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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0일
북천 코스모스축제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보기위하여 장교장님 부부와 출동했다.
북천 코스모스축제는 10월 9일 끝났지만 코스모스는 태풍 때문에 절단났을테지만 북천 레일바이크도 탈겸 8시 39분 구포역에서 S-train에 올랐다.
10시 18분 북천역에 도착하여 구경하고 13시 33분 북천역을 출발하여 14시에 진주역에 도착 역 앞에서 축제장행 셔틀버스에 올라 편안하게 축제장에 도착했다.
축제장에 도착하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진주시민의날 행사한다고 30개 읍면동합동농악놀이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한다고 엄청 시끄러웠다.
이날의 행사는 식전행사, 기념식, 시민화합한마당, 합동농악놀이, 농악행렬, 종야축제, 불꽃놀이등 테마별로 진행된다는데 목적이 유등축제 관람 이였기에 패스하고 유등축제만 보고 밤 7시 30분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 9시에 동래철역에 도착했다.
유등축제는 축제 내용이나 규모면에서 볼만했는데 동래읍성역사축제(2019.10.11(금) ~ 2019.10.13.(일))는 많이 참고해야겠다.
대중교통으로 부산에서 유등축제 구경가려면 점심먹고 동래시외버스터미널이나 사상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타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조금만 걸으면 된다.
버스 내려서 길을 모르면 아무나 잡고 물어보면 잘 가르쳐 준다.
"필봉 선생, 별안간 왜 이러십니까. 농담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그러나 필봉은 성품이 음흉하면서도 솔직한 일면이 있었다. 그는 김삿갓의 손을 힘차게 움켜잡으며, 이렇게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내 이제 와서 선생께 무엇을 숨기겠소이까. 선생이 시에 그렇게도 능(能)하신 것을 보니, 선생은 "사서삼경"에도 능통하신 분이 확실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천자문을 뗀 후에 고작해야 "명심보감" 밖에는 읽지 못한 놈이옵니다. 그러니 내 어찌 선생 같은 어른을 스승으로 모시지 않을 수 있으오리까."
맑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고백이었다. 그러나 김삿갓은 필봉의 말을 액면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선생은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공맹재 훈장 어른이 "명심보감" 밖에 읽지 않았다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나는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선생만은 속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고백을 한 것입니다. 선생이 조금 전에 시를 지으실 때 마지막 구절에서, "산골 훈장 놈이 알고 있는 글자는 오로지 "팽" 자 뿐이냐" 하고 호통을 치셨을 때,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처럼 예리한 형안(炯眼)을 가지고 계신 선생을 감히 나 같은 놈이 무슨 재주로 속일 수 있겠습니까."
김삿갓은 일시적인 화풀이로 "팽 자 밖에 모르느냐"고 했을 뿐인데, 그 구절이 상대방에게는 커다란 충격을 주게 된 줄은 몰랐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코 그렇게 읊었을 뿐이니, 그 말을 너무 고깝게 생각지 마십시오."
"고깝게 생각하다니요, 무슨 말씀입니까... 이왕 말이 나왔으니 내가 이 산중에 들어와 훈장 노릇을 하게 된 경위를 모두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필봉은 김삿갓에게 자신의 과거를 아래와 같이 털어 놓았다. 필봉 선생의 본명은 김정은(金正銀)으로, 평양 인근 순안에서 건달패로 살아왔었다. 그러다가 스무 살 먹은 누이동생을 홍 부자에게 소실로 주게 되면서 집을 한 채 얻어 가지게 되자, 그 집을 이용해 일약 서당 훈장으로 둔갑을 했다는 것이다.
"명심보감 밖에 읽지 못했다는 분이 어떻게 훈장이 되실 생각을 하셨소?"
"팔자 좋게 살아가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훈장 이외에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 해 전부터 매부인 홍 부자의 도움을 받아 훈장이 된 것이지요."
협잡성은 있어도 머리만은 비상하게 돌아가는 사람임이 분명하였다. 필봉선생으로 자처하던 김정은 훈장은 자신의 허위 생활을 툭 털어놓고 나더니, 가슴이 후련해 오는지, 김삿갓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날마다 허풍만 떨며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어요."
