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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비가 올 것인지 하늘이 눈이 부시도록 맑고 예뻤다. 두 손을 뻗어 휘휘 저어 잡고 싶을 정도로 하얀 뭉게구름이 푸른
하늘에 놓여있었다. 이렇게 맑고 눈이 부시는 날, 그 하늘 아래 그 하늘만큼이나 고운 여인은 자신의 머리 위로 보이는
하늘을 등지고 독기를 품었다.
“ 모가지 부러질 정도로 머리 세우는 것보다 그게 훨씬 곱네. ”
언제 왔는지 계성 댁 아주머니가 하련의 곁에 앉아 있었다. 하련은 힘없이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새벽에
하련이 차가운 매실차를 부탁했었는데 가져오신 모양이었다.
“ 이거 가지고 어딜 가려고? ”
“ …날도 덥고…날도 좋고 해서요. ”
“ 그러게. 푹푹 찌는 것이 비가 세차게 올 모양이네. ”
계성 댁 아주머니는 한 손으로 부채질을 연신해대며 하늘을 올려다보셨다.
“ 그 녀석 좀 챙겨줘. ”
그 녀석이라는 말에 하련이 매실차를 담은 보자기를 만지던 손길을 멈추며 계성 댁을 보았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시선을 하늘에 둔 채로 다시 한 번 입을 여셨다.
“ 5년을 그렇게 졸졸 강아지 마냥 따라다녔으면 알아야지. ”
“ …네? ”
“ 그러니 여적 둘이 그러고 있지. ”
하련이 말없이 아주머니를 쳐다만 보고 있자 계성 댁이 고개를 돌려 하련을 보았다.
“ 허긴 내가 끼어들어서 뭐가 되간. 두 사람이 알아서 해야지. ”
“ ……. ”
“ 나가려던 참인데 내가 괜히 잡아뒀네. ”
“ 매실 차 잘 마실게요. ”
“ 그려. 날이 너무 덥다. 더위 먹겠네. ”
계성 댁은 그렇게 연신 날씨 탓을 하며 하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 ”
하련은 한숨을 내쉬며 무겁게 눈을 닫았다. 잠깐 동안의 생각에 잠겨있던 하련이 다시 두 눈을 떴을 땐 조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자리에서 일어선 하련의 두 눈에는 자신을 가둬둔 채 다른 사람을 데려다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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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에서 열리는 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기에 송도 교방에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악공들의 연주소리가 흘러나왔다.
자리에 앉아만 있던 행수가 수련을 하는 기녀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수련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수련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히 수련장으로 들어선 행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희가 보이고 화란이가 보이고 다른 기녀들이 보이고
그리고…하련을 찾던 행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나 다른 곳에서 홀로 수련을 할까 싶어 하련이 자주 가서 수련하던 곳을 가보았지만 어디에도 하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와 같이 하련의 처소를 지키고 있는 서우가 보였다.
“ 또 나간 것이냐. ”
“ 예. ”
“ 오늘도 네게 말하지 않고 간 것이냐. ”
“ …예. ”
“ 어제 너에게 하련을 내 처소로 들이라 하지 않았느냐. ”
“ 송구합니다. ”
서우가 고개를 숙였다. 행수는 한숨을 쉬며 다시 입술을 열었다.
“ 오늘 날이 저물기 전에 온다면 내 처소에 들라하고 늦는다면 내일 들라 하거라. ”
“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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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 정자가 보였다. 느티나무에서 간혹 떨어진 잎들이 정자 앞에 떨어져
있었고, 하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티나무는 크고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정자를 모두 덮어 그 주변까지 크게
그림자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 정자 안에 치마를 펄럭이며 한 여인이 서있었다.
정자 앞에 서서 그 모습을 감상하던 민 대감은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뒤태마저 숨 막히게 아름다웠고,
민 대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정자로 향하자 민 대감에게 등을 보이고 있던 하련이 발자국소리에 굳어있던
표정을 바꾸며 옅은 미소를 띤 채로 몸을 돌렸다.
