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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가운데가 제4봉
하지만 1986년 여름 K2의 사망률은 놀랍게도 거의 다섯 명에 한 명 꼴이었다.
그 원인을 라인홀트 메스너가 히말라야에서 쌓은 눈부신 업적 탓으로 돌리기란 어려운 일이 아
니다. 메스너의 위대한 등반은 그의 경쟁자들 중 일부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의 거침없는 행보는 그와 같은 뛰어난 재능을 지니지 못한 많은 등반가들에게 자신들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확신을 선사했다.
--- 존 크락카우어(Jon Krakauer), 『그들은 왜 오늘도 산과 싸우는가』(원제 : Eiger Dreams)
▶ 산행일시 : 2012년 9월 1일(토), 맑음, 선선한 가을 날씨
▶ 산행인원 : 11명(영희언니, 자연, 달님, 드류, 대간거사, 사계, 상고대, 하늘재, 해마, 승연,
메아리)
▶ 산행시간 : 10시간 46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5.8㎞(1부 11.9㎞, 2부 3.9㎞)
▶ 교 통 편 : 두메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0 : 15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5 : 00 ~ 05 : 34 - 포항시 죽장면 하옥리(下玉里) 마두교(馬頭橋), 산행시작
07 : 23 - 713m봉
07 : 52 - ┫자 갈림길 안부
08 : 10 - ┳자 주능선 진입, 785m봉
09 : 25 - ╋자 갈림길 안부, 동대산 0.3㎞
09 : 31 - 동대산(東大山, △791.3m)
10 : 00 - 전망암
10 : 35 - 계류
11 : 46 - 바데산(△646m)
13 : 00 - 옥계계곡 유원지 주차장, 1부 산행종료, 중식
13 : 40 - 팔각산장 주차장, 2부 산행시작
14 : 30 - Y자 갈림길(왼쪽은 일반 등로, 오른쪽은 암반 등로)
14 : 56 - 팔각산 4봉
15 : 30 - 팔각산 주봉(8봉)(八角山, 633m)
16 : 20 -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玉溪里) 팔각산장 주차장, 산행종료
1. 바데산 가는 전망바위에서
▶ 동대산(東大山, △791.3m)
밤새도록 달려 영덕 오십천의 발원지라는 하옥계곡 마두교 앞 텐트야영장이다. 도착하자마자
자세 고쳐 눈 좀 붙일까 했더니 바로 산행시작 하잔다. 얼결에 주섬주섬 산행채비 한다. 너른 주
차장 주위로 야영하는 여러 동의 텐트가 보인다. 이 산골에 반듯한 건물은 불 밝힌 화장실뿐이
다. 외부 내부 또한 특급호텔의 화장실이다.
밤으로 흐르는 계류의 우렁찬 물소리로 정신 차리고 헤드램프 돋워 계곡의 등로 풀숲 헤친다.
길이 끊기고 사주(四周) 샅샅이 살폈으나 계류를 건너야 한다. 물이 꽤 깊다. 등산화를 벗어들고
바지자락 걷어 올리고 맨발로 물속 암반 더듬어 미끄러운 물때 가늠하며 살금살금 건넌다. 계
류 건너느라 어정버정하는 사이에 날은 훤히 밝았다.
계류에 닿을 듯 말듯 휘어드는 소로다. 더러 빙판처럼 미끄러운 암반을 트래버스 한다. 이 와중
에 스틱을 떨어뜨리고 만다. 스틱이 곧장 와폭 급류에 빨려 들어간다. 소(沼)의 바위틈에 박혔는
지 아무리 기다려도 떠오르지 않는다. 액땜으로 여긴다.
Y자 계곡. 가운데 능선을 잡는다. 성벽으로 두른 암벽 피하려고 게걸음 한다.
슬랩에 길게 드리운 두 가닥 밧줄이 보여 저기가 등로인가 보다 다가갔더니만 밧줄이 아니라
붙잡기 위태로운 나무뿌리다. 그러나 일수불퇴. 어렵사리 트래버스 하여 한 피치 오른다. 암릉
사이 가파른 협곡이 기다리고 있다. 외길이다. 낙석을 경계하며 앞사람의 발자국을 계단으로
만들어 오른다.
드디어 가파름 멈칫한 능선이다. 양지 바른 터에 널찍이 자리 잡고 있는 무덤 1기가 노송의 문
인수(文人樹)와 함께 방금 우리의 고역을 조소하는 것 같다. 그럴 것이 무덤 지나자 오른쪽 사면
에서 오르는 길이 있었다. 이리 험한 곳에 무덤을 쓴 망자의 후손이 대단하다. 그의 지극한 발복
의 염원은 차치하고 천당인 듯 앙천하여 운구했을 정성이 평가할만하다.
