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화장실 세면대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빠지긴 빠져도 한참 걸려 빠지니 비누 거품이 세면대에 묻어 세면대도 더러워지고, 기분도 영 찜찜히다. 일 년에 한 두번 쯤은 이렇게 세면대가 막힌다.
우리 집 뿐 아니라 화장실 세면대가 막힌 경험, 누구나 한 두 번쯤 했을 것이다. 화장실 세면대가 막히는 건 당연히 그 안에 이물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물질은 바로 머리카락이다. 세면대에서 직접 머리를 감지 않아도 얼굴을 씻다가, 머리를 만지다가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은근히 많다. 이런 것들이 몇 달을 쌓이다 보니 세면대가 서서히 막힐 수 밖에.
내 경험으로 세면대가 막히는 곳은 두 곳이다. 하나는 세면대 마개 바로 밑이고 또 하나는 U자로 휘어진 파이프 중간이다.
인테리어를 하기 전, 구식 세면대 때는 세면대 마개를 손으로 돌려 뽑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마개를 뽑아 보니 마개에 걸린 머리카락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 머리카락을 제거해 주기만 해도 충분히 세면대 물은 잘 내려갔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다시 하고 나서 새롭게 설치한 세면대는 도저히 마개를 뺄 수 없는 구조였다.
이럴 경우에는 세면대 밑의 파이프를 돌려 연 후에 파이프 속을 청소해 줘야 했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한바탕 난리를 떨어야 가능한 일이다. 공구도 있어야 하고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린다. 당연히 짜증도 나고. 멋 모르고 한 번은 해도 두 세 번씩 할 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을 주고 사람을 부를 수도 없는 일. 게다가 새로 인테리어를 하면서 아예 이 파이프를 세면대와 같은 재질의 장식으로 가려 버렸다. 그러니 더더욱 손 댈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밖에.
그래서 이런 고생을 하는 대신 소위 무슨 무슨 펑이라고 부르는 배수관 세척제를 사용한다
. 솔직히 이런 세척제들이 아주 완벽하지는 않다. 예컨대 마개에 머리카락이 걸려 있는 경우라면 도저히 이 세척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세척제들은 파이프 중간에 고여 있는 머리카락을 녹여(!) 막힌 구멍을 뚫어주기 때문이다.
어려운 용어를 잠깐 살펴보자면 이런 세척제들의 대부분은 ‘계면활성제’라는 표현을 쓴다. 계면활성제는 한자로 쓰면 界面活性劑인데,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경계면에 달라 붙어 서로 떨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 화학 약품이다. 성질이 다른 두 물질 중간에 들어가 표면 사이를 매끈 매끈하게 만들어서 두 물질이 서로 떨어지게 만든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비누, 세제는 계면활성제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이 ‘무슨 펑’이라는 세척제를 부으면 파이프 내에 고여 있는 머리카락을 미끈 미끈하게 만들어(!) 잘 내려가게 한다는 거다. 어쨌든 도저히 내 힘으로 뚫을 수 없을 것 같아 인터파크 마트에서 계면활성제인 옥시 미스터 펑 2리터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사실 사용법은 별로 복잡할 것이 없다. 그냥 미스터 펑을 세면대에 부어두면 된다. 그러나 고인 이물질을 미끈 미끈하게 만들어야 하니 화학 작용을 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제품 케이스에서는 30분 정도 부어두라고 했지만, 내 경험으로 30분 정도 해서는 택도 없었다.
방법은 하나. 식구들이 모두 자기 전, 더 이상 세면대를 쓸 일이 없을 때 미스터 펑을 1리터 정도를 붓는다. 배수관에 고인 물을 다 밀어 내고 세척제가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 놓고 잔다. 밤새 세척제가 활동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는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틀어 붓는다. 만일 세척제가 말을 잘 들었다면 세면대 물 내려가는 속도가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첫댓글 걍~펑
저두 가끔 애용하고 있습니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