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렝이 질 ]
흙바닥 위에 세운 기둥은,
상식적으로 깨지고, 썩고,
미끄러워지기가 쉽습니다.
당연히 오래가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옛 시절 집을 지을 때는
기둥 밑에 주춧돌을
받쳐 놓고 집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얻는
다양한 돌들의 모양은
울퉁불퉁 제멋대로이기 마련입니다.
톱과 대패를 이용해서 만든
나무 기둥의 단면은 평평해집니다.
그러면 주춧돌 위에 기둥을
얹기 위해서 단단한 돌을
어렵게 평평하게 깎는 것보다
옛 장인들은 더 깎기 쉬운
나무 기둥의 단면을
울퉁불퉁한 주춧돌의 단면과 꼭 맞도록
깎아내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주춧돌의 표면과
나무 기둥이 꼭 맞도록,
기둥의 단면을 깎아내는 것을
"그렝이 질" 이라고 합니다.
그렝이질이 잘된 기둥은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넘어지지 않고
단단하고 꼿꼿하게 서 있습니다.
그리고 지진이 났을 때
주춧돌이 매끈한 돌이라면
기둥이 밀려갈 수 있지만,
한옥의 경우 울퉁불퉁한 주춧돌 위에
서 있어서 쉽게 밀리지 않고
오히려 울퉁불퉁한 면이 기둥을
안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바람이 강한 제주의 돌담들이
밀려 넘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르게 생긴 돌들끼리
아귀를 맞추기 때문에
서로를 자연스레
잡아주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두 개의 것이 만날 때
하나의 모양이 거칠고 울퉁불퉁해도
다른 하나의 모양이
그 거친 모양에 맞추어 감싸 줄 수 있다면
그 둘의 만남은 세상 무엇보다
더 견고한 결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의
마음이 울퉁불퉁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피하고
미워하려고만 하기보다는
그마음에 어떻게 맞추어
줄 수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 옮겨온 글-
우리가 살아가는 길
https://tv.kakao.com/v/304752951
한낮
매미소리 요란
찌는 더위에
무기력하게 뒹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밝아 오는 여명이 넘 아름답다
해 떠오르기 전 산책하러 나섰다
노적봉아래 안개 피어 오르며 산 허리를 감싼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산안개도 아름답다
조양천 둑따라 힘차게 걸었다
오늘은 그런대로 기분이 좋다
아침이 맑아서일까?
해오라기 몇 마리 논 가운데서 먹이 찾다가 날아 오른다
벼들이 클 땐 논은 해오라기 차지
간혹 논병아리가 보이긴 하지만
다른 새들은 논에서 먹을 걸 찾을 수 없다
덕실교 빈터에서 간단한 체조와 몸풀기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데 여름엔 뒤죽박죽
그래도 할 수 있는 대로 해보아야지
서울형님 전화
국수 잘 받았다며 맛있게 드시겠단다
별 것도 안니데 전화까지 주시고
항상 건강 하시라고
전샘과 봉업형님도 어제 받았다는 전화
작은 거지만 기분 좋으시다니 고맙다
사람은 어쩜 이런 작은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게 삶의 즐거움이 아닐까?
해가 떠오르니 더워지기 시작하여 금방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찌려나 보다
벼잎에 내린 이슬이 햇빛에 은빛처럼 반짝거린다
아침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게 행복하다
아산형님 집앞에서 아짐을 만났다
오랜만이라며 오늘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약속
그동안 아산형님네와 소원했던 것 같다
별 일도 아닌데 고집을 세웠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내가 먼저 풀자고 하는게 좋을 듯하다
아짐에게 팥 심은게 많이 자랐다고 하니 순을 한번 집어 주는 것도 괜찮다고
그럼 가지가 더 뻗는다고
팥도 순을 집어 주나 보다
고추밭을 둘러 보니 별 이상은 없다
그러나 참깨는 어제보다 몇그루가 더 시들었다
약을 해 주었건만 이미 병들어 버린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동물들을 챙겨주고 들어오니 집사람이 달걀 후라이를 해서 아침을 차려 놓았다
달걀후라이에 맛있게 한술
매일 달걀 하나를 먹는 것으로도 노인은 하루 단백질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기른 닭이 낳은거니까 더 좋겠지
그제 연못가를 베고 풀을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갈퀴를 가지고 내려가 풀을 긁어 나무밑에 쌓아 두었다
그대로 썩으면 거름 되겠다
솔밭에 심어 놓은 팥순을 집어 주었다
위로 새로 난 순만 집었다
이제 옆으로 가지를 더 뻗을까?
