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993
“여기 여자가 어딨습니까! 경찰이지!”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김소영씨가 현장에 출동했다가 자신을 향해 “여자다!”라고 소리치는 가해자에게 더 크고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책 『여성, 경찰하는 마음』 중)
‘여기자’, ‘여교사’, ‘여류작가’ 같이 직업 앞에 붙는 성차별적 접두사가 사라지고 있지만, 유독 여성 경찰관은 ‘경찰’보다는 ‘여경’이라고 불린다. 조직 내 소수를 뜻하는 표현이자 차별의 의미가 담긴 ‘여경’이라는 단어는 여성 경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성 경찰이 겪는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 『여성, 경찰하는 마음』이 경찰의 날인 10월 21일 세상에 나온다. 경찰 젠더연구회 소속 23명이 참여했다. 여성신문은 책을 함께 쓴 이지은 총경과 채나영 경장을 만나 ‘경찰하는 마음’에 대해 들었다. 여성 경찰들이 직접 여성 경찰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들의 속 깊은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여성신문 TV’에서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지구대장 출신 최초의 총경
대학 2학년때 입문한 3년차 경장
이지은 총경은 경찰 창설 이래 최초로 지구대장에서 총경으로 승진한 케이스다.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말 무궁화 네 개의 계급장을 어깨에 달았다. 경찰대 17기 출신(97학번)인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범죄학 석사를 받고 한림대 법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6회 변호사시험까지 합격했다. ‘경찰 최고의 스펙’으로 불릴만 하다. 하지만 그는 ‘안전’한 승진 루트를 밟는 대신 현장 ‘유턴’을 선택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현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현재는 경찰대학에서 총경 승진자 대상 교육을 받으며 재충전 중이다. 채나영 경장은 이지은 총경에 대해 “동료의 아픔을 그냥 넘기지 않는 존경받는 지휘관이자 별로 안먹는 것 같은데 텐션이 높은 선배님”이라고 설명했다.
채나영 경장의 이력도 남다르다. 26세인 그는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은 2학년 때 경찰 공채 298기에 합격한 인재다.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면서도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지난 대선 땐 이재명 전 대통령 후보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근접경호를 맡았다. 지금은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에서 근무한다. 이지은 총경은 채나영 경장은 “에너자이저, 인싸(인사이더), 잘 먹는 열정 부자”라며 “이 나이, 이 계급, 이 성별로는 아주 특이한 이력을 가진 경찰관”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뷰 전날 야간 근무까지 하고 왔지만 에너지 넘치는 채나영 경장은 “재기발랄한 활동가형(ENFP)” 다웠다.
두 사람은 『여성, 경찰하는 마음』 집필을 위해 처음 만났다. 모두 저자로 참여해 경찰로 사는 일상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전체 경찰의 13.6%, ‘여성 경찰’의 현실
‘경찰=남경’이라는 인식 여전히 팽배
대한민국 사회의 첨예한 젠더 갈등의 정점에 바로 ‘여성 경찰’이 있다. 여성 경찰이 주인공인 논란이 터지면 곧바로 여경은 불필요하다는 이른바 ‘여경 무용론’, 더 나아가 ‘폐지론’까지 나온다. ‘남성 경찰’의 대응이 논란이 되면 “공권력 경시가 문제” “무력사용 기준 완화 필요”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남경 무용론’은 나오지 않는다. 여경 논란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경찰=남성’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현실에서 여성 경찰관은 차별을 경험한다. 일터의 차별만이 아니다. 아무리 현장에서 “여경은 ‘무용’한 존재가 아니라 절실히 필요한 존재”라고 해도 욕하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여경들은 현장에서 경찰이 아닌 ‘여성’으로 대하며 성적인 욕설을 퍼붓는 민원인이나 피의자로 곤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지구대에 있다보니 현장 출동을 하면 욕설을 듣는 일이 많습니다. 태어나서 듣도볻 못한 욕설도 많아요.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이제는 욕을 들어도 놀랍지 않아요. 그런데 꼭 여경에게는 성적인 비하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걸 직접 들을 땐 힘이 들어요.” (채나영 경장)
“현장에 나가서 지휘를 하다보면, 남자 경찰 말은 고분고분 듣다가도 제가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라고 하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왜 여자가 나서서 XX야’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좀 슬프기도 하고, 아직까지 여성을 비하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이지은 총경)
경찰 제복에는 성별 구분이 없다. 살인 현장에 출동하는 일부터 집회나 시위 현장의 ‘폴리스 라인(질서 유지선)’에 서는 일까지 남경이 한다면 여경도 한다. 1947년 미 군정기 때 최초로 여경이 채용된 이후 경찰 조직 내 여경 비율은 75년이 지난 2022년 현재 13.6%(1만9107명)에 그친다. 이들 대부분은 하위직이다. 총경 이상 고위직 여경은 4.5%에 그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경찰 조직 내 ‘유리천장’과 ‘유리벽’은 여전하다.
