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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의 코스 계획에 따라 '금학체육공원 → 매바위 → 금학산 정상 → 대소라치 → 보개봉 → 고대산 고대봉 → 삼각봉 → 대광봉 → 문바위 → 고대산 주차장'의 12km 구간을 7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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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학산[金鶴山]
높이: 947m
위치: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금학산(金鶴山)은 강원도 철원에 있다. 산세는 부드럽게 보이지만 산속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매바위 능선, 큰바위 능선, 용바위, 용아릉 등 암릉이 연이어져 있다. 가까이 백마고지가 위치하고 민통선과 인접한 산이다.
철원의 대표적인 명산. 학이 막 내려앉는 산형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금학산이다. 마애석불, 부도탕갓, 상정바위, 안양사 절터, 신적골, 용탕, 칠성대 등이 있다.
금학산은 밖에서 올려다보면 부드러운 산세이다. 그러나 산속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예기치 못한 매바위 능선, 큰바위 능선, 용바위, 용아릉 등 암릉이 돋아나 있어 산세에 제법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다 아직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마애석불, 부도탕갓 등 볼거리가 군침을 돌게 하며, 중요 등산로마다는 옥수가 철철 넘치는 여고약수, 바가지약수 등 세 곳의 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다.
올라갔던 코스를 역으로 내려가던가, 동릉을 타고 마애불상, 비둘기 능선을 거쳐 동송초교로 내려간다. - 한국의 산하
고대산[高臺山]
높이: 831.8m
위치: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
경원선 철도가 휴전선에 막혀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추는 곳에 고대산이 솟아있다. 경기도 최북단인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와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 있는 고대산은 정상에서는 북녘의 철원평야와 6ㆍ25 때 격전지인 백마고지(白馬高地), 금학산(金鶴山:947m)과 지장봉(地藏峰:877m)ㆍ북대산(北大山)ㆍ향로봉(香爐峰)은 물론 한탄강(漢灘江) 기슭의 종자산(種子山)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분단의 한, 망향의 한이 굽이쳐 북녘이 그리울 때, 멀리서나마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3대 명산으로 고대산, 복계산(福桂山. 1,057m), 지장봉(地藏峰·877m)을 꼽는다. 해마다 6월이면 분단 상황을 체험해보려는 많은 등산인이 고대산을 찾는다. 수려한 전망과 적당한 코스 등 최적의 산행코스를 갖췄음에도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웬만한 지도에는 감춰진 산이다.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서 여태껏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산이 간직한 매력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매력은 역에서 산행 들머리까지 걸어서 불과 10여 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신탄리역에서 내리면 역 뒤편에 솟아 있는 산이 고대산이다. 정상은 역에서 보이는 봉우리의 능선을 타고 20여 분 가는 뒤편에 있어 역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토요일인 6월 3일에는 기획자가 까만 소인지, 강원도인지 모르겠지만, 강원도 관광재단에서 추진하는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 중 하나인 철원 금학산과 연천 고대산을 연계해 달린다. 처음 추진 계획을 보고, 강원도 20대 명산이라는 걸 훑어보니, 그중 금학산, 비봉산, 응봉 셋을 제외하고 이미 다 오른 산이다. 그리고 그 셋도 별 유인이 없어 무시했다. 그러다, 각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을 다 뒤졌지만, 6월 첫 주 토·일에 갈 만한 산이 없다는 걸 알았다. 와중에 초행인 산은 강원도 20대 명산 중 하나라는 금학산이 유일해 한국의 산하에서 검색해 보니, 마애불과 암릉이 눈길을 끌었다. 해서 이미 정원을 채우고 대기자가 3명이나 있음에도 4번째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빈자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봉 감독에게서 2021년부터 계획해 봄철 산방기간이 끝나면 가기로 한, 설악산 제단골에 가자고 연락이 왔다. 해서 5월 26~27일로 잡았는데, 아내의 무릎 수술이 같은 날 잡히는 바람에 6월 2~3일로 연기하며, 금학산행을 취소했다. 그런데, 산행이 끝나고, 귀경하는 차편에 문제가 생겨, 다시 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일에 치인 봉 감독의 일정이 여의찮아, 일단 보류했다. 고로 6월 첫 주 토·일이 붕 뜬 상태라, 6월 3일 금학산, 고대산 연계 산행이 유효한지 확인했다. 예상대로 처음의 열기와는 다르게 빈자리가 많아, 바로 회비를 입금하고 그 중 한 자리를 선택해 신청했다. 이후 취소자가 속출하더니, 성원 26명을 간신히 넘는 지경까지 갔다. 28인승이라, 가격이 1.83배인 다른 안내산악회는 같은 산행이 만석인데, 비용이 아니라, 편리를 선택하는 게 대세?!
