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머리’는 판소리 ‘춘향가’ 중 옥에 갇힌 춘향이 쑥대처럼
헝클어진 형색으로 오로지 떠나간 몽룡만 그리며 부르는 노래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 옥방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은 임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마치 오래 참았던 숨을 내쉬듯 “쑥-대-머리”라고
툭 던지는 노래의 첫 부분,
춘향의 막막한 심정이 이렇지 않겠냐는 듯
“저억-막 옥방”이라며 상청(높은 음역)으로 치 올리는 소리,
마침내 이제는 더 이상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 못하겠다는 듯
“보고지고 보고지고”를 연발하는 비장미 넘치는 노래.
이 쑥대머리는 일제시대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민족의 연인으로 사랑받던 임방울 명창의 절창으로 유명해졌다.
민족 암흑기를 살던 사람들은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맞는 격으로
쑥대머리를 들으며 마음놓고 눈물을 쏟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현대의 삶이 주는 또 다른 외로움에 젖어 사는 우리들은
임방울의 슬픈 쑥대머리 외에,
강호중이 애련(애련)이 깃든 매력적인 미성으로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쑥대머리’를 들으며
울컥 치미는 비감과 애틋함을 느낀다.
강호중의 노래가 요즘 사람들이 가슴에 묻어두고 있는
슬픔의 말을 대신해주고 있음을,
새로운 국악 청중들 얘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쑥대머리 / 강호중노래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에 찬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봉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여의신원금슬위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개궁항아 추위이얼월같이 번뜻솟아서 비치고져
막왕막래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보리
반전반측에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하고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이화일지춘 대우로 내 눈물을 뿌렸으니
야우문령단장성에 비만 많이 와도 님의 생각
녹수부용 채련여와 제롱망채에 뽕따는 여인들도 낭군생각 일반이라
날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밖을 못나가니 뽕을따고 연 캐것나
내가 만일에 도령님을 못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며
무덤근처 섯는 나무는 상사옥이 될것이요
무덤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방성통곡의 울음을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