“ 기다렸습니다. ”
하련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민 대감은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정자의 난간 쪽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련은 그 곳으로 다가가 붉은 비단보를 풀고 매실차를 꺼냈다. 민 대감의 하련의 곁으로 다가와
하련이 찻잔에 매실차를 따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과연 어떤 사내가 이 여인의 지아비일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신의 나이는 잊어버린 지 이미 오래였다.
“ …매실차입니다. 드십쇼. ”
하련은 수줍어하며 찻잔을 들어 민 대감에게 건네었다. 민 대감은 찻잔을 받아들고 평소에 즐겨 마시지 않던
매실차인데,
“ 내 평소 즐겨먹던 차인데 고맙소. ”
“ 그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
두 사람 사이로 느티나무의 바람이 불었다. 민 대감은 웃으며 하련에게 매실차를 더 달라고 권했다. 하련은 매실차를
찻잔에 채워주며 미소를 지었다.
“ 어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
“ 아니오. ”
“ 이 나비 노리개는 저희 아버지께서 살아생전 어머니께 주셨던 마음이셨습니다. ”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을 꾸며내는 하련. 그 소리에 민 대감은 하련이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것을 알았고, 더욱 더
하련에게 마음이 향했다.
“ 제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정말…감사합니다. ”
“ 이 매실차로 그 감사하다는 말은 그만두시오. ”
민 대감이 다시 한 번 찻잔에 있던 매실차를 비워냈다. 사실 매실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민 대감은 신 맛에 온 몸이
떨릴 정도였지만 하련이 주는 것이기에 내색 한 번하지 않으며 하련이 가져온 매실차를 모두 먹었다.
“ 날도 좋은데 산책이라도 하겠소? ”
“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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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거리. 한산하게 불어오는 바람까지 더해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련의 손에 들려있어야 할 붉은
비단보는 어느새 민 대감의 손에 들려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 자신을 위해 살아준 부인에게는 해주지 않았던
행동들이었다. 웃어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두 번 만에 하련은 민 대감을 바꿔놓았다.
“ 무거우실 텐데 이곳에 내려놓으세요. ”
하련은 민 대감의 손에 있던 짐을 한 곳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길을 따라 걷는 두 사람.
“ 자제분이 있으신지요. ”
“ 있소. ”
“ 어르신을 닮았다면 필시 성품이 바르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까? ”
얼굴도 목소리도 그에게서 풍겨오는 향기마저도 모두 알고 있는 하련이었지만 지금은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마냥
행동하고 있었다. 민 대감의 얼굴에 다시 한 번 웃음이 퍼졌다.
“ 맞소. 지금은 과거에 급제하여 주상 전하를 모시고 있다오. ”
진우의 소식에 하련이 잠시 흔들렸다. 만약 진우가 모두 버리고 자신에게 와주었다면 하련이 시향으로 살아서 그의
곁에 남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우리가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소? ”
“ …예? ”
“ 너무 낯이 익어 그러오. ”
“ 어르신과 제가 언제 만났겠습니까. ”
“ 흐음. ”
민 대감이 갸우뚱거렸다. 하련은 웃음을 거두며 그를 노려보았다.
‘ 낯이 익겠지. 당신이 그렇게 천하다 무시했으니. 5년을 못 보았다고 잊진 않겠지. ’
하련은 이를 악물었다. 그를 향해 미소를 지을 때마다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단도를 꺼내
그의 심장에 칼을 꽂고 싶었다. 맑고 순수하기만 했던 하련을 교방으로 밀어 넣은 장본인이었기에 하련은 민 대감이
죽도록 밉고 싫었다.
“ 하늘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
하련이 한 손을 이마에 대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살며시
옆을 보며 민 대감을 보았다. 그리고 몇 발을 더 내딛으며-
“ 악! ”
그대로 발목을 꺾으며 민 대감에게로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하련. 그에 놀란 민 대감은 두 팔로 하련을 잡아 주었다.
어느새 하련이 민 대감의 품에 들어와 있었다.
“ 괜찮소? ”
자신의 눈 아래에 하련이 놀란 눈을 하고 있자 괜찮냐는 말을 남기고도 뚫어져라 하련을 응시했다.