금학산은 까만 소 인증 대상이 아니라, 인증꾼이 찾지 않아, 안내산악회 산행 대상에 끼지 못한 산이나, 강원도 20대 명산을 까만 소 인증 대상으로만 채울 수 없어, 그중 고르고 고른 산 중 하나로 생각된다. 물론 이어 달리는 고대산은 인증 대상으로, 2018년 추석 연휴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왔다[산행기]. 당시 고대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봉우리를 보며, 저기까지 달리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봉우리가 금학산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그리고 산 소개를 보니, 한 번 정도 올라야 할 산이라는 생각이 들어 설악산 제단골 산행으로 산악회 진행 산행을 취소한 이후 대중교통으로 다녀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고대산은 뺀 금학산만 오르는 계획이다. 그런데 설악산행이 연기된 후 산악회비가 대중교통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기까지 해 비록 고대산까지 달리는 계획이나, 산악회와 같이한다.
간신히 성원을 채워 출발이 확정되자, 그 전에 취소했다가 다시 신청한 사람 포함 8명이 추가 신청해 총 34명이 같이 한다. 불로소득을 바라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나라다! 어쨌든 그나마 제일 가까운 포천 광덕산 산악날씨에 따르면, 기온은 영상 17~18도를 오르내리고, 종일 햇살이 내리쬘 거라는 예보라, 힘겨운 산행이 예상되지만, 초속 4~5m의 강한 바람이 땀을 날려버릴 거라 기대하게 만든다. 산행 준비는 평소와 같다. 다만, 얼음물을 많이 준비하고, 군사지역이라 주변 지도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2018년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등산로 입구 주변에 식당이 있었으니,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 한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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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경 집에서 나와, 6시 6분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해, 6시 11분에 도착했다. 불광역에서 21분발 열차를 탈 예정이었으나, 12분 열차도 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역으로 내려가니, 열차가 한 정류장 전인 연신내역에서 막 출발했다. 그렇게 12분 열차를 탄 덕분에 버스 출발까지는 거의 20분 가까이 남은 6시 41분경 신사역에 도착해 여유롭게 김밥을 사고, 5번 출구로 나갔다. 안내산악회 3곳이 5번 출구 버스정류장 주변을 출발지로 사용하고 있는데, 주변의 등산객을 보니, 이번에 이용하는 산악회 버스만 출발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시절 분위기를 잘 잡은 산악회는 버스가 모자랄 지경인데, 소규모 안내산악회는 한 주에 한 대 출발도 힘든 세상이 됐다.
시간은 남아돌고, 산행 중에는 거의 앉아서 쉬는 일이 없으나, 무언가를 기다리며 멍청이 서 있는 건 또 싫어해 어디 앉을 곳이 없나, 찾았다. 물론 버스정류장의 의자는 앞선 등산객이 다 차지해, 건물 앞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난간에 앉았다. 3분가량 앉아 있으니, 햇살은 따가워 다들 그늘로 숨기 바쁜데, 엉덩이로 찬 기운이 올라오며, 빨리 일어나라는 신호로 기침이 쏟아져, 별수 없이 일어나야 했다. 앞선 등산객이 앉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렇게 서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출발 예정인 7시보다 1분 늦게 도착했다. 힙색이라 그대로 버스에 타고, 자리를 잡고 앉아,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이 산악회는 가성비는 좋은데, 성원이 25명으로 너무 많아, 미달로 취소되는 일이 많고, 버스가 구형이라 충전 단자가 없다는 게 아쉽다! 그래서 가성비가 좋은가?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핸드폰을 껐다.
7시 3분경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잠실역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운 후 철원 금학산을 향해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먼저, 어쩌다 보니, 자신이 같은 날 두 개 산행을 인솔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지리산이나, 설악산 무박 종주 산행을 인솔하고, 근교 산행은 지인에게 부탁했는데, 근교 산행 등산객의 불만이 있어 지인과 바꿨다는 말로 시작했다. 산행 대장이 아니라, 인솔 대장 즉 차장에 가까운 역할이라 누가 하든 문제될 건 없다. 다만, 우연히 산악회 산행 계획을 구경하다가 그 사실을 발견하고, 추측했던 그대로다. 그 지인이 누군지도 안다. 이어 목적지가 생각보다 가깝고, 가장 먼 휴게소가 30분 거리라, 아침을 먹어야 할 승객도 있어, 출발하자마자 휴게소에 들리는 걸 양해해 달라는 말로 1차 공지를 마쳤다.