김삿갓은 웃으며 대답한다.
"누구나 거짓말을 적당하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 생활이 아니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에서 열까지 거짓말만 하면서 살아오자니 양심이 너무나도 괴로워요. 훈장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허울 뿐이고, 의원으로 행세하며 남의 병을 고쳐 준다는 것도 멀쩡한 연극이었고 ..."
"선생은 머리가 너무도 좋아, 여러 방면으로 욕심을 부려서 그렇게 되신 모양이군요."
"한마디로 말하면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싶은 욕심에서 이렇게 된 것이지요."
"아무리 그렇기로 서당방에 약국 간판까지 내건 것은 어떻게 된 일이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병을 비롯하여 잔병치레를 많이 겪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그럴 때마다 어린 아기의 오줌을 받아 눈에 넣어주면 눈병이 깨끗하게 낫곤 하더군요. 또, 잔병치레를 겪으며 복용하였던 약의 종류도 매우 많았고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밑천으로 삼아 약국 간판을 내걸게 된 것이지요. 산속에 사는 의원들이란 대게 저처럼 돌팔이 의원이 아니겠어요?"
김삿갓은 자기 입으로 "돌팔이 의원"이라고 인정하고 나오는 데는 할 말이 없었다.
"약국을 찾아오는 환자의 병이 천차만별일 텐데, 처방을 어찌 하셨단 말입니까?"
"그런 경우라도 적당히 약을 지어 주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가 낫게 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약을 적당히 지어 주다뇨? 어떤 병에 무슨 약을 써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계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까지 모를라구요. 시골 사람들은 배앓이가 많은데, 그런 환자가 찾아오게 되면 익모초환약(益母草丸藥)을 주고, 감기 몸살로 왔을 때에는 패독산(敗毒散)을 지어 주지요. 젊은 사람들은 대개 방사 과도로 찾아오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가미쌍화탕(加味雙和湯)을 지어 주고, 산모가 찾아왔을 때에는 불수산(佛手散)을 지어 주고, 늙은이가 몸이 허약해 찾아왔을 때에는 육미탕(六味湯)이나 팔미탕(八味湯)을 지어주고, 봄과 가을에 보약을 지으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처방했지요."
필봉선생은 의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약명을 말했다. 그러나 그런 약들은 단순히 사람들의 몸을 보호한다 뿐이지, 정작 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돌팔이 의원은 그와 같은 약들이 치료를 하는 약으로 알고 있었으니, 김삿갓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실례의 말씀이지만, 선생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는 책을 읽어 보셨소?"
"동의보감이라뇨? 그런 책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데, 그 책은 논어(論語)나 맹자(孟子)와 같이 "사서삼경"에 들어 있는 책입니까?"
김삿갓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동의보감이라는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명의였던 허준(許浚) 선생이 쓰신 만고의 명저(名著)인데, 약국을 경영하시는 분이 "동의보감"도 안 읽어 보셨다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군요."
그러나 돌팔이 의원은 김삿갓의 말을 일소에 붙여 버린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의원이 병만 고쳤으면 그만이지, 그까짓 "동의보감"인가 서의보감인가 하는 책을 읽어 보지 않았기로 어떻다는 말씀이오."
"동의보감 같은 의서를 읽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병을 고칠 수 있단 말씀이오?"
그러나 무식하기 짝이 없는 돌팔이 의원에게 그런 말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요, 우이독경(牛耳讀經)이었다. 돌팔이 의원은 코웃음을 치면서 김삿갓을 넌지시 나무란다.
"무슨 병이나 적당히 시간을 끌어 가노라면, 열에 아홉은 저절로 낫게 마련이라오. 따라서 그런 이치를 알고 잘 활용하게 되면 명의가 되는 것이지, 따로 명의가 있는 줄 아시오?"
언젠가 만났던 돌팔이 의원과 같은 소리를 한다.
("그렇다! ... 사람의 몸은, 병을 스스로 치료하는 면역체계가 되어 있다. 다만 사람이 병으로부터 하루 속히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기에, 돌팔이 의원조차 돈 벌 일이 있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든 김삿갓,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17. "위위불염 갱위위, 불위불위 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고...)
마침 그때 젊은 환자 하나가 찾아왔다.
