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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585m봉 억새밭 데크전망대에서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러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 터키, 1902~1963), 『진정한 여행(A True Travel)』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1월 4일(토), 맑음, 포근한 날, 박무
▶ 산행거리 : 도상 26.8㎞
▶ 산행시간 : 9시간 55분
▶ 교 통 편 : 시내버스 이용(갈 때 : 상일육교 버스정류장에서 112-5번 버스 타고, 버스종점
인 하남 덕풍동 한솔아파트 앞으로 감)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7 : 20 - 하남시 덕풍동 한솔아파트 앞 버스종점, 산행시작
08 : 11 - 이성산(二聖山, 208m)
08 : 58 - 금암산(金岩山, 321m)
09 : 45 - 연주봉(連珠峰, 465m)
10 : 18 - 남한산성 북문
10 : 55 - 벌봉(蜂峰, 522m)
11 : 40 - 약수산(407m)
12 : 04 - 약사산(藥寺山, 416m)
12 : 15 - 노적산(露積山, 388m)
12 : 36 - 해공 신익희 선생 추모비
12 : 53 - △180m봉
13 : 14 - 358m봉, 검단산맥 주릉
13 : 50 - 희망봉(454m), 점심
14 : 43 - 용마산(龍馬山, △595.4m)
15 : 20 - 고추봉(두리봉, 569m)
15 : 37 - ┼자 갈림길 안부(철탑고개)
16 : 03 - 검단산(黔丹山, 658m)
16 : 26 - 587m봉, 억새밭, 데크전망대
16 : 50 - △293m봉
17 : 15 - 안창모루, 산행종료
1. 봉암성에서 연결되는 남한산성 본성
▶ 이성산(二聖山, 208m), 금암산(金岩山, 321m), 연주봉(連珠峰, 465m)
이성산을 오르기로는 중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사리고개나 하남 춘궁동이 가장 가깝지만 거기
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하지 않다. 아산중앙병원을 오가는 112-5번 버스종점인 하남 덕풍동
한솔아파트 앞이 그중 낫다. 버스에 내려 아무 산자락에 붙어도 능선마루에 곧 이르고 남진하
면 된다. 등로는 하남 위례둘레길로 다듬었다.
학유정(鶴游井) 옆 소로로 잠깐 오르면 위례둘레길 능선마루다. 아침 일찍 산책 나온 동네주
민들과 수인사 나누고 간이운동시설이 있는 너른 공터에 이르러 산행복장 추스른다. 바로 앞
깊은 절개지 아래는 중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사리고개다. 오른쪽 가파른 사면 잣나무 숲길로
내려 초일교 굴다리로 중부고속도로를 건넌다.
도로 따라 절개지 가장자리로 가서 산자락 긴 데크계단을 오른다. 산중턱에 막사 지어 모신
‘사리고개 석불’을 알현하고, 언 낙엽 발밑에서 와작와작 부서지는 소리 들으며 한 피치 오르
면 △152.8m봉이다. 삼각점은 마멸되어 판독하기 어렵고 안내판에 ‘성동 482’이다. 길옆 바위
거북은 아직도 하산 중이다.
이성산성 동문지(東門址) 지나 건물지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일출을 본다. 이성산 정상. 산불
감시망루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백제의 왕자 두 사람이 이 산에서 거주하였다하여 이성산이
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근처인 춘궁동(春宮洞) 또한 춘장리(春長里)와 궁말(宮-)의 첫 글
자를 땄는데 각각 백제시대 궁궐이 있던 마을을 뜻한다고 한다.
이성산에서 남진하여 완만하게 내리고 향교고개(향여고개)다. 생태이동통로로 지난다. 서서
히 고도 높인다. 날이 푹하다. 겉옷 벗고 팔 걷어붙인다. 그래도 땀난다. 지나게 되는 마을이
나 고개, 산에 대하여 하남시에서 그 유래를 팻말에 적어놓았다. 광암터널 위인 181m봉을 넘
는다. 광암동(廣岩洞) 일대에는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인돌의
넓적한 바위 모양을 한문으로 표기하여 광암동이 되었다고 한다. 고인돌이 아니더라도 큼직
한 바위가 흔하다.
230m봉 정상에 있는 큰바위얼굴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생면부지다. 뚝 떨어져 내린 안부는
덜미재다. 금암산을 직등하는 길은 가팔라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오른다. 주릉 범바위는 바위
절벽이다. 바위 밑에 굴이 있어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이 범바위가 멀리서도 금암산을 알
아보게 한다. 범바위에서 조금 더 가면 금암산 정상이다. 바위가 많고 그 바위 색깔이 비단색
을 띄고 있어 금암산이라고 한다.
금암산 정상 아래 흔들바위는 굳이 흔들어보려고 거기까지 갔을 이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등
로는 안부와 지능선 지날 때마다 소로를 더하여 더욱 탄탄하다. 317m봉, 312m봉은 우회하여
넘는다. 느슨하던 발걸음이 갑자기 빡빡해진다. 돌길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돌 사이 얼
음장 밟다가 미끄러질라 징검다리로 건너듯 오른다.
