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시설 속았다며 반발하더니 여의도 시범 주민 왜 찬성하는가?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2024. 8. 12.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노인복지센터)’ 설치 문제로 사업이 멈춰 서 있는 가운데, 조합원 다수가 센터 설치를 부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과 서울시가 센터 축소설치, 위치조정 등 합의점을 찾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8월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6일부터 나흘간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 설치에 관한 조합원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조합원 792명 중 456명(57.6%)은 ‘데이케어센터 위치조정 및 면적을 축소해 정비사업 신속 추진’ 항목을 선택했고, 333명(42%)은 ‘데이케어센터 전체 삭제될 때까지 정비사업 전면 중단’ 항목을 선택했다. 한국자산신탁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주무부서와 협의를 거쳐 정비계획 변경 공람공고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에 준공된 1584가구 규모의 노후 아파트로 지난해 9월에 신속통합기획이 완료됐다. 하지만 시에서 용적률 최대 400%, 최고 층수 65층 혜택을 주는 대신 공공기여 시설로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해당 시설은 고령, 노인성 질환, 치매 등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치료시설이다.
주민들이 아파트 외벽에 ‘신통기획 1호 속았다, 신청하지 마세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이 극에 달하자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4월 데이케어센터를 문화시설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 관련 조치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계획서 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 다수가 센터 설치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사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노인 관련 시설에 대한 시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센터 설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신속통합기획을 철회하면 사업 기간이 2년 이상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서울시 요구 수용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센터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 역시 42%로 적지 않은 수준인데다 사업시행자의 여론조사 결과는 행정적 효력이 없는 만큼 반발의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배운 (edulee@edaily.co.kr)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