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晤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여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晤 : 밝을 오(日/7)
言 : 말씀 언(言/0)
출처 : 시경(詩經) 진풍(陣風) 동문지지(東門之池)
이 성어는 시경(詩經) 진풍(陣風) 동문지지(東門之池)에서 유래한다. 동문지지(東門之池)는 다음과 같다.
東門之池(동문지지)
可以漚麻(가이구마)
彼美淑姬(피미숙희)
可與晤歌(가여오가)
동문의 연못에는, 삼 담그기 좋다. 저 아름답고 정숙한 아가씨, 함께 짝지어 노래하고 싶어라
東門之池(동문지지)
可以漚紵(가이구저)
彼美淑姬(피미숙희)
可與晤語(가여오어)
동문의 연못에는, 모시 담그기 좋다. 저 아름답고 정숙한 아가씨, 함께 짝지어 말을 하고 싶어라.
東門之池(동문지지)
可以漚菅(가이구관)
彼美淑姬(피미숙희)
可與晤言(가여오언)
동문의 연못에는, 왕골 담그기 좋다. 저 아름답고 정숙한 아가씨, 함께 짝지어 얘기하고 싶어라.
지우(知遇)와 오언(晤言)
남을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진정을 토로하는 것을 오언(晤言)이라고 한다. '시경' 진풍 '동문지지(東門之池)'에 "어여쁜 저 아가씨와 노래하고 싶어라, 어여쁜 저 아가씨와 말을 하고 싶어라, 어여쁜 저 아가씨와 얘기하고 싶어라"라고 하여 오가(晤歌), 오어(晤語), 오언(晤言)이라 나오는 것이 이 말의 어원이다.
오언(晤言)은 남녀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해 전에 '접속의 두려움'이란 잡문에서 언급했듯이, 남다른 결실을 본 선인들은 대개 남들과의 오언을 통해서 자신의 정신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에서 돌아온 뒤 1819년 음력 8월 초, 강 반대편 사마루에 사는 석천 신작을 찾아가, 귀양살이 19년에 다른 할 일이 없어 경전 연구만 했다면서 석천과 경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위당 정인보 선생이 지적했듯이, 당시 다산은 시절의 어려움에 시야가 흐려 있는데다가 한 백성으로서 은택을 입지 못함을 상심하던 터이고, 석천은 경전의 남은 조각들을 보전하고 옛것에 집착하여 삼대의 옛일에 뜻을 높이 가져 집 밖의 일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다산은 석천에게 특별히 시를 보내, '옛 주석은 벌레다리 지느러미 마저 거슬러 탐구하고, 옛 제도 전장은 변두의 건밥 장조림까지 고찰하네' 라고 했다.
석천은 다산을 형 신진에게 논평하여, '장구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무리가 아니며, 재주가 총명한 데다 문장도 뛰어나고, 주소에 대하여 꿰뚫고 있어 친구들 가운데 이 사람보다 나을 자가 없을 듯하다'고 했다.
다산은 석천과 교유가 잦아지면서 시운의 불리를 한탄하는 속마음을 토로하기 까지 했다. 어느 해 겨울밤에는 석천의 처소에 가서 묵으면서 밤새워 토론하고는 돌아와 시를 지어 보내기도 했다.
물론 다산과 석천이 서로 상대방의 학문 지향에 대해 온전히 수긍했던 것은 아니었다. 석천은 1819년에 '자서전'을 짓고, 다산은 1822년에 '자찬묘지명'을 지었는데, 각자의 생활 방식과 학문 지향은 상당히 달랐다.
특히 다산은 경세(經世)에 뜻을 두고 경전을 연구해 말투가 매서웠다. 석천은 다산의 저서가 고인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함축의 뜻이 없다고 비난했는데, 다산은 그 점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했고 그 끝에 서로를 이해했다. 인간적인 만남과 학문적 토론을 주저하지 않았던 두 사상가의 교류를 통해 우정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선배 교수의 지우를 입었듯이 나도 다른 사람을 너그럽게 이해해 줄 수 있을지, 어떨지 그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제 깨달은 것이 있다.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을 마주보고 하는 대화인 오언이 필요하다는 것을.
