㉖바로, 막, 때마침 ㉗가운데 ㉘가령, 설혹, ~하더라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바를 광(匡), 바로잡을 독(董), 곧을 직(直), 바탕 질(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짓 위(僞), 버금 부(副), 돌이킬 반(反), 간사할 간(奸), 간사할 사(邪), 그르칠 오(誤)이다. 용례로는 어떤 기준이나 사실에 잘못됨이나 어긋남이 없이 바르게 맞는 상태에 있는 것을 정확(正確),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성품이 바르고 곧음을 정직(正直), 바르고 옳음을 정당(正當),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정의(正義), 특별한 변동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정상(正常), 올바른 길을 정도(正道), 꼭 마주 보이는 편을 정면(正面), 옳은 답이나 바른 답을 정답(正答), 일정한 격식이나 의식을 정식(正式), 본래의 형체를 정체(正體), 진짜이거나 온전한 물품을 정품(正品), 엄하고 바름을 엄정(嚴正), 옳지 않음이나 바르지 않음을 부정(不正), 공평하고 올바름을 공정(公正), 그릇된 것을 바로잡음을 시정(是正),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서 고침을 수정(修正), 알맞고 바름을 적정(適正), 거짓이 없이 참을 진정(眞正), 잘못을 고쳐서 바로 잡음을 정정(訂正),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침을 개정(改正), 태도나 처지가 바르고 떳떳함을 일컫는 말을 정정당당(正正堂堂), 정대하고도 높고 밝다는 뜻으로 대현의 학덕을 형용하는 말을 정대고명(正大高明), 소나무는 정월에 대나무는 오월에 옮겨 심어야 잘 산다는 말을 정송오죽(正松五竹), 의지나 언동이 바르고 당당하며 마음이 순수하고 깨끗함을 일컫는 말을 정정백백(正正白白),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단정하게 앉음을 일컫는 말을 정금단좌(正襟端坐), 마음을 가다듬어 배워 익히는 데 힘씀을 일컫는 말을 정심공부(正心工夫),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정성스레 함 또는 허식이 없는 진심을 일컫는 말을 정심성의(正心誠意), 조리가 발라서 조금도 어지럽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정정방방(正正方方), 때마침 솟아오르는 태양이라는 뜻으로 기세가 더욱 강성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정출지일(正出之日), 바른 길과 큰 원칙을 일컫는 말을 정경대원(正經大原), 마음씨가 올바르면 학식과 덕행이 높고 어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정인군자(正人君子), 나의 뜻에 딱 들어맞음을 일컫는 말을 정합오의(正合吾意) 등에 쓰인다.
▶️ 邪(간사할 사, 그런가 야, 나머지 여, 느릿할 서)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우부방(阝=邑; 마을)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牙(아,사)로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邪자는 '간사하다'나 '사악하다', '바르지 못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邪자는 牙(어금니 아)자와 邑(고을 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邪자는 '간사하다'고 할 때는 '사'라고 하고 '그런가'라고 할 때는 '야'로 발음한다. 邪자는 본래 고대 중국의 낭야군(琅邪郡)을 지칭하던 지명이었다. 낭야군은 진나라부터 당나라까지 존속했던 중국의 옛 행정구역으로 현재는 산둥성(山東省) 임기(臨沂)에 있는 곳이다. 글자에 이빨을 드러낸 모습이 부정적이었는지 邪자는 후에 '바르지 못하다'나 '사악하다'로 뜻으로 가차(假借)되었고 낭야군(琅邪郡)은 낭야군(琅琊郡)으로 표기하게 되었다. 그래서 邪(사, 야, 여, 서)는 (1)요사(妖邪) 스러우며 나쁜 기운(氣運). 사기 (2)올바르지 않은 일 (3)사람의 몸에서 병(病)을 일으키게 하는 여러 가지 요인(要因)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간사(奸邪)하다(마음이 바르지 않다) ②사악(邪惡)하다 ③기울다, 비스듬하다 ④바르지 아니하다 ⑤사사(私私)롭다 ⑥사기(邪氣) ⑦품행(品行)이 부정(不正)한 사람 ⑧사사(私私)로운 마음, 그리고 ⓐ그런가(야) ⓑ어여차(야) ⓒ어조사(語助辭)(야) ⓓ땅의 이름(야) 그리고 ㉠나머지(여) 그리고 ㊀느릿하다(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간사할 간(奸),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충성 충(忠), 바를 정(正)이 있다. 용례로는 바르지 못한 도리를 사도(邪道), 경솔한 언행이나 점잖지 못한 태도를 사풍(邪風), 도리에 어긋나고 악독함을 사악(邪惡), 도덕적으로 그릇되고 옳지 못한 길을 사로(邪路), 사특한 생각을 사념(邪念), 그릇됨과 올바름 또는 간사함과 올바름을 사정(邪正), 옳지 못한 행실이나 간악한 행위를 사행(邪行), 바르지 않고 사악한 마음을 사심(邪心), 간사스럽고 바르지 못한 욕망을 사욕(邪慾), 부정하고 요사스러운 종교를 사교(邪敎), 올바르지 못하고 여사스러운 의견을 사견(邪見), 요망스럽고 간악한 기운을 사기(邪氣), 그릇되고 간특한 말 또는 올바르지 아니한 논설을 사설(邪說), 곧지 아니한 길 또는 부정한 마음 또는 행위를 사경(邪徑), 마음이 요사스럽고 음탕함을 사음(邪淫), 도리에 어긋나는 의논을 사론(邪論), 요사스럽고 바르지 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사인(邪人), 올바르지 못하며 간교한 수단을 사술(邪術), 마음이 간교하여 행실이 바르지 못함을 간사(姦邪), 사사스러운 마음이 없음을 무사(無邪), 모질고도 간사함 또는 그런 사람을 흉사(凶邪), 간사하고 마음이 바르지 못함 또는 그런 사람을 영사(侫邪), 요망하고 간사스러움을 요사(妖邪), 바른 일과 간사한 일을 정사(正邪), 사악한 마음이 못 일어나게 막음을 한사(閑邪), 요사스럽고 올바르지 못함을 회사(回邪), 좋지 못한 여러 가지 그릇된 생각을 이르는 말을 사사망념(私思妄念), 그릇되고 온당하지 못한 여러 가지 정욕을 이르는 말을 사욕편정(邪慾偏情), 바르지 못한 것은 바른 것을 감히 범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말을 사불범정(邪不犯正), 그릇된 것을 버리고 옳은 길로 돌아섬을 이르는 말을 사사귀정(捨邪歸正), 악한 것을 성토하고 사특한 것을 제거한다는 말을 토악거사(討惡去邪)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