"몸이 좀 이상해서 의원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계시온지요?"
첫눈에 보아도 무척 나약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김정은은 서당의 훈장이면서 환자가 찾아왔을 때에는 즉석에서 의원 선생으로 둔갑해 버린다. 그리하여 수염을 쓰다듬으며 청년에게 말한다.
"이 사람아! 의원 선생을 앞에 두고, 어디서 나를 찾는단 말인가? 내가 자네가 찾고 있는 백중국 선생일세.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청년은 고압적인 대답에 기가 질렸는지 황급히 머리를 수그려 보이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 저는 웬일인지 기운이 없어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아 보려고 왔습니다."
"음 ... 기운이 없어서 진찰을 받으러 왔단 말이지?"
갑작스럽게 의원으로 돌변한 훈장은 사뭇 신중한 어조로 반문한다. 김삿갓은 돌팔이 의원이 환자를 어떻게 다루는가 싶어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돌팔이 의원이 환자에게 묻는다.
"기운이 없다면 무슨 병이라도 생긴 게로구먼... 병은 병인데 무슨 병인지 몰라서 왔단 말이지?"
"아닙니다. 식욕이 왕성한 것을 보면, 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식욕은 왕성한데 다만 기운이 없을 뿐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음 ... 밥을 잘 먹는데도 기운이 없다면, 자네는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 아닌가?"
"아닙니다. 술처럼 몸에 해로운 것이 없는데, 몸에 해롭다는 술을 무엇 때문에 마시겠습니까? 저는 술 같은 것은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
젊은이는 손을 휘휘 내저어 보이기까지 하였다.
"술이 몸에 해롭기 때문에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단 말이지?"
돌팔이 의원은 환자의 말을 되씹어 보고 나서,
"식욕이 왕성할 뿐만 아니라, 술도 마시지 않는데 기운이 없다면, 자네는 용색(用色)을 과도하게 쓰는 모양이구먼 그려? 색이라는 것은 적당히 써야지, 과도하게 쓰면 반드시 기운이 약해지는 법이네."
하고 자못 진지하게 타일러 주는 것이었다.
"선생님! 그것은 오진(誤診)이옵니다. 색을 쓰는 일처럼 몸에 해로운 일이 어디 있다고 함부로 색을 쓰겠습니까? 저는 용색을 한 달에 한 번쯤 할까 말까? 여자는 되도록 멀리해 오고 있사옵니다."
돌팔이 의원은 그 말을 듣자 별안간 얼굴에 노기가 충천해지며, 다음 순간 벼락같은 호통을 친다.
"뭐 어쩌구 어째? 계집질을 한 달에 한 번 밖에 안 한다고? ... 이 거지 발싸개 같은 놈아! 하룻밤에 열 번을 해도 싫지 않을 나이에, 몸에 해롭다고 해서 그 좋은 것을 이것도 안 한다, 저것도 안 한다 하면, 네가 과연 사내놈이 맞더냐? 도대체 네 놈은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말이냐, 너 같은 몸은 꼴도 보기 싫다! 당장 꺼져 버려라!'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발대발이었다. 그러나 그 호통이 어찌나 추상같았던지, 청년은 용수철이 퉁기듯이 벌떡 일어나기가 무섭게 번개처럼 도망을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청년이 기절초풍하듯 도망가는 꼴을 보고 김삿갓은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하하하. 아무리 의원 선생이기로, 약국을 찾아온 환자에게 호통을 치신 것은 너무하셨소이다."
그러나 돌팔이 의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젓는다.
"환자라고요? 저렇게 사내 구실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 무슨 환자란 말씀이오. 저런 놈은 밥벌레밖에 안 되는 놈이에요."
"그래두, 밥벌레란 말은 너무 심한 말씀인 것 같소이다."
"심하기는 뭐가 심하다는 말씀이오. 선생도 보셨다시피, 그 놈은 새파랗게 젊은 놈이예요. 내가 그 나이 때에는 하룻밤에 다섯 번도 그만, 여섯 번도 그만이었는데, 한 달에 한 번 밖에 안한다면 그게 어디 사내놈이오."
"정작, 화를 낼 물건은 따로 있는데, 선생은 왜 화를 내시오."