東門之池 三章
(1장)
東門之池여 可以漚麻로다 彼美淑姬여 可與晤歌로다
동문의 못이여, 삼을 담글만하도다. 저 아름다운 숙희여, 더불어 노래하며 회포 풀만하도다.
(考)
毛詩序에서는 '시대 상황을 풍자하면서 그 인군이 어지럽고 어두움을 미워하여 현숙한 여자가 군자를 배필로 삼기를 생각한 시라'고 했다.
東門之池는 刺時也니 疾其君之淫昏而思賢女以配君子也라
제1장에 대해 毛箋에서는 '못물에 삼을 담가 부드러워지면 길쌈하여 옷을 만들 듯이 현숙한 여자라면 군자를 유순하게 하여 그 덕의 교화를 이루게 할 것임을 비유하여 흥기한 시라'고 했다.
於池中柔麻하면 使可緝績하여 作衣服하니 興者는 喩賢女能柔順君子하여 成其德敎라
아래장도 같은 의미이다.
○興也라 池는 城池也라 漚는 漬也라 治麻者 必先以水漬之라 晤는 猶解也라 ○此는 亦男女會遇之詞라 蓋因其會遇之地 所見之物로 以起興也라
○흥이라. 지는 성의 연못이라. 구는 담금이라. 삼을 다스리는 자는 반드시 먼저 물에 담아 놓느니라. 오는 풀음과 같으니라. ○이는 또한 남녀가 모여서 만나는 말이라. 대개 그 회우하는 땅에 보이는 바의 물건으로 인하여 흥을 일으킴이라.
(2장)
東門之池여 可以漚紵로다 彼美淑姬여 可與晤語로다
동문의 못이여, 모시를 담글만하도다. 저 아름다운 숙희여, 더불어 말하며 회포 풀만하도다.
○興也라 紵는 麻屬이라
○흥이라. 저는 마에 속함이라.
(3장)
東門之池여 可以漚菅이로다 彼美淑姬여 可與晤言로다
동문의 못이여, 왕골을 담글만하도다. 저 아름다운 숙희여, 더불어 말하며 회포 풀만하도다.
○興也라 菅은 葉似茅而滑澤하니 莖有白粉하여 柔韌宜爲索也라
○흥이라. 관은 잎사귀가 띠와 같아서 미끈미끈하니 줄기에 흰 가루가 있어 부드럽고 질겨서 새끼를 꼬기에 마땅하니라.
東門之池 三章에 章은 四句라
▶️ 晤(총명할 오/만날 오)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吾(오)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晤(오)는 ①총명하다(聰明--), 똑똑하다 ②깨닫다 ③밝다 ④만나다, 대면하다(對面--)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로 만나서 마음을 털어 놓음을 오사(晤寫), 서로 만남을 일컫는 말을 오면(晤面), 높거나 존경하는 사람을 찾아가 뵘을 배오(拜晤),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눔을 면오(面晤), 서로 만나 봄을 회오(會晤),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말미를 청해서 아뢰고 돌아와서는 배알함을 일컫는 말을 출필곡지반필배알(出必告之返必拜謁)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으로 예사로운 표현 속에 만만치 않은 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 또는 서로 변론하느라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뜻으로 놀라거나 근심이 있어도 평소의 태도를 잃지 않고 침착함을 이르는 말을 언소자약(言笑自若),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말과 행동이 같음 또는 말한 대로 행동함을 언행일치(言行一致),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이르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말 가운데 말이란 뜻으로 순한 듯 한 말속에 어떤 풍자나 암시가 들어 있다는 말을 언중유언(言中有言), 두 가지 값을 부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에누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언무이가(言無二價), 남의 인격이나 계책을 깊이 믿어서 그를 따라 하자는 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언청계용(言聽計用), 하는 말과 하는 짓이 서로 반대됨을 일컫는 말을 언행상반(言行相反), 말은 종종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유소화(言有召禍), 태도만 침착할 뿐 아니라 말도 안정케 하며 쓸데없는 말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언사안정(言辭安定)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