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기도 잘하기 위하여
1. 묵상기도를 잘 하려면
침묵 중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영성적으로 성숙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묵상기도입니다.
묵상기도를 잘하려면 우리의 의식이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상 생활 중에 외적인 세계를 향해있던 우리의 정신이 외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하느님이 현존하시는 내적인 세계로 향하는 정도에 따라 묵상기도가 좌우됩니다.
묵상기도 시간은 내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정담을 나누는 만남의 시간이고 그분이 주시는 평화와 기쁨을 맛보고 보다 힘차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간입니다.
묵상기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묵상기도에 깊이 잠기고 맛들이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합니다.
(1) 기도 장소
묵상기도를 할 때에는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기도에 깊이 잠길 수 있는 장소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묵상기로를 할 때는 가능한 한 같은 장소에서 계속하십시오. 책상 위에 십자가, 성상, 성화, 촛불 등을 준비하고 책상 앞에 앉아서 기도하는 것도 좋고 성당에서 묵상기도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2) 기도 시간
묵상기도를 잘 하려면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시간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간은 매일 일정한 시간으로 미리 계획해 놓아야 하고, 주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사는 마음으로 자기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여겨야 합니다. 묵상에 몰입하기 위하여 묵상시간 동안 전화기를 끄는 것이 좋습니다. 묵상이 잘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정한 묵상시간은 반드시 채우도록 힘써야 합니다. 묵상이 잘 안될 때에는 오히려 몇 분 더 묵상을 함으로써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물리쳐야 합니다.
(3) 기도 자세
묵상기도의 자세는 육체에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며 기도에 몰입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루바닥이나 방바닥에 다리를 교차시켜 앉는 정좌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방석을 깔고 등을 똑바로 세워 벽에 붙이고 앉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손을 무릎이나 넓적다리 위에 편안하게 올려놓고 손가락의 힘을 빼고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자에 앉아 묵상할 때, 등은 바르게 세워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고 다리는 어깨넓이로 자연스럽게 벌려 바르고 편안하며 가장 자연스런 자세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편안하여 졸음이 오는 안락의자보다는 등받이가 있는 나무 의자가 더 좋습니다.
묵상시간에 잠을 자는 일이 습관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졸음이 오면 다시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고 눈을 떠 묵상할 교재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습니다.
2. 묵상기도의 구성
(1) 준비부분 : 잠심 → 하느님 현존 의식 → 묵상 준비 기도
가. 잠심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고 고요히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작업)
첫째, 눈을 감는 것이 잠심에 이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묵상책이나 성화, 감실, 성물 등 묵상에 도움을 주는 자료를 볼 때에는 눈을 뜨고, 그 밖에 우리의 의식을 외적인 활동세계에 머물게하여 묵상에 방해를 주는 것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호흡은 우리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잠심에 이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묵상기도를 할 때에는 평상시의 호흡보다 더 깊고 느리게 호흡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잠심에 이르려면 육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어야 합니다. 육체적인 긴장을 푼다는 것은 온몸의 힘을 빼고 근육전체를 이완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정신적인 긴장을 푼다는 것은 마음에 걸리는 모든 걱정이나 고민, 나쁜 생각, 잡념 따위를 없애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넷째, 잠심에 이르려면 육체적, 정신적 긴장을 푼 뒤에 정신이 집중될 만한 고요한 분위기를 만드십시오.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조용히 눈을 감고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기도자세를 취하고 긴장을 푼 뒤 눈을 감고 자신의 심장 고동에 정신을 쏟아보십시오.
잠심에 이르기 위하여 육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고 자신을 비우고 정신이 집중될 만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분으로 자신을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나. 하느님 현존 의식
하느님 현존 의식에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중 한 가지만 소개합니다.
① 편한 자세로 바르게 앉습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②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이 마음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내려간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맨 위층에서 한 층 한 층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마음 속으로 더욱 더 깊이 내려간다고 상상합니다.
③ 다음의 성서 구절을 묵상하면서 주님께서 내 안에 계심을 의식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 56),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1코린 3, 16),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까? 깨닫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실격자입니다’(2코린 13, 5),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20).