김삿갓이 웃으며 놀려주자 훈장도 통쾌하게 웃으며,
"에이, 여보시오. 나를 뭘로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시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계집을 다섯씩이나 거느려 보았지만, 그래도 부족했어요. 그러니 조금 전에 그런 병신 같은 놈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는 만천하의 여자들한테 내가 몰매를 맞아 죽게 될 것이오."
"하하하, 만천하의 여자들에게 몰매를 맞아 죽을까 봐, 그 청년의 병을 고쳐 주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
"물론이죠. 남자는 뭐니뭐니 해도 그 물건이 튼튼해야 하는 거예요. 선생은 잘 알고 계시면서 괜히 그러시네요."
"허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에 <위위불염 갱위위, 불위불위 갱위위>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요. 선비들은 그런 음담을 흔히 써왔지요.”
김삿갓이 그렇게 말하자, 훈장은 별안간 눈알이 휘둥그래지며,
"위위... 뭐라고요? ... 나는 처음 들어 보는 말인데, 그게 무슨 음담입니까?"
하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 말이 꼭 알고 싶다면 종이에 적어 드리기로 하리다."
그리고 김삿갓은 종이에 다음과 같이 써 놓고, 해설까지 달아 주었다.
爲爲不厭 更爲爲 (위위불염 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不爲不爲 更爲爲 (불위불위 갱위위)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훈장은 종이를 집어 들고 한문과 해설문을 한참 동안 눈여겨보다가, 별안간 무릎을 ‘탁’치며 감탄을 내지른다.
"과연 옛날 사람들은 남녀 간의 묘리를 잘도 묘사해 놓았구료.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 정말 기가 막힌 표현입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 말이 아주 실감이 나시는 모양이구료."
"실감이 나다 뿐이겠어요. 허기는 여자를 좋아하기는 선생도 나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요. 안 그래요?"
훈장은 별안간 김삿갓을 화제로 끌어들였다. 김삿갓은 정면으로 질문을 받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한테서도 거기에 대한 대답을 꼭 들어야만 하시겠소? "
그러자 훈장은 소리 내어 웃는다.
"하하하 .... 허기는 대답을 들으나 마나지요. 사내치고 계집 싫어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니까요. 만약 여자를 싫어하는 사내가 있다면 나는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그 사람 얼굴을 꼭 한번 보아 두고 싶소이다."
"하하하...그 방면에 각별히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구료?"
"모두들 체면을 지키느라고 점잔을 빼고 있지만, 한꺼풀 벗겨 놓고 보면, 늙은이나 젊은이나 계집 좋아하기는 조금도 다를 것이 없어요. <점잖은 개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점잖은 사람일수록 종년 치마 속에 손을 먼저 집어넣는다오."
"하하하... 종년 치마 속에 손을 많이 집어넣어 보신 말씀이구료. 허기는 그래서 옛날부터 남자는 삼충동물(三衝動物)이라고 일러 오는 모양입니다."
김삿갓이 이렇게 말하자, 훈장은 또다시 눈알이 휘둥그래진다.
"뭐라구요? 남자를 삼충동물이라고 부른다고요? 선생은 정말, 아는 것이 너무도 많소이다. 도대체 삼충동물이란 무슨 뜻이오니까?"
"훈장어른은 삼충 동물이라는 말도 모르시오?"
그러자 김정은 훈장은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대답을 한다.
"나는 엉터리 훈장이라는 사실을 선생한테만은 이미 사실대로 고백하지 않았소이까. 그런 줄 아시고, 삼충동물에 대해, 설명을 들려주소서."
자기 입으로 <엉터리 훈장>이라고 자처하고 나오는 데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면 내가 설명을 할 테니 잘 들어 보시오. 삼충동물이란 석삼(三)자와 찌를 충(衝)자요. 그러니까 삼충동물이라는 말은 세번 찌르는 동물이라는 말이지요."
"세 번 찌르다니요? 무엇을 세 번 찌른다는 말씀이오?”
"여자를 찌르는 방식이 세 가지라는 말이지요."
"옛! 여자를 찌르는 방식이 세 가지뿐이라고요? 여자를 찌르는 방식이 어째서 세 가지뿐이란 말씀이오. 그 사람은 아마 여자 찌르는 기술이 형편없는 사람이었던 모양이구료."
