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4 수 밤길. 밤차
4시반
집으로 돌아갈 저녁시간이 되었다.
아침에 불었던 찬바람이
오후까지 길거리에 현수막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오늘은 걸어가다가 차 가지고 올 걸
분명히 후회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시 들어와 나목 책을 읽었다.
안절부절 하다 또 밖으로 나가보니
창밖에 어둠이 스멀스멀 내리는 것을 보고
남편한테 전화를 해더니
그 쪽 상황도 운동하고 사무실에서
그림 몇장으로 재미있게
놀고 있는 풍경이 그려졌다.
이럴때 기대와 미련조차도 버리지 않으면
감정의 분쟁이 일어난다.
나는 그 분쟁에 일찍감치 손을 들었다.
스카는 밤을 새워도 주인이 나가라고 하지 않는
나만의 자유 공간이니
그래 좀 있다 버스를 타고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밤 9시가 지나갈 무렵
오늘은 점심 한끼 먹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동 수단은
시내 버스
어 현금도 없는데
아니다 이제는 버스도 카드로만 탈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생각 났다.
그럼 휴대폰에 늘 꽂고 다니는
온통대전 카드 결제가 될까
교통카드로 버스를 탈 수 있는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나는
확인은 어디로 하지였다.
방학만 아니면 스카에 한결이나 한울이 도움을 받으면 되는데 방학이니
스카에 공부하든 학생들도 하나 둘 책 보따리를 어께 메고 자동문을 통과 하고 있는 시간인데
온통대전 카드 뒷면을 찍어서 먼나라까지 보냈더니
얼마나 빠른 세상에 살고 있는지 실감나게 해 주었다.
교통카드로만 버스 탈 수 있지
온통대전 카드로는 결제 안 되지 하고 보내더니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카드 뒤에 봐봐
후불교통카드라고 써있으면 될걸
하나카드로 연결되어 있어 돈은 찾을 수 있는데
안쓰임 이라고 보내더니
뭐가 안쓰임?
후불교통카드네 하는 답장이 왔는데
아무리 봐도 없었다.
그럼 된다는 거지 하면서도
온통대전 카드로 물건만 샀지
버스를 타본 적이 없는 터라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안 되면 기사님한데 사정 이야기 하고
직동에서 나올때 다시 찍는 방법도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집에는 가야하니
버스 시간표를 제일 잘 아는 사람하면
학생이 있는 집 한결이네로
샘 스카앞에서
지금 집에 들어가는 버스 시간 좀 알려줘요
여기는 가까운 곳이라서 그런가
더 빨리 답장이 왔다.
9시30분에 판암동 도착하는 버스 있어요. 60번요.
여태 공부하셨나 봐요~(굿)(굿)(굿)
엄청 추워요. 조심히 들어 오세요~^^
어떻게 구물거리다 보니 늦었소이다.
가방을 챙기고 나가니
스산한 느낌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4분후 도착이라고 알려주는 전광판
60번 도착 여고생이 타고 카드 닿는 순간
끼소리를 내고 내차례
불안한 마음 감추고 카드를 살짝 접촉하는데
내 온통카드가 명쾌하게 끼하고 통과하게 해주었다.
밤버스 언제 타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너무 좋아요
성순샘 덕분에 탔어요 하고
잘 탔음을 보고 했는데
출발과 동시에 기사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에서 기름이 떨어져서 잠시 확인하고 가도 괜찮겠냐는 양해를 구하니
예 대답을 함과 동시에 삼정동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는 맘추어 섰다.
텅빈 버스 안 기사님도 학생도 나도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모처럼 버스 타는 날이 장날
차가 어디가 아픈지 삼정동에서
멈춤 기다리는 중 생각없이 보내더니
네? 오래 걸리면 제가 갈까요?
하필 이렇게 추운날. 기사님도 고생이시네요. 하는
마음씀이 이뿐 답장왔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데
안전하게 가야죠
난 시간뿐이니 무진장 기다려줄겨 잘 자요
하고 따뜻한 버스 안에서 마지막 보낸 카톡
ㅎㅎ 선생님의 오늘은 역시나 재미있네요~^^
조심히 들어 오세요~. 하는 카톡으로 굿밤을 외쳤다
가레울 대청호수의 물바람이 매섭게 불어 올것인데
이 밤에 나를 데우려 나오겠다고
그 마음 잊지 않으리라 감사했다.
잠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각에 잠겼다.