고속도로를 좀 달리는 듯하더니, 이내 휴게소를 들어갔다. 남한 북서 지역의 강원도, 경기도 산에도 많이 갔으나, 이 고속도로는 처음이다. 아니, 이 구간에 고속도로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러니, 당연히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변의 휴게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별내 휴게소다. 해서 이 글을 쓰면, 이 고속도로에 관해 구글링했다. 아직 공사 중인 세종포천고속도로다. 급한 일도, 스트레칭이 필요한 건 아니나, 초면의 휴게소라 구경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둘러봤으나, 하다못해 소공원도 없어, 바로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금학산 정상까지는 약간 힘든 산행이나, 이후 고대산까지는 꽃길로, 보통 5시간 30분에서 6시간 정도 걸리지만, 여유로운 산행을 위해 7시간을 책정했다고. 그래도 마감 지인 신사역 도착이 6시 정도. 가까운 건 알고 있었으나, 6시 반경이면 집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얘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버스가 대기하는 주차장에서 300여 미터 아래에 전과 주류만 판매하는 카페가 있고, 700여 미터 아래에는 식당도 있지만, 왕복이 귀찮은 승객을 위해 대장이 버너와 코펠, 물을 가져왔고, 휴게소에서 라면도 샀다는 말로 얘기를 끝냈다. 대장의 말을 들으며, 창밖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데, 저 앞으로 ‘흔들다리’가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지자체라면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흔하디흔한 다리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허허벌판에 설치되어 있어, 놀라서 달리는 버스에서 기록했다.
허허벌판에 흔들다리를 그냥 설치하지는 않았을 거고, 무언가 있을 거라는 건 예상된다. 그 주변에 글램핑을 위한 캐러밴도 보이고. 해서 창밖을 주시하고 있는데, 도로 한참 아래로 강이다. 한탄강! 흔들다리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오랜만에 보는 한탄강이라 반가워, 기록으로 남기려는 순간 이미 시야를 벗어나 아쉬울 뿐이다. 한탄강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할 정도로 달린 버스가 들머리인 철원으로 들어서자, 인솔 대장이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고, 들머리 도착이 9시 30분, 금학산만 환 종주하는 승객을 위해 4시간을 책정해, 들머리에서 떠나는 시각은 1시 30분, 날머리인 고대산 주차장에서 서울로 떠나는 시간은 4시 30분으로 최종 공지했다. 금학산만 환 종주하는 승객은 한 명! 해서 나도 마애불이 궁금해 금학산만 돌까 하다, 너무 짧은 산행이라, 고대산까지 가기로 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잘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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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5분 금학산 들머리이자, 금학체육공원 입구인 철원여중고 정문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산행 준비가 끝난 등산객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문 옆 포장도로로 체육공원 방향으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등산지팡이를 펼치는 등 등산 준비를 한다.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내린 나는 핸드폰과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31m, 오차를 고려하면, 200m가 조금 넘는 높이로, 생각보다 낮다. 금학산 높이가 947m니, 표고차가 740m 이상으로 최근 오른 산 중에 가장 크다. 4월 16일 표고차 770m가 넘었던, 기룡산 이후 가장 높이 올려야 하는 산이다[산행기]. 고로 쉽지 않은 산행이다. 12km에 불과한 거리에 7시간을 책정한 이유가 있다.
체육공원으로 향하는 포장도로 주변에 밭이 있고, 이 시간에 밭일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우리의 목표인 금학산으로 생각된다. 그 봉우리를 보며, 올라가는데, 앞서 올라가던 등산객 둘이 나뭇가지를 잡으려고 애를 쓰는 게 무언가 있다. 오디 아니면, 버찌다. 역시 오디다. 낮은 위치의 익은 열매는 이미 오가는 사람들이 다 따먹고, 높은 위치만 남아 있어, 키가 큰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나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뛰어올라 나뭇가지를 잡은 후 오디 하나를 따서 맛을 봤다. 잘 익은 게 맛이 좋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급경사를 오르는데, 준비가 끝난 후미가 빠르게 올라와 추월한다. 그중에는 반바지에 거의 허리에 닿는 긴 머리를 가진 남성 산꾼도 있다. 복장과 모양새로 봐서는 (어설픈) 전문가라, 금방 눈에 띈다.
남는 게 시간이고, 급할 게 없어, 페이스를 유지하며, 포장도로 옆 계곡에 놓인 갑판 산책로로 가지 않은 걸 후회하며, 올라, 산행 시작 10분 만인 9시 45분에 금학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체육공원답게 운동 기구에는 서너 명의 마을 주민이 운동하고 있다. 그리고, 보이는 않으나, 요란한 물소리가 들려, 그곳으로 가자, 약수터다. 산행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맛을 본 후, 체육공원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 옆의 지도로 가야 할 코스를 다시 한번 복기했다. 지도에는 현 위치 표기가 없으나, 우리가 있는 곳이 '금학 약수터'다. '거북이 약수터' 코스에 있는 '마애불상'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앞선 산꾼이 찍은 사진으로는 볼만한 가치가 있는 거 같지는 않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돌계단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금학산정(金鶴山亭)을 지나자, 급경산 등산로에 갑판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 계단으로 위로 보이는 능선을 향해 올라가는데,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응? 여기에 무슨 고지?' 궁금해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체육공원 방문을 인증한다’라고. 별게 다 인증 대상이다. 어이가 없어 혀를 끌끌 찬 후 핸드폰을 집어넣고, 다시 오르기 시작해 9시 52분에 능선에 도착하니, 사거리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0km, 마애불까지는 1.5km, 왕복 1km 내라면 다녀왔을 거지만, 3km라 미련을 버리고 정상 방향으로 직진했다. 그리고 여기서는 목재 계단이라 부르는,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으로 위로 오르자, 최전방답게 곳곳이 감시초소다. 철원, 포천, 가평 등 휴전선에 가까운 산에 오를 때마다 매번 확인하는 거지만, 애초 등산로가 아니라, 초병의 이동통로거나, 작전로다. 금학산 등산로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아, 거기에 이정표를 설치했을 뿐이다.