훈장은 엉뚱한 오해를 하는 바람에 김삿갓은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내 이야기는 그런 애기가 아니오. 남자의 일생을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셋으로 나눠 보았을 때, 청년기에는 여자를 만나기만 하면 찌른다고 해서 청년기를 봉충기(逢衝期)라 부르고, 장년기에는 여자를 골라 가면서 찌른다고 해서 택충기(澤衝期)라 부르고, 나이가 많아 이도저도 안 되는 노년기에는 여자가 줘도 못하고 <흥! 흥!>하고 콧소리만 하게 되므로 비충기(鼻衝期)라고 부른다는 것이지요."
훈장은 그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웃는다.
"과연, 남자가 삼충동물이라는 말은 명답 중의 명답이올시다!"
김정은이라는 인간은 천하의 협잡꾼임에는 틀림없었다. 겨우 천자문이나 떼고, 명심보감 밖에는 읽지 못한 주제에 훈장이랍시고 으스대는 것도 놀라운 협잡임에 틀림없을 것인데, 눈병에 어린아이 오줌을 넣고, 좋아졌다는 경험만 가지고 약국까지 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러고도 훈장 노릇과 의원 행세를 당당하게 하고 있으니, 그 뱃심과 파렴치는 가히 알아줄 만하였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그와 비슷한 협잡꾼은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왔다.
김삿갓은 김정은 훈장이 그의 손을 별안간 움켜잡으며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삼충 선생! 내가 선생에게 부탁이 하나 있소이다."
김삿갓은 삼충 선생이라고 불리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훈장의 손을 떨쳐 버렸다.
"에이, 여보시오. 내가 왜 삼충 선생이란 말이오."
그러자 훈장은 소리를 크게 내어 웃으며 말한다.
"이러나 저러나 내가 선생한테 꼭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소이다."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 지 어서 말씀을 해보시죠."
"선생은 학문이 놀랄 만큼 박식한 분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공맹재의 훈장 자리를 선생이 맡아 주시오. 나로서는 간곡한 부탁이에요."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선생과 나는 금시 초면인 사이인데, 나를 어떻게 믿고, 서당의 훈장 자리를 맡기시겠다는 말이오?"
물론 김삿갓은 애시 당초 훈장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김삿갓의 손을 다시 움켜잡으며 간곡하게 말한다.
"나는 물론 선생의 과거를 전혀 몰라요. 그러나 사람에게는 직감이라는 것이 있지 않소이까. 선생이 예사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관서 지방을 주유천하로 다니시는 것을 몇 해 동안만 연기하시고, 나 대신 이 마을의 서당을 좀 맡아 주세요. 간곡히 부탁합니다."
김삿갓으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부탁이었다. 김정은과 같은 협잡군의 입에서 설마 그와 같은 양심적인 부탁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김삿갓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에게 훈장 자리를 넘겨주시겠다는 말씀은 고맙지만, 나는 훈장 노릇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려니와, 아이들을 가르칠 만한 실력도 없는 사람입니다."
김삿갓이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리자, 김정은 훈장은 펄쩍 뛰며 손을 내젓는다.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이왕에 말이 나왔으니 모든 것을 솔직이 말씀드리지요. 내가 오늘날까지 어거지로 훈장 노릇을 해오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훈장으로 있어 가지고서는 앞길이 창창한 이 마을 아이들의 장래를 송두리째 망쳐 버리게 되는 것이에요. 내가 지금은 사리사욕을 위해 훈장 자리를 타고 앉아 있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망쳐 놓을 수는 없어요. 내가 아무리 거지 발싸개 같은 협잡꾼이기로, 아직은 양심의 그루터기만은 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훈장 자리는 선생이 꼭 맡아 주세요."
말인즉 옳은 말이었다. 김정은이 훈장으로 있으면 아이들의 장래를 망치게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삿갓 자신이 선뜻 나서, 훈장 자리를 맡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선생은 지금까지 훈장 자리를 잘 지켜 오시다가 별안간 왜 그런 말씀을 하시오. 내가 나타나지 않은 줄 아시고, 그 자리를 지금처럼 그냥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김정은 훈장은 도리질을 크게 하면서 말한다.