“ …괘…괜찮습니다. ”
민 대감은 하련을 놓아 줄 생각을 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하련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사람. 행수가 가고 주변을 둘러보며 하련을 찾던 서우가 하련을 찾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하련이 다른
늙은 양반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저……. ”
하련의 말에 민 대감이 그제야 하련을 놓아 주며 자리에 세워주었다. 민 대감에게 몸을 반쯤 돌린 채로 서 있는 하련은
슬며시 옆에 서 있는 민 대감의 동태를 살폈다. 어째 하련보다 더 수줍어하고 당황스러워했다. 그 모습이 가히 비웃음을
자아낼 만 했다.
“ …미…미안하오. ”
그 소리에 하련이 고개를 돌려 민 대감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마주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서우는 두 손을 움켜쥐었다.
‘ 어째서…어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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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지고 하늘에 검은 어둠이 가득 들어찼다. 달은 검은 먹구름들의 이동으로 인해 잠시 모습을 감춘 후였다.
악공들의 연주소리가 가득 울려 퍼져 그 연주소리가 담장을 넘어 그 곁을 맴돌고 있던 홍 대감의 귓가까지 전해져왔다.
언제나 그렇듯 주변을 살피며 하련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 대체 어딜 갔단 말이냐! 흠. ”
좀처럼 자신이 찾아오지 않으면 얼굴을 볼 수 없는지라 하련을 보려면 홍 대감이 찾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저쪽에서 한 여인의 그림자와 함께 하련인지 의심이 가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홍 대감이 눈을 비비며 다시 한 번
그 여인을 뚫어져라 보았다.
멀리서 지친 걸음으로 교방으로 돌아오던 하련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홍 대감의 시선에 자리에 멈춰 섰다가 다시
걸음을 그쪽으로 옮겼다.
“ 그런 차림새로 어딜 다녀오는 게냐? ”
“ …기녀가 이 밤에 어딜 다녀오겠습니까. ”
홍 대감이 가만히 하련을 응시했다. 그러자 하련은 무미건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말을 뱉었다.
“ 옷고름을 풀어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
“ 무, 무어라? ”
“ 역정 내실 일이십니까. ”
“ 으흠! ”
“ 이 년이 오늘은 많이 곤하옵니다. 살펴 가십쇼. ”
하련이 예를 갖춘 후 교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홍 대감이 거칠게 하련을 붙잡아 세웠다.
“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십니까. ”
“ 전두는 내 얼마든지 주마. 그러니……. ”
하련이 홍 대감을 올려다보았다.
“ 그러니……. ”
“ 이 년 곤하옵니다. ”
“ 그러니! 그러니 말이다. ”
“ 못하시겠거든 내일 하십쇼. ”
하련은 홍 대감의 손을 뿌리치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련이 가버리고 홍 대감은 눈앞에 보이던 돌을 걷어차며
신경질을 냈다.
“ 다른 사내에게 안기지 말라 이 말이다! ”
홍 대감의 성격에 이러한 말을 기녀에게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인데 그것을 기다려주지 않는 하련도 밉고, 기녀
따위에게 이리 쩔쩔매는 자신도 싫었다. 잡힐 듯 말듯 하련은 날개를 꺾어 곁에 두고 싶은 나비 같았다.
문을 닫고 그 앞에서 홍 대감의 말소리를 들은 하련은 콧방귀를 끼며 비웃었다.
“ …역겨운 사내들. ”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처소로 향하는 하련. 연못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니 그 앞에 서우가 보였다.
“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굳이……. ”
“ 봤습니다. ”
“ …? ”
“ 마음을 준 사내입니까. ”
그 말에 하련은 알아차렸다. 민 대감과 자신의 모습을 서우가 본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밀려드는 이 죄책감과
창피함은 밀물이 모래사장을 밀고 몰려오듯 막을 새도 없이 밀고 들어왔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동도 하지
않고 답했다.