서리태콩이 풀속에 있길래 근처 풀을 좀 뽑아 주었다
서리태 콩을 삽목해 심었는데 크게 자라질 않는다
삽목해 심으면 어느 땅에서든 잘자란다고 하던데...
좀더 지켜보아야겠다
이렇게 자라지 않아도 콩만 많이 열린다면 내년엔 이 방법대로 심어야겠다
잠깐 일했는데 땀으로 목욕
들어 와 샤워하고 선풍기 틀고 침대에
더워 무얼 하기 어렵다
집사람이 아산아짐에게서 전화와 바빠서 오늘 점심은 못하겠다고 했단다
정말 바쁠까?
아직 형님이 마음을 풀지 못했나?
뭐 그렇담 별 수 없지
날씨 더워 무얼 하기 어렵다
그저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죽였다
집사람이 시원하게 국수 말아 먹잔다
더운날 찬 설탕물에 만 국수
제격이지
후적후적 맛있게 먹고나니 뒤처리는 당신 몫이란다
맛있는 국수 먹었으니 그 정도 당연하지
오늘은 바둑 모임 날
조사장에게 전화해 보니 치과 가야한다며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단톡방에 일찍 나올 분하고 올리니 재봉동생이 3시에 가잔다
재봉동생관 두어 볼만하다
오케이
그 시간에 만나자고
대강 오전 일을 정리
난 틈이 나는 대로 내가 했던 일을 기록해 둔다
저녁에 컴앞에 앉아 하루를 다 기억해 낸다는게 쉽지 않다
순간순간 여유 있을 때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 둔다
그러기에 내가 하루 있었던 일을 톡으로 보낼수 있는지 모르겠다
바둑휴게소에 가니 장사장과 덕산아재가 이미 와 있다
바둑 한 수 하겠냐 묻기에 재봉동생이 금방 온다고
재봉동생과 한수
선을 가려 내가 흑
기본적인 포석으로 운용하려는데 뛰어들어 난전으로 몰아간다
뛰어든 돌을 공격하며 집을 먼저 챙겨가니 백의 비세
또다시 뛰어들어 혼전으로
옆에서 관전하던 김상무가 재봉동생에게 곤마가 셋이면 이기기 힘들겠단다
백이 일방적으로 몰리니 흑은 웃으면서 실속만 챙겼다
결국 투석
별로 어렵지 않게 이겼다
지난번에도 바둑을 혼전으로 이끌더니 이 판도 그런 식
바둑두는 스타일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더니 인터넷 바둑을 많이 두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인터넷으로 두는 바둑은 대부분 속기
감각적으로 두다 보면 기본이 튼실하지 않는 한 엉뚱한 수를 많이 두게 된다
그러다 보면 스타일이 헝크러질 수가 있다
머리 아프다며 김상무와 두어보라고
내가 백걸친 수에 대해 협공을 해 되협공했더니 바로 전투가 벌어졌다
분명 내가 더 유리한데 아차하는 순간 내 돌이 몰렸다
살아는 났지만 그로 인해 이미 흑에게 큰 집을 허용해 백의 비세
계가하지 않고 돌을 거두었다
바둑이 이래서 어려운가 보다
다시 한판 더 두자고
이번엔 백
달려든 돌에 붙이지 않고 멀리 멀리
부딪히면 빌미를 준다
그러다 보니 흑이 답답한지 백돌에 직접 부딪혀 온다
이리저리 살피며 한집만 이기기로
몽땅 잡으러 들다보면 오히려 내가 잡힌다
몸부림치는 사람에겐 해볼 수 가 없다
저절로 제풀에 나가 떨어지게 만들어야한다
오늘은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결국 흑대마가 스스로 잡혀 불계승
이런저런 이야길 하려다 관 두었다
난 바둑 두고 나면 복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복기를 하면서 한수씩 배울 수 있는데...
