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의결거친 ‘이익 50% 확보’
공모前 ‘1822억 확정이익’으로 변경
유동규 “李 승인뒤 공모지침 반영”
검찰, 이재명 배임혐의 집중 수사
검찰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는 1822억여 원의 확정이익만 배당한 수익 배분 방식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이 공모 전에 승인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사 투자심의위원회와 성남시의회에선 ‘공사가 50% 이상의 이익을 확보한다’는 사업추진안이 의결됐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이재명이 ‘50% 이익’ 대신 ‘1822억 원’을 받는 방안을 승인한 것이다. 검찰은 이재명의 ‘사전 승인’ 정황이 공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성립의 주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보고 물증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정영학→유동규→정진상→이재명 거쳐 결정”
22일 언론사 취재를 종합하면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는 2014년 10월 28일 “확정이익 제공(사업자 제시)”이라고 적힌 사업계획서 초안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공사는 제1공단 공원 조성 등 사업 목적을 완료함으로써 추가적 이익 참여는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공사는 대장동 사업으로 정해진 액수의 이익만 가져가고,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경우 모두 민간에 배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는 공사가 사업자 공모를 하기 4개월 전이었지만 정 회계사는 미리 사업계획서 초안을 작성해 금융기관과 자금 조달 방식을 협의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정 회계사가 2015년 1월 확정이익 배분 방식을 제안했고, 이 내용을 정진상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재명의 승인을 받아 해당 내용을 공모지침서에 반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에게 보고가 이뤄졌을 당시에는 황무성 전 공사 사장이 재임 중이었고, 유 전 직무대리는 공사 기획본부장이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도 21일 대장동 재판에서 “정 회계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제안했고,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실장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한 뒤 승인을 얻었다. 이후 유 전 직무대리가 정민용 전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통해 공모지침서에 해당 내용을 반영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공사는 2015년 2월 13일 해당 내용이 담긴 공모지침서를 발표했다. 그 결과 공사는 임대주택 부지 분양가에 해당하는 1822억여 원을,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는 4040억여 원을 가져갔다.
○ 투자심의위·시의회에선 “수익 50% 공사 몫”
공사가 ‘확정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은 공사의 투자심의위나 성남시의회 의결을 거칠 당시엔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안이었다.
공사는 2015년 1월 26일 내부 투자심의위를 거쳐 “공사가 50% 이상의 이익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업추진안을 의결했다. 공사가 민관합동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50%의 지분을 출자하는 만큼 사업 수익도 전체의 50% 수준으로 배당받는 안이었다. 같은 해 2월 4일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도 같은 내용의 사업추진안을 의결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황 전 공사 사장은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투자심의위, 공사 이사회, 시의회에서 모두 50%를 배당받는 안으로 승인을 받았다”며 “그런데 유 전 직무대리 등이 이를 무시하고 이 재명결재를 거쳐 전혀 새로운 내용의 공모지침서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일당이 사전에 1822억여 원의 확정이익만 공사에 배당하는 안을 결정해놓고 시의회와 투자심의위 등을 속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확정이익 방식을 시의회 등에 보고했을 경우 민간에 이익을 몰아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재명이 성남시의회 등에 제출된 안과 다른 확정이익 방식을 사전에 승인하고 결재한 문서가 있을 경우 배임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물증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