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 해명을 한 혐의로 고발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박혁수)는 최근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부장판사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전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김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이른바 ‘사법농단’사건으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거론되던 임 전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자, 임 전 부장판사에게 탄핵안 의결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 이후 김 대법원장이 현직 판사의 탄핵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 대법원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법원 역시 국회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적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은 2017년 9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김 대법원장 취임식. 연합뉴스
하지만 김 대법원장과 임 전 부장판사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녹음파일에는 김 대법원장이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대법원장이)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녹음자료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021년 2월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현직 대법원장이 고발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미루다가 올해 초 김인겸 부장판사를 방문 조사했다. 검찰은 방문 조사 외에 별도의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고, 최근 김 부장판사에게 소환 통보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올해 9월 퇴임하는 데 맞춰 검찰도 수사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도 수사 선상에 오른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처벌이 불가피한, 법리적으로 똑 떨어지는 사건”(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김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수리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