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수많은 블레이드와 러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조합들을 써봤습니다.
가장 잘 나갔던 슐라거부터 가장 안 나갔던 수비용 블레이드와 하우스라켓류까지.
많은 애들이 제게 각각 어느 일정 기간 동안은 주력이었죠.
여러 조합들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은 아마추어의 특권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러면서도 늘 믿을 수 있는 확고한 주력조합이 하나 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다들 갖고 계실 겁니다.
주력용품을 선택하기 위해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결론부터 써보자면
내가 사용하기 편하고 승률이 높은 조합들을 우선 몇 가지 택하고
그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선형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그 중 반발력이 낮은 것
을 고르는 쪽으로 저는 추천합니다.
아마추어 뿐 아니라 선수들까지도 결국 몸으로 하는 운동에서는 컨디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컨디션 좋은 날에는 뭘 써도 다 잘 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동안 쭉 잘 써오던 조합이 어느 날 이상하게 맘에 안 들고 게임도 잘 안 되는 경험이 있으실 테고 그 순간 곧바로 용품방랑신과 지름신이 강림하게 되죠.^^
제가 보편적인 성격의 반발력 낮은 조합을 권하는 이유는..
컨디션 좋은 날엔 잘 나가는 애나 특별한 애를 쓰면서 그 높은 반발력과 특별난 성격을 다 컨트롤 할 수 있어 즐겁게 운동하며 '아, 역시 잘 나가는 게 좋아. 이 파워풀함! 이 특별한 성능! 힘조절이 극적으로 가능한 이 높은 가변반발력! 나만이 구사할 수 있는 이 엄청난 구질! 한 부수 올라간 느낌이야'할 수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고 몸이 힘든 날에는 그 반발력이나 성격을 이겨내지 못해 실수가 잦게 되기 때문입니다.
덜 나가는 조합은 컨디션이 떨어진 날이면 스피드나 파워는 줄어도 컨트롤로 대신할 수가 있고
컨디션 좋아지면 그 덜 나가는 조합으로도 충분한 파워를 낼 수 있기도 하니까요.
물론 제 탁구 스타일이 한 방의 스피드나 파워가 아닌 전략과 컨트롤을 우선하기 때문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날마다 제대로 코칭 받으며 운동하는 엘리트 선수가 아닌 이상 아마추어에게는 파워보다는 컨트롤이 우선한다고 믿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룰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무겁고 파워 좋은 조합을 선호하며 컨트롤은 연습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매일 제대로 운동하기 어려운 아마추어는 '다치지 않을 만큼 가벼운 무게'에 '맞수를 뚫을 수 있을 만큼의 파워'면 충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공을 한 번 더 억지로라도 넘길 수 있는 컨트롤'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맞수를 뚫는 파워'라는 말을 쓴 이유는 하수에게는 파워가 필요없고^^ 고수는 어떤 조합을 써도 뚫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매우 편하고 가볍고 잘 안 나가는 조합을 쓰는데 언제나 안전하게 넘길 수 있다는 믿음이 가고 원하는 코스와 구질과 비거리와 타이밍을 쉽게 낼 수 있으며 수비가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고수들도 치기 애매해 어려워하는 짧고 힘없는 구질이 자주 나와 이득이기도 합니다.
센 공은 세게 돌아오지만 짧고 낮고 약한 공은 쉽게 얻어맞지는 않죠.^^
혹시 반발력이나 성격이 비슷한 몇 개의 애매하게 다 좋은 조합들 중에서 주력을 확정하고 싶을 경우에는
비슷한 실력의 상대나 살짝 높은 실력의 상대와 게임을 하면서, 미리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게임(세트) 씩 차례로 쓰면서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보세요.
하수나 차이 많이 나는 고수 말고 진정 박빙의 상대가 가장 좋습니다.
맞수나 살짝 고수와의 게임에서 원하는 기술이 더 잘 구사되는 애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같은 상대와 게임을 하다 보면 특히 결정적인 상황, 예를 들면 듀스 같은 상황에서 믿을 수 있고 점수를 얻게 해주는 애가 어떤 앤지 분명히 드러납니다.
결론적으로 '게임 승률이 높은 애'를 선택!
단순히 감각이나 그립감, 기분 등으로 주력을 고르면 연습 때와 게임 때는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치는 기분이 좋은 애는 연습 때와 하수 상대할 때만 즐겁지만 게임 승률이 좋은 애는 계속 즐겁죠.
잘 나가는 애는 컨디션 좋은 날엔 시원하지만 컨디션 떨어지면 도저히 통제 불가한 야생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덜 나가는 안정적인 조합을 주력으로 쓰면서 컨트롤과 승률을 높이고
스피드나 파워는 점차 임팩트를 높여 그 조합에서의 최고치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제 주력은
스피드수치 94~95, 부가탄성 0% 인
76g 짜리 버터플라이 SK카본인데
전면에 1.5mm짜리 얇은 숏핌플, 후면에 45도짜리 미디엄스펀지 파스탁C-1을 조합했기에
일반적으로 50도 이상 고경도의 평면러버를 포핸드에, 47.5도 가량의 중경도 평면러버를 백핸드에 조합하는 보통 스타일의 동호인 조합에 비교한다면
스피드수치 88~90, 부가탄성 -5 ~ -10 가량의 가벼운 블레이드를 쓰는 것과 비슷한 조합이라고 봅니다.
