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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너를 지웠다.
episode.2
뜨겁고 숨막히는 여름의 기운에, 불쾌지수가 끝도 없이 올라간다.
바글거리는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 찬 운동장에서, 인내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런 기분에서는 살 끝만 닿아도 살인 날 것 같았다. 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무더위 한가운데, 수험생을 운동장에 버려둔 선생은 시원한 그늘아래 몸을 눕히고 잠을 청했다.
학생들의 입에선 걸죽한 욕지거리가 흘러 나왔다.
낮잠에 빠진 선생쪽을 한 번 보고는, 슬며시 운동장을 벗어나 학교건물 뒤 그늘로 몸을 옮겼다.
서늘한 잔디에 주저 앉고는 눈을 감았다. 뜨거운 몸의 기운이 서늘한 잔디속으로 다 빨려들어가길 바랬다.
나른하게 감긴 눈 안에 가득찬 암흑. 젠장-
또 다시 그 거지같은 기억이 떠올라, 급하게 눈을 떴다. 춥지도 않은데 피부가 서늘해 지고 소름이 돋았다
빌어먹게도 좋은 기억력은, 아직도 나를 2주 전의 악몽속에 가둬놓고 있었다.
뇌 한 부분을 뜯어내서 그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잠이 들때면 그 장면들이 끝도 없이 되풀이 되었다.
폐공장, 여고생, 시체같은 움직임.
친구들과 함께 보던 야한영화 속에서는, 강간당하는 여자 스스로가 몸을 흔들며 성교 행위를 즐겼다.
하지만 실제는 처참했다. 강간은 섹스가 아니라, 폭력이자 살인이였다.
야하게 몸을 움직이는 창녀같은 여자는 그저 사람들의 성적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허상 일 뿐이였다.
나는 그 날 이후, 무리를 일방적으로 피해 다녔다.
유지환과 김상태를 제외하고 나에게 관심가지는 인간은 없었기에, 나는 그 두사람을 집중적으로 피해다녔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달리 친구가 없었지만, 쓸쓸한 기분 따위는 들지않았다.
쉬는 시간이면 걸레과 밀대냄새가 역하게 풍기는 화장실 청소 도구함에 몸을 숨겼고,
점심시간에는 그들로부터 가장 안전한 교무실로 갔다. 미뤄둔 반성문이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휴대폰이라는 것 조차 없는 내게, 그들이 접근할 방법은 전무했다.
매일 집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방문을 꽉 잠그는 일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스스로를 향한 위안은 시작된다. 나는 공범이 아니다, 나는 저들과 다르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이라고 위안하면 할수록,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를 탓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방관-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용납될 수 없는 짓이다. 하지만 내 자아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나는 2주간이나 그들을 피해 다녔다. 눈에 띄지 않는것은 이상하리만치 쉬웠다
자책감에 사로잡힌 멍청한 인간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 야! 한시윤. "
수업을 끝내는 종소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 야 임마! "
2주만이다. 짜증 가득한 김상태의 얼굴을 마주보는 것은-
아마, 나는 아주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 한시윤, 너 무슨 일 있냐? "
" 아니. "
" 근데, 왜그래? "
" 뭐가 "
모른 척 되물었지만,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은 나의 2주간의 잠적에 대해 묻고싶은 것이다.
" 내가 처리해주는것도 한계가 있어. 요즘 왜그러냐? "
" ...... "
" 너 지환이 새끼가 가만히 놔두는거라고 착각하지마. 그 새끼 돌기전에 니 자리로 와. "
" 내 자리는 원래 여기였어. "
내 말에 상태의 미간이 구겨졌다.
" 그거 무슨 뜻이냐? "
" 나는 유지환과 달라. 나는 더이상 세상에서 무서울것 없다는 듯, 그 새끼들과 뭉쳐다니는 짓거리따위 하지않을꺼야. "
" 나도 그 중 하나야. "
" .. 아주 잘알지. "
" 나랑도 끝이라는 거냐 ."
표정이 굳어진 상태의 곁을 스쳐 지났다. 대답하지 않아도 녀석이라면 답을 알 것이다
서늘했던 잔디와 그늘의 품에서 벗어나니, 뜨거운 햇살이 내리 쬐었다.
복도를 지나가면 흘깃 내려다 본 잔디밭에서, 상태는 내가 스쳐지났던 그 모양새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반으로 들어갔다. 친구를 잃는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였다
종례가 끝나기 전, 반을 빠져나와 학교 담장을 뛰어 넘었다.
옷을 털고 일어나니, 잔뜩 굳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유지환이 맞은편 벽에 기대 서있었다.
나는 잠시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어쨌거나 유지환은 나를 당황시키는 유일한 인물임에 틀림없었다.
한참후에야 말을 꺼냈다.
" ..왠일이야? "
나는 의식적으로 녀석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녀석은 내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녀석의 발소리가 들렸다.