골 건너 오른쪽 능선으로 내연산(711m)이 가깝다. 완만한 숲속 길을 간다. 땅은 촉촉하여 마침
걷기 좋다. 지열은 없다. 이따금 산들바람 불어 가을을 느끼게 한다. 풀숲 에운 미역줄나무덩굴
은 서슬 무딘 한갓 추초(秋草)다. 길게 내려 ┫자 갈림길 안부. 한차례 바짝 오르면 내연산 주릉
인 785m봉이다.
내연산은 오른쪽으로 1.2㎞ 떨어져 있다. 거기에 다녀오자고 하는 이가 없어 다행이다. 길 좋
다. 쭉쭉 내닫는다. 그러는 중에도 식용버섯은 대뜸 알아본다. 우후이순(雨後耳筍)이라고 해야
겠다. 버섯이 등로 옆 사면 여기저기서 낙엽 뚫고 머리 내민다. 우리는 삼겹살 불판에 구워먹는
맛이 일품인 큰갓버섯만 골라낸다.
오른쪽 산허리 길게 우회하여 ┻자 능선 분기봉을 넘고 ╋자 갈림길인 안부. 이정표에 동대산
0.3㎞. 면계(面界)인 능선 마루금 벗어나 있다. 동대산으로 간다. 등로가 대로로 났다. 이왕의 쌓
인 돌무더기를 여러 케른으로 덧놓은 너덜지대 잠깐 지나고 동대산 정상이다. 오석의 정상 표
지석이 아담하다. 삼각점은 404, 73.6 건설부(?). 사방 나무숲 둘러 별 조망 없다.
2. 대간거사 님과 사계 님(오른쪽), 동대산 가다가
3. 동대산 정상
4. 바데산 가는 길에서
5. 멀리 오른쪽이 바데산
6. 맨 왼쪽이 상고대 님, 바데산 가는 길에서
▶ 바데산(△646m)
바데산 가는 길. 도상(圖上)의 우리의 기상(奇想)은 이랬다. 동대산 정상에서 0.3㎞ 후진하여 면
계 능선 마루금으로 복귀하지 않고 곧바로 북진하여 636m봉 넘고 북동쪽으로 방향 틀어 골짜
기로 떨어졌다가 면계 능선의 잘록한 안부로 치고 오르는 것. 이견이 있을 수 없는 회심의 작품
이다. 등고선 늘어진 넙데데한 사면에서는 망외의 부수입도 없진 않을 터.
그런데 우리가 기상(奇想)으로 그었던 그 길이 산행표지기와 선답자들 무수한 주등로다. 대로
의 연속이자 통나무 계단까지 놓여 있다. 골짜기로 떨어질 때까지 그런다. 전망암 들려 갈 길 온
길 살피고 석축 쌓은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넘어 골로 내린다. 큰물로 흐르는 와폭 위 징검다리
로 계류를 건넌다. 벌집을 발견한 해마 님이 교통정리 한다. 인적 없는 생사면의 잡목 뚫고 고도
70m 올려치면 주릉 안부다.
잠시 휴식. 요기로 힘 비축한다. 바데산 정상까지 도상 1.65㎞. 봉우리 4개를 넘어야 한다. 경주
하듯 줄줄이 내리 뺀다. 462m봉은 경점이다. 교대로 조망한다. 온통 울근불근 솟은 산들만 눈에
들어찬다. 아득하고 막막(漠漠)하다. 누군가 한마디 한다. 저기서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아주 고
약하겠다고.
길게 올랐다가 짧게 내리기를 반복한다. 봉우리 4개를 우회하는 수 없어 꼬박 직등한다. 땀 뺀
다. 모자챙에서는 땀이 낙숫물로 떨어진다. 등로에 매달아놓은 비닐 밧줄에 의지하여 오른다.
이윽고 바데산 정상. 서너 평 되는 공터에 조그마한 오석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영덕 25, 2004재설. 주위의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산행표지기 수로만 보자면
일류 명산의 반열이다.
‘바데산’이라는 산 이름이 궁금한 이는 나만이 아니다. 부산일보 2009.7.30.자 이상윤 기자의 기
사 중 일부다.
“영덕군지(盈德郡誌)를 뒤지다 보니 바데산의 원래 이름이 '해월봉'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동학
의 2대 교주였던 최시형의 호가 해월이었음을 어렵사리 떠올리고는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군지의 설명은 1871년 최시형이 이곳에 잠시 머무른 데서 산 이
름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바데산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된 것일까. 해월봉이 바다와 달이 관련된 이름이다 보니
바다와 달의 연음이 바데산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데산의 또 다른 명칭
이 바달기산, 바들기산이었다고도 하니 제법 그럴 듯한 설명이다.”
금황사 있는 마을이 해월리이니 명실상부하다.