공룡
첫댓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반발력 낮은거 쓰라는 얘기 공감되네요. 컨디션 좋을땐 반발력 좋은거 쓰먄 스윽 그으면 퐉 꽂혀서 기분 좋은데 어떤날은 야생마가 되는거죠 ^^
저도 컨디션 좋은 날은 프카나 비스카리아류가 제일 좋긴한데
그런 날이 자주 앖어서..ㅎㅎ
컨디션 떨어지는 날에는
프카는 야생철마 같고
비스카리아류 아이들은 목장갑 열 개 끼고 치는 기분이 듭니다.
좋은 정보 늘 고맙습니다
오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는 정말 깊은샘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쭉 잘 써오던 조합이 어느 날 이상하게 맘에 안 들고 게임도 잘 안 되는 경험이 있으실 테고 그 순간 곧바로 용품방랑신과 지름신이 강림하게 되죠." 그래서 제가 거의 3개월마다 블레이드를 교체하고는 했지요 ㅠㅠ. 지금은 공룡님 글을 읽고 다시 모비딕을 꺼내보았습니다. ^^;;
워낙 여러 차례 겪어오던 일이라..ㅎ
딱 제 얘기인것 같아서, 읽어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반발력이 덜한 조합으로 바꾸고, 승률이 그 시점부터 급상승했고, 리그전에서 성적을 내고 승급까지 하게 되었거든요. 어느 시점부터 리썸, 올라운드 클래식 같은 라켓을 주력으로 썼었고, 지금은 der materialspezialist 사의 라켓을 쓰고 있습니다.
라켓뿐만 아니라, 러버도 반발력이 덜한 용품을 쓰는데요. 현재 숏핌플을 앞면에 쓰고 있는데, 스핀핍스 d1 과 데구 2 를 쓰고 있습니다. 스폰지는 1,6mm 나 1.8mm 를 쓰고 있구요. 두 제품다 스피드 글루 효과가 없는 숏핌플 러버입니다.
라켓과 러버 둘다 안나가는 편이라, 공격적인 면에서 손해일수는 있겠지만, 실제로는 상대에게 한방을 맞지 않기 때문에, 얻는 이득이 훨씬 큽니다.
컨디션 얘기를 하셨는데, 이것도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컨트롤이 좋고 반발력이 낮은 조합은 기복이 적어요. 경기력이 대체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죠.
@풀뜯는 토끼 뒷면은 어떤러버를 쓰시고 어떤 시스템을 자주사용하시나요?
😄
@redfire 뒷면은 dms 의 EEL ox 버전씁니다. 기본적으로 전진 블로커인데, 트위들링을 매우 많이 합니다. 그리고 커트를 많이 하는 편인데, 숏핌플 쪽의 하회전량이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여기서 점수가 많이 나구요. 제 개인적으로는 왼손잡이라서 얻는 이득도 있는것 같습니다.
@풀뜯는 토끼 오랫만이에요^^ 전.엘보우와.무릎부상 극복못하고 결국 펜홀더 반전형으로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무리는 덜되는듯해요
조만간 진주가면 한번 봐요^^ 아닌가? 가서 치료부터 받을까요?
@장현용1 제가 누구신지 바로 아셨나 보네요. ㅋㅋ요새도 김해쪽에 계신가요?
@풀뜯는 토끼 뒷면이 롱핌플인가요?
@redfire EEL 이 롱핌플로 분류되긴 하는데, 막상 써보니 롱핌플 맞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상대 드라이브를 블록하면 하회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러버는 너클로 돌려보내더군요.
😄
티모볼zlc 쓰다 반발력으로 고민 중 선생님 글 보고 sk카본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sk카본에 러버 양쪽에 g1을 붙이면 어떨까요? 아니면 적당한 러버 추천 부탁드립니다. 저는 1년된 초보입니다
선생님 글 보고 sk카본 라켓 구입했습니다. 우선 기존에 있던 g1과 오메가아시아7을 붙였는데, 궁합이 잘 맞는 민러버 추천 부탁드립니다. 테너지05가 좋다는 댓글을 보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직 1년 되신 초보라 하시니..
지금 붙이신 그 러버들 충분히 좋습니다.
그대로 쓰셔도 무방하고
혹시 다음번에 러버 바꾸실 때 좀 더 편하게 잘 들어가고 쓰기 좋은 러버 하시려면 닛타꾸 파스탁C-1 을 권해드립니다.
양면 다 하셔도 좋아요.
SK카본과 아주 잘 맞는 러버로 저도 지금 사용 중입니다.
@공룡 아~ c1, elp 추천해 주셨죠? 함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국진 SK카본에는 유난히 C-1이 아주 잘 맞더라구요.
여러 러버 붙여봤는데 모든 면에서.
@공룡 넵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