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8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조재형 신부
복음; 1,26-38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외부로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갈 때면 꼭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있습니다. ‘노트북’입니다. 노트북으로 매일 강론을 준비하고, 복음묵상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음악을 듣기 때문입니다. 노트북이 충격에 약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노트북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8년 동안 노트북을 잘 보관하던 가방의 지퍼가 고장 났습니다. 가방 자체는 제가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트북을 위해서는 8년 동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노트북 가방을 정리하고, 새로이 노트북 가방을 마련했습니다.
넷플렉스에서 ‘신앙의 표징’이라는 다큐를 보았습니다. 유럽의 교회에는 예수님과 관련된 ‘성물(聖物)’을 보호하는 성당이 더러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예수님께서 쓰셨던 가시관’입니다. 예수님께서 쓰셨던 가시관은 아름답게 금으로 장식된 보관함에 있었습니다. 금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보관함이 필요한 이유는 예수님께서 쓰셨던 ‘가시관’을 위해서입니다.
교회의 ‘보물’인 가시관이 사라질 뻔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15일에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있었습니다. 이때 ‘가시관’도 화재로 사라질 뻔 했는데 소방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노트북 가방과 가시관 보관함은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들이 노트북과 가시관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교회가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을 우리는 오늘의 본기도에서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본기도는 이렇게 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녀를 통하여 성자의 합당한 거처를 마련하시고 성자의 죽음을 미리 내다보시어 동정 마리아를 어떤 죄에도 물들지 않게 하셨으니 동정녀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도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성모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였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 어린 아기 예수님을 기르셨기 때문입니다. 노트북을 위한 노트북 가방처럼, 가시관을 위한 보관함처럼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거처가 되었기 때문에 교회는 성모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또한 주님을 모실 수 있는 깨끗한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 성모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이유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성모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두 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성모님이 신앙인의 모범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모범일까요? 우리는 오늘 그것을 복음에서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비록 그것이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비록 그것 때문에 심한 고통을 받을지라도, 비록 그것 때문에 죽음에 이를지라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믿음’입니다. 이것이 교회가 성모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들 또한 성모님의 믿음을 본 받아야 합니다. 교회가 성모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세 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요한복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19장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기셨기 때문입니다.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는 그래서 성모님을 자모이신 교회의 어머니로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말씀을 듣고 우리를 위해서, 교회를 위해서 전구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전구는 과달루페에서, 루르드에서, 파티마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권고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주 단식하라는 것입니다. 자주 성체를 모시라는 것입니다. 고백성사를 정성껏 보라는 것입니다. 오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들 또한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수 있도록 깨끗한 몸과 마음을 간직해야 합니다. 성모님께서 보여주었던 참된 믿음을 간직해야 합니다.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며 참된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성모님을 통하여 티 없고 흠 없이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배필인 교회의 시작을 알려 주셨나이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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