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385)... Ebola 공포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에볼라(Ebola) 공포(恐怖)
지난 3월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에볼라 바이러스병(Ebola Virus Disease)은 필로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으로 바이러스 출혈열(出血熱)의 일종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콩고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원숭이나 박쥐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실하지 않다.
국제보건의료계는 에볼라 사태가 심각하게 발전되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8월에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WHO 통계에 따르면 10월23일 현재 총 1만141명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 중 4922명이 사망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enters for Disease Control & Prevention)는 최악의 경우 아볼라 감염자가 53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에볼라 퇴치에 써달며 900만 달러(93억원)를 기부한지 한 달 만에 또 1억달러(1060억원)를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기부했다. 앨런과 MS를 공동 창업한 빌 게이츠는 지난달 9월에 5천만달러를, 그리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이클 저커버그도 2천5백만달러를 에볼라 퇴치기금으로 내놨다.
에볼라 치사율은 25-90%에 이른다. 현재까지 에볼라 백신과 항(抗)바이러스제(劑)가 없으므로 치료는 수혈, 수액 및 영양 공급 등 증상 억제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WHO 보도에 따르면 미국ㆍ독일ㆍ스위스 등에서 에볼라 백신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검증되면 내년 초부터 서아프리카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보건당국은 에볼라 치료에 효과적인 항(抗)바이러스제(劑)를 개발했다고 10월초에 밝힌바 있다.
미국 CNN 등은 에볼라 바이러스병에서 완치된 미국인 환자 7명 중 4명이 에볼라 생존자의 혈청(血淸)을 투입하는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혈액에서 추출한 황색의 투명한 액체인 혈청에는 면역 항체, 각종 영양분 등이 함유되어 있다. 혈청 치료란 감염성 질병을 앓은 뒤 항체(抗體)가 형성된 사람의 혈청을 다른 환자에게 주입해 면역력(免疫力)을 키우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최근 미국 전역에 ‘에볼라 공포(fear)’가 확산되고 있다. 즉, 미국 심장부이며 인구 840만명의 최대 도시인 뉴욕 한복판에서 에볼라 감염 환자가 발생하였다. 뉴욕 방문객 수는 지난해 외국인 1140만명을 포함하여 총 5430만명에 달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 10월 23일 맨해튼 벨뷰병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내과 전문의인 크레이그 스펜서(33세) 컬럼비아대학 의대 외래교수가 에볼라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펜스 교수는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Doctors Without Borders)’ 소속으로 지난 9월 16일 아프리카 기니에 가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1971년 파리에서 결성된 긴급의료단체로 세계 어느 지역이든 전쟁ㆍ기아ㆍ질병ㆍ자연재해 등이 발생해 의사의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48시간 이내에 구호활동에 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1999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최초 확진 환자인 라이베리아 국적인 토머스 에릭 덩컨은 지난 9월 20일 미국에 도착하여 병원에 입원한 28일까지 약혼녀 루이즈 토로의 아파트에서 지냈다. 이 기간 트로는 고열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설사 증세를 보인 덩컨을 간호했다. 덩컨은 30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10월 8일 사망했다. 한편 약혼녀 트로는 덩컨이 텍사스주 댈러스의 병원에서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정확히 21일 만에 격리 조치가 해제됐다. 이에 감염의학(感染醫學) 전문의인 아메시 어댈리아 박사는 “에볼라 환자와 접촉했다고 무조건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인들이 ‘피어볼라(fearbolaㆍfear와 ebola의 합성어)’ 확산을 막기 위해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덩컨 환자 치료에 참여하여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간호사 니나 팸을 10월 24일 백악관으로 초청해 포옹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스펜서 교수가 에볼라 발병 전 식사를 했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서맨서 파워 UN주재 대사는 에볼라가 창궐하는 서(西)아프리카 3개국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10월 25일 현지로 떠났다.
에볼라 바이러스병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대책반을 구성하여 국내 및 국외 발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전국 국립검역소, 시도 및 시군구 감염병 담당 부서에 추적조사 및 역학조사에 대한 지침을 배포해 국내 유입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 실험실 안전등급을 강화하여 에볼라 바이러스 진단검사가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에볼라 바이러스병 발생 지역에 현지대응팀을 파견해 WHO 등 현지 국제기구와 공조하여 현지 상황을 파악했고, 거주 교민을 대상으로 개인보호 장비를 보급하였다. 또한 정부는 에볼라 확산 지역인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 의료진을 11월에 파견할 예정이며, 보건ㆍ의료인(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현장 안전관리자)을 모집하고 있다.
우리나라 파견 의료인력의 활동 기간은 현지 교육과 활동, 격리 기간까지 포함하여 7-9주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에는 에볼라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는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아프리카에 우리나라 의료진을 파견해 인도주의적 지원도 하고 에볼라 치료 경험도 쌓아야 한다.
정부의 에볼라 바이러스병 대책 중 검역(檢疫)강화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해외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에볼라 발생국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우리나라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아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병의 최대 잠복기인 21일 동아 관할 주소지 보건소에서 증상여부를 추적 조사하는 등 능동적인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National Medical Center)은 국가 중앙의료기관으로서 에볼라 관련 상황파악, 초기 대응, 교육 및 훈련 등을 위하여 에볼라 태스크 포스(TF)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 Prevention)는 국내 환자 발생 및 유입상황에 대비하여 전국 17개 병원을 국가지정 에볼라환자 입원치료병원으로 정하고 544병상을 준비했다.
이들 병원 의료진에게 개인보호 장비를 보급하고 이동식 검사 장비를 구비하도록 조치했다. 또 의심환자 이송을 위한 이동식 격리 침상, 휠체어, 환자 후송을 위한 비행기 탑재 장비 등을 확보하기로 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보호장비 C등급 전신보호복 5300개를 배부한다. 에볼라 발병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료인력은 개인보호장비로 전신보호복(팔ㆍ다리ㆍ몸통이 연결된 형태의 가운), 안면보호구, N95마스크 또는 전동식호흡장치(PAPR), 이중 장갑, 이중 덧신(겉 덧신과 방수 덧신), 앞치마(에이프런) 등을 갖춰야한다.
에볼라 출혈열의 감염경로는 감염된 사람의 체액(體液), 분비물, 혈액 등과 직접 접촉, 에볼라 환자 치료 중 개인 보호장비(장갑, 마스크, 가운 등) 미착용 등으로 인한 의료진(醫療陣)의 병원 내 감염(感染), 감염된 원숭이, 과일박쥐 등 동물과의 접촉 등이다. 물, 음식, 공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으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潛伏期, 2-21일)에는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다.
주요 증상은 갑작스런 발열(發熱), 오한, 두통, 근육통, 목아픔 등이며, 이후 통상적으로 구토,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과 함께 간과 신장 기능의 악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시점에서 출혈(出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은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자검사법(RT-PCR), ELISA, 항원검출검사, 혈청중화검사, 바이러스 분리 등을 실시하며, 치료는 증상에 따라 실시한다.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으므로 감염된 환자에게 수혈, 영양 공급, 경구 수분 보충요법 및 정맥 주사액 치료 등을 통해 증상 억제 요법으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돕는다.
에볼라 감염자 및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 대해 특별 여행 경보발령이 내렸으므로 해당 국가 방문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이미 해당지역을 방문 중인 경우에는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여야 한다. 질병에 대한 공포는 안전수칙 체득, 성공적인 치료 경험 등이 쌓이면 줄어들기 마련이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385). 2014.10.30. www.nandal.net www.ptc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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