녀석이 거의 닿을 듯 다가왔지만, 나는 녀석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잔뜩 경직되어 있는 내 어깨에, 갑자기 턱 하니 손하나가 올라왔다.
녀석을 바라 보았다.
" 잡았다. "
" ..... "
" 쥐새끼. "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유지환은 말했다.
" 가자. "
단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녀석은 내 팔을 꽉 붙잡고 걸었다.
내가 팔을 빼내려고 비틀수록 더 꽉 옥죄었고, 내가 걸음을 멈출 때 마다 더 빨리 걸어댔다.
말도 없이 10분이나 살을 대고 걸었다. 더운 여름에 녀석에게 팔을 붙잡혀 걷고 있자니, 팔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우리는 녀석의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있었다.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 지환아. "
팔을 비틀어대도 무시하던 녀석의 발걸음이 멈췄다.
녀석의 뒷통수를 보았다. 얼굴 잘난놈이 뒷통수까지 잘 생겼다
" 안 도망갈테니까, 일단 손부터 좀 놔줘. "
" 너, 왜 갑자기 날 무시하냐? "
동문서답. 이럴 때 쓰는 말이다
" 무슨 소리야?. "
" 캐묻지 않을테니, 그냥 조용히 입닥치고 따라와. "
그제서야 나는, 녀석이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지금 유 지환은 폭발 직전의 상태였다. 위험하다
내 팔에 끈덕지게 붙어있는 녀석의 팔을 물어 뜯었다.
갑자기 이빨을 세운 내게 당황했는지, 녀석은 내 팔에서 쉽게 손을 떼었다.
나는 바로 뒤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 멈춰. "
유 지환의 멈추라는 말에 더 빨리 걸었다. 잡히면 내 몸 어디 하나는 부러질게 틀림없었다.
내 빠른 걸음이 무색하게, 녀석은 단 몇 걸음 만에 내 어깨를 잡아 채었다.
나는 벌레 떼어놓 듯 그 손을 내쳤다.
그러자, 더 강한 악력으로 녀석은 내 어깨를 내리 눌렀다.
" 멈추라는 말 못들었냐? "
" 놔. "
" 못 들었냐고 내가 묻잖아!! "
" 그만 둬! "
" 뭘 그만둬. 좆도 아닌게 계속 날 무시하는데, 뭘 그만둬!! "
녀석의 고함소리에 지나가던 학생 하나가 움칠 하는게 보였다.
골목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 나 너 무시한 적 없어. "
" 하. 무시한적이 없어!? "
어이없다는 녀석의 되물음
난감함에 녀석의 눈을 피해,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사히 넘겨야 했다, 두려움을 떨치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 3학년 이잖아, 언제까지 양아치 짓 할 수도 없고. "
" ........."
" 대학도 가야되고, 미안하지만 이제 나는.. "
" 그 년이지? "
내 말을 자르고, 녀석이 끼어 들었다.
그 년?
" 그 년 돌려먹은 날부터 이러는 거잖아. 그 년 좋아해? 그래서 이러는거야?. "
악몽같던 기억이 다시금 눈 앞에 아른거린다.
" 아니야. "
" 왜 이렇게 쥐새끼 마냥 도망다니나 했더니. 뭐야, 결국 여자 때문이였어? "
" 아니라니까!! "
" 입 다물어. 나 지금 제정신 아니니까, 괜히 입 열어서 내 화 돋구는 짓 하지마. "
" 유지환! "
짜악 -
녀석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손이 날라왔다. 왼쪽 뺨이 얼얼했다
" 너... "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녀석은 다시 한번 손을 높이 들었다.
나는 있는 힘껏 녀석을 밀치고, 거리를 확보했다.
나는 이 곳에서 초상을 치루고 싶지 않았다.
유지환의 주먹이 뻗어올 타이밍을 재었다, 온 몸의 감각이 뻣뻣하게 서는 느낌이 들었다.
퍽.
날아 온 것은 주먹이 아닌 발이 였다. 재빨리 들어 막은 왼팔이 미친듯이 아려왔다.
" 잘하네. "
잘 막았다는 칭찬이냐, 빌어먹을 새끼.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리며 주먹을 풀었다.
확실히 싸울일이 없던 요즘은 감이 떨어졌다. 5분이나 제대로 버틸지 의문이였다
놈이 주먹을 뻗어왔다. 빠르다
상체를 숙여 주먹을 피하면서 발을 차 올렸다
하지만 되려 중심을 잡고 있던 나머지 발을 놈이 걷어차는 바람에 몸이 비틀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의 발이 내 턱을 차 올렸다.
턱을 맞고 뒤로 넘어갔던 몸을 재빨리 일으키곤 침을 뱉었다.