"선생을 만났기 때문에 별안간 그런 생각이 난 것은 아니에요. 나는 오래 전부터 마음속으로 적임자를 찾고 있던 중이었는데, 하늘이 나를 살려주시느라고 선생같이 훌륭한 분이 나타나게 된 거예요. 이것은 하느님의 지시가 분명한 것이오니, 아무 소리 마시고 훈장 자리를 꼭 맡아 주세요. 그래야만 나도 살고 아이들도 살게 되는 거예요."
훈장의 말을 듣는 동안 김삿갓은 불현듯 돈 한푼 없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해 보았다. 멀지 않아 추위가 닥쳐올 판인데, 훈장 자리를 타고 앉아 있으면 겨울을 편히 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훈장 노릇을 하려고 집을 나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김삿갓은 고민 끝에 김정은 훈장에게 말했다.
"선생이 훈장 자리를 내놓으면 생계(生計)가 곤란하실 게 아닙니까?"
"그 점은 조금도 걱정 마시오. 나는 백중국이라는 약국 간판만 있으면 먹고 살아가는 데는 아무 걱정이 없어요. 만약 선생이 훈장 자리를 맡아 주시면, 나는 선생에게 <동의보감>을 배워 가지고 나 자신도 훌륭한 명의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피차 간에 얼마나 좋은 일이 되겠소."
김정은은 워낙 머리가 비상한 위인인지라, 자기가 살아갈 방도는 용의주도하게 꾸며 놓고 있었다. 김삿갓이 대답을 주저하고 있는데, 마침 젊은 환자 하나가 찾아왔다. 환자는 이십이 못 되 보이는 새서방이었다.
환자가 방안에 들어와 큰절을 올리자, 필봉은 절을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매우 거친 어조로,
"자네는 무슨 일로 왔는가? "
하고 묻는데,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 그 어조에는 이상하게도 권위가 풍겨 나왔다. 환자는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저는 별다른 병은 없사옵니다. 다만 이상하게도 입에서 몹쓸 냄새가 풍겨 나오기 때문에 선생님을 찾아 왔사옵니다."
필봉 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입에서 냄새가 좀 풍겨 나기로 어떤가. 잠자리에서 색시하고 입을 맞추기가 거북해서 그러는가?"
그러자 환자는 얼굴을 붉히며,
"선생님두 참!"
"입에서 냄새가 많이 나거든 마늘을 많이 먹게. 마늘은 정력제로 좋은 것이야. 그런 일을 가지고 무엇 때문에 약국을 찾아오는가."
김삿갓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웃음을 씹어 삼켰다. 마늘은 강장 식품이지 정력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는 고개를 갸웃 하며 반문한다.
"선생님! 마늘을 먹으면 입에서 마늘 냄새가 지독하게 날 것 아닙니까?"
그러자 필봉 선생은 천연스럽게 대답한다.
"그야 물론이지. 마늘 냄새가 지독한 것은 뻔한 일 아닌가? 그러나 마늘 냄새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냄새가 아닌가. 그러니 마늘을 많이 먹고, 하룻밤에 한 번 해줄 것을 두 번 세 번 해준다면, 새댁은 냄새가 좀 나더라도 그 편을 훨씬 좋아할 것이 아니겠나. 그러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 마늘이나 많이 먹게!"
환자가 백배 사례하고 돌아가자, 김삿갓은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선생은 과연 천하의 명의십니다."
돌팔이 의원은 껄껄껄 웃으며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명의라는 것이 따로 있는 줄 아시오? 자고로 명의란 약을 잘 써서 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임기응변으로 말을 잘 둘러대야 명의가 되는 것이라오."
김삿갓은 필봉 선생의 명의 주장을 듣고 궁금한 점이 있어 물어보았다.
"병을 그런 식으로 치료해 주다가 사람을 잡기 쉬울 터인데, 그런 일은 없으셨던가요?"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의원치고 애매한 환자를 죽여 보지 않은 의원이 어디 있겠소. 자고로 명의라는 말은 <환자를 많이 죽여 본 의원>이라는 말인 줄 모르시오?"
