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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內延山710m)
<영춘정에서 바라본 안개 머금은 내연산 전경>
군립공원 내연산(內延山710m)은 종남산(終南山)으로 불려졌다. 사육신의 친인척들이 일족들을 멸하려는 것을 우려하여 “언젠가는 밝은 때를 보리라!” 기대하며 내연산 깊숙한 곳 시명리(時明里)에 숨어 살게된 연유로 해서 내연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한다. 밖에서 바라보면 여느 산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육산으로 보인다. 산속 계곡으로 들어서면 내연산계곡의 빼어난 계곡미로 하여 옛 부터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이 산속으로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이 산에서 피하였다 하여 내연산이라는 일설도 있다.
낙동정맥 선상에 있어 포항과 영덕의 경계를 이루는 이 산은 북쪽으로 옥계계곡이 있고 남쪽으로 청하 골이 있다. 청하골 곧 12폭포 골은 내연산 12폭포 제1, 쌍생폭포(雙生瀑布), 제2, 보현폭포(普賢瀑布), 제3,삼보폭포(三寶瀑布), 제4 잠룡폭포(潛龍瀑布), 제5,무풍폭포(舞風瀑布), 제6,관음폭포(觀音瀑布), 제7,연산폭포(延山瀑布), 제8, 은폭포(隱瀑布), 제9, 복호1폭포(伏虎一瀑布), 제10,복호2폭포(伏虎二瀑布), 제11,실 폭포(絲 瀑布), 제12,시명폭포(時明瀑布)등 12폭포가 있어 수석이 빼어난 계곡피서지로 인기가 있다.
조선 팔도명산을 유람(1686~1688)하고 “산중일기”를 쓴 우담 정시한(愚潭 丁時翰1625~1707), “동국명산기”를 쓴 연경재 성해응 (硏經齋 成海應1760~1839), 진경산수화의 거장으로 “삼용추도”, “내연산 폭포도”를 그린 조선시대 화가로 청하현감(1733~1735)을 지낸 겸재 정선(謙齋 鄭敾1676~1759)등 수다한 인물들이 내연산을 소개하여 명산의 반열에 올랐다. 관음폭포 암벽에 경북팔경이 암각 되어있고, 내연폭포 암벽에 갑인년(甲寅年1734년) 가을에 새긴 것으로 보이는 甲寅秋 鄭敾 (갑인추 정선) 바위 글씨 등 이곳을 다녀간 수다한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1933년 대구일보가 선정한 경북팔경의 하나로 내연산 계곡이 선정되기도 했다.
내연산 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오대산 소금강계곡, 두타산 무릉계곡, 울진 불영계곡과 함께 동해안의 5대 계곡의 하나로, 기암절벽과 관음굴등 12폭포와 울창한 수림으로 하여 단풍도 좋아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좋은 산이다. 주능선은 최고봉인 향로봉(香爐峰930m)과 주봉 삼지봉(三枝峰710m)이 있고, 보경사 뒤 문수봉(文殊峰677m)에 올라보면 청하 골과 동해가 막힘없이 내려다보인다. 내연산은 큰 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산도 아니다. 산역은 넓어 보경사에서 환종주 산행을 하려면 걸어서 9시간 이상 소요에 거리 23km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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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볕 더위도 피해 가는 內延山 溪谷
<전망대를 겸하는 경상북도 수목원 영춘정>
오늘 산행기점 경상북도 수목원이다. 편의상 내연산 수목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11시 출발하여 계단을 타고 오르니 능선에 전망대 구실을 하는 영춘정(迎春亭) 현판이 걸린 예전에 없었던 정자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동해가 눈앞에 내려다보이고 안개 머무는 내연산 전경이 펼쳐졌다. 멀리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부드러운 육산이나 계곡에 들어서면 내연산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내연산 정상은 삼지봉(三枝峰710m)과 최고봉인 향로봉(香爐峰930m)은 오르지 않고 계곡산행으로 방향을 잡았다. 보경사에서 출발 내연산 환 종주 산행을 하려면 거리 23km, 9시간 이상 소요된다. 내연산 전경은 아침 비개인 뒤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송라면 쪽에서 바라보아야 제대로 보는 것이 된다. 이 전망대에서 내연산 전경을 굽어보며 갈암 이현일(葛庵 李玄逸1627~1704)선생의 유 내연산을 감상해 본다.