10시 5분경 안부가 가까워지자, 그나마 편하게 오를 수 있었던, 목재 계단이 끝나고, 바위와 돌이 뒤섞인 등산로로 변했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설치한 밧줄도 보이기 시작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오르자, 울창한 숲이 사라지고, 저 앞으로 첫 번째 전망대가 나타난다. 그 전망대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금학산이 보이고, 뒤로는 관목 사이로 철원 평야다.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를 떠나, 능선을 따라, 50여 미터를 올라가자, 이정표 옆에 소개문이 서 있다. 매바위 소개문이다. 그런데, 매바위에는 두 여성과 한 노년의 남성이 짝을 이뤄 다양한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앞에서 누가 기다리든 말든, 거의 2분 동안 여성의 사진이 끝나자, 노년의 남성 차례로, 그가 매바위의 앞에 자세를 잡은 후 11번째 방문이라고 자랑하며,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내 뒤를 따라 도착한 여성 산꾼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11번째면 그만 찍어도 되니 그만 내려오라고 한 덕분에 그나마 매바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이후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정상으로 향했다. 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가는 이번 산행 중 기록 남기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아, 앞 아니면 뒤에서 한함 거리를 둬야 하나, 뒤보다는 앞서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바위도 전망대지만, 거기서 주변을 조망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올라 10시 33분에 두 번째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지만, 보이는 조망은 아래의 전망대와 다를 바가 없다. 혹시, 아래에선 보이지 않던, 고대산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여전히 능선에 가려 안 보인다. 그래도 사진 몇 장 남기고, 바로 떠나니, 이번에는 정승바위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3분가량 위로 가니, 오른쪽으로 금학산에서 고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고대산이 관목 사이로 모습을 나타낸다. 생애 처음으로 고대산의 모습을 보는 거다. 물론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2분가량 가니,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임도, 정확히는 작전도다. 그걸 보자 앞서가던 여성 산꾼이 '아니, 여기까지 차를 타고 와서 인증하면 되나요?' 한다! 물론 매바위의 그 여성이 아니다.
작전도를 보며, 정상으로 향해, 10시 54분에 정상 0.3km 이정표를 통과할 즈음부터,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리고 10시 58분에 세 번째 전망대에 도착해 제대로 된 고대산의 모습과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작전도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남기고 다시 위로 향해, 11시 정각에 화장실을 지났다. 처음 그 모습을 보고, 초소가 아닐까 했는데, 화장실이다. 등산객이 얼마나 찾는다고, 정상 바로 아래에 화장실까지 설치했을까? 아, 근무하는 군인용인가? 그럼, 말이 되고. 그 화장실에서 100여 미터를 더 가자, 임도 갈림길 이정표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1km!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우리로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 시각이 11시 3분으로 산행 시작 후 1시간 28분 만이다.
머리 위로 보이는 이정표와 시멘트 구조물을 보니, 고대산 정상이 생각났다. 고대산 고대봉은 헬기장으로 그 끝 바위에 정상석 있는데, 같은 군사 지역인 금학산도 같은 환경이 아닐까? 해서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위로 올라서 보니, 고대산과 비슷하기는 하나, 정상은 헬기장에서 50여 미터 벗어난 거리의 암봉으로, 갑판 전망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 끝에 고대산을 배경으로 정상석이 서 있다. 그 시각이 11시 5분으로 철원여중·고에서 출발해 정확히 1시간 반이 걸렸다. 정상에는 긴 머리 청춘을 비롯해, 예닐곱의 일행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거나,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다. 그중 한 산꾼과 서로의 인증을 남긴 후, 주변의 경치를 둘러봤다. 그리고 헬기장으로 돌아가, 동영상을 찍느라 지나친 조망 안내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끝에 있는 고대산 방향 하산하는 등산로로 가, 11시 10분에 금학산 정상을 떠났다.
헬기장을 떠나, 50여 미터를 내려가니, 앞면이 탁 트인 전망대라, 같은 조망이나, 뒤로 보이는 금학산 정상과 가야 할 능선과 고대산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5시 30분경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어 배가 고프고, 하산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위장을 비울 필요가 있어, 아직 점심으로는 이르나, 신사역 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가자, 저 아래로 임도, 작전도가 보이고, 등산로는 거기로 내려간다. 작전도에 도착해 김밥을 먹으며 갈지 자를 쓰는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뒤에서 일행이 불러 돌아보니, 왼쪽으로 산악회 리본이 잔뜩 달린 등산로가 있음에도, 그걸 못 보고 지나쳐 부른 거다. 지금 가고 있는 작전도를 계속 따라 내려가도 결과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명색이 산꾼인데, 포장도로로 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등산로 갈림길로 돌아갔다.