④ 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그분의 현존을 보다 깊이 인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내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의식하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얼마 동안 그냥 주님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 묵상 준비 기도
하느님의 현존을 인식했을 때 저절로 흘러나오는 행위는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묵상기도를 잘 하는 데 필요한 은혜를 청하십시오. 주님께서 오늘 묵상을 인도해 주시기를 청하고, 오늘 읽고 묵상한 내용 중에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고 깨우쳐 주시려는 부분이 내 마음에 깊이 들어 오도록 해달라고 청하십시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묵상의 초보자들을 위하여 한 가지씩 차례대로 설명한 것이지 그 순서대로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위의 순서대로 하지 않고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긴장을 풀고 잠심으로 들어가 준비 기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묵상기도의 초보자는 준비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비록 묵상기도의 준비 부분에 묵상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묵상 훈련을 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묵상 준비 방법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묵상재료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고 묵상주제를 생각하며 잠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곧 어제 저녁에 읽은 묵상주제를 생각하며 묵상을 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교재 내용을 전날 저녁에 읽고 잠자리에 드는 훈련을 해보십시오.
(2) 본 부분(묵상)
잠심으로 들어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묵상에 필요한 은혜를 청한 후 선택한 주제를 묵상합니다. 주제가 선정되지 않은 경우 교재를 읽으면서 주제를 택하여 묵상합니다. 묵상이란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몰두하여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하느님과 관계된 일에 대한 생각에 잠기는 것을 말합니다.
묵상 방법은 다양하지만 성독서(렉시오디비나)법에 의한 한 가지만 소개합니다.
초기의 수도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시간씩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에 잠겼고 기도하면서 성경을 읽었는데 이를 렉시오디비나라고 합니다.
위의 ‘준비부분’에서 소개한 묵상 준비를 하고,
①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재를 천천히 읽으면서 교재의 내용 가운데서 기도할 주제를 발견하거나 자신의 생활지침을 발견하면 잠시 멈추어 그 내용을 음미하면서 이에 응답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② 묵상과 기도가 끝나면 다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재를 읽고 마음에 깊이 들어오는 부분이 있으면 잠시 멈추어 그 내용을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③ 위와 같은 방법으로 반복하여 교재를 끝까지 읽으면서 묵상기도를 바칩니다. 교재를 읽을 때는 교재를 읽는 목적이 기도의 소재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활지침을 찾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마십시오.
(3) 맺음 부분
첫째, 지금까지 한 묵상을 다시 돌이켜봅니다. 묵상준비는 잘 했는가, 오늘 묵상중에 새롭게 깨달은 점이나 주님께서 내게 주신 감동은 무엇인가, 내가 꼭 기억해야할 주님의 말씀은 무엇인가, 등등등
둘째, 묵상의 열매를 거두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결심을 하거나 마음에 새겨야 할 말씀과 오늘 하루 생활 속에서 지속시킬 묵상 내용을 마음에 새기는 것입니다.
셋째, 오늘 묵상을 이끌어 주시고 여러 가지 깨우침을 주심에 감사하는 기도와 오늘의 결심을 실천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합니다.
묵상기도를 마친 뒤에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 오늘 묵상 중에 얻은 열매를 상기하면서 실천해야 합니다. 참된 기도는 삶을 변화시킵니다. 묵상을 한 후 그날 묵상에서 느낀 것이나 결심을 기록한다면 앞으로의 영성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묵상에 깊이 잠겼다가 그 묵상을 마칠 때에는 서서히 마칩니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의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활동 세계로 옮겨갈 때는 서서히 옮겨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위 내용은 한국가톨릭협의에서 발행한 ‘성령세미나를 위한 성서공부와 매일묵상’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
작성자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노경호
첫댓글 실비아메이님, 저는 성당 맨앞자리에서 무릎꿇고 하거나 성체조배실에서 혼자 기도하는게 최고로 집중이 잘되더라구요.
이 카페의 밀린글을 읽을려니 끝도 없네요..정말로 글도 티끌모아 태산인거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육간의 건강하심을 비옵니다...
감사합니다....

펌해갑니다.
저희 압량본당과 하늘방에도 글씨 포인트를 크게 해서
묵상하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