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을 덮치며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이 나고, 도로나 녹으며 비틀리고, 사람들이 픽픽 쓰러졌다. 그런데 IT 업계에서도 심각한 문제의 전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글과 오라클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2곳이 폭염 가운데 작동을 멈춘 것이다. 게다가 이것도 ‘최소’ 2곳이지 문제 발생 센터는 더 있을 수 있다.
[이미지 = utoimage]
물론 앞으로 모든 데이터센터들이 폭염 때문에 다운될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현대의 데이터센터들은 설계 때부터 극심한 기후 조건들을 상정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어지간한 재난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구성된다. 다만 기후의 변화는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대형 자연 재해에 해당하는 허리케인, 홍수, 극심한 온도 상승, 물 부족 등이 보다 자주 일어나는 추세다. 그러므로 아무리 튼튼하게 설계된 시설이라 하더라도 보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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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데이터센터들 중 허술하게 지어진 곳은 없다. 전력이 나갈 것을 대비해 예비 전력 모터도 있고, 콜로케이션 프레임워크와 개별 유틸리티, 서버 클러스터 등을 활용해 서비스가 끊기지 않도록 한다. 데이터센터 건축의 표준은 이미 상당히 엄격한 수준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그리 많이 겪지 않는다. 그렇지만 데이터센터 또한 지금 신음하고 있는 지구의 일부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이미 재난이라 불리는 현상들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고, 여러 산업의 다양한 시설들이 마비되고 파괴되는 와중인데, 데이터센터라고 예외일까. 최근 데이터센터를 마비시킨 열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클라우드 혹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마비 사태의 40%는 전력과 관련이 있다. 아무리 예비 전력을 이중 삼중으로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허리케인이나 홍수에 직격탄을 맞으면 버틸 수 없다. 예비 전력과 백업으로 어떻게 서비스가 유지된다고 해도 수시간 정도밖에 가지 않는다. 물론 클라우드는 업체들은 여러 곳에 나눠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한 군데가 무너져도 다른 곳을 통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후 변화란 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고, 지금과 같은 전략으로 버티다가는 결국 모든 데이터센터가 다 마비되는 일이 생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주요 기반 시설 전력 다음으로 클라우드를 곤란하게 만드는 건 네트워킹이다(14%). 네트워킹 관련 문제는 기후 변화 때문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것이 통신사 등과 같은 인프라 제공 업체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시오도어는 주장한다. 서비스 마비가 네트워크의 어느 구역에서 어떤 요인으로 발생할지 예측할 수도 없고, 그로 인한 피해 규모 역시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네트워크의 특정 영역들을 보지 못한 채로 놔두는 것은 그 자체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 5월 패스틀리(Fastly)라는 작은 인터넷 업체에서 기술 문제가 발생했을 뿐인데 전 세계 인터넷 공간 거의 대부분에 마비 증상이 왔었죠. 이걸 어느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가시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도 장기적으로 네트워킹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현상이다. “많은 도시들과 시설들, 기반 시설이 범람원에 놓여 있습니다. 해변가에 위치한 시설들도 수도 없이 많죠. 해수면이 높아지면 그런 곳들이 물에 잠깁니다.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기죠. 이 때문에 2100년 대에 도달하면 20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가 큰 손상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대 재앙 때문에 손상을 입은 데이터센터라면 고치는 데에만 수년이 걸리겠죠.”
반대로 기근은 어떨까? 기근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대형 산불이 곧잘 발생한다. 제 아무리 단단한 건물에 마련된 데이터센터라고 하더라도 산불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불이 안 나더라도 기근이 되면 물을 공급받는 게 매우 어려워진다. 물은 데이터센터 내 컴퓨터들을 식히는 데에 있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자원이다. 그런데도 물의 공급과 사용량 등을 추적하지 않는 데이터센터가 무려 51%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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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기후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다. 그러니 올해만 유독 덥다거나, 올해만 유독 비가 많이 내린다거나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올해 유독 더웠다면 내년에는 더 더울 것이고, 올해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면 내년엔 더 많은 비를 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 변화를 고려한 데이터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댓글 더 더워진다니 너무 끔찍 ㅜㅜ….
기후위기가 더 많은관심을 받길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