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길 잘했어, '인간다운' 배트맨과 영악한 베인의 만남

[백두대간]

기다리길 잘했어, '인간다운' 배트맨과 영악한 베인의 만남

[리뷰]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다크나이트 라이즈'로 드디어 돌아왔다. 크리스찬 베일은 영화 속에서 가면을 쓰지 않을 때, 부드러움으로 무장한 억만장자 사장님이다. 돈만 많은 깡통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지적인 두뇌를 가진 앨리트다. 여자들에게 신사다운 매너까지 가졌다. 무엇보다 슈트로도 가려지지 않는 핫바디는 여성들로 하여금 팔에 매달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다크 나이트 라이즈

하지만 크리스찬의 마력은 밤마다 가면을 쓰고 범죄자를 위협하는 거친 야성미다. 목소리까지 짙은 저음으로 변한다. 한 손으로 삼류 깡패들을 묵사발 내는 것은 기본이고 조금 성가시긴 했지만 광인 '스케어크로우'와 무정부주의자 '조커'까지 결국 물리쳤다. 크리스찬 베일이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과 손을 잡은 뒤로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행보다.

그런데 이 남자 어딘가 좀 이상하다. 첫 등장부터 비실비실 맥아리가 없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걷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삐걱삐걱' 연골 소리가 날 것 같고, 인중을 가린 수더분한 수염은 병든 노인을 연상케 한다. 자신의 집에 침입한 캣 우먼(앤 해서웨이 분)하나 어찌하지 못해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기까지 한다. 실망이라고? 그렇긴 하다.

그래도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그러기엔 크리스찬 베일이 '다크나이트 비긴즈'에서 배트맨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기다린 8년간의 시간이 너무 서럽다. 관객이 폭발성 있는 결말을 기대한다면 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감독이 영화 속에서 브루스웨인(크리스찬 베일 분)을 8년간 은둔자로 설정한 것도 경이로운 결말을 보여주기 위해 야금야금 아껴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처럼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경이로운 결말은 영웅 '배트맨'을 가장 '인간답게' 그리면서, 동시에 악당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가능해졌다. 악당 베인은 좀 더 지능적이고 악랄해 졌는데 배트맨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담음으로써 관객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스릴감을 느끼게 된다.

이미 코믹 북에서 개성이 완벽하게 구축된 배트맨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력으로 '인간다움'을 선보였다는 사실은 기괴하리만큼 반갑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상상했던 영웅의 모습은 '초능력자'적인 모습이 강했다. 무조건 악당을 무찌르고 '두려움'따윈 모르는 존재였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먼 존재였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브루스 웨인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 레이첼 도스(케이티 홈즈 분)와 정의로운 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분)의 죽음으로 고립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다분히 인간다운 영웅이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치자. 브루스 웨인은 영웅이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될 모습까지 보인다. 배트맨 활동을 포기하고 무려 8년간 은둔하며 스스로를 망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기존 영웅이라면 절대하지 않을, 하지만 그도 인간이기에 가능한 행동들 때문에 관객은 미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그에게 더 애착이 가고 따뜻한 무언가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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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

반면 악당 '베인'은 한층 더 강해졌다. '스케어크로우'가 허수아비 탈을 쓴 광인, '조커'가 무정부적 기질의 살인자였지만 베인은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다. 그는 육체를 난도질 하는 기존 악인과 달리 배트맨의 정신과 영혼을 고문시키는 자다. 차라리 죽는 게 무섭지 않다던 배트맨은 베인의 영악한 괴롭힘에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배트맨이 한층 더 영리해지고 사악해진 '베인'에 의해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관객에게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보인다. 그래서 '다크나이트 라이즈'에는 단 1초의 안도감도 없다. 인간적 고립감과 패배감을 안고 있는 배트맨이 언제 어디서 베인에게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타 영웅서사시를 보며 "어차피 '영웅'이 이길 거니까"라는 안도감을 가지고 봤던 관객이라면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어떻게 영웅 '배트맨'으로 재탄생하는지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8년만에 부활 아니던가,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다.

영화정보
제목:다크 나이트 라이즈
장르:액션 블록버스터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개봉:2012년 7월 19일
러닝타임:164분
수입/배급: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다크 나이트 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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