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해탄 건너다.
부산에는 아주 늦게 도착하였으나 지월보살님의 지인이 소개하고 예약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원만행님이 지월보살님 대접하는 뜻으로 저녁을 사셨다. 숙소에서 건너다 보이는 광안리대교의 아름다운 네온 불빛을 보면서 그제야 멀리 여행 나왔음을 느낀다. 다음날 새벽 6시에 로비에 모여서 부산 국제여객터미날로 향한다. 바다를 가로질러 완만한 곡선으로 건설된 광안리대교를 건넌다. 기분이 여행 무드로 상승한다. 여객터미널에 주차하고, 홍보살의 제안에 따라 자갈치시장에 가서 고등어구이로 아침식사를 한다. 생나물 겆절이 등도 맛이 있었다.
제주도보다 더 가까운 거리지만 그래도 외국이라고 출국수속을 한다. 바람이 다소 강해서 파도가 높겠다는 안내 방송이 있었다. 대아관광의 오션플라워호에 승선한다. 배가 좀 낡았지만 편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건너다보니 저만치 정박해 있는 일본 관부(關釜)페리가 새것인 듯 색깔도 하얗게 산뜻하고 크기도 훨씬 커서 위용이 넘쳐 보였다. "오메~, 기 죽는 것". 정겨운 호남사투리로 호들갑을 떨어 보았다. 속으로는 저것이 국력의 차이인가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도 5천명이 동시에 탈 수 있다는 "카멜리아호"가 있지 않는가라고 자위하면서 언짢은 생각을 털어냈다.
배는 서서히 항구를 빠져나간다. 외항에 나가면서 파도가 높아져서 배가 앞으로 솟구쳤다가 쑤욱 내려 앉기를 거듭한다. 높은 파도가 일 때마다 젊은 승객들이 괴성을 지르면서 즐거워한다. 그 모습이 부럽다. 물보라가 쉴새 없이 창문에 부딛치는 것을 바라보는 사이 배는 예정대로 70분만에 대마도 북항 히타카츠(比田勝)에 도착한다.
* 대마도 상륙
사실을 말하면 나는 진작에 대마도를 살펴보고 싶었다. 세종대왕 시대에 대마도는 우리 땅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부인하지만, 최소한 대마도가 우리 조정에 조공을 바친 사실이 기록에 남아 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데 대해서 우리 네티즌들이 대마도가 우리 것이라고 맞받아 나선 때문이다. 대마도는, 세계 2차대전 종전 직후 우리 이승만대통령이 돌려 받으려 했지만 국제적 사정이 개입되어 맥아더 사령부가 그 뜻을 받아들이지 못한 역사가 깔려 있다.
예약해두었던 렌트카를 인수한다. 차는 일제 닛산 세레나 8인승이다. 스님께서 사용법 설명을 대강 듣고 국제면허증을 확인시켜 주신 후 사용료를 선불하고 키를 받는다. 만약을 위해 영수증을 챙긴다. 인계인의 보험 관련 설명이 있었다. 우리가 지불한 사용료에 일반 보험료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추가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차가 긁히면 2만엔, 차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5만엔 + 견인료 + a 라한다. 심하다. 스님께서 차를 직접 살펴보시고 이상 유무를 확인하셨다.
대마도는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어 그려지고 있으나 그 사이에는 아름다운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길은 남북섬을 잇는 일반 국도 382번 도로가 히타카츠에서 시작하여 북섬 중앙지대를 통과하면서 남섬의 남쪽 이즈하라(嚴原)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개 관광객들은 버스를 타고 이 길을 따라 여행한다. 1박 2일이면 충분한 코스다. 일본의 국부와는 동떨어저 보이는 자그마한 마을들이 여기 저기 산계곡 아래나 바닷가에 그림처럼 조용히 엎드려 있다.
스님께서는 곧바로 39번 도로를 따라 남하하신다. 출발 전에 가볼만 한 곳을 대략 살피셨으나 현지 세밀 지도를 다시 검토하신 후 코스를 정하신다. 길 오른 쪽에 한국식 기와지붕을 올린 한국전망대가 있는데 그대로 통과다. 스님께서는 5분도 안지나서 일본의 우측 운전감을 익히시고 정상 운행하신다. 양산에서 치매 관련 말씀 하신 것은 어쩌면 일종의 '스님 나름의 응석'이 아니었을까 여겨졌다. 불경스런 표현일까. 도가 높으실지라도 육신을 타고 나셨고 연세가 드셨으니 감성의 휴식도 필요할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한참 달리니 Value라는 이름의 꽤 큰 마트가 보였다. 가벼운 나들이 기분으로 떠난 여행이어서 처음부터 기록을 하지 않아서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저녁거리를 쇼핑한다. 갓나온 생선회 스시 오뎅 쥬스 과일등 푸짐하게 샀고 모두들 맛있게 드셨다. 유감스럽게도 이 문화가 낯선 홍보살님은 이 식사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다. 츠다야 호텔에 짐을 내리고 나서 홍보살님은 원하시는 따끈한 국물을 드시기 위해 호텔 근처 우동집에서 따로 식사를 하셨다.
나가사끼현 대마시 제작 가이드 북에 의하면 "웅대한 자연과 영원의 신비가 숨 쉬는 섬"이 대마도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우리나라 시골 풍경과 다름없어 심심해 보였다. 스님께서 모처럼 나온 나들이인데 아무 볼거리도 추억거리도 없는 그런 여행이 될까 많이 걱정하신다. 스님께서 호텔에 비치된 각종 브로쇼어를 다 모아놓고 각각 대조 확인하시면서 여정을 정하신다.
좋은 자료라 퍼 온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