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24,1-4.8-12.19-22; 루카 2,15ㄴ-19
+ 오소서, 성령님
매일 미사 8월호에 나와 있는 말씀으로 성모 신심 미사의 말씀으로 오늘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1독서인 집회서 24장은 집회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창조와 구원의 역사 안에서 지혜가 차지하는 역할을 종합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삼위일체 신학을 정립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고, 요한복음 1장에 나오는 말씀의 찬가에도 큰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 독서는 지혜가 마치 사람인 것처럼 자신에 대해 말하는 바를 전하는데요, 이 지혜는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케합니다. “나는 거룩한 천막 안에서 그분을 섬겼으며 이렇게 시온에 자리 잡았다”라는 구절이, 신약에서 계약의 궤이시며 시온의 딸로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낳으신 성모님과 연관이 되기에 오늘 독서 말씀으로 봉독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환희의 신비 제3단,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낳으신 신비를 묵상합니다. 목자들의 말을 전해 들은 사람들과 성모님의 태도가 비교됩니다.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그들이 어떻게 하였다는 말은 없습니다.
우리는 말씀을 듣고 놀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놀랐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신앙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길바닥이나 돌밭에 떨어진 씨앗처럼, 말씀이 뿌리를 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에는 말씀이 뿌리를 내린 유일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성모님은 이 일을 마음에 간직하셨고, 곰곰이 되새기셨습니다. 이것은 거룩한 독서의 네 단계 즉 읽기, 묵상, 기도, 관상 중 묵상의 단계에 해당합니다.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를 쓰신 엔조 비앙키 수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독서를 통해 찾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되새김 즉 말씀을 되새김질하고 곱씹는 것입니다. 되새김은 하느님 말씀에 적용되어, 읽고 듣고 이해한 말씀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활동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 보고 맛 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모님의 여러 가지 덕을 본받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하여 세상에 낳아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김으로써 말씀이 우리 안에 뿌리내릴 때,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갈 때, 성모님을 가장 직접적으로 본받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 지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먹는 이들은 더욱 배고프고 나를 마시는 이들은 더욱 목마르리라.” 지혜를 한 번 맛본 이는 그것을 더욱 갖고자 하는 욕망을 느낍니다.
예수님은 같은 뜻의 말씀을 요한복음에서 정반대로 표현하십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3-14)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릴로, 목자들의 경배, 166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