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저는 정말 내성적이고 부끄럼 많은 아이였습니다.
다만 공공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만큼은 놓은 적이 없었지요.
여유라곤 없었습니다.
제 삶도 그러했고,
제 인성도 그러했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늘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건방졌고,
거만했고, 남들 앞에 틈을 보이는 걸 두려워했습니다.
특별히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바라지도 않았고,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만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을 주변 후배들에게도 늘 강요하곤 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삶의 자세에 파탄을 안겨준 것이
이번 선거였다고 생각합니다.
순전히 제 내면적인 측면에서 분석한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제 자신 깊이 반성하고 책망하고 있습니다.
수렁에 빠지고도 손을 내미는 성격이 못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께서 끊임없는 위로와 격려로
제게 손을 내밀어주십니다.
그 손의 따스함을 느낍니다.
그 손에서 위안을 느끼고 사랑을 느낍니다.
입으로만 ‘다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제가 하던 이야기입니다.
그때부터 연대의식을 늘 외치고 다녔습니다.
그랬던 제가 저는 실천하지 못했는데,
여러분들께서 저를 어깨동무의 대상으로 삼아주고 계십니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입니다.
제 고향말로 ‘짠하도록’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서 일관성과 소신을 버리지 않고 차분히 살아가겠습니다.
부족한 점은 고쳐나가고,
공부하고,
오로지 민생의 중심에 서서 들판을 걸어가렵니다.
진리는 들판에, 시장 좌판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감기몸살이 심해 제 지역사무실 근처 이비인후과에 들러
치료를 받고 엉덩이에 주사도 두 대나 맞았습니다.
그리곤 바로 제 지역사무실에 올라갈까 하다
길 건너편 금남시장 노점상을 찾았습니다.
마침 호박잎을 팔고 계시는 노점상 어머니를 뵙게됐습니다.
호박잎이 반가웠습니다.
고시공부할 때 어느 절에서 처음 먹어보고
그 이후로 계속 좋아하는 음식인데 구하기가 쉽진 않잖아요.
한묶음에 얼마냐고 여쭸더니 2,000원이라고 하더군요.
다섯묶음을 샀습니다. 그리곤 만원을 드렸습니다.
까만 봉투에 호박잎을 잔뜩 넣고
이곳저곳 노점상 어머님들께 인사를 드리니깐
다들 무얼 그리 많이 샀느냐며 웃으시더군요.
대충 인사를 마치고 횡단보도에 서 있었더니
어느 노점상 어머니께서 비닐봉투를 들고 뛰어오시더군요.
술자리에서 흔히 먹는 오징어포와 명태포를 담아
회식할 때 쓰라며 가져오시는 겁니다.
이럴 때 돈을 드린다는 건 실례이지요?
그래서 감사히 받고
제가 다음주에 한 번 들르겠다고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한없이 받기만 하고,
한없이 빚지기만 하는 인생 아닙니까.
정치의 두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한없이 베풀어주시는 여러분들께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갚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갚아야 제대로 그 빚을 갚는 것인지
무거운 짐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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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과분하게 많은 사랑을 주시는
제 싸이 일촌여러분과 다음 AGORA 논객여러분들을 포함한
싸이 방문객들을 위한 세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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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같지 않은 의원들 말에 시달리다 보니 최재천의원님의 말씀이 이렇게 시원해 보일수가 없네요~
어느기사에선가 그러더라구요~ 보통 낙선하면 임기말에는 국회에 거의 안나오는데~낙서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재천의원님이나 이영호 의원님등등 청문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다른국회의원들이 귀감해야할 부분이라고요~
그냥 18대국회가 곧 시작 될걸 생각하니~ 최재천 의워님의 낙선이 더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첫댓글 17대 국회를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아요 ㅠㅠ
저런분이 낙선되었다니 안타깝습니다. 개인의 이기주의가 정말 제대로된 정치인도 못 알아보는군요
최재천 의원님을 낙선시킨 사람들,,,두고두고 후회하실것 같네요,,맘이 아프네요.ㅠ,ㅠ
이번에 크게 활약하시는 분들중에 낙선하신 의원들이 꽤 많죠.. 에휴.. 답답하네요.
다시 돌아 오실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ㅜㅜ
꼭 다시 국회로.......정말....저런 훌륭하신 분이 낙선대다니...국민들 반성해야합니다.....
최재천 의원님이 말씀 하실 때면 가슴이다 후련해집니다.
정말 최재천 의원님의 말씀하나에 며칠동안 지끈거렸던 머릿속이 좀 시원해지는 기분이고,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분이 낙선하시다니...이런분을 낙선시킨 지역구민들께서는 반성하셔야 합니다. 아.....18대 국회..생각만해도 두렵습니다. 역시나...탄핵밖에 길이 없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