갈지 자를 쓰고 있는 작전도를 가로지르는 지름길 등산로라 당연히 급경사인데, 현재는 관리하지 않아, 많이 유실되거나 망가진 목재 계단이 거의 끝까지 있고, 700m라는 이정표로 고도를 알려주는 거로 봐서, 과거에는 꽤 많은 등산객이 찾은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 옆으로는 지나는 모노레일은 정상의 군부대에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고. 그렇게 추측하며, 내려가는데, 고도를 알려주는 표지라 생각했던 게 100m 단위다. 처음에는 급경사니, 순식간에 100m씩 내려가는 게 이상할 게 없었는데, 300m 표지를 보자, 큰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0m 단위의 이정표와 격려 문구는 구보의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거다. 등산로가 아니라, 아침 점호 후 달리던 구보 구간이다. 지금은 구보를 안 하는지, 부대가 철수했는지, 관리를 안 하고 있고. 분위기로 봐서는 군부대가 차지한 다른 유명 산과 같이 과거에는 정상 접근을 막았을 거 같다!
구보 구간이 끝나는 지점은 작전도와 만나고, 포진지와 대전차 방호벽이 있다. 완벽한 군사 시설이나, 지금은 버려진 거로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등산 지도가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전쟁이 가고 평화가 온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 같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대전차 방호벽이 있는 곳으로 가자, 사거리다. 고대산은 직진이다. 그런데, 무언가 지명이 있을 거 같은데, 어디에도 정보가 없다. 산행이 끝난 후 찾아보기로 하고, 고대산 방향으로 향하는 데, 왼쪽에서 차의 엔진 소리가 들려, 당연히 군용 차량일 거로 생각하고 뒤로 돌아보니, 오프로드 차량이다. 군용 차량은 가고, 취미용 오프로드가 왔다. 저대로 올라가면, 여성 산꾼이 작전도를 보고 얘기했듯이, 금학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갈 수 있다. 산행 후 찾아보니, 그 사거리가, 산악회 코스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소라치'다.
대소라치를 지나 고대산 방향으로 가자, 군 훈련장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철책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물론 등산객을 위해 만든 걸로 보이는 문은 활짝 열려 있고. 그런데 철책의 상태로 봐서는 훈련장은 여전히 사용 중이다. 철책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니 산세가 바위산에서 흙산으로 변했다. 비록 경사는 있으나, 걷기에 편한 등산로를 따라 위로 가자, 갑자기 등산 앱이 알람을 울린다. ‘응?’하고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니, 난 기동하지도 않은 만보기가 만 보를 걸었다고 알리는 거다. 이걸 만든 회사는 만보기에 목숨을 건 거 같다. 그럼. 기동할 때만 동작하든지 시도 때도 없이 멋대로 기동하는 바람에 평소는 강제 종료했다가 필요할 때 기동하고 있다. 그동안 기록한 트랙이 아까워 계속 사용 중이기는 하나, 대체 앱을 찾는 중이다. 거의 바이러스 수준의 만보기를 어떻게 할 건가, 고민하며, 위로 오르는데, 이번에는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응? 금학산 다음은 고대산 아니었나?’ 궁금해하며, 다시 확인했다. 보개봉이다! 2018년 고대산행 때 지도에서 본 기억이 있다.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13분에 보개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헬기장으로 그 끝의 울창한 숲의 나무 중 하나에 이제는 친숙한 '반바지'가 만들어 매단 '보개지맥 보개봉 745m' 명패가 여기가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군사용이든 구조용이든 작업용이든 대부분 산에 만든 헬기장은 정상이나 개활지에 있고, 당연히 작업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나무를 제거해 뜻하지 않은 전망대 역할도 한다. 보개봉 역시 마찬가지라, 조금 전에 내려온 금학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금학산을 화선지로 사용해 "之"를 쓴 군대의 탁월한 서예 솜씨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어 좋다. 역시 대한민국 군대다! 군대의 서예 실력에 감탄하며, 보개봉을 떠나, 고대산으로 향하는데, 기존 흙산에서 서서히 바위산으로 변하더니, 작은 암봉을 넘자, 의외의 바위가 나타났다. 통칭 선바위다. 그런데, 매바위, 정승바위 등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그냥 두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어디에도 바위에 관한 소개는 없어, 일단 선바위라 칭했다. 이후 지도에서 확인한바 '촛대바위'다!