遊 內延山 (유 내연산)
絶頂登臨步武輕 (절정등림보무경) 정상에 올라보니 발걸음 가벼워 戒昏鐘報氣全淸 (계혼종보기전청)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 들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崖松隔水無風響 (애송격수무풍향) 물 건너 언덕 소나무에 바람소리 하나 없고 嶺月棲窓盡夜明 (영월서창진야명) 고개의 달은 창에 깃들고 밤이 다하도록 밝도다 竹砌寒霜吟外態 (죽체한상음외태) 대나무계단 차가운 서리에 밖 경치 읊으니 海天歸雁枕邊聲 (해천귀안침변성) 바다 하늘에 돌아오는 기러기 해변에 앉는 소리 夢回恍覺身全蛻 (몽회황각신전태) 꿈속에서 깨어 내게 허물 벗음을 멍 한이 깨닫고 起向幽溪踏雲行 (기향유계답운행) 일어나 그윽한 계곡 향하여 구름 밟고 지나간다.
능선을 타고 나가니 곧장 삿갓봉(716m)이다. 이곳에 헬기장이 있고 우척봉 2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계획대로라면 능선을 타고 천령산(天嶺山)정상 우척봉(牛脊峰)에서 시명리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날씨가 흐려 조망을 기대할 수 없어 곧장 30여리 내연산계곡의 12폭포 발원지 계곡쪽으로 내려서니 깊은 산중이다. 임도를 따라 내려서 삼거리다. 여기서 시명리2,4km 거리다.
<옛 시명리 옛터>
삼거리에서 물을 건너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해발 400m에 지금은 이름만 남은 마을, 시명리 옛터(時明里 古址)다. 이 마을에서 내연산 최고봉인 향로봉(香爐峰930m)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1960년대까지 화전민 23가구 정도가 살았던 곳. 울진, 삼척무장공비 침투사건(1968년) 때 무장공비들로부터 양민학살 피해가 심해지자 정부의 화전민 소개령으로 주민들은 모두 떠났다. 지금은 옛 마을 집터들의 흔적만 남아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사육신 일족들이 일족을 멸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깊은 산중에 들어와 “때가 되면 밝은 세상을 만나리라!” 는 바램을 안고 들어와 운둔했다한다. 마을 사람들이 떠난지 수십 년 세월이 흘러 나무들이 자라 숲을 이룬 곳이다. 옛 집 터와 다락 밭 축대의 모습이 그대로다. 나는 이곳에 살아 보지 않았지만 도무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는 이 척박한 산중에 사람이 살았다니 살아보았던 사람처럼 감회가 밀려왔다. 우리의 옛집은 보잘 것 없지만 목재와 흙으로 지어져 축대만 남긴 채 건축 폐기물 하나 남김없이 자연그대로 돌려놓은 친 환경적이었다.
