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1인당 1,500만원 고액기탁금 ‘위헌’ 선고
– 지역구후보 고액기탁금, 비례대표후보 선거유세 금지, 호별방문 금지 등은 합헌 결정
– 독재정권 유산인 선거법 독소조항 없앨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소극적 판결
오늘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녹색당이 지난 2015년 5월과 12월에 걸쳐 제기한 ‘공직선거법 헌법소원’에 대한 선고를 내렸다. 녹색당이 위헌을 주장한 선거법 조항 중 극히 일부인 ‘비례후보 고액기탁금 1500만원’에 대해서만 위헌판결을 내리고 (2018년 6월 말까지 국회가 이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나머지 조항은 모두 합헌 결정을 하였다.
이는 독재정권의 유산인 선거법 독소조항을 없앨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한 판결이다. 1500만 원의 기탁금은 비례대표 후보든 지역구 후보든, 선거에 참여하려는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 노동자, 소수자, 청년에게 매우 많은 금액이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무려 2,800 시간을 일해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을 선거기탁금으로 요구하는 것은 기득권층이 아니면 선거에 참여하지 말라는 유신독재 시절의 산물이다. 따라서 기탁금 조항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녹색당이 위헌으로 주장한 나머지 선거법 조항들은, 지역구 후보가 기탁금을 반환 받으려면 15% 이상(절반을 받으려면 10%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얻어야하는 조항(공직선거법 제 57조), 선거운동 기간에도 비례대표 후보의 연설을 금지하는 조항(공직선거법 제 79조), 호별방문 선거운동과 선거일 6개월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문서배포를 금지하는 조항(공직선거법 제 138조, 제 93조)등 이다.
이는 모두 소수정당과 정치신인의 선거참여를 방해하고 기득권정치를 강화시킨다.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선거유세를 금지하고, 거리에서 연설조차 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지역구 후보에 비해 비례후보들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한다. 아울러 승자독식의 지역구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심대하게 훼손한다. 이번 판결에서도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위헌결정 정족수인 6명을 충족하지 못해 합헌판결이 내려졌다. 신생정당이 정책과 정당을 알릴 기회조차 원천봉쇄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 조항이 과반수 재판관의 위헌 판단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헌으로 결정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
이 외에도 비용이 들지 않는 선거운동 방법 중 하나인 호별방문 금지 또한 위헌판결을 받지 못했다. 대형 유세차량을 이용한 고비용의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그 비용을 보전해 주면서, 대다수 국가가 허용하는 호별방문을 막는 것은 정당성을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 6개월 전부터 선거관련 문서배포를 금지한 조항도 선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시기에 오랫 동안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항이다.
녹색당이 위헌소송을 제기한 선거법 조항들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지나친 제약이며 유신독재의 유산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오던 대표적인 악법들이다. 내실 있고 좋은 정책을 가진 소수정당과 정치신인들의 선거참여를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선거운동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약하는 악법들 하에서는 현재의 기득권 정치세력이 모두가 공범이라 할 국정농단 사태의 반복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녹색당은 2012년 창당 직후 총선에 참여했다가 당시 정당법에 의해 당명을 사용을 금지 당하자, 위헌소송을 통해 이름을 되찾았다. 또한 창당 이후 줄곧,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는 정치개혁운동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활동해왔다. 녹색당은 앞으로도 잘못된 선거제도와 정치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정치개혁 운동에 매진할 것이다.
2016년 12월 29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