선바위를 떠나, 고대산으로 향하는데, 아래에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촛대바위 직전에서 쉬고 있던 두 청춘이다. 그들에게 길을 양보하고, 뒤를 따라가는데, 가다 말고 멈춰 가까이 다가가니, 삼거리다. 우회전은 지장산이고, 고대산은 직진이다. 많이 듣던 산으로 언젠가 올라야 할 산 중 하나다. 거기서 다시 그들에 앞서가자, 능선을 따라 석성의 모습이 보인다. '응? 여기에 산성이 있었나?' 그런데, 아무리 봐도 만든 지 얼마 안 됐다. 그거야 지자체든 문화재청이든 옛 성을 복원하는 건 비일비재하니, 새삼스러운 것도 없는데, 그걸 따라 교통호가 있는 걸 보면, 옛 산성이 아니라, 군에서 교통호를 파면서 만든 거다. 과거나 현재나 능선을 따라 돌을 쌓은 목적은 같으니 산성임은 분명하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든 교통호가 거기서 점점 멀어지며, 그걸 등산로로 착각한 두 청춘이 갑자기 길을 잃어 헤매는 모습을 보고 위로 올라오라고 불렀다. 그리고 12시 51분에 고대산 정상 430m 아래에 있는 '구 헬기장'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그들을 앞세우고, 고대산으로 향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자, 1시 2분에 등산 앱이 고대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인 헬기장으로 올라니, 도착 직전 위에서 등산객이 '3번 등산로로 오시는 중이세요?'라고 묻는다. 물론 난 몰라,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넓은 헬기장 곳곳에 분산돼, 많아 보이지 않지만, 10여 명의 등산객이 각자 할 일에 열중하고 있다. 나에 앞선 두 청춘은 여성 산꾼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긴 후 각자의 인증도 남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다 찍은 후 찍어줄까 물어, 핸드폰을 넘겼다.
그렇게 인증을 남기고, 최고의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먼저 헬기장이자 정상의 한쪽에서는 아마추어 무선사가 수락산에 있는 다른 무선사와 통신 중이다. 그걸 한동안 지켜본 후 경치로 시선을 돌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군이 금학산을 화선지 삼아 서예 솜씨를 발휘한 "之"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본격적인 하산을 하기 전 어느 코스로 내려가야 할지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보개산과 보개봉이 혼란스럽다. 와중에 지장산, 지장봉도! 분위기로 봐서는 보개산까지 달리기 위해 고대산에 다시 와야 할 거 같다. 그리고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정상 직전 등산객이 물어봤듯이, 3개 등산로가 있다. 산악회는 1 등산로 하산하는 코스를 권하나, 2018년 1 등산로로 올라, 2 등산로로 하산했으니, 초행의 3 등산로로 내려가기로 했다.
3 등산로로 방향을 잡고 하산하는데, 등산로 옆의 나무에 연천군이 붙인 '고대산 숲길'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3 등산로는 숲길로 다른 두 등산로보다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걸 본 순간 등산로 선택에 오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초행이니 그냥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등산로 옆으로 금학산에서 하산할 때 본 것과 같은 군용 모노레일이 같이 가고 있다. 정상에 있는 초소에 물자를 공급하는 시설이다. 완만한 경사에 산책로 수준으로 상태가 좋은 등산로를 따라 400여 미터를 가자, 군부대 입구가 있고, 등산로는 부대를 우회한다. 그런데, 그렇게 상태가 좋던 등산로가, 반대쪽 입구에서부터 급경사 돌길로 변했다. 그 길로 조심조심 내려가다가,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 셋을 만나 인사하고 지나는데, 끝에 있던 여성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얼마나 가야 하는지 묻는다. 다행히 군부대 입구에서 100여 미터 아래에서 만난 거라, 조금만 올라가면 길이 좋아진다고 알려줬다.
그들과 헤어져 내려가는 동안, 왜 그 여성이 죽어가는 목소리였는지 명확하게 알았다. 등산로가 급경사의 날카로운 돌이 뾰족뾰족 솟은 돌길 아니면, 목재 계단이다. 여길 올라왔으니, 죽을 맛이리라. 목재 계단이 끝나고, 다시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로 10분가량 내려가자, 저 앞에 쉼터가 있다. 연천군에서 설치한 지도에는 현 위치가 명기되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게 쉽지 않으나, 기억을 더듬어 위치를 확정한 후 남은 거리를 계산해 보니, 폭포가 멀지 않다. 그런데 지나온 또는 남은 길에 있는 다른 이정표는 알겠는데, '마이울?'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지도에 의하면 정상에서 1.03km 거리니 이미 지나왔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눈에 확 띄는 게 없었으니 고민해 봐야 해결될 게 아니라, 다음 이정표인 표범바위를 찾으며 내려갔다. 그리고 1시 52분경 오른쪽으로 마치 잘 들지 않는 칼로 자른 듯한 암봉이 숲 사이로 보인다. 저 모습이 표범의 무늬와 닮았다 해서 표범바위라 부르는 걸 거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하다.
