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 선지자는 털북숭이였는가?
열왕기하 1장에는 아합의 아들 아하시야가 왕이 되었을 때의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아하시야가 크게 다치자 그 병이 낫겠는지 물어보라고 에그론의 신에게 신하들을 보냈다. 신하들이 갈 때에 엘리야가 등장하여 하나님을 두고 에그론의 신에게 가는 것을 책망하며 아하시야는 죽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신하들이 돌아왔을 때 아하시야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했고 신하들은 “털이 많고 가죽 띠를 띤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하시야는 그는 틀림없이 엘리야라고 대답하였다.
여기서 ‘털이 많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털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물질이기에 털이 많다고 하면 머리숱이 많거나 삼국지의 장비처럼 수염이 무성한 사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사람이 돈이 많다고 하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돈을 많이 가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엘리야가 털이 많다는 말은 털보라는 말인가, 털을 많이 가졌다는 말인가?
“털이 많다”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바알 세아르’(בַּעַל שֵׂעָר)이다. ‘바알 세아르’에서 ‘바알’은 주인을 의미한다. 하나님만 섬겨야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와 하나님 대신에 다른 주인, 바알을 섬기는 것 때문에 수없이 책망을 받았다.
히브리어에서 주인을 뜻하는 단어로 바알 외에 아도나이가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기 위해 하나님을 주인을 뜻하는 단어 ‘아도나이’로 불렀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 종류의 주인, 아도나이와 바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던 것이다. 갈멜산에서 엘리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상 18:21) 엘리야가 모든 백성에게 가까이 나아가 이르되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하려느냐?” 여호와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를지니라”하니 백성이 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아니하는지라.
이 말은 아도나이(여호와)와 바알 중에 진짜 주인을 선택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다수결로 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엘리야는 홀로 바알 선지자 450명과 대결하여 승리했다. 그러므로 다수결이 정의라고 절대로 말할 수 없다.
“바알 세아르”에서 바알은 히브리어로 ‘주인’이고 ‘세아르’는 ‘털’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바알 세아르’는 “털의 주인” 혹은 “털의 소유자”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털이 처음으로 언급되는 곳은 창세기 25:25이다. 여기에서 이삭의 아들 에서가 온몸이 털옷 같다고 하는데 에서는 완전 털북숭이였다.
털북숭이인 에서처럼 엘리야도 털이 많은 사람(바알 세아르)이니까 털이 무성한 털북숭이일까? 아니면 털옷을 입은 사람일까? 엘리야가 털이 많다는 말은 그를 털보로 이해하기보다 털옷을 입은 사람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엘리야를 털옷은 입은 사람으로 이해해야 하는 첫째 이유는 엘리야가 “털이 많고 가죽 띠를 띠었다”는 말이다. 엘리야는 그 털옷을 가죽 띠로 단단히 매어 입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좀 더 확실한 두 번째 이유가 있다. 바로 세례요한과의 일치성 때문이다. 마태복음 3:4에서 세례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띤 사람이다. 그런데 엘리야와 세례요한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왜 이 둘은 일치성이 있어야 하는가?
마태복음 17장에서 변화산 사건 후에 예수님은 산에서 모세와 엘리야를 본 내용에 엠바고(Embargo)를 걸었다. 그러자 제자들은 성경에는 엘리야가 먼저 와서 메시아의 앞길을 예비한다고 했는데 왜 엠바고를 거느냐고 질문했다. 제자들이 말한, 엘리야가 먼저 온다는 말씀은 말라기 4:4에 나오는 예언이다. 그 질문을 듣고 예수님은 엘리야가 이미 왔는데 사람들이 무지해서 그를 함부로 대했고 메시아도 마찬가지로 고난받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 이상한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엘리야가 바로 세례요한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말라기가 말한, 장차 엘리야가 와서 메시아의 길을 예비할 것이라는 예언은 열왕기 시대의 그 엘리야가 진짜 온다는 말이 아니었다. 말라기의 말은 장차 엘리야를 닮은 사람이 와서 엘리야와 같은 사역을 하게 된다는 말이라고 예수님이 설명하신 것이다. 그러자 제자들은 예수님이 말한 그 엘리야는 바로 세례요한이었음을 이해했다. 그러므로 엘리야와 세례요한은 모습에서 일치성이 있어야 한다.
익히 아는 대로 세례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었다. 이러한 세례요한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엘리야를 생각해보자. 엘리야는 털이 많고 가죽 띠를 띠었다. 이 둘을 비교해서 생각할 때 엘리야가 털이 많다는 말은 그가 털보였다는 말이 아니라 털 옷을 입은 사람이라고 이해해는 것이 맞다.
결론적으로 엘리야는 털이 많이 난 털북숭이가 아니라 털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장차 엘리야가 와서 메시아의 길을 예비할 것이라는 말라기의 예언은 엘리야처럼 털 옷을 입고 가죽 띠를 띤 사람, 세례요한을 통해 성취되었다. 이래서 성경(구약)은 메시아 예언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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