“ 당신에게 말해야하나? 그런 것 까지. ”
“ ……. ”
“ 당신이 신경 쓸 일 아니야. ”
하련이 서우를 지나쳐 가려 하자 서우가 다시 한 번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다행…입니다. ”
순간 하련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다행이라니, 젊은 양반도 아니고 늙으나 늙은 양반에게 마음을 준 것을 가지고
다행이라니 그대로 하련이 거칠게 고개를 돌려 서우를 쏘아 보았다. 그의 뒷모습이 밉기만 했다.
“ 5년 전 그 일로 당신이 다른 이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었습니다. ”
“ ……. ”
“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
그러면서 당신은 떨고 있잖아. 두 손이 어둠 속에서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떨고 있잖아.
“ …쉬십쇼. ”
그대로 서우가 가버렸다. 자신을 쏘아보는 하련을 뒤로 한 채 성큼 성큼 걸어서 가버렸다.
“ …미련한 거니…착한 거니…당신. ”
하련의 눈가가 보일 듯 말 듯 촉촉해졌다.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도 숨기고 싶은 하련은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개를 내미려던 무언가가 다시 밤하늘로 인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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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히려 다행이라는 말을 남겼지만 그러고 난 후 몇 발자국을 떼지 않아 서우의 두 뺨에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생겼다. 5년을 하루도 한 시도 빼지 않고 그 여인의 마음을 얻고자 곁을 지켰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꿈속에서도 생각하지 않았던 이에게 하련의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서우는 그대로 마루에 앉아 무릎에 두 팔을 댄 채 두 손을 맞잡고 그 속에 고개를 파묻었다.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지금의 망연자실함이 그 틈을 비집고 흩어져 나왔다. 복장이 터져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의 물음에 하련이
아니라는 말 한마디면 해주었으면 하고 물어본 말이었는데…그 물음에 상처를 받은 것은 역시나 서우, 자신이었다.
“ 흡…흑……. ”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니 신음소리가 흩어져 나왔다. 어둠으로 물들여진 흙 위로 굵은 눈물들이 줄을 지어 흘러
내렸다. 반쯤 떠진 눈앞에는 하련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시 두 눈을 세게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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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행수는 아침 일찍부터 처소를 나섰다. 그리고 그의 발길에 오늘도 하련에게로 향했다. 눈을 뜨자마자 단장을 끝내고
이리로 오는 것이었다. 어쩐 일인지 서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하련의 모습은 볼 수가 있었다. 행수가
문 앞에서 인기척을 내며 안으로 들었다.
“ 네 얼굴 보기가 임금님 용안 뵙기보다 어렵구나. ”
“ ……. ”
“ 네 재주가 이만하니 이제는 자만심이 생기더냐? ”
“ 아닙니다. ”
“ 네 미색이 뛰어나니 그것으로 1패권력을 가지면 되겠더냐? ”
“ 그런 것이 아닙니다. ”
“ 허면! 어째서 수련을 하지 않는 것이냐! ”
“ 앞으로 수련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
“ 무어라? ”
“ 이제는 필요치 않아졌습니다. ”
“ 그래도 이것이! ”
“ 처참히 짓밟아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어야 할 자가 제 눈앞에 있습니다. ”
“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
“ 민 진우, 그 자의 아버지가 제 발로 제게 찾아왔습니다. ”
행수는 달라지는 하련의 눈을 보며 가만히 하련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 제 신분으로 그 대감이 그리도 소중히 여기던 가문을 헤집어 놓을 것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어디에서도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끔 만들어 줄 것입니다. “
“ 하련아. ”
“ 기녀의 신분이 싫었습니다. 사내들 앞에서 웃음을 팔고 그 돈으로 먹고 사는 것이 죽도록 싫었습니다.