“여경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회에
여성 경찰관이 답하는 ‘여경 안내서’
『여성, 경찰하는 마음』 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써 있다. “우리 사회에 여경이 꼭 필요하냐고 묻는 당신을 위한 여성 경찰 안내서”. 설명 그대로 책은 여성 경찰이 겪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찰=남성’이라는 사회적 인식, 그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은 알면서도 그들은 왜 굳이 힘들고 위험한 경찰 세계에 뛰어들었는지, 무엇이 그들이 조직 안팎의 편견과 차별을 견디며 버텨왔는지를 기록했다. 경찰로 사며 느낀 보람과 사명감, 연대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여경 분투기’이자 ‘여경 성장기’이며 성별을 벗어나 경찰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이 책을 엮은 주명희 총경은 서문에서 “존재를 부정당하는 여경들, 부정적 시선에 섬처럼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동료와 후배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경찰 그리고 여성 경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여경’이라는 단어가 혐오의 의미로 쓰이지 못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바랬다.
이지은 총경과 채나영 경장 역시 “이 책은 여성 경찰관들이 모여 우리 스스로 여경에 대해 쓴 최초의 책”이라며 “‘여경’들이 쓴 이야기이지만, 모든 경찰관의 이야기이자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서도 씩씩하고 용감하게 버텨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며 다른 여성들도 위로와 용기를 얻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젠더연구회란?
2017년 15명의 경찰관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경찰 내 학습동아리다. 당시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에서 ‘여성경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며 간담회에 참석한 9인이 ‘성평등 조직 문화를 만들자’고 권했고 직급도, 부서도 제각각인 여경 15명이 모였다. 친목 모임처럼 시작했지만 이들은 2019년 소위 ‘대림동 여경 사건’ 당시 ‘여성 혐오와 여성 경찰에 대한 비하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여경 관련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경찰 내 조직문화, 성평등한 치안 서비스, 젠더폭력 대응에 대한 세미나를 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70여명이 소속돼 있다.
첫댓글 고마워 읽어봐야지 꼭 이런 책들은 읽어야할 인간들은 안읽고 여자들이 읽는다
ㄹㅇ로 ㅡㅡ
알려 줘서 고마워!!!! 잼겠다
아휴 ㅡㅡ진짜 소방도 마찬가지다
불 안끄는 줄 알아 방화핼멧 벗으면 여자내? ㅋ ㅇㅈㄹ 멀럼ㅅ다 멀렀어
책 꼭 앍어봐야지
경찰의 날 축하합니다~~~~
미친 꼭 읽을게!!
기사 좋다!! 책도 재미나 보여
책 꼭 읽어봐야겠다 글만 읽는데도 좀 울컥하네 ㅠㅜ 멋있는 분들
나 경찰 준비중인데 꼭 읽어야지!
지금 읽고있는데 넘 좋아...
대림동 여경으로 기사났던 경찰도 글쓰셨는데 맘이 너무 아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