김삿갓은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선생도 약을 잘못 써서 환자를 죽여 본 일이 있단 말입니까?"
"따지고 보면 사람이란 언젠가는 어차피 죽게 되는 것이 이치일진데, 예전에 실수로 어린 아기를 죽였을 때만은 거북한 생각이 노상 없지는 않지요...."
"옛? 어린 아기를 죽여 본 경험도 있으시다고요?"
아무리 돌팔이 의원이기로 어린 아기를 죽여 본 일이 있노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들의 경우는 오만 가지 병이 많아서 약을 잘못 쓰면 죽을 수도 있겠지만, 어린 아기들의 병이란 감기나 급체 정도인데, 어쩌다가 어린 애기까지 죽여 본 일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김삿갓이 정면으로 나무라 주자, 돌팔이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같으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그때만 하더라도 약국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인지라, 경험이 너무도 부족해 그랬던 것이지요."
"생떼 같은 애기를 죽였다면 애기의 부모의 행패가 대단했을 터인데, 그런 것을 어떻게 넘기셨소?"
"그것도 역시 배짱으로 무사히 넘겨 버렸지요. 그때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시려오?"
그리고 돌팔이 의원은 김삿갓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정은이 백중국이라는 약국 간판을 내건 지 열흘쯤 지난 어느 날의 일이었다. 산골 사람 하나가 불덩이같이 열이 높은 어린 아기를 업고 와서,
"선생님! 이 애가 무슨 병인지 몸이 불덩어리같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선생님 열을 좀 내리게 해주십시오."
하고 애원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필봉은 패독산 한 첩을 지어 주었는데, 그것 가지고는 미흡할 것 같아서 부자(附子)를 몇 톨 곁들여 넣어 주었다. 부자가 극약(劇藥)인줄 모르고, 다만 열제(熱劑)인 줄 만 알았기 때문에, 자기 딴에는 이열치열 (以熱治熱)하는 화제(和劑)를 지어 준답시고 약방문에도 없는 부자를 첨가해 주었던 것이었다.
어린 애기는 집에 돌아가 그 약을 달여 먹고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그러려니 애기의 애비 되는 사람이 백중국으로 달려와 애기를 살려 내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돌팔이 의원은 속으로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러나 머리를 수그려 사과를 했다가는 뒷수습이 어려울 것 같아서,
"그게 무슨 소린가. 그 약을 제대로 먹였다면, 열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네. 자네 말을 믿을 수가 없으니, 나와 함께 직접 집에 가보세."
필봉 선생은 환자의 집으로 갈려고 애기의 시체를 만져 보다가, 태연히 다음과 같이 호통을 질렀다는 것이다.
"이 사람아! 자네는 멀쩡한 거짓말을 했네 그려. 애기는 몸이 싸늘할 정도로 열이 깨끗하게 내렸는데, 뭐가 불만스러워 야단이란 말인가."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포복절도를 하였다.
"하하하, 선생 배짱은 알아줘야 하겠습니다. 그래, 호통을 질러서 문제는 잘 해결되었습니까."
"애기는 이미 죽어 버렸는데, 해결이 안 되면 어쩔 것이오. 복잡다단한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배짱이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오."
마침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오라버니! 언니랑 아이들이랑 모두들 어디 갔어요?"
하고 묻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필봉은 젊은 여인을 보자 크게 반색을 한다.
"아니 네가 어떻게 내려왔느냐?"
"집에만 앉아 있기가 갑갑하여 언니한테 놀러 왔어요. 그런데 언니랑 아이들이랑 어디를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네요."
분홍 저고리에 남치마를 입은 20세쯤 되어 보이는 색시는 그렇게 말하며, 눈으로는 김삿갓을 바라보고 있었다. 훈장더러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그 색시는 홍 부자의 소실인 필봉 선생의 누이동생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여염집
여자들은 외방 남자의 얼굴을 함부로 바라보는 법이 아니건만, 그 색시는 면구스러울 정도로 김삿갓의
얼굴을 흘낏흘낏 훔쳐보고 있었다. 김삿갓이 색시를 보았더니,
첫 눈에 보아도 매우 왈패스러워 보였는데, 용모만은 제법 아름다운 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