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북소리에서 만드는 동두천 지역문화 잡지 『둥둥』 2호가 나왔습니다. 변방의 북소리는 동두천 동네책방 코너스툴 대표, 사동초 작은도서관 지혜의 집의 사서, 지역문화 활동가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지역의 독립출판 문화를 촉진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둥둥』은 지역문화진흥원의 ‘문화가 있는 날 지원사업’인 지역문화우리의 지원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특집코너와 상설코너로 구성된 『둥둥』 2호는 11편에 글이 실렸습니다.
2호 특집 제목은 ‘기지생활권’입니다. 기지생활권은 몇 년 전부터 학계에서 논의되는 “기지촌의 중심적인 상업이었던 유흥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다양한 서비스업 종사자, 그 외 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사람 등을 포함한 개념”입니다.
기지촌에 쏠린 시선을 거두고 기지생활권의 관점으로 동두천을 바라보려는 의도로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역사학자 김현석은 1970, 80년대 동두천을 배경으로 개봉된 영화 세 편을 가지고, 동두천에 덧씌워진 고정관념에 문제의식을 논합니다. 흔히 말하는 기지촌 말고도 미군기지와 연결된 생활권은 많다면서 “반동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소설과 영화의 주된 테마라고 할지라도, 동두천의 모습은 하나의 이야기로 담아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독립연구 활동가 심아정은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의 정여름 감독과 안지환 피디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에 출품작이자 올해 인디포럼 개막작인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은 감독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영상을 편집해서 만든 실험영화로 영화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심아정 연구자는 인터뷰 글에서 다음과 같은 기대어린 질문을 남깁니다.
“전형적인 기치촌 재현을 걷어내면 우리가 놓쳐온 기지생태계 속 얽힌 관계들과 삶들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미군이라는 구체적인 존재들, 그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기지 안팎에서 미군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 미군기지에 대한 이해의 지평과 윤곽도 확연히 달라지지 않을까?”
이 밖에도 일 년 넘게 카메라를 들고 동두천 일대를 돌아다니며 마을 구석구석을 기록한 박상환 작가가 그동안 작업한 사진을 엄선하여 지면으로 꾸린 포토에세이 「역병이 잦아들면 다시 만나요」 『둥둥』의 편집자 이경렬은 동두천을 군사도시가 아닌 여행도시로 바라보며 「동두천 백 일 살기」를 썼습니다.
상설코너는 책방과 작은 도서관 이야기와 동두천이 소재로 쓰인 초단편 소설과 에세이로 지면을 채웠습니다.
책방과 작은 도서관 이야기는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문을 열 수 없었던 책방과 도서관. 이러한 상황에서 책방지기와 작은 도서관 사서의 느낀 감정이 스며든 글 「마담 스투리의 비밀(술)책방」과 「마스크를 쓴 채 웃어봤자」 2019년 변방의 북소리에서 펴낸 『2019우리동네 소설집』에 대한 이지은 문학평론가의 다정한 감상평인 「동네(소설)산책」이 실렸습니다.
초단편 소설은 소요산, 신천, 보영여고 등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서늘하면서 서글픈 이야기 「MY SIDE」. 긴 장마로 산책하지 못하는 강아지를 주제로 다룬 「우리 언제쯤 다시 산책할 수 있나요」를 읽고 나면 창문에 얼굴을 대고 성난 것처럼 숨을 몰아쉬는 강아지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동두천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 비디오 대여점과 호프집, 경양식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추억을 되살려, 지금은 사라진 공간과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그 시절 내가 일했던 곳은 다 어디로 갔을까」. 30년 전 7월 4일 저녁, 길 건너편 미군부대에서 불꽃놀이 행사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듣고 전쟁이 난 줄 알고 안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어댔던 추억을 적은 남산모루 키드의 「그녀의 폭죽놀이」가 수록되었습니다.
『둥둥』 2호는 100권 소량 제작됐으며, 무료로 배부합니다. 시민의 열람을 위해 지역서점과 도서관 등 지역 문화공간에 비치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관심 있어 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웹진도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주소창에 www.doongdoong.org을 입력하면 잡지에 실린 모든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출처 : 지역문화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