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시간의 한 고리
-평택 ○○ 건설현장의 신축건물을 무사히 완공하고
우리의 지난 역사를 가만히 돌아보면 지금이 있기까지 무언가 한 축이 빠진 듯한 느낌을 늘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의 역사 한 편에는 일본의 식민지 역사가 기록되어 참고 자료가 되긴 하지만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해서 허전함이 언젠가부터 늘 따라다녔다.
우리만의 역사는 일본이 경술국치를 일으켜 한일합방이 이루어진 해부터 결정적으로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일제의 식민치 통치가 이루어지던 36년간 내내 우리만의 문화가 과거와 단절되지 않은 채 계속 이어져왔지만, 그 기간 동안 우리 사회에 서구의 거대한 문명의 물결이 들이쳐 터전 곳곳에 스며든 후에 커다란 변혁과 변화를 이끌어내어, 그 원인으로 지금의 우리 사회가 형성되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물결에서 결정적인 시간은 일본이 ‘대동아공영’이라는 미명하에 당시 정치상황을 타개하고자 미국과 서구 유럽권을 상대로 ‘진주만기습’이라는 일본역사상 전대미문의 국제전쟁을 일으켰던 1941년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이건 물론 ‘훗타 에리’라는 일본 여성작가가 쓴 『1941년 일본 : 종말을 향한 카운터다운』이라는 책을 읽고 난 이후다.
물론 그 이전의 역사도 중요하다. 일본이 어떤 의도를 가졌던 간에 오랜 기간 정치제제였던 막부체제하에서 메이지유신의 근대화를 거치며 제국주의로 변신하는 과정, 그리고 이웃나라인 조선과 만주 그리고 중국대륙을 넘어 동남아시아까지 거침없는 군사적 침략을 강행한 사실들조차도 서구문명의 유입과 결정적으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이 전쟁에 패한 후 미국의 군정통치를 받았고, 그 군정세력이 육이오 전쟁을 통해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진출함으로서 동일한 행정체제하에 통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군정은 한반도를 오랜 역사를 지닌 고유하고도 특별한 행정부로 보기보다는 패망한 일본의 통치 연장선상에서 과거 일본의 식민지의 한 국가로 여기며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지정학적으로 전략적인 상황이 그때와 많이 달라져 일본과는 명백히 다른 정치적 상대로 남게 되었지만.
1941년 일본에서 이루어진 대부분의 정치적인 결정과 조치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문구에 맞추어 본다면 지금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도 극명하리만치 명확해서 아찔함을 느끼게도 한다.
국제사회의 변화, 동아시아(한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의 지정학적인 정치적 구도, 1941년 이래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극동아시아에 대한 전략 등을 가만히 살펴보면 20세기 초반 구한말의 역사적 상황이 겉옷의 색깔만 바꾼 채 그대로 출연해서 끝나지 않은 드라마를 다시 이어간다는 상상과 예측으로 그만 정신이 번쩍 들게 되는 것이다.
이 책 『1941년 일본 : 종말을 향한 카운터다운』은 19세기 중반 메이지유신 단행이후 놀라울 정도로 변혁의 속도를 내며 국부를 축적하여 단숨에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했던 일본이, 불과 1941년의 그 한 해의 오판으로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급전직하하는 역사를 각계각층 그리고 다각도-유럽전쟁, 미국 백악관의 움직임, 군부를 비롯한 일본 내부의 정치적 협의 진행과정 그리고 일부 관련된 시민들의 증언과 기록 등-로 분석함으로서 그 해 1941년을 포함한 그 전후의 역사진행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물론 그것은 우리 한반도의 역사나 정치와도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늘날 첨예한 국제적 이해관계를 놓고 벌어지는 무역전쟁이나 헤게머니 쟁탈전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도 적국도 없다’는 냉정한 논리를 되새기며 이 책을 읽어나가면 현재의 국제사회의 혼란과 갈등-한반도를 비롯한-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치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의 지난한 진행과정과 조직 내부의 갈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군부 세력이 정치에 관여함으로서 벌어지는 타국과의 외교적 갈등, 군부 내부도 해군과 육군으로 갈라져 서로 주도권과 공명심을 부추기는 저급한 행위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막대한 희생이 강요되는 동시에 패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전쟁으로 치닫는, 이러한 불온할 수도 있을 정치적 행위에서 절대적으로 배제된 채 희생을 강요당하는 일본 대중이자 국민, 그리고 타 식민지 국가의 백성들, 그러한 정치적 움직임-대동아공영-을 장밋빛 환상으로 부풀려 자국과 식민지 국가에 선전하는 언론들의 기만까지 지금 현재를 돌아보아도 유사한 그때 그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반면교사로 이만한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도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저자인 ‘홋타 에리’가 읽은 책들이나 기록의 수많은 양과 그 시간들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정신적으로는 이러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1941년 일본 : 종말을 향한 카운터다운』
-홋타 에리 지음/마르코폴로 2026년판
(202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