오가는 이 뜸한 틈을 타서 연주봉 성곽 넘어 옹성으로 들어간다. 이 연주봉에서 사방 둘러보
는 조망이 대단한 가경인데 오늘은 박무로 흐렸다. 암문으로 남한산성 본성에 들고 성곽 대로
로 간다.
2. 이성산 가는 길옆에 있는 거북바위
3. 해 뜰 무렵, 앞은 객산, 뒤는 검단산 연릉
4. 이성산성 건물 터
5. 금암산 직전 범바위 위쪽에 있는 어미새, 새끼새바위
6. 금암산 정상
7. 금암산 정상 동쪽 아래에 있는 흔들바위
8. 가운데는 객산, 오른쪽은 검단산, 왼쪽 멀리 흐릿한 산은 예봉산
9 지나온 산릉, 금암산 뒤로 이성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10. 멀리는 검단산 연릉
▶ 벌봉(蜂峰, 522m), 약수산(407m), 약사산(藥寺山, 416m), 노적산(露積山, 388m)
오히려 성곽 대로가 험로다. 곳곳이 빙판이다. 북문 가는 길은 사시사철 소나무 숲이 볼만하
다. 북문을 왜 전승문(戰勝門)이라고 했을까? 병자호란 때 인조가 피난 온 처지가 아니던가?
정조 3년(1799년) 성곽을 개보수할 때 북문을 개축한 후 전승문(戰勝門)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다시는 그와 같은 치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이리라.
안부인 북문에서 성곽 따라 가다 봉암성(蜂岩城)으로 들어 벌봉 오르는 길은 길고 가파른 계
단길이다. 여는 때는 성곽 너머로 서울시내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연봉이 그림처럼 보이는데
오늘은 방금 지나온 산릉조차 박무로 가렸다. 더러 빙판인 계단길이지만 오르막이라 견딜만
하다. 암문으로 본성을 빠져나가 봉암성으로 간다.
벌봉은 능선마루에서 왼쪽으로 200m 정도 비켜 있다. 다니러간다. 벌봉이 봉암이다. 멀리서
보면 산봉우리의 바위가 벌처럼 생겼다고 한다. Y자 능선 분기. 왼쪽은 은고개로 가고 오른쪽
은 한봉성 성곽 따라 내린다. 한적하다. 등로는 가파르게 한참 떨어지다 한봉(汗峰, 414m)에
서 잠깐 멈칫하고 한봉성 빠져나오며 다시 떨어진다.
안부마다 좌우로 갈림길이 나 있다. 숲길. 나지막한 봉우리 넘고 넘는다. △398.1m봉의 삼각
점은 ‘426 재설, 76.8 건설부’. 조금 더 가 407m봉. 대구의 김문암 씨가 ‘약수산 397m’이란 표
지판을 만들어 나무에 매달아놓았다. 심심찮게 단체로 온 등산객들을 만난다. 약간 내렸다가
길게 올라 약사산. 여기에도 김문암 씨가 표지판을 매달았다.
왼쪽 능선 끄트머리에 불끈 솟은 396m봉의 암릉이 눈길을 끈다만 애써 참는다. 노적산보다
더 높은 무명봉을 넘어 노적산이다. 노적산이 명산 대접 받는다. 번듯한 정상 표지석은 물론
평상, 벤치까지 갖추었고 급전직하로 떨어지던 내림 길에 통나무계단과 밧줄을 설치한 것도
부족하여 산허리 돌아가는 임도까지 내어 그 가파름을 누그러뜨렸다.
11. 연주봉에서 바라본 남한산성 본성
12. 멀리 희미한 산은 광주 검단산
13. 연주봉 옹성과 본성
14. 남한산성 서쪽 산줄기
15. 봉암성으로 연결되는 본성
16. 봉암성과 본성
17. 남한산의 최고봉인 벌봉
18. 노적산 등로
▶ 희망봉(454m), 용마산(龍馬山, △595.4m), 고추봉(두리봉, 569m), 검단산(黔丹山, 658m)
등로는 해공 신익희 선생 추모비 옆으로 내린다. 중부면사무소 앞길 건너 바깥 마을 입구. 여
기서 검단산맥 주릉으로 붙는 지능선 길이 어쩌면 오지로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잔뜩 기대했는데 이정표가 산통 다 깨뜨렸다. 검단산 8.74㎞, 용마산 5.02㎞, 희망봉 3.27㎞,
벌봉 6.6㎞, 노적산 1.2㎞.
거의 임도로 능묘 같은 무덤 지나서 능선마루에 오르고 등로는 신작로로 뚫렸다. 여태 나만
몰랐던 길이다. △180m봉 삼각점은 NO 032. 헬기장 내려 쉼터인 안부 지나고 긴 오름길이다.
‘희망봉 3.27㎞’는 대체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주릉에서 번천 쪽 327m을 말한다면 거기까지
갔다 와야 하나? 이름 붙은 산인데.
