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 사립대들 입학전형 ‘멋대로 뒤집기’ 수능·학생부 반영비율 등 입맛대로 오락가락 정보력 싸움 양상…부모 여력 따라 유불리 갈려 교사도 혼란…대학쪽 “더 바꾸고 싶었다” 불평 경기도 부천시의 한 고교 3학년 김아무개(18)양은 최근 진학을 희망하는 서울 소재 3개 대학의 대입 전형계획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양은 지난 3월 3개 대학이 주최하는 입시설명회에 모두 참석해 전형계획을 듣고, 그에 따라 지원 계획을 짜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3개 대학은 기존 전형을 없애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생부 등의 반영 비율을 바꾸는 등 두달 사이에 전형계획을 변경했다. 동급생 친구들도 고개를 내젓고, 고3 담임이나 진학담당 교사들은 “또 바뀔지 모르니 6~7월에 가서나 알아보라”며 체념하고 있다고 한다. “수시 지원 가능 횟수가 6회로 제한되면서, 대학들 입장에서 최대한 많은 학생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형계획을 변경한 모양인데, 준비하는 수험생 처지에선 너무 당혹스럽죠.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하면 입시가 더더욱 정보력 싸움이 되고, 부모의 도움을 많이 받는 서울 강남 등의 학생들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대학들이 2013학년도 수시모집을 석달 앞두고 대입 전형계획을 무더기로 변경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사실상 수수방관하면서 애꿎은 수험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대학별로 보면, 한국외대는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HUFS 미네르바 전형’과 ‘21세기 인재 전형’을 ‘HUFS 글로벌 인재 전형’으로 통합한 뒤, 선발 방법도 ‘면접 100%’에서 ‘학생부 9%+면접 70%+기타 21%’로 바꿨다. 국민대도 수시 2차 일반전형에서 ‘교과성적우수자 전형’과 ‘이공계과목우수자 전형’을 ‘교과성적우수자 전형’으로 통합했다. 또 ‘모집정원 30% 우선 선발’을 새로 도입하고 우선 선발 대상자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1개 이상 1등급 이내’로 설정했다. 수능 우수 학생을 ‘입도선매’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 학생 “‘입시 컨설팅’ 받을까 고민” 이 때문에 뭉칫돈을 주고 사교육 기관의 ‘입시 컨설팅’을 찾는 학생들도 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대학에 가고자 하는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3학년 김아무개(18)양도 희망 대학 가운데 일부가 전형을 폐지하거나 전형 일정을 갑자기 바꿨다고 했다. 게다가 한 대학은 아직 전형 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양은 “같은 반의 한 친구는 대학에서 계획에 없던 영어시험 점수를 요구해와 황당해하고 있다”며 “요즘 두어번 입시 관련 상담을 해주고 100만원 정도 받는 ‘입시 컨설팅’이 유행이라고 해서 얼마 전까지 그 컨설팅을 받아볼까 고민도 해봤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의 한 고교 3학년 송아무개(18)양도 “지난 3월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나온 점수를 기준으로 희망 대학과 그 대학의 입학 가능 추정 점수를 견줄 수밖에 없는데, 입시요강이 많이 바뀌어 모두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주변의 성적 중상위권 친구들이 하나둘씩 입시 컨설팅 업체를 찾아가 수시나 입학사정관제를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물어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교사 “학생들 점수 맞추기 진학 권할 수밖에” 교사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 ㅍ고의 진학정보부장 교사는 “지난해에는 이맘때면 이미 구체적인 대학별 전형계획을 취합해 교실에 게시했는데, 올해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대학도 많고 여러 가지 변경된 대학도 있어서 교사들이 방향 설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수시 지원 가능 횟수가 6회로 제한되면서 학생들이 진학 가능성을 정확하게 진단하겠다며 외부 입시기관을 찾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서울 ㄷ고의 한 고3 담임교사는 “중상위권 이상 대학들이 갑자기 전형을 변경하면서 중하위권 대학들의 학생 유치를 훼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럴 경우 학생들과 상담을 할 때, 학생의 적성이나 특기, 희망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무조건 점수나 수준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라고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학 “전형계획 더 바꾸고 싶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들은 전형계획을 더 많이 바꾸지 못했다며 여전히 “대교협의 규제가 너무 깐깐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원 고려대 입학처장은 “대입 전형계획 변경은 전형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자체 연구를 거쳐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고, 더 많이 바꾸려고 계획을 짜고 3월 입시설명회에서 그런 취지도 설명했지만 대교협 심의 때문에 조금밖에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시 혼란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연구와 절차를 거쳐서 대학이 바꾸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대교협의 ‘거북이 행정’을 탓하는 대학도 있었다. 성균관대 입학관리팀 관계자는 “‘성균 인재 전형’은 한번 지원하면 세개의 전형을 한꺼번에 응시할 수 있는 통합전형이었는데, 대교협에서 3월23일에야 통합전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문을 내려보내 전형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