옥계계곡으로 가장 빨리 내리는 길. 마루금 등로 버리고 금황사로 직하(直下)하는 길이다. 북서
진한다. 잡목 울창한 급사면 직하로 시작한다. 앞이 절벽이다는 전언으로 왼쪽 사면으로 트래
버스 하여 자갈과 와르르 쓸려 내린다. 산기슭 덤불 뚫어 잡초 무성한 빈집 마당으로 내린다. 고
목의 고욤나무가 빈집을 지키고 있다.
그 아래가 민가인 줄 알았는데 금황사 절집이란다. 콘크리트 포장길로 들고 곧 대하로 흐르는
옥계계곡에 다다른다. 등산화 벗어들고 건넌다. 발목 휘감는 물살이 간지럽다. 옥계계곡 유원
지에는 늦여름 물놀이 즐기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7. 바데산 주릉 오르기 직전의 계곡, 위로 건넌다
8. 바데산
9. 바데산 오르면서 조망
10. 왼쪽이 동대산
11. 바데산 정상
12. 팔각산, 뒤로 주왕산이 보인다
13. 팔각산
14. 옥계계곡 도하, 영희언니
▶ 팔각산(八角山, 633m)
주차장 나무그늘 아래에서 둘러앉아 점심밥 먹으며 오가는 말이 사뭇 성찬이었다. 처음에는 2
부 산행을 그만두고 포항 죽도시장으로 가서 생선회나 먹자는 의견이 우세하였으나 차차 냉정
을 되찾아 ‘오지산행’이라는 스스로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
2부 산행으로 팔각산을 오른다.
팔각산은 이름 그대로 뿔처럼 생긴 암봉 8개가 줄지어 있는 산이다. 아무 능선이나 붙잡고 함부
로 오르기가 겁이 나는 산이다. 하여 등로 찾는다. 경북소방 119 순찰트럭이 지나기에 세워 팔
각산 등로를 물었다. 우리를 친절히 에스코트하여 안내한다. 그들의 앞날에 많은 복이 있을진
저! 팔각산장 주차장이 원점회귀 지점으로 등하산로 표시가 있다.
선경옥계(仙境玉溪) 지계곡을 무지개다리로 건너고 철계단을 오른다. 소나무 숲길 울퉁불퉁한
돌길이 이어진다. 바윗길이나 가파를만하면 굵은 밧줄이 매달려 있다. 자기 걸음으로 가다보니
혼자 가는 산행이다. 팍팍하다. 해마 님이 오다가 되돌아갔다는 소식을 듣자 그런 수도 있구나
하니 내 걸음이 더욱 힘들다.
Y자 갈림길. 왼쪽은 일반 등로이고 오른쪽으로 암반으로 오르는 길이라고 한다. 당연히 오른쪽
으로 간다. 암봉 어깨를 넘어 뚝 떨어졌다가 뒤로 돌아 오른다. 철주 박고 밧줄 매어 있어 전혀
험로가 아니다. 그나마 암봉 정상을 오르는 슬랩에는 출입 통제한다고 금줄을 쳤다. 2봉, 3봉을
그런다. 사면으로만 돌아간다. 일반 등로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영희언니와 둘이서 괜히 멀리 돌아왔다. 일반 등로로 왔다는 맨 후미의 자연 님과 사계 님이 교
차점인 4봉 안부에 먼저 와 있는 것이 아닌가. 4봉은 철계단으로 오른다. 거의 직벽 수준으로
가파르고 긴 계단이다.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면 움찔 오금저린다. 밧줄 잡고 암릉 오르내린
다. 바데산 내리면서 볼 때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던 암봉들이 이리 가까이 다가가자 웅장한 모
습이다.
7봉은 암사면 질러 넘고 평탄한 등로 지나다 막바지 짧은 철계단 오르면 8봉으로 팔각산 주봉
이다. 목 추기고 하산 길 재촉한다. 얌전히 등로 따른다. 줄곧 내림 길이다. 굵은 밧줄 움켜쥔 양
쪽 손바닥이 화끈하게 내린다. 선경옥계 포말이 보이고 와폭 물소리는 골골을 울린다. 그 소리
로 발걸음이 가볍다.
15. 팔각산 연봉
16. 앞은 7봉, 뒤가 팔각산 주봉인 8봉
17. 앞은 7봉, 뒤가 팔각산 주봉인 8봉
18. 팔각산 연봉 뒤태, 가운데가 4봉
19. 팔각산 정상
19-1. 옥계계곡
20. 옥계계곡
첫댓글 몸도 성치 않으신데 고생 많으셨습니다...빨리 두통이 사라져야 될텐데요
잘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산행들하시네요..대간거사님! 통솔력 감탄~~~~~~안.즐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