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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무심에 이르는 길(희망가). 어느 선배의 속세 체험기 [삶과 믿음] 정은광
ysoo 추천 0 조회 46 15.06.18 22:5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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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무심에 이르는 길

 

 

선화로 보는 세상 - 정은광. 원불교신문

 

 

어릴 적 어머니는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하는 노래를 가끔 부르셨다.

1920년대 유행했다는 ‘희망가’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노래다.

원곡은 미국의 작곡가 제레미아 잉갈스(Jeremiah Ingalls)의 찬송가 ‘When we arrive at home’인데, 풍진 세상에서 우리 말로 부르던 노래답게 가사만큼은 구구절절하다.

 

 사실 어릴 땐 ‘풍진 세상’이니, ‘부귀영화’니 하는 말도 어려웠고 당연히 노래의 의미를 몰랐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노래를 따라 덩달아 흥얼거리곤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찾아봤다.

‘희망가’는 이렇게 노래한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담소화락(談笑和樂)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여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억척스러운 이들에게 노래는 묻고 답한다. 부귀영화를 누리면 희망이 족하겠느냐고. 달밤에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초여름인지 한여름인지 분간할 수 없이 후덥지근했던 지난주, 가까운 친척 한 분이 저세상으로 떠났다. 젊은 시절부터 그의 모습과 생활을 훤히 알고 있다. 시골에서 아등바등하며 열심히 살았다. 몇 년 전부터 얼굴색이 조금씩 검어지더니 눈빛도 노랗게 변했다. 술 때문이었다. 만날 때마다 “술 좀 그만 먹어. 그렇지 않고는 희망이 없네”라고 말했다. 그러면 느릿한 충청도 억양의 말이 되돌아왔다.

 

 “형님 걱정 말아요. 괜찮아요.”

 

 주고받은 인사가 엊그제 같은데, 그가 한 줌의 재로 변했다.

 

 “무모한 사람 같으니라고, 자식 새끼 넷이나 남겨두고 저리 좋다 가버리다니.”

 

 납골당에서 돌아오는 길,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론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던 그에게는 술이 낭만이고 잠깐이나마 기대는 희망이 아니었나 싶다.

 

 ‘떠났다’거나 ‘돌아갔다’는 말을 언젠가부터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죽음을 태어나기 전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여겨 이곳을 떠나, 돌아갔다고 하는 것일 터다. 인간 삶이라는 것이 커다란 주기(週期)에 속해 돌고도는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걱정 말라고, 괜찮다던 그 역시 마음을 훌훌 털고 자신이 온 곳으로 돌아간 것일까.

 

 『논어(論語)』에서 ‘호지자 불여락지자’(好之者 不如樂之者: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지만, 그를 보자니 ‘낙지자 불여무심자’(樂之者 不如無心者:즐기는 자도 마음을 비우는 자만 못하다)라는 말을 쓰고 싶다.

 

 ‘문사간 무사전(文死諫 武死戰)’. 문신은 윗사람에게 잘못을 고치라고 간언하다 삶을 마감해야 하고, 군인은 전쟁터에서 죽어야 한다 더니 이 양반은 ‘주사락(酒死樂)’이다. 술을 즐기다가 떠나갔으니 말이다.

 

  ‘희망가’의 가사대로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고, 세상의 일들은 쉽게 잊혀지거나 지워지지 않는다. 마음을 비워내는 무심(無心)에 이른다면 그제서야 희망이 족하지 않을까.

 

 

 

 

 

어느 선배의 속세 체험기

 

 

정은광

 

 

곡우 입하가 지나면 무슨 절기가 다가올까. 산과 들에 꽃이 떨어지면 정원 작약이 개미를 불러 모은다. 떫은 차(茶)라도 벗과 마주앉으면 그 향이 더욱 감미롭다. 차 맛이 그리워 남도 차를 구입해 몇 잔을 다렸다. 5월은 행사가 많다. 축제도 여기저기 피어난다. 비가 오는 지난 곡우절(穀雨節)에 몇몇 선배와 점심을 했다.

