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9주일 강론(나해)
마더 테레사 효과
몇 해 전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매우 신비로운 실험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버드 의대생들이 직접 참가한 실험이었는데 한 그룹의 학생들은 돈을 받는 노동에, 다른 그룹의 학생들은 아무런 대가가 따르지 않는 봉사활동에 참여케 했습니다. 연구진은 노동을 마친 학생들의 체내 면역기능의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무료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서 나쁜 병균을 물리치는 항생체가 나타났고 면역기능도 크게 증강되었습니다. 실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마더 테레사의 전기를 읽게 한 다음 인체변화를 조사했더니 봉사활동에 참가하지 않고 테레사 수녀님의 전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인체의 생명능력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의 침에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항체가 함유되어 있는데, 근심이나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침이 마르면서 이 항체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에 또 다른 실험으로 학생들의 면역항체수치를 조사하여 기록한 뒤, 테레사 수녀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여주고 그 수치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면역항체수치가 실험 전보다 일제히 높게 나타났음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봉사활동을 한다든가 타인에 대한 봉사를 생각하거나 그 봉사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면역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두고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봉사와 사랑을 베풀며 일생을 보낸 테레사 수녀님의 이름을 붙여 ‘테레사 효과(Therese Effect)’라고 공식적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실제로 남을 도우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현저히 좋아지게 하고 엔돌핀이 평소의 3배 이상 분비되어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고 합니다. 봉사는 남을 위한 일이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기쁨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 됩니다. 즉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평생 헐벗고 굶주린 이웃들을 돌보다 돌아가신 테레사 수녀님께서 이끌었던 인도 켈커타의 봉사단체 사무실에는 지금도 다음과 같은 글귀가 걸려있습니다.
“만약 그대가 두 개의 빵을 갖고 있다면 하나는 가난한 사람에게 내주고 또 하나는 그 빵을 팔아 히야신스 꽃을 사십시오. 그대의 영혼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2013년 12월 15일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대구주보 5면]
오늘은 연중 제19주일입니다. 지난 주일에 이어 오늘도 우리는 성체성사에 관한 말씀(요한 6,1-51)을 들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영원한 생명의 빵이며, 그분의 살을 먹음으로써 우리도 그분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1열왕 19,4-8)에는 열왕기 상권의 엘리야 예언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엘리아가 바알의 예언자 사백오십 명을 처단하자 신앙심이 없는 이세벨 왕비는 그의 생명을 맹렬히 위협했습니다. 두려움에 싸인 엘리야는 남쪽을 향해 도망쳤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에 순수한 하느님 숭배 사상을 재건하고자 하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고 적들의 간계 때문에 절망한 나머지 주님께 죽여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저는 제 조상들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1열왕 19,4)”
믿음이 강했던 예언자 엘리야도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권력의 위협 앞에서 절망의 벼랑에 섰던 것입니다. 그래서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허기와 피곤에 지쳐 싸리나무 덤불 아래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 주님의 천사가 그를 흔들어 깨워 불에 구운 과자와 물 한 병을 주면서 먹으라고 했습니다. 엘리야는 이것을 먹고 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랬겠습니까?
하느님께서 다시 엘리야를 깨워, 먹고 마시라고 재촉하셨습니다. 엘리야는 그 음식을 먹고 사십 일 동안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호렙 산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던 시나이 산이었습니다. 엘리야가 하느님의 천사로부터 받아먹은 과자와 물은 그에게 생명과 기운을 불어넣어 준 것으로 성체의 전표가 되었습니다. 엘리야가 40일 간을 걸어간 것은 40여 년 간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하느님께 불성실했던 것을 기워 갚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그는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생명의 양식을 먹고 신앙의 땅, 마음의 고향, 호렙 산 곧 시나이 산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구약의 엘리야가 체험했던 바를 우리도 오늘의 상황에서 체험해야 합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고 실망, 좌절, 불평불만이 쌓이게 될 때, 하느님께서 엘리야를 호렙 산으로 이끄시는 그 초대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사랑, 그것은 구약의 엘리야에게는 천사의 깨우는 소리, 과자와 물이었지만 오늘의 우리에게는 예수의 몸, 곧 생명의 빵이신 성체입니다.
우리도 어쩌면 매일매일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면서도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의 깊은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예수께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생명의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하신 말씀을 깊이 헤아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빵은 곧 자신의 십자가상의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줄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든 이들이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예수의 몸을 받아 모실 때, 즉 성체성사로써 그분과 하나가 될 때에 우리는 그분의 사랑과 은총 안에 머무르게 됩니다.
오늘 제 2독서 (에페 4,30-5,2)의 말씀은 그리스도교 신앙인의 삶이 어떤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성령의 인장을 받은 우리는 “모든 원한과 격분과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버린 채 서로 너그럽게고 자비롭게 대하고 서로 용서하는 삶”(에페 4,31 참조)을 살아야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그러하셨듯이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향기로운 예물로 바쳐드리는 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을 통해 가능한 것입니다.(에페 5,2 참조)
우리는 조용히 감실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우리가 처음 신앙을 받아들였을 때, 첫영성체 했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 감격 그 기쁨을 간직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엄청난 생명의 보물을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께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게 할 것입니다.
제가 오늘 강론 벽두에 소개해 드린 성 마더 데레사의 삶의 모습처럼 일생을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살아가신 그 신앙심이야말로 참된 성체의 삶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임을 잊지 말고 하루하루를 주님께 기꺼이 봉헌하는 성체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