<시명리 아래 계곡 깊숙이 숨은 시명폭포>
시명리에서 비탈진 계곡 길을 내려와 시명폭포를 찾았다. 시명리 마을 아래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워낙 험곡이라 우마차는 당초 접근을 불허하고 사람도 특별히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지역까지 찾아들지 못한다. 때문에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는 것 보다 뒷산을 넘어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쉬울듯하다. 시명폭포는 워낙 주변이 험하여 접근이 어려워 비밀스런 장면을 훔쳐보듯 나무를 부여잡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간신히 구경했다. 세상은 나날이 변하지만 시명폭포는 오늘도 세월을 잊은 듯 자연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내연산계곡 유일하게 지 계곡에 자리한 실(絲)폭포>
시명폭포에서 내려와 실 폭포(絲 瀑布)다. 12폭포 중에 유일하게 지 계곡 잘피골에 있는 폭포로 물줄기가 실처럼 가늘게 흘러내린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평소에는 물줄기가 실처럼 가늘지만 오늘은 밤새 내린 비로 이름을 무색케 했다. 등산로에서 위쪽으로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하여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다. 한적한 이곳에서 벌거숭이가 되어 삼복더위 오늘에 땀을 씻고 간단한 식사도 했다.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여 폭포바위에 엎드렸다는 복호2폭포>
<복호2폭포 아래에 위치한 복호1폭포>
실 폭포에서 내려와 복호1폭포(伏虎一瀑布)다. 옛적 호랑이가 하도 많아 폭포 바위에 호랑이가 엎드려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복호폭포는 두 개인데 2폭포는 진입로가 없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터널위에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한 은 폭포>
은 폭포(隱 瀑布)다. 원래 이름은 여성의 음부를 닮아 음 폭포(陰 瀑布)라 하였으나 표현이 상스럽다하여 숨은 폭포로 고처 부르게 되었다한다. 잘 생긴 폭포의 하나다.
<관음폭포의 비경>
관음폭포(觀音瀑布)다. 관음은 불교 용어로 중생의 고통을 눈으로 보고 신음소리를 귀로 듣는다는 뜻이 있다. 폭포부근의 암벽이 특이하게 움푹움푹 파진 것이 고전 악기를 닮아 폭포수의 물소리가 색다르다. 바로 위에 있는 연산폭포와 함께 탐방객들은 대개 이곳까지 왔다가 가장 많이 머물다 가는 폭포다.
<내연산계곡 최고의 비경지대에 있는 연산폭포>
<연산폭포 암벽에 새겨진 이름들>
관음폭포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 다리를 건너 계곡 깊숙한 곳에 있는 연산폭포(延山瀑布)다.관음폭포는 산 이름 내연산의 내(內)자를 뺀 폭포이름이다. 내연산계곡, 보경사 계곡, 12폭포 골, 청하 골 등으로 불리는 내연산계곡 중앙에 위치하여 내연산 계곡에서 산수미가 가장 빼어난 폭포이다. 폭포암벽에 이곳 청하현감을 지낸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甲寅秋 鄭敾(갑인추 정선)이라는 바위 글씨 등 수다한 시인 묵객들의 이름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무풍폭포>
무풍폭포(無風瀑布) 폭포수가 계곡 깊숙이 들어가 있어 얼핏 잘 보이질 않는다. 때문에 바람도 찾아들지 못해 바람이 없는 폭포다. 등산로에서 계곡 가장자리로 내려서야 간신히 보인다.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내려다보니 멀리서도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협곡이라 계곡 울림이 커서 물소리가 웅장하다.
<잠룡폭포>
잠룡폭포(潛龍瀑布)다.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상태로 용이 등천을 위해 잠잠히 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잠룡폭포라 한다.
<보현암 아래에 위치한 보현폭포>
보현폭포(普賢瀑布)는 보현암 아래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부처 곁에서 시중을 드는 보살로 삼존불의 하나다.
<찾는 이 없어도 외롭지 않을 상생폭포>
상생폭포(相生瀑布)다. 12폭포 중에 제일 아래쪽에 위치하고 쌍폭이라 하나의 폭포에 두 개의 물줄기가 생겼다하여 예전에는 쌍생폭포(雙生瀑布)라고도 불렀다. 쌍생보다는 더불어 사는 상생의 의미에 무게를 두고 상생폭포라 고쳐 부르고 있다. 여기서 오늘 계곡산행은 끝을 맺는다. 폭포아래서 또 한 차례 물속에 몸을 담구고 나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도 씻고 몸도 씻었으니, 더불어 사는 이 세상 험한 인생길 살아오면서 나는 어떻게 살았던가? 나이가 조금 먹으니 나도 이제 철이 드는가 보다. 내게도 가슴속에 담아온 보물 같은 시가 있으니, 인근 영덕출신의 갈암 이현일(葛庵 李玄逸1627~1704)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병중에서 마지막 남긴 절필 시(絶筆 詩) 한 수를 펼쳐보았다.
