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후기도 이 글을 포함해서 3번이면 끝이 난다.
어떤이는 글이 별로 재미가 없어 그저 그렇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기도 싫어지고, 쓰면서도 나의 한계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러나 내가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니고 그냥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 뿐이라서
꼭 재미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자위해본다.ㅎㅎ
어제 오후에는 산청읍을 둘러보며 쉼과 힐링을 얻었다.
오늘 걷는 코스가 이번 둘레길에서 아마도 가장 힘든 코스일 듯해서 번개 김 회장이 배려를 한 듯하다.
성심원에서 출발한다.
성심원은 천주교 프란치스코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지난 60여년간 한센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랑의 공동체이란다.
오늘도 황 신입은 김 회장이 근접 지도(?)를 담당했다.ㅎ
출발과 동시에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다.
산이 높은 것인지 깊은 것인지 아침 안개가 우리를 반긴다.
금방이라도 반달곰이 나타날 듯한 분위기이다.
나는 뒷처진다 싶으면 야생화를 담느라 그랬다고 둘러댄다.ㅎㅎ
배풍등의 빨간 열매가 먹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한다.
꽃향유가 무리지어 피어 있다.
어떤 이들이 지나가면서 "어머 배초향(방아)이다!"한다.
하기야 배초향과 많이 닮아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ㅎ
오늘 오르는 산이 웅석봉이다.
이름 자체에서 곰이 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래야 곰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웅석봉이란다.ㅎㅎ
<산>과 <봉>이 어떻게 다르지?하고 물었더니
황 신입이 "산은 산이요, 봉은 봉이로다!"라고 선문답을 한다.ㅎㅎ
계곡을 건너는 모습을 담겠다고 서두르다 내가 물에 빠질 뻔했다.
그래도 카메라는 잘 지켰다.ㅎ
건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빠지길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실망했다.ㅎㅎㅎ
한 여름만 같아도 이 계곡 물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다.ㅎㅎ
혹시 아나? 선녀가 숨어서 보고 있다가 반해서 나올지?ㅎㅎㅎ
해발 1,000m에 가까운 웅석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경사가 가파르다.
번개 김 회장은 웬만해서는 휴식에 저리 엉덩이 깔고 쉬지 않는데 힘들긴 하나보다.ㅎ
나는 그런 쉴 틈도 없는데...ㅎ
주변에 빨갛게 물든 단풍이 있었지만 힘드니까 눈에 보일리가 없다.ㅎㅎ
아는 사람만 보이는 야생화가 반가이 맞이한다.
힘들다는 말은 못하고 그냥 야생화를 담는 척 주저앉아 휴식을 취한다.ㅎㅎ
단풍취와 용담이다.
자연산으로 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웅석봉 정상이 가까워 올수록 그 경사가 더 심해지면서 입에서 단내가 난다.
앉아있는 김 회장 뒤로 공제선이 보인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
좀 더 힘을 내본다.
카메라도 힘들었는지 언제 어떻게 찍혔는지 모르겠지만 뱅뱅 돈다.
저 모습이 지금의 내 몸의 상태일 듯하다.ㅎㅎ
드디어 정상이다.
엇! 그런데 여기까지 차가 올라왔다.
차가 올 수 있는 곳을 우리는 그렇게 힘들게 올라왔단 말인가?
어쩐지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ㅎㅎ
저 멀리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겠지?ㅎ
다행히 중턱으로 둘레길이 잘 되어있다.
어느 둘레길 걷는 사람의 블로그를 보니 여기 정상에 야생화가 많이 있다고 해서 기대를 했다.
정상 주변에 잘 볼 수 없는 야생화들이 보인다.
심봤다! 하고 외치고는 다른 사람들은 쉴 때 부지런히 주변을 돌아다녔다.
자주쓴풀!
이 꽃을 그렇게 한번 보고 싶었었는데 이곳에서는 눈만 돌리면 흔한 풀처럼 보인다.
접사렌즈를 가지고 오지 못한게 많이 아쉬웠다.
수리취도 보이고 이 시기에 엉컹퀴가 피어 있다.
용담은 너무 흔하게 보이는 야생화가 되었다.ㅎ
용담보다는 웅담을 보고 싶었는데...ㅎㅎ
어떤 아줌씨들이 이곳까지 야생화를 담으러 왔단다.
그 중에 흰용담을 찾고 있었는데 위에서 봤다고 자랑이다.
행여 내려오는 길에 볼 수 있을까?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천남성 열매가 보기에도 섬뜻한 모습이다.
극약으로 쓰이는 녀석이라서 좀 무섭기도 하다.ㅎㅎ
웅석봉을 올라올 때는 힘들어서 보이지 않던 단풍이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모두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담아주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여도 이런 풍경에는 어린아이가 되나 보다.ㅎㅎㅎ
힘들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아침에 산청에서 출발할 때 싸온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꿀맛이다.ㅎㅎ
나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이런 모습을 담겠다고 왔다 갔다 하는데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밥이나 먹으란다.
쓸데없는 짓....
그게 문제이긴 하다.ㅎ
식사 후에 전장 정리를 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저기 폼이 요상한 황 신입의 전장정리 모습이 특이하다.
부관은 저리 하나보다.ㅎㅎㅎ
배도 부르겠다, 평평한 내리막길이니 휘파람 소리가 절로 난다.
저 뒤로 보이는 웅석산(1,099m )의 중턱을 넘었다.
칠순들이 참 대단하다.ㅎ
내려오는 길의 풍경이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니 멋지다.
어느 집 처마에 걸려있는 곶감이 따뜻한 햇볕에 잘 말려지고 있다.
오늘 종점인 운리 근방에 내려오니 두 개의 삼층석탑이 보인다.
단속사지(斷俗寺址)
사지(四肢)를 단속(團束)하라는 것인가?ㅎㅎ
하기야 예로부터 손발을 조심하라고 하긴 했는데...
오지(五肢)였던가?ㅎㅎㅎ
속세와 단절하라는 말인 듯한데...
옛날에 이런 곳에 사찰이 있었다면 속세와 단절하지 말라고 해도 단절되었을 듯하다.ㅎㅎ
통일신라 시대 경덕왕(재위 742~765년) 때 창건한 사찰이란다.
1,200여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어 온 게 대단하다.
참 힘들었던 코스에 뒤를 돌아보며 1,200여년의 세월을 견디어 온 단속사 터를 바라보고
칠순 이후 우리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본다.
어디 사우나라도 가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가 보고 싶어진다.
오늘까지 산청에서 지내고 내일은 이번 둘레길 마지막 숙박장소인 덕산으로 이동한다.
전반기 지리산 둘레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듯하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우리의 주작가님이 後記 펜을 꺾으셨나? 했더랬어요....
반갑고 고맙습니다!
힘들게 넘었던 웅석산이 반추되네요.....그래도 산청읍내에서 기거할때가 좋았었는데 설설 하동으로 넘어가는군요!
제2차 지리산 도전일정이 구체화되는 싯점에~~~~마무리가 기대됩니다!
식물학자와 등산객의 조합이 빛납니다
단내가 나는 코스다. 지리산 둘레길 22개 구간 중에서도 가장 험난하고 가파르다.
지난해 알프스 몽블랑 산 둘레길(TMB)에서 2000~3000m 고지를 오르내리던 경험보다
훨씬 더 힘들고 도전적인 코스다. 이것이 우리 산의 매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 발로 걷는 우리보다 두 발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주 작가를
다음 2차 지리산둘레길에서 따라가려면, 체력 단련에 더욱 힘써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