괜히 마음 고생했다. 주릉 ┬자 분기봉인 358m봉에 오르고 이정표는 일제히 북쪽을 가리킨
다. 북사면 내림길은 빙판이다. 아예 등로 벗어나 사면 눈밭으로 내린다. 안부의 옹달샘은 예
전 그대로다. PVC파이프 타고 물이 졸졸 흐른다. 희망봉이 첨봉이다. 때 아닌 오뉴월 비지땀
쏟으며 오른다. 아까의 수더분하던 남한산 연봉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앞으로 넘을 희망봉,
용마산, 고추봉, 검단산 등 이 저마다 한 성깔 하거니와 그 사이사이 위성봉의 위세는 주봉보
다 더 하다.
오를 때는 가팔라서 기고, 내릴 때는 빙판이라 긴다. 454m봉이 희망봉이다. 암봉인 정상을 노
송 몇 그루가 지키고 있다. 희망봉 정상 살짝 벗어난 절벽 위 암반에 자리 잡고 휴식 겸한 늦
은 점심밥 먹는다. 혼자 산행하면 겸손해진다. 온 길 감사하고 갈 길 살펴 주십사 고수레한다.
은고개로 내리는 ┤자 능선 분기봉인 415m봉 넘고 ┤자 갈림길 안부 지나 용마산을 오른다.
고도 200m 정도를 곧장 올라야 하니 사면에 코 박은 거친 숨으로 흙먼지 인다. 당장 주저앉고
싶은 심정을 한걸음만 더 가서 한 걸음만 더 가서 하다 보니 용마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이천 21, 1987 복구. 용마산 정상에서 굽어보는 팔당호가 물수제비뜨고 싶게 가
깝지만 그 건너 해협산과 정암산은 뿌옇다.
용마산은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해동지도에는 도마산(刀馬山)과 광악산(廣岳山)으로, 광주
목읍지에는 자봉(紫峰)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악(岳)자 붙은 산 이름은 이해하
기 어렵고, 자줏빛 비단 같이 곱다는 뜻의 자봉이 더 어울린다.”는 김형수 씨의 견해에 공감
한다.
용마산을 오른 것처럼 가파르게 한차례 내리고 536m봉 넘어 큰고개인 ┼자 갈림길 안부를
지나 곧추선 사면을 오르는데 갈지자를 하도 무수히 그리다보니 어지럽기까지 하다. 고추봉.
산봉우리가 고추를 세운 모양으로 뾰쪽하여 고추봉이라 하지 않았을까? 국토지리정보원 지
형도에는 두리봉이라 표기하고 있다.
드디어 검단산이 눈에 잡힌다. 이제 그리 된 오르막은 없다. 틈틈이 뒤돌아 고추봉과 용마산
의 설산 모습을 감상하며 간다. 송전탑이 있는 야트막한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완만한 오
름이다. 등로 한가운데 서서 등산객들을 환영하여 지도에도 표시된 노송은 사라졌다. 헬기장
지나고 데크계단 오르면 검단산 정상이다.
엊그제 새해 첫날 해맞이에는 이 너른 공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을까? 어느 해 첫날
해맞이 왔다가 허탕 친 기억이 새롭다. 그때 창우리 들머리에서부터 줄서서 오르고 검단산 정
상에는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한 발짝도 다가갈 수가 없었다. 검단산 정상 오른 의식으로 커
피 타 마시며 오래 머무른다.
검단산 내림길도 빙판이라 아주 미끄럽다. 가드레일 밧줄 잡고 내린다. 암릉길은 나 혼자만
유난 떠는 것 같아 가급적 삼가고 등로 따라 왼쪽 사면 계단길로 내린다. 585m봉 억새밭 데크
전망대는 검단산을 뒤돌아 바라보기 좋다. 북서사면으로만 보면 한겨울 설산이다. 등로는 멈
칫하다 뚝뚝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큰고개인 ┼자 갈림길 안부. 왼쪽 유길준 묘 쪽으로 내리지 않고 직진한다. 먼지 풀썩풀썩 일
대로보다는 황혼의 고즈넉한 산길을 더 걷고 싶어서다. △293m봉 삼각점은 성동 489, 1994
재설. 오가는 이 없는 한갓진 숲길이다. 전망바위에 들려 낙조를 감상한다. 금암산 너머가 함
지(咸池)다. 등로는 주릉 벗어나 왼쪽 사면으로 내리 쏟고 이내 안창모루 마을이다.
19. 오른쪽은 해협산, 왼쪽은 정암산, 용마산에서
20. 고추봉(두리봉)
21. 뒤가 용마산
22. 오른쪽부터 승원봉, 견우봉, 직녀봉, 그 뒤의 흐릿한 산은 운길산
23. 왼쪽이 예봉산
24. 검단산 정상 표지석, 뒤에 보이는 산은 용마산이다
25. 검단산, 억새밭 데크전망대에서
26. 검단산 북서 사면
27. 금암산 너머가 함지다. 안창모루 가는 길에서
28. 안창모루 가는 길에서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와 그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