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도 콜레스테롤이 있다?
아메리카노보다 드립커피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필터 커피 하루 4잔 이하 권장)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원인은 흡연, 음주, 비만 등 다양하지만 커피도 한몫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콜레스테롤이 1% 증가합니다. 담배와 술을 즐기지 않고 운동을 해서 비만이 아닌데도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커피를 한번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카페스톨 커피의 수백 가지 성분 가운데 의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카페스톨입니다. 커피콩을 200도의
고온에서 볶으면 기름이 생기는데 그 주요 성분이 카페스톨입니다. 볶은 커피콩을 고온에서 높은 압력을 가하면 에스프레소가 추출됩니다. 에스프레소를 잔에 부으면 층이 생기는데 아래 진한 부분이 커피이고 그 위에 거품처럼 생기는 연한 갈색 층이 크레마입니다. 에스프레소에 풍미를 더하지만 여기에 카페스톨이 있습니다.
카페스톨은 항암 작용을 하지만 콜레스테롤을 높이기도 합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의 마틴 카탄 교수에 따르면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스톨이 4mg 정도 들어 있으며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1% 가량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을 까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커피를 골라 마시면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종이 필터에 거른 커피를 선택하는 것이 이롭습니다. 기름 성분인 카페스톨이 종이 필터에서 95% 이상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필터 커피 추천 종이 필터에 거르지 않은 블랙커피,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프렌치프레스 등을 언필터(unfiltered) 커피라고 합니다. 드립커피(또는 내림커피)가 종이필터에 거른 필터(filtered) 커피입니다.
또 인스턴트커피는 종이 필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처리 과정에서 카페스톨이 제거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 전문점에서는 되도록 종이필터에 내린 커피를 마시는 것이 콜레스테롤을 높이지 않는 방법입니다.
올해 4월 유럽예방심장학저널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는 커피를 마시는 방법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20~79세의 건강한 노르웨이 사람 약 50만 명을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약 20년간 추적 관찰했습니다.
이 기간에 4만여 명이 사망했는데, 이들 중에 필터 커피만 마신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15%나 낮았습니다.
반면에 언필터 커피를 마신 사람의 사망률은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범위를 좁혀서 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률도 분석했습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필터 커피를 마신 남자는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12%, 여자는 20%나 낮았습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종이 필터로 거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언필터 커피를 마신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다’입니다. 심지어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도 사망률이 낮습니다. 또 필터 커피와 언필터 커피를 번갈아 마신 사람도 언필터 커피만 마신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습니다.
필터 커피는 하루 4잔 이하까지 실제로 커피 섭취량이나 종류를 바꿔 콜레스테롤을 낮춘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나쁜 콜레
스테롤 수치가 207mg/dL인 48세 남성은 하루 7잔 마시던 커피를 1~2잔으로 줄이자 2주 만에 그 수치가 153mg/dL으로 감소했습니다.
그 수치가 183mg/dL인 54세 여성은 하루에 크림 커피를 5잔씩 마시던 습관이 있었는데 연한 커피로 바꾸고 섭취량도 3잔 이하로 줄인 후 그 수치가 138mg/dL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면 커피를 몇 잔까지 마시는 것이 이로울까요? 필터 커피라도 카페스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므로 커피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조금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노르웨이 울레발대학병원 연구팀은 하루 평균 4잔의 필터 커피를 마시던 사람이 6주간 커피를 끊은 후 콜레스테롤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필터 커피를 하루에 1~4잔 마실 때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필터 커피는 하루 4잔 이하로 마시면 됩니다. 반대로 언필터 커피를 하루 9잔 이상 마시면 허혈성 심혈관질환(심장 근육에 적절한 혈액공급이 되지 않는 질환) 위험이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되도록 종이 필터로 거른 커피를 마시는 것이 콜레스테롤을 높이지 않는 생활습관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커피를 끊거나 1~2잔까지 줄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출처 : 노진섭 시사저널 의학전문기자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