갑자기 천둥치며 소나기가 세차게 내린다
오늘은 국지성 소나기 예보있던데 딱 들어 맞았다
소나기 내리니 더위도 한풀 꺾인 것같다
김사범님과 형수 조카 장사장도 왔다
모두들 편바둑 한판
난 김상무와 두어 빨리 끝냈지만 다른 분들은 아직
벌써 일곱시가 다 되간다
오늘은 내가 저녁사겠다며 막걸리 한잔하자고
수담 후 즐기는 주담이 재미있다
조사장이 치과에 들러 왔다
한판만 두고 막걸리 마시러 가잔다
날 따라 두니 바둑이 편하게 되었다
중반전 들어 흑 대마 하나 잡히니 백이 질 수 없는 바둑
그래도 손님 실수 바라고 계속 두어간다
이런 태도를 보면 분명 내가 한 수 위인 것같다
정확히 받아 주니 막걸리 한잔하고 와서 두잔다
호영동생 식당으로
오늘은 내가 쏜다고
그동안 동호인들에게 밥한끼 내지 않은 것 같다
나이든 나와 같이 놀아주니 밥과 술은 언제든 사야하는데...
술한잔 마시며 바둑 이야기
오늘 바둑 두는 건 실수가 많았다고
일단 내 돌부터 살고 난 후 공격해야한다고
이리저리 비틀리는 건 맞수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예전보다 오늘 수가 더 잘 보이는 것같다
맞수로 둔 사람들이 꼼짝 못했다
편바둑 한판 더 두자고
조사장과 두었다
조사장이 앞판을 져버리니 조심스럽게 두어간다
이번엔 내가 여기저기 휘저었다
한번 겁먹으면 다음 수 찾기가 어렵다
내가 흔드는 수를 따라 다니다 보니 흑은 이기기 힘들게 되었다
끝내기에서 백의 실수을 틈타 서너점을 잡고 죽었던 흑이 살아갔지만 판세는 이미 기울었다
조사장이 전번엔 일방적으로 자기가 이겼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져버린지 알 수없단다
지난번은 일부러 져 주었냐고 묻길래 그럴리 없고 오늘 따라 수가 잘 보인다고 했다
바둑을 두다보면 수가 잘 생각날 때가 있다
오늘은 두는 상대마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두어준다
그러다 보니 승률이 높을 수 밖에
용석동생이 바둑휴게소를 들렀다
날 보더니 막걸리 한잔 만 하잔다
용석동생은 이미 술이 취했는데...
그래도 나에게 꼭 한잔 사겠단다
저리 마시자는데 거절하기가
바둑을 끝내고 호영동생식당으로
막걸리 한병으로 셋이 나누었다
용석동생이 얼른 계산해 버린다
정많은 동생이다
다음엔 내가 한번 사주어야겠다
아홉시가 훌쩍 넘었다
재봉동생에게 얼른 들어 가자니
전소장과 장사장이 두는 바둑이 재미있다며 잠깐 구경하잔다
판을 보니 이미 전소장이 크게 졌다
전소장에게 진바둑이라며 다시 두는게 좋다고 하니 그렇지 않단다
끝까지 두어보아야한다고
아이구 그건 손님 실수 바라는 건데...
옆에서 관전하던 김사범님도 이미 틀렸다고 해도 막무가내
저럼 바둑이 늘지 않는다
뭐 할 수 있나 자기식대로 두는거지
재봉동생을 재촉해 우린 나와 버렸다
오늘 즐겁게 잘 놀았다
안개가 동네를 삼켰다
님이여!
오늘도 주변을 배려하며 조화로운 하루 만들어 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