제가 원해서 되었다고는 세뇌시켰지만 저는 제 자신이 더러웠습니다. “
“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
“ 어차피 더러워진 몸입니다. ”
“ 설마. ”
“ 그 대감에게 제 몸을 던질 것입니다. ”
“ 그래서 얻는 것이 무엇이냐. ”
“ 제 어머니를 비웃던 자들을 제 발 아래에 둘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얼마 후, 행수는 하련의 생각을 알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누구도 무엇도 하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를 보내고 진우를 그렇게 잃고 남은 것은 독기뿐이었다. 이제 서우로 인해 그 마음이 풀리는 듯 보였으나
민 대감의 등장으로 하련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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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제와 비슷하게 햇볕이 쨍쨍거리고 사람 숨 넘어갈듯 날이 더웠다. 그 땡볕 아래에 서우가 있었다. 이마를
타고 땀줄기가 흘러내렸다. 서우의 두 눈을 오직 하련의 처소에만 향해 있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하련이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련은 그 시선을 무시하며 마루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었다.
장옷을 펼쳐 어깨에 얹으며 서우의 앞으로 다가갔다.
“ 다시 한 번 나를 미행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 ”
“ ……. ”
하련이 서우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렇게 교방의 문턱을 넘어 거리로 나갔다.
“ ! ”
언제 왔는지 서우가 하련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 한두 번 상대해주니 내가 우스워? ”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서우가 이런 말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 가지 마십쇼. ”
“ 헛소리 집어치워. 비켜. ”
“ ……. ”
하련이 서우를 지나쳐 다른 길로 앞장서서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가 하련의 한 쪽 손목을 거칠게 낚아채더니
하련이 걷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세웠다.
“ 뭐하는 짓이야! ”
그대로 하련을 개 끌듯 질질 끌고 다른 곳으로 끌고 갔다. 그 힘에 하련의 어깨 위에 얹어져 있던 장옷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하련은 남은 한 손으로 서우의 등을 때리고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때리며 그의 손에 잡혀있는
자신의 손목을 빼내려했다.
“ 놔! 놓으라고! ”
그리고 그 외침에 그대로 뒤로 돌아서는 서우. 그의 눈빛이 너무도 매섭게 변해 있었다. 서우는 또다시 말없이 앞을
보며 하련을 끌고 갔다.
54편 끝.
안녕하세요 ~ ^^
오늘은 어제 연속으로 비가 오고 날이 덥고 장마는 우울하네요ㅜㅜ
비가오는 날은 왠지 분위기를 타서일까요? 소설이 잘 써지고 좀
기분이 몽실몽실 해지네요 ~
이번편은 어디보쟈, 하련이 본격적으로 민 대감을 꼬시기 위해서
살짝씩 행동을 보이고 그 모습에 서우가 또 괜한 오해를 했네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우가 -0- 거친남자로 돌변해버렸네요~ 후아아
다음편두 기대해주실거죠?
지난번 편에 댓글을 달아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웃쟈 . 바람을싣고 . noeul0329 . 세이티 . 惠元
업뎃쪽지 = 꽃
첫댓글 꽃 ><// 키아!!! 서우가 거친남자로 돌변했네요!! 꺄 꺄 ㅜㅜ 서우 많이 화났나봐요 이런걸 바랬어요 우엉 서우 멋있는 놈 하련이는 서우마음도 몰라주고ㅜㅜ
안녕하세요~ 서우 나쁜남자..ㅋㅋㅋㅋㅋㅋ하련이가 언제쯤알아줄까용ㅜㅜ다음편두기대해주세요!
꽃
오해해서 서우가 울때 ㅠㅠㅠㅠㅠ얼마나 가슴이 저미던지 .........!! 어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겟네요 , 그런데 그 오해때문에 서우의 터프함과 카리스마를 볼수잇어서 너무나 좋네요 !!!저대로 몰래 도망이라도.........꺅 !
안녕하세요~ 서우를 그마만큼 좋아해주신다는거죠?ㅜㅜ감사해용 도망이라..ㅋㅋㅋㅋㅋ다음편두 기대해주세요~
꽃 ) 꺄아~ 거친남자 서우♡ 좋아좋아 //ㅅ//
안녕하세요 ~ 거친남자..ㅋㅋㅋㅋ그매력 다음편에서도 계속되길!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ㅋㅋㅋ앞으로 함께 복수를 향해 걸어주세요~
정말 서로를 아프게 사랑하는 커플이네요ㅠㅠ
안녕하세요^^처음뵙는분이시네요~ 멋진 한줄 댓글 감사합니다.^^
꽃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