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 구조 특유의 좁은 욕실을 확장이나 구조 변경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더 넓게 쓰기 위해서 혹은 조금 더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고민했던 부분들을 한번 풀어보려 합니다.BEFORE 저희 집은 3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아파트이고 아주 좁은 욕실이 2개 있어요. 수리 전의 욕실은 모두 노후하여서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는데요. 변기와 욕조 등이 전체적으로 파손되어 있고 수전도 모두 녹슬어 있는 등 노후가 심해서 전주인분은 문을 닫아 놓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욕조 철거는 필수였죠. 이왕 하는 김에 좁은 욕실을 좀 더 넓게 쓸 수 있게 시공을 진행했답니다. AFTER 그렇게 완성된 욕실. 리모델링을 끝내고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와~ 정말 호텔 같아~' 라며 흐뭇했었는데요. 사실 저희가 시공할 때만 해도 600각 타일이 그렇게 흔한 인테리어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어느덧 600각 타일이 일반화되고 고급스러운 타일들도 엄청 많이 나오면서 우리집 욕실은 이제는 평준화된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꿋꿋하게! 소개해봅니다. 좁은 욕실을 넓게 사용할 수 있었던 팁 위주로 정리해볼게요😉 1. 없애기 미니멀 인테리어에서 작은 집도 시원하게 넓어 보이는 이유는? 가구나 물건이 없을 때 작은 공간이라도 넓어 보이잖아요. 그럼 좁은 욕실 공간을 넓게 쓰려면? 일단은 꼭 있어야 하는 것 외에는 모두 없애기로 했어요. 1) 욕조/샤워부스 OUT 부피가 큰 욕조는 좁은 욕실에서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기에 리모델링 시 제거 대상 1호로 결정되곤 해요. 일반적으로 욕실이 2개인 집은 한 군데는 욕조 대신 샤워부스를 만들고 나머지 한 곳은 욕조를 남겨두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은 물놀이 할 수 있는 욕조가 필수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저희 집 가족들은 목욕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라 좁은 욕실 공간을 여유 있게 사용하고 싶어서 욕실 두 군데 모두 욕조를 넣지 않았어요. 안방 욕실도, 거실 욕실도 모두 샤워기만 설치되어 있고요. 그뿐만 아니라 프레임이 있는 유리문이 달린 샤워부스나 샤워 유리 파티션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허허벌판이라 투명한 유리 칸막이나 가느다란 스틸 프레임이라 할지라도 뭔가가 벽면에 붙어있다면 시각적으로 나누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공간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일단은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아 보았어요. 이렇게 사용해보다가 물이 많이 튀거나 뭔가 허전해서 불편하면 나중에 파티션을 추가하려고 했는데 의외로 불편한 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네요. 오히려 얼룩과 물때 청소하기 힘든 유리 파티션 하나 줄어서 더 고맙고, 수시로 샤워기로 구석구석 물 뿌려서 간단하게 청소하기에도 편리해요. (덤으로 샤워부스 제작비와 설치비도 굳었습니다. ㅎㅎ) 파티션이 없으면 샤워할 때 물이 밖으로 많이 튀어서 너무 불편하지 않나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만약 저 자리에 욕조가 있었다면 욕조에는 칸막이가 없으니 욕조 안에서 샤워하면 물이 사방으로 튀잖아요? 또 아이들 목욕시키면 욕조 밖으로 물이 다 넘치기도 하고 욕실 전체가 축축해지곤 하는데 그 정도의 느낌과 비슷한 것 같아요. 혹시나 해서 샤워 후 확인해보니 파티션이 없더라도 바로 옆의 세면대 주변 정도까지만 물이 튀고 그 너머로는 의외로 물이 거의 튀지 않네요. 파티션이 없으니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게 뚫린 느낌이 들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2) 큰 거울 or 거울장 OUT 다음 타깃은 욕실 거울! 보통 수납량을 늘리기 위해서 세면대 위쪽 전체를 덮는 슬라이딩 거울 욕실 장을 많이 사용하곤 해요. 혹은 욕실이 반사되어 넓어 보이기 위해서 큰 거울을 설치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슬라이딩 거울 욕실 장은 수납을 위한 깊이가 필요하므로 거울의 반사효과로 넓어 보이기 보다는 앞으로 툭 튀어나와서 오히려 공간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또한 슬라이딩 수납장을 여닫을 때 거울에 손가락 지문이 많이 묻어서 관리가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간을 차지하는 두툼한 슬라이딩 수납장이나 큰 사이즈의 거울 대신에 벽에 납작하게 딱 붙는 거울을 선택했고 모서리가 둥글려진 작은 사이즈의 거울로 더욱 작고 부드럽게 느껴지도록 했어요. 툭 튀어나온 수납장이 없고 거울 크기도 작다 보니 벽면을 꽉 채우는 것이 없어서 빈 여백이 많아지고 더 넓어 보이는 것 같아요. 3) 수건 선반/각종 선반, 걸이 OUT 다음으로는 흔히 욕실에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벽 선반이나 액세서리들을 대부분 제외해 보았습니다. 욕조 쪽 벽면 상단에 주로 설치되는 수건 보관용 선반을 빼고 (수건 꿉꿉해지고 너무 튀어나와서), 수건걸이는 군더더기 없는 슬림형 디자인을 골랐어요. 샤워 코너 모서리의 샴푸 선반도 삭제하고요. (대신 공사 계획할 때 젠다이 선반을 벽까지 길게 빼서 더욱 편리하게 대체했어요) 휴지 걸이는 가장 작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그 외 잡지꽂이, 기타 등등 모두 삭제! 벽면에 뭔가 주렁주렁 설치된 것이 없으니 확 트인 느낌이 들고 깔끔해 보여요. 선반 등 먼지나 물때 끼고 청소해야 할 부분이 점점 줄어들어서 더 좋다는 것 또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ㅎㅎ 2. 줄이기 작은 공간 안에서는 물체의 크기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더 넓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1단계에서 없앨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없애고 난 다음에는 남겨진 아이템들의 크기를 줄이는 데에 집중했어요. 1) SLIM형 욕실 수납장 저희 집 안방과 거실 욕실 앞에는 이렇게 따로 손만 씻을 수 있는 세면대 붙박이장이 있어요. 그래서 저 수납장 안에 두루마리 휴지나 타올, 청소용품 등 부피가 큰 물건을 모두 수납할 수 있어서 욕실 안에 굳이 욕실 장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래도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칫솔이나 간단한 물품을 보관하기 위해서 수납장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부피감이 적은 초슬림형 욕실 장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안방 욕실 문을 열면 보이는 정면입니다. 오른쪽 벽면에 납작하게 부착된 것이 슬림형 욕실 장인데 정면의 타일 벽면을 가리지 않도록 옆으로 돌려서 설치했어요. 보통 변기 위쪽을 꽉 채우면서 두툼한 욕실 장이 들어가는 데 비해 앞이 탁 트여있고 타일면이 많이 보여서 좀 더 시원해 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깊이도 얕지만, 폭도 넓지 않아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별로 없는 욕실 장이예요. 이케아 제품인데 마침 사이즈가 딱 맞아서 신나게 달았네요! 천장과 젠다이 선반 사이에 딱 맞게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모습. 붙어있지 않고 살짝 띄워놓아서 젠다이를 물청소해도 안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