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많이 하고 보는 영화는 실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2003년 4월17일 시사회를 통해서 본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평단의 날카로운 평과 흥행요소를 모두 갖춘 2003년 기대작이라는 평에 맞게 나의 기대를 전혀 져버리지 않았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간에 걸쳐서 10명의 여자가 잔혹한 방법으로 강간 살해 당한 사건....2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단 1명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솔직히 내가 중학교때의 일이라서 이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것은 없었다. 단지 아무 희미한 기억으로 신문이나 TV등에 가끔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이란 제목으로 대서특필되어 나오곤 했다는 것뿐이....
현재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영화의 소재로 다룬다는 것 부터가 어쩌면 위험한 발상이였는지도 모른다. 뻔한 경찰애기나 살인사건 애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봉준호 감독은 나의 그런 우려를 한방에 날려 버렸다.
난 훌륭한 영화를 보고 나오면 머리가 복잡해 진다. 내가 받은 감동을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데 너무 많은 것들이 머리속에 mix되어서 정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송강호>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다. 어제 운이 좋게 예정에 없이 송강호가 무대 인사를 왔다. 정말 옆집 아저씨 같은 옷차림과 말투...한국 최고의 배우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편안한 사람이였다. 작품에 대해서 어눌하지만 설명해 가는 말투에는 작품에 대한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그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기존에 그가 출현한 다른 영화에서와 완전 다른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약간은 구태의연해진 시골 형사역을 위해 7kg이나 불린 그의 노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완벽한 화성읍 촌동네 형사였다. 그 시절 취조실에서 범인들을 고문해 가며 억지 자백을 받아내던 모든 강력계 형사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그는 적절한 유모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영화를 압도했다.
살인의 추억에는 최고의 배우들이 3명이나 나온다. 시골형사역의 송강호, 서울에서 파견나온 김상경, 3번째 용의자 역의 박해일까지 다들 자신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냈지만, 이 영화를 끌고가는 중심축은 송강호였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감독의 훌륭한 연출과 주연배우들의 녹녹한 연기까지 어우러진 살인의 추억은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 잠을 자려고 누운 그 순간까지도 나를 소름끼치게 만드는 유일한 영화였다.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엽기적인 범인이 피해자의 질속에 복숭아 조각이나 볼펜등을 넣었다는 사실도 단지 수사관들의 대사를 통해 검시관이 꺼내는 복숭아 조각을 통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피해자가 강간을 당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강간당할때의 피해자(여자)들의 애절한 눈빛과 3번째 용의자에 대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을 뿐이어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는 김상경의 고뇌를 보여주는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모든 공포영화를 뛰어 넘는 두려움을 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나고 기억나는 한장면을 꼽으라면 난 마지막 close-up되는 송강호의 얼굴이다.
20여년이 흐른 2003년 당시 시골형사였던 송강호가 우연히 첫번째 여자의 시신이 발견된 논두렁을 지나다 옛생각에 사로잡혀 논두렁 옆의 골아래를 드려다 보는데 지나가는 한 초등학생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
마지막 씬이다. 그 초등학생은 송강호에게 얼마전에도 어떤 남자가 와서 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말을 듣고 난(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관객은) 김상경도 20년이 지나서 그 사건을 잊지 못하고 그 장소를 찾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 소녀의 입에서 나온 "그 아저씨가 예전에 내가 여기서 한 짓이 생각나서 쳐다보고 있었다고 말했어요"라는 대사는 잡히지 않은 단 1명의 범인에 대한 공포로 온 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고도 남았다.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응징의 시작이다"
<김상경>
바로 전 영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에 난 적잖이 놀랐었다. TV에서 보여준 그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관객은 완벽해 보였던 배우가 완전히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일상의 한 인간으로 보여질때 가장 친밀감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주가 배우가 아닌 이유는 그녀가 찍었던 마지막 영화에서 그녀는 완벽하게 화장한 얼굴에 완벽하게 드라이한 머리에 항상 세련된 옷만을 입고 일상이 아닌 연기를 보여 줬기 때문에 그녀는 결코 배우가 아니다. 단지 말그대로 연예인일뿐....하여튼...
이 영화에서 김상경은 생활의 발견에서 관객들에게 주었던 그 놀라움...연기에 대한 진지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혹자는 김상경이라는 캐릭터의 개연성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6년간의 방대한 연쇄살인사건을 단지 2시간의 영화속에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 상 각 각의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하는 것 자체가 다 쓸데없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각 각의 형사로 나온 송강호와 김상경은 이 살인사건을 보는 일반인들의 또다른 눈일 뿐이다.
김상경은 이 영화를 통해 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는 인간적인 형사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연기했다. 처음엔 과학적인 수사를 부르짖던 서울에서 파견나온 형사 조차도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용의자들을 대하면서 점 점 용의주도하고 잔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들을 보면서 개인적인 분노만으로 용의자를 처리하고 싶은 욕망을 참아내지 못한다.
영화속에서의 마지막 피해자인 13살짜리 중학생의 살인현장(용의자는 그 13살 소녀의 질속에 여학생의 책가방에 있었던 필통속의 필기구들을 집어 넣었다)을 보고 돌아서 산을 내려오는 김상경의 표정은 당시 그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들의 분노와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그들의 욕망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첫댓글 소모임란에 보면 A/V소모임이라고 있어요 가입하시죠? 좋은 하루
이거 진짜 보고싶던데~버스마다 붙어있는 포스터들...그거보면서 있다가 버스정류장서 버스놓친게 얼마나 많은지...ㅠㅠ
a/v소모임에도 영화평 올려주세요...^^..ss0~..이걸로영화번개 때릴까?^^
재밌을거 같은뎅~ㅋ
셤끈나고 보러갈끄얏 >_<
언니!!!때려요!!!그거 진짜 보고싶어쓰요~대신 제발...수목만 빼구요...알바하니깐...ㅠㅠ
이거..영상미 죽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