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64%가 국책은행
임금 감액 비율은 최대 69.87%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 조속히 만들어야”
그래픽=정서희
은행권이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임금 삭감률이 40.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 사실상 월급이 반토막 나는 셈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연장되면서 늘어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최근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삭감 폭이 지나치게 크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와 은행권에서도 임금 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에 제출한 ‘임금피크제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은행권의 임금피크제의 임금 감액 비율은 평균 약 40.43%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삭감률이 5%, 현대차·LG전자·KT 등은 10%인 점과 비교하면, 다른 업종에 비해 급여 삭감 폭이 큰 편이다.
20개 은행 중 임금이 가장 많이 깎이는 곳은 Sh수협은행으로 평균 69.87% 감액됐다. 이어 IBK기업은행(65.79%), 전북은행(61.11%), 광주은행과 BNK부산은행(60.00%) 순으로 파악됐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이 없는 은행을 제외하면 임금 삭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NH농협은행으로, 17.00%였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노조원들이 2022년 9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열린 KB국민은행 '불법적 임금피크제' 규탄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은행권 직원은 총 2205명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은행권의 임금피크제 적용 비율은 2021년 1.42%(2204명)에서 2022년 1.28%(2174명)로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 4월 말 1.41%(2205명)로 다시 증가세다.
은행별로 보면 임금피크제 적용 비율은 KDB산업은행이 10.30%(396명)로 가장 높았다. IBK기업은행이 7.10%(980명), 수출입은행은 2.90%(38명)로 뒤를 이었다. 국내 20개 은행에서 1~3위를 모두 국책은행이 차지한 것으로, 전체의 64.13%에 달한다.
4위와 5위는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차지했다. 이 은행들은 각각 전체 직원의 2.39%(395명), 2.00%(274명)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다. 2021년 소비자금융을 단계적으로 폐지한 한국씨티은행이 1.22%(22명)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은행들은 1% 미만이었다.
임금피크제는 금융권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논쟁거리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총파업에서도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합리적인 기준 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판결 이후 KB국민은행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의 일부 직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임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강병원 의원은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과도한 임금 삭감은 위법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라면서 “법원 결정을 바탕으로, 정부는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만들어 현장의 혼란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