病中書懷 (병중서회)
草草人間世 (초초인간세) 들풀같이 덧없는 인간세상 居年八十年 (거년팔십년) 살아온 해 어느덧 나이 팔십이라 生平何所事 (생평하소사) 평생에 한일이 무엇이던가? 要不愧皇天 (요불괴황천)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함일러라! 다.
<내연산의 신라고찰 보경사>
보경사(寶鏡寺)다. 신라 진평왕11년(589년)에 창건된 신라 고찰이다. 사암 유숙(思菴 柳潚1324~1368)선생이 남긴 시처럼 계곡 피서지로는 물론 계곡의 단풍도 좋아 한번 왔던 사람들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매력이 있다.
寶鏡寺偶吟 (보경사우음)
穿盡楓林踏石苔 (천진풍림답석태) 단풍 숲 헤치고 바위 이끼 밟으니 山前山後飽看廻 (산전산후포간회) 앞뒤로 산을 배불리 보고 돌아왔다 高僧應笑不知足 (고승응소불지족) 만족 할 줄 모른다고 고승은 비웃겠지만 昨日遊人今又來 (작일유인금우래) 어제 놀러온 사람 오늘 또 찾아 왔다오!
<보경사 일주문>
보경사에서 휴가철인데도 개점휴업상태의 상가지역을 통과하여 보경사 주차장에 이르니 16시30분이더라. 오늘 산행을 시작할 즈음에는 안개가 머물고 있어 조망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현지 날씨는 맑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상청 예보로는 구름이 많다고 했다. 조망을 기대할 수 없어 우척봉(牛脊峰775m)으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곧장 계곡산행으로 변경하였더니 시명리에 이를 즈음에는 안개가 걷혔다. 계곡산행을 하면서 일곱 번이나 다리를 걷고 계곡을 건너야했다. 관음폭포에 이르기 전 상류에는 단한차래 다리가 놓여 져 있을 뿐이었다. 호우 시에는 고립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같은 거리라도 남다른 발품을 파는 까닭에 지나는 길에 무엇 하나 지나칠 수 없는데 오늘은 무심코 지나친 게 있어서 아쉽다.
경상북도 수목원~ 삿갓봉~삼거리~시명리~시명폭포~실폭포~복호1폭포~은폭포~연산폭포~관음폭포~무풍폭포~잠룡폭포~삼보폭포~보현폭포~ 상생폭포~보경사~ 보경사주차장 거리14km, 시간 5시간30분,
2014년 8월5일 화요일 흐린 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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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꽤 걸어셨군요.
물이 좋아 보람도 컷을듯...
눈에 삼삼합니다.
거리는 길지 않았습니다.
계곡물은 나무랄데 없이 좋았고요.
개인적으로 갔으면 하루 더 머물다
오고 싶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 한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환종주를 하실려면 거리23km,
9시간 소요되니 아침 9시 이전에
산행을 시작해야겠지요.
과시 '산이 좋아'라고 自號하실 만합니다.
불초는 이 좋은 곳을 가까이 두고도 세세히 살피지도 못하고,
1년에 한두 차례 밑자락에서 시간만 虛費하곤 했답니다.
어쩌다 마음 내켜 오른대야 '연산폭포'까지가 기껏이었고요.^^
덕분에 眼界를 크게 넓혔습니다.
늘 좋은 山行 되시기를 빌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그러시군요. 한개의 계곡에 열두개의
폭포를 갖인곳은 내연산 밖에는 없지요.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녹음이 우거진계곡
즐겁게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저보다 산행을
자주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내연산 계곡은 협곡에 가까워
울창한 숲과 맑고 넉넉한 계곡수는
더위를 식히기에 참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도권 산행을
할 적에는 밤차로 올라가서 당일
산행을 하고 내려오곤 합니다.
변 선생님께서도 이와같은 방법으로
포항 내연산 산행을 해보시죠?
생각해보겠읍니다
수도권산행오실때연락주세요
변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도권 산행이 곧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늘 건강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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