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규확진 99.7%가 미접종자… 델타 기승 속 ‘백신의 힘’ 재확인
[코로나 4차 유행]美, 신규 감염 52%가 델타변이
백신 접종 완료자 감염 거의 없어… 파우치 “백신이 여러분 지켜줄 것”
몰타, 유럽 최초 미접종자 입국금지, “14일부터 그린패스 소유자만 받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9일(현지 시간)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음악축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뉴시스
최근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역시 백신 접종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감염력 높은 ‘델타 변이’가 신규 감염의 52%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바이러스에 거의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CBS뉴스는 10일(현지 시간) “전체 신규 감염자의 99.7%는 백신 미접종자”라고 전했다. 이날 버지니아주 지역 매체 ‘버지니아 머큐리’도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6월 25일까지 주(州) 내 신규 확진자의 99.7%는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았거나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사람으로 집계됐다고 주 보건당국 데이터를 토대로 보도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전체 입원 환자의 99.3%, 사망자의 99.6%도 이들 그룹에서 나왔다. 미국에서는 화이자, 모더나의 경우 2차 백신을 맞은 지 2주가 지나야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본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에서도 백신의 위력은 컸다. 카운티 보건당국이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460만 명 중 0.06%인 2822명만 접종 완료 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접종을 마치고도 감염돼 입원한 비율은 0.004%(195명), 사망한 비율은 0.0004%(21명)에 각각 그쳤다. 메릴랜드주에서도 지난달 발생한 100여 명의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백신 접종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백신은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도 극적으로 떨어뜨렸다. 잉글랜드공중보건국(PHE)에 따르면 인구 절반 이상이 백신 2회 접종을 마친 영국은 최근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이 최고치의 20분의 1로 떨어진 0.085%에 불과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국 보건당국은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가 접종률이 특히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배종(種)이 되고 있다”며 “부디 백신을 맞으라. 델타 변이로부터 여러분을 지켜줄 것”이라고 했다. 미군에게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일한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군내 모든 사람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명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현재 긴급승인 상태인 화이자 등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없다. 접종을 의무화하려면 바이든 대통령이 ‘규정 적용의 예외로 한다’고 명령해야 한다. 학교나 기업에서 의무접종을 도입하기 위해 현재 긴급승인 상태인 백신의 정식 승인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자에게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활동과 이동 등이 허락되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중해 섬나라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몰타 보건당국은 9일 “14일부터는 영국, EU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 발급하는 디지털 코로나19증명서(그린패스) 소유자만 입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입국 72시간 전 발급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해도 입국을 허락했지만 앞으로는 백신 접종 완료자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EU 회원국이 이런 조치를 내린 건 처음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을 맞은 학생은 올가을부터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이날 밝혔다. 프랑스 과학위원회는 “최대 90∼95%의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만 델타 변이 확산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조종엽 기자,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이번주 전국 33도 안팎 폭염… 방역 악영향 우려
[코로나 4차 유행]장마, 남쪽으로 물러나 ‘소강 상태’
대도시 중심 열대야 나타날수도
이동량-에어컨 사용↑… 확진 늘수도
정체(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33도 안팎까지 치솟는 ‘찜통더위’가 당분간 이어진다. 기상 상황에 따라 올해 장마가 그대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올여름 더위는 오래 갈 수 있다. 2018년 여름 수준의 폭염이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물러가고 더운 공기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번 주 내내 33도 안팎의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요일인 12일 전국 낮 최고기온은 29∼35도로 예보됐다. 습도 탓에 체감온도는 더 높다. 서울 34도, 대구와 광주 35도 등이다. 경남 함안(37도), 전남 담양(36도) 등 일부 지역 체감온도는 35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나타난다.
12일에는 전국 곳곳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5∼40mm의 소나기가 예보됐다. 하지만 장맛비는 아니다. 열흘짜리 중기예보에 따르면 최소 21일까지 전국에 장맛비 가능성이 없다. 기상청은 “현재 정체전선에 의한 장맛비는 소강상태”라며 “아직은 장마전선의 움직임이 불확실해 장마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짧은 장마와 폭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 휴가철 피서객이 늘어 이동량이 증가할 수 있다. 사람들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시설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에도 장마가 끝난 직후인 8월부터 코로나19 2차 유행이 본격화했다. 당시에도 방역당국은 여름휴가 동안 인구 이동이 늘고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송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