입안에 고인 피가 붉게 바닥을 물들였다. 힘이 들어간 턱이 무진장 아팠다
입안에서 혀를 굴려보니, 비릿한 피 맛이 났다.
순간 녀석이 주먹으로 왼쪽 얼굴을 제대로 때렸다. 내 뼈가 녀석의 주먹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제대로였다.
얼굴이 부어 오르는게 느껴 졌다.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 순간, 내 뻗던 녀석의 주먹이 멈췄다.
잠깐 주춤한다 싶더니, 멈췄던 주먹이 얼굴 정면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다시 나동그라지면서 입안으로 코피가 줄줄 새어 들어왔다. 이번 것은 제대로 맞았다
침을 삼키자, 목 안으로 코피가 들어왔다.
어느새 다가온 유지환은 내 머리채를 강하게 쥐어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쳐박았다.
나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바로 녀석의 발에 밟혔다.
녀석은 내 머리채를 잡고서 구석으로 질질 끌고 갔다. 그리고는 까끌한 전봇대에 계속해서 내 얼굴을 박았다.
싫증이 났는지 나를 바닥으로 던져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인 벽돌을 내 머리를 향해 던졌다.
식물인간이 되기는 싫었는지라 온 힘을 다 끌어서 몸을 틀었다. 간신히 피했다
최대한 몸을 사렸지만, 차라리 빨리 죽었으면 싶을 정도로 나를 작정하고 밟아댔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바닥에 버려진 깨진 유리를 들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 유지환이였다.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유 지환 (19)
한 시윤 (19)
김 상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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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진짜 많이 달아주셔서, 감동먹었습니다. 하아
내용 부실하지 않게 고치고 고쳐서, 성의있게 연재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댓글 달아주실꺼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염치없이죄송)
첫댓글 진짜 작가해보세요! 글 표현력이 세밀하면서 지나가는 이가 읽어도 빠르게 습득할 만큼의 표현력이 부러우면서 대단해요!
흐아.. 무섭네요 재미있어요~
이건꼭완결내주세요 ㅋㅋㅋ항상기대하고잇어요마니올려주세요~
지환이 ㄷㄷㄷ...재밌게 보고 갑니다.
헐 재밌어여!! 다음편도 빨리 보구싶어여!!!
설마-_-;; 시윤이는 주인공이니까 벌써 죽지는 않겠죠? 무섭다-0ㅠ 애잡겄다 지환아!!!
저도 마이너스통장님과 같은생각!!!!!!!! 너무 기다렸어요 ㅠ 나 이런 분위기좋아 ㅋㅋ빨리 올려주세용+_+
왜 이제야 올렷어요? 소설이 넘 잼있어서 기다렸는데 ... 암튼 담편두 넘 기대돼요 빨리 올려주실거죠 ...왕기대 ...
살,,,,벌해...
헐대박,.. 뭐이런 자식이 다있어?헐헐ㅋㅋㅋㅋㅋ
젬있게 보고가요...
지환아 정신을 차리렴!!!!!!!++
지환이 완전 빡돌앗군 ,,,,,,!!! 시윤아 괜찬니?? ㅠㅠ
헐.. 미치겠다.. 괴롭히는게 사랑표현방법인가?? 저거 질투하는거 맞죠?? 담편 너무 기대된다..
시윤이 어쩐다니.................. 시윤이 대박 불쌍해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지환아 안돼...ㅠㅠㅠ 유리조각은 내려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읽으면서느낀건데요처음에도정말잔인할정도로너무하다고생각했는데도대체왜저러는거죠??지환이시점으로는안나오나요??ㅜㅜ이해할래야이해할수가없는것같아요왜저러는지궁금해죽겠어요!ㅜㅜ
유지환시점의 외전을 쓰긴 할텐데, 아마도 완결 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토리구상은 해놨지만, 일단 내용 전개 상 외전이 들어가버리면 시윤의 시점으로 보시던 독자분들의 이해 흐름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요. 꼭 외전넣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아 안돼안돼
오우~지환이 너무 살벌한데요??ㅠㅜ 정말 나쁜남자군요ㅠㅜ
쿨 ~ 역시 ~ 기다림 뒤에는 달콤함을 주시네요 !! >.<
진..진짜 재밌어요. 지환이 무서운데..무서운데도 매력있네요 아.... 심장이 쿵쾅쿵쾅 합니다 읍컭.... 저거슨 사랑인가 집착인가... 너무재밌네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ㅠㅠㅠㅠ
아...!! 지환이 죽일려고 하는건 아니겠죠..?ㅠㅠ 담편 빨리 써주세요..!!
헐대박.............................기대되요ㅜㅜㅜ빨리올려주세용 ㅋㅋ
니뮤ㅜㅠ저기억하세요!!!오랫동안기다렸는데!!!그들입니다^^
댓글을 달까 말까 하다가, 기억한다는 걸 티내기 위해 댓글을 답니다. 쑥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