표범바위의 전경을 방해받지 않고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찾으며 내려가자, 저 앞으로 이정표가 있다. 표범폭포 갈림길이다. 폭포까지는 0.12km로 왕복 240m다. 갈림길 이정표 옆에는 폭포 소개문이 있는데, 예상대로다. 이미 정상에서 3 등산로를 선택했을 때 폭포에서 땀을 씻을 생각이었던 만큼, 바로 우회전해 폭포로 갔다. 그리고 폭포에 도착해, 바로 아래로 가지는 못하고 그 옆에서 땀을 씻고 있는데, 환갑을 넘겨 보이는 세 명의 여성 관광객이 폭포로 왔다. 셋이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며 떠드는 게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씻고, 자리를 정리하고 떠나려는 데, 사진을 부탁해 인증을 찍어주자, 나도 찍어 주겠다고 해 핸드폰을 넘겨줬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인증을 남기고, 폭포를 떠나, 갈림길로 돌아가며, 표범바위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폭포 갈림길을 지나, 돌탑 정상에 작은 돌을 하나 올리고, 계속 가니 이번에는 약수터다. 빈 물통을 깨끗이 씻은 후 약수를 받아 한 모금하고, 다시 물통을 채워 힙색의 옆 주머니에 넣고 걸음을 재촉해 2시 24분에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 50m가량 가니, 2 등산로 갈림길이다. 입구까지 남은 거리는 0.6km! 고대산 캠핑 리조트를 통과하자, 아스팔트 도로다. 그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하다, 뽕나무를 만났는데, 철원 금학체육공원의 뽕나무와는 달리 그 누구도 오디에 관심이 없는지 잘 익은 오디가 주렁주렁 달려있어, 가던 길을 멈추고 오디 맛을 봤다. 이후 폭포에서 빨아 머리에 쓰고 있던 손수건이 바짝 마를 정도를 뜨거운 햇살을 뚫고 다시 길을 가, 2시 36분에 버스가 주차해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금학산, 고대산 연계 산행을 사실상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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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한 5시간보다, 6분이 더 걸린 2시 36분에 산행을 마감하고 버스로 가자, 막 점심을 만들어 먹은 후 기사와 금학산만 오른 산꾼이 잔디 그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인사하니, 산꾼이 '일찍 도착하셨습니다!' 해, '그렇습니까?' 했다. 고대산 정상에서 3 등산로를 선택했을 때,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산꾼이 1 또는 2 등산로를 택해 내려갔으니, 먼저 도착해야 맞다. 그런데, 말투로 봐서는 내가 첫 도착이다. 그러려니 하고 버스에 타,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은 후,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시간을 보낼 도구인 패드와 핸드폰, 보조 충전기를 들고, 버스에서 내려, 기사와 그 산꾼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 주차장을 떠나 식당을 찾아갔다.
개울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등산로 입구에는 다 있는 백숙집이 있으나, 영업하는 거 같지는 않고, 개울 건너에 '숨터'라는 카페가 보여, 일단 그리로 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잘 꾸민 카페라, 잠깐 당황해 차림표를 보니, 인솔 대장이 산행 전 버스에서 언급한 그대로 식사 종류는 없으나, 전과 술 종류는 있다. 어차피 안주가 감자전, 계절 나물전, 메밀전이 다라, 따로 식사를 주문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주인장의 답이 없어, 더 내려가 식당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혹시 잘 들리지 않는 곳에 있나, 주방 주렴을 걷고 내부를 둘러보니, 선반 옆에 ‘잠시 자리를 비웠으니, 연락 달라!’는 글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붙어 있어, 바로 전화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고, 영업 중이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주인장이 도착해 '계절 나물전'과 막걸리를 주문하고, 카페에서 막걸릿잔 기울이는 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고, 실내가 답답해 외부에 앉아도 되는지 묻고, 개울 옆 식탁으로 갔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 다시 씻은 후 자리로 돌아오니, 유제품으로 유명한 파스퇴르에서 만든 '순희(純喜)'라는 막걸리와 나물 장아찌가 먼저 나와, 초면의 막걸리 맛을 봤다. 그 맛이 유산균에 가까워 입맛에 맞지 않아, 와이파이를 확인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 김에 빨갱이를 들고 왔다. 그리고 거치대를 급조해 패드를 세워 놓고 유튜브를 감상하며, 계절 나물전과 나물 장아찌를 안주로 먼저 막걸리를 비운 후, 빨갱이를 비웠다. 그런데, 주인장이 나물전을 가져다줄 때, 오가피 등 좋은 약재가 많이 들어가 쌉쌀하니, 그렇게 알란다. 그 쌉쌀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는 말과 함께, 그건 주문 시 해야 할 얘기 아닌가? 비록 그 쌉쌀함이 마음에 들었지만.