어둠속 창밖에는 드문드문 차들이 달려가는 길
내가 걸어서 오가는 길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지난 간 일
아이들이 버스 놓쳤다고 전화 할 때
남편이 술 한잔하고 대리운전 부를 때
내 행동은 불친절했고
내 기분도
얼굴 표정도 귀찮은 듯 버스를 왜 놓쳐
술은 왜 마셔하는 투들거림 뿐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0분 후 다른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기사님은 죄송하다면 내리는 나에게 말했다.
어찌 기사님이 죄송해 할 일인가
차가 고장난 것 또한 기사님의 책임인냥
안전을 위해 결정한 일임을 알기에
조심히 밤길 안전 운행하세요 라고 전했다.
추운날이었지만
늦은 시간 볼 수 있었던 밤풍경은 따뜻했다.
얼마든지 기다려주고 싶은 시간이었다.
나의 오늘도 참 재미있게 끝나는 줄 알았지만 스토리는 다시 이어졌다.
혼자 버스타고 들어가서
여학생하고 나 둘이 탔다
카드 됨유
기특하다고 해야하는겨
카드 된다고 했잖아
뒤에 써있잖아 교통카드라고ㅡㅡ
어디에 써 있냐고 안쓰임이라고 또 보내고
다른 차 와서 기다렸다가 타고
집도착 잘 했음해더니
대박이란 답장 뭐가 대박이라고 하는
나는 아직도 모르는 상태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변화는 세상에 아이들만 의존하면서
딱 여기까지라고 하면서 살았는 것 같다
카드 사용법
식당에가면 주문하는 키오스크
카드적립금
카톡으로 선물 받는 것 확인
컴퓨터에서 원하는 인증서 등
아이들이 해 주지 않았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 과반수였다.
현대를 살고 있다고 해야하나
교통카드 하나 제대로 사용 줄도 모르면서
엄마는 해도 안돼
젊으니까 너희들은 빠르게 잘 하잖아 해 줘
부탁이 아니라 당연한 듯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고 한 나는
그 나이를 아이들 어께에 올려놓고 얼마 무거운 짐인지도 가늠하지 못한 채
살아온 엄마다 해더니
바로 보이스톡 소리
엄마 이제 알겠어
언니하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놀란 가슴 쓸어내리면서
너희들이 바로 바로 안해준다고
서운다고 한 말 억수로 미안하다
나야 말로 이제부터라도 홀로서기 해야지
누구를 나무랄 자격도 없으면서
홀로서기 해야 한다고 해서니
부끄럽기 그지 없다.
정말 미안했다.
이 또한 삶의 일부의 깨달음인가?
멀어지고 나서 알게 된 소중함인가?
나스스로 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이런 신기술앞에서 척척 해주면 좋으련만 하고
당연히 이런 것들은 자식이 부모한데
해주어야지 하면서 아이들을 원망했다
그럴때마다
잘 해봐 몇 번을 알려주었잖아
매번 반복해서 물어 볼때마다 나는 이런 말 만했다.
어차피 알려줄 걸
왜 이리 짜증내면서 알려주냐고
나무라기만 했다.
엄마 우리 없음 어떻게 할 거야
이 소리를 들을때마다 너어들 있잖아 하면서
가볍게 넘겨 버리고 아이들 말에는
귀담아 듣지도 않았던 나였다.
오늘에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영원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인생은 혼자라고 하면서도
같이 함께 영원 할 것처럼
길게 오래 느끼면서 살고 싶은 욕망
지나고 나면 짧았구나 싶고
그때가 가장 좋은 시간이었구나
결국은 혼자 남아 혼자 돌아가는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보았다.
많은 것 누렸구나
많은 것을 알게도 해주었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게도해주었구나
많이 웃게도 해주었구나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었구나
너희들이
정말 고마웠다
1/25
오늘 스카에서
온통대전 카드를 성순샘 한데 보여주면서
어제 버스 카드 사건을 이야기 해주고
후불카드라는데 도대체 어디에 써있는지 봐 달고
어제 민희가 보내준 카드 사진을 보여주었다.
더 놀라운 사실 발견
빨간색 으로 표시 되어 있네요 하는 것이 아닌가
어디하고 보니 흰글씨는 돋보기를 쓰고 봐도 보지 않았지만
빨간색으로 끄어져 있었다.
어 내가 보낸것하고 왜 같다고 생각했지
왜 이 빨간색이 보이지 않았을까
지금 보니 같은 카드지만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는데도 말이다.
급하든
안 급하든
보는 사람마다 시야의 거리도
사물의 관찰도
자신이 정해 놓은 넖이가 있는것 같기도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 맞다.
침작하게 단순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현재를 잘 살아가려면
이제는 갈팡질팡 감정놀이는
그만하고 배우면서 사는 것이 답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