 

그날 가장 재미난 건 어느 선배 교무가 휴식년도에 택시 운전기사를 했다는 이야기다.

 

대개 휴식년도에는 몸을 추스르거나 휴식을 취하려고 멀리 오지여행을 떠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이 선배는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고뇌하며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복잡하고 불편하다고 말하는 부대낌의 사바세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 체험하기 위해 택시 운전기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한번은 술 취한 택시 승객이 자기 집에 도착해서는 돈 가지고 나올테니 기다리라고 했지만 막상 30분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아 그냥 온 적이 있다고 한다. 또 어느 때는 운 좋게도 한 여스님이 버스터미널에서부터 자기 절까지 가서 같이 차를 한잔 하자고 하기도 했단다. 시간 나면 또 오라고 대접을 톡톡히 하면서 말이다.

 

궂은 일 기쁜 일 와중에 가장 힘들었던 일은 일심으로 택시를 운전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또 그 ‘일심’하는 일보다 더 힘든 건 날마다 회사에 사납금 채워넣을 걱정이었다고 했다. 날은 더운데 하루 종일 손님을 좇아 다녀도 일당을 못 채웠을 때, 다급하게 친구 교무에게 전화해 같이 택시 타고 경치 좋은 데 다니며 택시요금을 친구교무에게 내게 하는 어거지도 종종 부렸다고 했다.

 

한편으로 미안했지만 어쩌면 둘 모두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인 동시에 드라이브 재미도 쏠쏠하게 느낀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고 회상했다. 수행한다는 것은, 그리고 ‘도가 생활’을 한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 앞선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세상의 가장 뒤에 사는 일인지도 모른다. 모든 스토리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속성이 있어서 앞면의 이야기 뒤에는 그 사람이 실제 말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꽃이 아무리 좋은 향기를 내는 화려한 꽃이라 해도 보이지 않는 진흙이 뿌리를 받쳐주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과 향기를 만들어 낼 수 없듯이 말이다. 버거운 일이나 어이없는 일을 겪을 때, 병고에 시달릴 때, 우리는 절대적인 그 무언가의 힘에 의지하고 기도하며 고통을 헤쳐나가고자 한다. 고통을 겪지 않고 생각으로만 타인을 동정하는 게 얼마나 무성의하며 가벼운지를 스스로 깨달으면서 말이다.

 

소태산 대종사님 법문은 항상 가슴으로 전해져 오는 깊은 향기가 있다. “선(善)을 행하고도 스스로 덮어두어야 그 덕이 훈훈한 향기가 되어 사람 가슴에 꽃을 피우고, 악은 힘들어도 그 뿌리를 건져내야 온당한 근심이 소멸되리라”는 말씀은 우리가 어두운 방에 켜 놓은 작은 불빛의 고적한 맑음처럼 밝다.

 

외국에서 손님이 와서 송화가루 날리는 충주호를 배타고 횡 하니 돌아보는 봄나들이를 했다. 봄비가 모이고 나무뿌리들이 내뱉은 물이라 그런지 맑은 물이 소나무 그늘사이로 흘렀다.

조선조 최경창은 ‘백운동’이란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백운동 계곡을 찾아갔더니(行尋白雲洞) /

골짝 비고 시내는 잔잔하구나(洞虛溪潺潺) /

흰 구름 아침에 나가더니만(白雲朝出去) /

저녁인데 여전히 안 돌아온다(日夕猶未還)

 

흘러가는 시냇물에 하루해를 다 흘려보내도록 백운동의 흰 구름 돌아올 생각을 않네. 내 마음을 더욱 맑게 해주는 시다.

 

 

 

정은광

원광대 박물관 학예사. 미학을 전공했으며 수행과 선그림(禪畵)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마음을 소유하지 마라』가 있다.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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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 - 심수봉

 

 

찔래꽃,희망가- 라훈아

 

 

 희망가 / 장사익

 

 

 

 

한대수 - 희망가, 希望歌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 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 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담소 화락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랴

세상 만사를 잊었-으니 희망이 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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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소 화락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랴 ~~

 

맞어!!

그냥 그렇게 산겨.

그런데 세상만사가 잊혀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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