당연히 이후에 도착하는 산꾼이 카페로 찾아올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도 찾지 않아, 독점해 하산주를 즐긴 후 마감 15분 전인 4시 15분,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 옆으로 새빨간 119구조대 차가 주차해 있는 게 느낌이 싸하다. 별일 아니기를 빌며, 버스에 도착하니, 일행은 거의 다 도착한 거 같으나, 출발이 몇 분 안 남았음에도, 시동이 꺼져 있다. 해서 일단 버스에 패드 등을 두고, 내린 후 그늘로 들어가, 막 식사를 끝낸 한 쌍이 버리고 간 종이 상자를 주워다가, 나무 밑에 두고 거기에 주저앉아,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그런데, 파악이나 마나, 내 옆 그늘에 서서 대장의 무용담을 두 산꾼이 맞장구를 치고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못마땅한 표정의 다른 산꾼이 뒤돌아 듣고 있다.
처음 하는 얘기는 아닌 거 같고, 주차장에서 라면을 안주로 한잔하며 이미 수없이 했던 얘기 같은데, 내용인즉, 하산 중 일행 한 명이 하반신 마비로 못 걷겠다고 해 119를 불러줬다는 거다. 그럼, 우린 곧 출발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니 어떤 상태인지 바로 감이 잡힌다. 119가 도착해 상황 파악 후 대장에게 출발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 거다. 말인즉 이상이 없는 거다. 그걸 말로 해야 알아듣나? 그리고 15분 정도 있으면, 도착할 거라고 해, 뒤돌아서 있는 산꾼의 눈치를 살피며 주변의 꽃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15분이 아니라, 그 배인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침묵하고 있는데, 그 셋은 여전히 무용담에 맞장구라, 참다못해, '환자라면, 병원으로 실려 갔을 거고, 그게 아니면, 체력에 문제가 있거나, 엄살을 부리는 건데, 그걸 왜 30명이 넘는 사람이 기다려야 하냐?'고 한마디 했다. 그리고 '119구조대는 뭔 죄냐?'는 말까지!
그러자, 대장이 자리를 뜨고, 그 둘도 내 말에 동조하는 듯한 몇 마디를 하고 자리를 뜬다. 40분이 지나자, 버스에서 기다리던 승객이 하나둘 내리더니, 성토를 시작한다. 이후 구급차가 나타나 시계를 보니, 5시 22분이고, 거기서 대장과 환자가 내리는 걸 보니, 대장도 답답해 등산로로 뛰어올라간 거로 보인다. 그런데 그 환자가 가녀린 여성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산행 전 자연인이라 생각했던, 긴 머리의 청춘이다. 실제 가녀린 여성 둘은 등산지팡이를 빌려 중간에 탈출해, 서울로 가고 있다고. 더 가관은 이 친구의 행태다. 억지로라도 좀 아프거나 힘든 표정이라도 짓지, 싱글벙글에, 개선장군이다. 다들 말은 안 하나, 표정이 굳었다. 가장 난처한 건 인솔 대장이고.
유산균에 가까운 막걸리 한 통, 빨갱이 한 병을 비워 약간 취한 상태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 잠을 청했다. 정확히 예정보다. 57분 늦은, 5시 27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너무 이른 6시 도착이라는 대장의 말이 씨가 됐는지, 7시경 도착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신사역에서 들머리까지 2시간 반이 걸렸는데, 날머리에서 신사역까지 1시간 반 만에 갈 수 있다고 한, 대장의 말을 당시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 했다. 그러다 산행 중 그 말이 떠올라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머리를 싸맸다. 이후 등산로 상의 지도를 보고, 강원도와 경기도의 차이라는 걸 알았다. 들머리는 강원도 철원, 날머리는 경기도 연천이다. 어쨌든 그나마 7시 반 귀가도 대단하다고 위안하고 있는데, 의정부 휴게소로 들어간다. 여기도 초행이다. 그리고 7시 27분에 신사역, 8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다. 물론 긴 머리 친구는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해맑아, 분노의 방향이 산악회와 인솔 대장에게로 향했다.
안내산악회 계획과는 달리 내리쬐는 햇살 아래 2 등산로가 아니라, 3 등산로인 '금학 체육공원 → 매바위 → 금학산 정상 → 대소라치 → 보개봉 → 고대산 고대봉 → 군부대 → 마이올 → 표범바위 → 표범폭포 → 약수터 → 고대산 주차장'의 11.5km(트랭글) 코스를 5시간 7분 동안 즐겼다. 이동 5시간 3분, 휴식 4분!
고대산이야 이미 알고 있었으나, 초행의 금학산 또한 재미와 조망 둘 다 만족했다. 고대산이나, 금학산이나, 하나만 오르기에는 부족하니, 연계해서 한 번 정도는 달릴 만하다.
2018년 2 등산로로 올라, 1 등산로로 하산했다고 생각해, 이번에 3 등산로로 하산했는데, 착각이었다. 당시 고대산 유일의 폭포를 보기 위해, 2 등산로가 아니라, 3 등산로로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5년 만에 다시 방문해서인지, 폭포가 생소해 두 번째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일찍 하산한 노인네가 즐비한데, 청춘이 못 걷겠다고 주저앉아, 119구조대원에게 들려 내려온 거야 그럴 수도 있다 해도. 그걸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게 만든 산악회의 조치는 옥에 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