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 명절을 앞둔
만보의 하루
2019년 1월 31일(목)
● 하나 / 아버지 고향 공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내 아버지가 잠들어 계시는 아버지의 고향 충남 공주를 찾는다.
(06:30)
망향휴게소에 들러 소고기 장국으로 아침을 먹는데 ~ 문득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가 생전에 고향에 가고 싶다고 하셨을 때 모시고 가며 ~ 이곳 망향휴게소에 꼭 들렸던 추억이 서려있기 때문일 게다.
공주에 도착해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을 내는데 담당자 이름을 본 순간 살며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분명 공주에서 태어났다고 짐작케 하며 그의 부모님이 지어주신 그 이름에 담긴 뜻이 눈길을 끌게 했다.
(07:40)
이윽고 아버지 고향에 도착해 산소에 올라갔다. 아버지가 생전에 남기신 말씀에 따라 커피 한 잔 올리고 지금 우리 가족에 대한 사는 이야기를 고했으며, 생전에 하지 못했던 말들도 살며시 고백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생전 할머니와 아버지의 모습
● 둘 / 공주 큰아버지
(08:50)
공주 시내에 살고 계시는 큰아버지를 찾아뵈었다. 올해 연세가 89세. 9년 전 대장암을 어렵사리 극복을 하시고 그런대로 생활을 하셨는데 / 요즘 들어서는 부쩍 기력이 쇠약해져서 약을 의지해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하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큰아버지 당신의 자식 3남 4녀 중 막내 아들인 늦둥이(46세) KH가 모시며 효를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KH의 아내가 있기에 가능한 그저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거기에 더해 자폐증을 가진 올케도 챙기며 함께 살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위에 언급한
큰집 사촌 남동생 KH와
제수씨의 결혼식 날 모습
물론 당시 사진 촬영 만보
이렇게 착한 제수씨는 베트남 출신으로 머나먼 타국땅에 와 결혼과 함께 다문화 가정을 이루었으며, 떡두꺼비 같은 두 아들을 쑥 낳아 잘 기르고 있으니 ▼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뿐이다.
박찬호의 모교인 공주고교
그 말 많았던 선동열 감독 후임에 김경문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국가대표 감독은 모든 야구인이 바라는 최고의 명예다. 하지만 잘해야 본전인 그 존재 자체가 부정 당했다. 잘못은 지적받아 마땅하나 정도껏 해야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언론과 방송을 통해 모두가 다 아는 그 상황인 만큼 / 이 이야기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 셋 / 마곡사 백범 명상길
(10:50)
장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청양으로 가는 길에 태화산 마곡사(麻谷寺)에 먼저 들렀다. 만보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한 시테크 개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함이다.
태화산은 공주시에서 서북쪽으로 24km 지점에 있는 산으로 산의 이름보다는 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 마곡사가 훨씬 더 유명하다.
마곡사 백범 명상길
코스 / 약 10km (잰걸음)
소요시간 / 3시간 10분
마곡사 주차장 → 마곡사 → 한국문화연수원 → 나발봉 → 활인봉 → 백련암 → 마곡사천연송림욕장 → 마곡사 → 마곡사 주차장 (원점회귀)
마곡사(麻谷寺)는 정감록에 전해지는 십승지(十勝地)의 한 곳으로 오묘한 전설과 국보급 보물을 소재하고 있으며, 백범 김구 선생이 이곳에서 은신 생활을 할 때 산책을 즐겼던 '솔바람 길'(백범 명상길)이 조성되어 있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나발봉(417m)
혼자서도 참 잘 놀아요.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는 것. 때로는 혼자서 ~ 그냥 발길 닿는 곳 ~ 마음 내키는 곳으로 향하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그것을 마음 속에 품고 걸으며 해결책을 찾곤 한다.
활인봉(423m)
(14:00)
세계유산도시 공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천년고찰 마곡사(麻谷寺) 백범 명상길을 걸으며 그 느낌이 좋았던 만큼 ~ 기분 좋은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 바로 앞에 위치한 중국집에서 자장면 곱빼기를 주문해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근데 양이 장난이 아니다.
완전 곱곱빼기인 느낌이 들 정도로 푸짐했으며, 맛도 짜지 않고 ~ 달지 않고 ~ 정말 좋았기에 유난을 떠는 이유다.
● 넷 / 청양 장모님
(14:50)
'콩밭 메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 젖는다'라는 대중가요 노랫말이 떠오르는 '칠갑산의 무대' 청양 처갓집에 도착했다.
나의 장모님.
100세 시대를 향한 95세라는 고령의 연세가 말해 주듯이 ~ 완전 백발의 머리에 ~ 얼굴엔 깊게 패인 주름이 가득하다. 그러나 기억력은 별 문제가 없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배를 드리고 ~ 덕담을 나누며 ~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장모님은 "내가 빨리 죽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신다. 하지만 그거야 뭐 늘 그러셨던 것처럼 그저 말버릇이겠거니 하고 만다.
● 다섯 / 일구 형님
(海印定)
(15:40)
옛 직장 선배인 일구 형님이 새로 마련한 전원주택(별장) 해인정에 도착해 차 한 잔 마시고 바로 작업복을 갈아 입고 형님을 도와 땅을 평평하게 고른다. (해미읍성 인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 사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부러운 것 중에 하나가 누군가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또한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그런 말이 있지만 ~ 그냥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 내 분수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암튼 난 일구 형님을 통한 이곳 해인정(海印定)이 곧 내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뿐이다. 하긴 '착각은 자유'라고 했다. 그래서 좋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도를 지킬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때를 놓칠세라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연신 카메라에 주워 담았다.
사람이 좋다.
사람이 재산이다.
만보는 머리가 똑똑하지 않다.
그러나 유별나게 사람 냄새를
좋아한다.
● 부 록
일구 형님이 이곳 해미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게 된 것은 경기도 양주시 일영에 가지고 있었던 농장(일구농장)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일구농장 그때 그 당시에 만보와 동백이는 주말을 이용해 농사를 10년 넘게 지었었다. 물론 일구 형님 부부와 함께 했던 좋은 추억이 많았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김장을 담그며 돈독한 정을 쌓았던 것에 대한 일구 형님 부부의 영향이 컸다.
2012년 10월 1일 ▲ 추석
(일구농장)
2019년 올해 ▲ 설날
우리 집 가족 윷놀이
끝으로
이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만보, 석진호 드림.
첫댓글 정든 분들 얼굴 보니 감개무량 합니다.^^
일구농장이 사라졌군요.^^
만보님 동백님과 함께 남아 있는 나날 멋지게 보내십시오.^^
산골 아낙은 제 자리에서 늙어갈 뿐입니다.^^
그대 ~ 친구
늙어 가는 게 아니라
익어 가는 것 입니다.~^^
늦게 보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