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부터 '
고수'의 포스가 느껴진다. 우선 동네 마실 나가 듯, 어수룩한 자전거 차림이 아니다.
둘 모두 몸에 착 붙는 자전거복에 헬멧과 고글까지 풀세트로 갖췄다. 자전거는 700만원을 호가하는 카본
로드바이크. 헬멧을 벗기 전까진 탄력 있는
바디라인 때문에 이들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비공식 국내 최고령 라이더 이완순(93)씨와 그의 오랜 '벗' 조경동(72)씨가 그 주인공이다
◇성인병 제로, 자전거가 보약
"자꾸 최고령 최고령 하니까 싫어~" 이완순(93) 할아버지의 첫마디다. 물론 눈썹까지 백발이 성성한 이 옹은 "성남에서 강화까지 자전거로 딱 두번 쉬고 가는데, 그런 얘기는 쏙 빼고 최고령 소리만 하니까 기분 나뻐~"라며 웃었다. 조카뻘인 조경동 (72)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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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은 국내 최고령 라이더 이완순(왼쪽) 옹과 오랜 벗 조경동 할아버지. 제공 | 국민생활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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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성남시 양지동의 방 두 칸짜리 집은 자전거와 용품들로 가득하다.
현관 옆에 자전거가 3대, 식탁과 벽에는 온통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었다.
'전국 어르신생활체육대회'에서 받은 '최고령 참가상' 상패 2개가 장식장 위에 놓여 있다.
이완순 할아버지는 "취미이자 운동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건 10년 전 쯤이야. 장사를 그만두니까 여간 심심한 게 아니야. 그래서 시작했는데 눈이나 비가 올 때 빼곤 매일 자전거 타러 나갔어"라며 눈을 반짝인다.
멀리는 강화, 춘천, 원주까지 왕복하고 보통 집이 있는 경기 성남에서 팔당까지 자전거로 왕복한다.
할아버지는 평지에서 시속 37~38㎞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20대 젊은이도 따라가기 버거운 속도다. "매일 아침이면 동생(조경동)이랑 나가서 자전거 타. 성인병이 하나도 없으니 보약이 따로 없어. 하루라도 빼먹으면 늙는 거 같다니까"
◇30년 넘게 해온 자전거 인생의 동반자
이완순 할아버지와 조경동 할아버지는 1970년 우연히 알게 됐다. "내가 채소장사를 시작할 때였어요. 할아버지 혼자 찬거리를 사러 오셨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쪽방에서 혼자 사시더라고요" 무엇이 통했는지 그 때부터 왕래하면서 지내다가 80년대 중반부터 아예 같이 살게됐다.
조경동 할아버지의 아내는 이들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반찬도 해주고, 살림도 봐준다. 덕분에 두 노인은 매일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조경동 할아버지는 군대에 있을 때 고막 파열로 귀가 이완순 할아버지의 밝은 귀가 되어 주기도 한다.
친 형제보다 살가운 두 노인은 "우리들은 조심해서 자전거 오래오래 탈꺼야.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라면서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네~맘 놓고 씽씽 달려보게"라며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