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와서 시원하지만 제가 무더위에 땀나는 산행기만 올려서 죄송한 마음에
출장 중에 시원하고도 재미있었든 얘기를 한번 해 하겠습니다.
제가 산행기만 글을 올리다 보니까 너는 노상 할 얘기가 등산얘기 밖에 없느냐는 일부 농암사랑님 들의 지탄(?)을 받아 이번에는 예전에 손으로 은어 잡은 얘기를1,2,3편으로 나누어서 해 보겠습니다.
동해 바다에 연결된 강은 거의 모든 강으로 은어가 올라옵니다.
은어는 강 상류에서 부화한 후 치어 때 겨울에 바다로 내려가 겨울을 바다에서 보냅니다.
바다에서 겨울을 보낸 어린 은어는 봄에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기 시작하여 계속 자라면서 상류로 올라가지요. 어른이 거의 다 된 가을철에 강 상류에 산란을 마치고 죽는 1년생 물고기입니다. 즉 강 상류로 계속 올라오면서 크는 거지요.
때는 80년대 후반쯤인지 90년대 초반쯤인지 15-6년 전의 어느 봄날로 기억 됩니다.
경북울진의 왕피천 은 성류굴과 더불어 맑은 물과 뛰어난 경치로 유명하지요.
이 왕피천 부근으로 직원3명과 함께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왕피천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서 닭백숙과 은어 회 한 접시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은어회 중간짜리 회 한 접시를 주문해서 먹는데 은어 열 댓 마리가 될까 말까한 양이더군요. 장정 네 명이서 썰어놓은 은어 열 댓 마리 그 까짓 꺼 어느 입에 부칩니까?
정말 맛만 본 거지요.
그때는 은어가 무척 비쌌습니다.
그 당시 은어회 한 접시가 소: 2만원, 중: 3만원, 대: 4만원정도 한 걸로 기억됩니다.
얼마 되지 않는 은어 회를 먹어서 조금은 아쉬운 식사를 한 후 바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요.
바깥경치를 감상하는 중에 은어가 어도를 통해서 새카맣게 떼를 지어 상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신기해서 우리는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아휴 저게 돈이 얼마야??" 하고 한탄(?)을 했지요.
잠시 후 누군가가 제 팔뚝을 툭툭 치면서 조그만 목소리로 “과장님, 저기 좀 보세요. 저기…….하는 겁니다.
내가 ”뭘…….하면서 얼굴을 보니까.
이친구가 보 막아놓은 아래쪽을 가리키며 저기요. 저기……. 반짝이는 것 좀 보세요…….하는 겁니다.
나는 처음에는 그게 햇빛인줄만 알고 그냥 지나쳐 봤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햇빛이 아니라 상류로 올라갈려는 수없이 많은 반짝이는 은어 떼였습니다.
그러니까 물을 막아놓은 보가 길이가 약 200여 미터,높이가 약 2미터 정도 되는데 한쪽에만 어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어도로 가는 물고기도 많지만 보위로 물이 찰랑찰랑하게 흐르니까,
물고기의 습성상 물이 내려오는 곳은 다 올라 갈 곳인 줄 알고 약 2미터 높이의 보를 올라가겠다고 그곳에서 수많은 은어들이 애처롭게 계속 노력을 하는 중인 겁니다.
“그래…….저거야…….” 우리는 동시에 소리를 치고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아간 후 각자 비닐종이와 차에 있는 세차할 때 쓰는 노란 낚시물통(바게쓰 반 정도 되는 끈 달린 비닐 용기: 약 5L정도 될 껍니다)을 들고 보로 달려갔지요.
가 보니 은어가 물이 깊은 곳으로 도망을 갈려고 해서 한편으로는 막고, 한편으로는 손으로 잡는다, 발로 물이 없는 곳으로 차낸다, 비닐로 덮고…….뭐 난리 법석을 떨며 물고기를 잡았지요.
물고기를 봉지나 용기에 담을 시간이 없습니다.
무조건 물이 없는 곳으로 던지거나 퍼내야했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은어란 물고기가 정말 화살처럼 빠릅니다.
피라미 정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릅니다.피라미는 물고기 형상이라도 보이지만 은어는 뭐가 새까만 색깔이 그냥 휙 하고 지나갑니다.
어쨌거나 그 긴 보 막아놓은 밑의 평평한 콘크리트 바닥에 물이 깊은 곳은 발목 정도, 얕은 곳은 2-3센티 정도 되는데…….
하여간 물이 있는 곳은 은어가 까맣게 몰려 있다가 우리가 잡으러 가면 우왕좌왕 하다가 몇 마리만 잡히고 거의가 도망을 가지요.
나중에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비닐봉지를 팔에 둘둘 감고는 무조건 물이고 뭐고 옆으로 훑어서 물이 없는 곳으로 퍼냈지요.
약 삼십분 정도 난리 법석을 떨며 잡은 은어를 모아 보니까 낚시 물통에 거의 삼분의 이쯤이나 잡았더군요.
돈으로 치면 백만 원어치도 훨씬 더 되는 양입니다.
그래서 일이고 뭐고 우선 먹고 보자 하고는 초장에, 야채에, 소주를 사와서는 입에서 비린내가 날 때까지 은어 회를 원 없이 먹었습니다.
그렇게 네 명이서 실컷 먹고도 아직도 잡은 은어는 양이 줄지도 않고 그냥 있는 겁니다.
이 귀한 물고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은어는 성질이 급해서 잡자마자 죽습니다. 또한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어떻게 조치를 빨리 취해야만 하지요.
2편에 계속…….
첫댓글 산사랑님 누구 약 올립니까? 아니 입에서 비린내가 날 때까지 잡수셨어요? 목젖 빠지것네 ㅎㅎㅎㅎㅎ~~~~~~`
등고선님~~~또 먹고싶답니다..ㅎㅎㅎ 지금도 여전히 은어가 비싸더군요..그리 비쌀 이유가 없지 싶은데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