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댐 14개를 새로 짓는다며 20년 넘은 댐 망령 살려내려 한다.
경향신문, 이홍근·김기범 기자, 2024. 7. 30.
정부가 신규 댐 건설과 기존 댐 재개발을 합쳐 총 14개 댐을 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12개 이상의 댐을 한꺼번에 대규모로 건설하는 것은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태다.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극심한 주민 반발 같은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가 실용성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7월 30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댐 후보지를 발표했다. 지난 25일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6일 만에 대규모 토목공사 계획을 발표했다. 14개를 용도별로 보면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 댐 7곳, 용수전용 댐 4곳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경기 연천 아미천, 강원 양구 수입천, 충남 청양 지천, 강원 삼척 산기천, 충북 단양 단양천, 경북 청도 운문천, 전남 화순 동북천, 경북 김천 감천, 경북 예천 용두천, 경남 거제 고현천, 경남 의령 가례천, 울산 울주 회야강, 전남 순천 옥천, 전남 강진 병영천 등이다. 고현천, 가례천, 회야강, 옥천, 병영천 댐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 지어지는 댐이다.
대규모 댐 건설이 결정된 것은 2001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전국에 12곳을 선정해 댐 건설 신설 수순을 밟았는데,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해 논란을 겪었다.
김 장관은 14개 댐들을 ‘기후대응 댐’이라고 부르면서 다목적댐이 근원적인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우 패턴도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되는 특성을 보인다”면서 “극한 호우 등으로 인한 최근 3년간 피해액은 1조6000억원이 넘고, 인명 피해도 85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설명과 달리 최근 발생한 홍수 피해 대부분은 물그릇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존에 마련된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교량공사 과정에서 제방을 임의로 허물었다가 미호강 물이 넘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섬진강 홍수 당시 발생한 78개 피해지구 모두 제방이 건설되지 않은 곳에 집중됐다. 극한호우가 내려도 기존 규정만 잘 지키면 토목사업을 벌이지 않더라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을 막고 콘크리트를 붓는 대규모 토목사업은 주변 환경을 파괴한다.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세종보가 가동되면서 금강에 터를 잡은 멸종위기에 놓였던 물떼새와 민물고기들이 모두 사라졌다가 보 가동이 중단되면서 다시 생태계가 복원된 사례가 한 예다. 2022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생물다양성협약 쿤밍-몬트리올 의정서에서는 2030년까지 국토의 30%를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14곳 댐이 신설되면 서식지가 가라앉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