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프 세션스 러시아 연루설에 관한 짧은 글을 적은 적 있습니다.
http://cafe.daum.net/shogun/TAp/39271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더 멍청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
트럼프는 늘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이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입니다.
분명 이틀 전까지만 해도 특검 임명 건은 수면 아래 잠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갑작스럽게 지명이 이뤄지면서 트럼프 러시아 연루설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특검을 지명한 사람은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차관입니다.
이 부분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왜냐면 법무부 장관과 차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거든요.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 대통령을 공격했다? 뭔가 이상하죠. 그 배경을 보면 이렇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17/03/10/us/politics/us-attorney-justice-department-trump.html?_r=0
지난 3월, 계속적인 정보유출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트럼프는
오바마 시절의 인사들을 싹 다 물갈이해야 한다는 몇몇 외부 측근들(폭스 뉴스 등등)의 충동질에 넘어가
갑작스럽게 46명의 법관을 해임합니다.
정권 바뀌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그 과정이나 동기가 매우 불순한 해임이었죠.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가 리스트를 작성해서 트럼프에게 올렸고, 트럼프는 그 중 2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해임합니다.
당시 제외된 2명 중 한명이 바로 로드 로젠스타인이었습니다.
정치적 물갈이에서 살아남았다고는 하지만 충격이 없었을 거라고 보긴 힘듭니다.
이후 로젠스타인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됩니다.
그리고 제프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게이트 조사에서 손을 떼면서 장관을 대신해 트럼프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최근까지 특검 도입 요청을 억눌러왔던 것이 로젠스타인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러나 5월로 접어들면서 FBI 국장 해임 건이 터집니다.
FBI 국장 제임스 콜미와 불편한 관계를 맺어오던 트럼프는
갑작스럽게 그를 해임하기로 결정하고 법무부에 사유를 만들어서 제출하라고 지시합니다.
바로 이 해임 사유서를 작성한 것이 바로 로젠스타인이었습니다.
로젠스타인은 힐러리 이메일 조사에서 드러난 잦은 결정 번복과 미디어 노출 등을 이유로
FBI국장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작성했고 이 사유서를 근거로 트럼프는 FBI국장을 해임합니다.
그러나 FBI 국장이 해임되자마자 콜미 메모 건이 터집니다.
트럼프가 FBI 국장과 단독 면담하면서 본인이 연루되었을 수도 있는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압박을 넣었다는 것이죠.
사태가 이렇게 되자 로젠스타인은 완전히 코너에 몰리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법무부 독립성을 깔아뭉개고 대통령 비호하는데 앞장선 사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로젠스타인은 결국 그 압박을 못이겨내고 특검 지명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트럼프의 이너써클인 제프 세션스가 FBI 수사를 계속 지휘하고 있었다면 특검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세션스 본인이 러시아와 연루설 때문에 수사에서 손을 떼고,
그 자리를 정권과 연결고리가 약한 차관이 메꾸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원래 러시아 유착설은 이렇게 큰 정치적인 폭탄이 될만한 껀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계속 본인의 무덤을 깊게 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통령 대상 특검이 도입됐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있는데 바로 닉슨과 빌 클린턴입니다.
둘 다 사유는 "사법방해 (법무부의 법 집행을 방해함)"였습니다. 그리고 둘 다 탄핵 절차를 밟았죠.
즉, 러시아 커넥션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이 법무부에 압력을 넣은 것이 문제인 겁니다.
정치적인 딜을 통해서 적당히 손해를 감수하고 덮어버리면 끝났을 일을 강압적으로 해결하려다가
임기 초부터 족쇄를 차게 됐는데, 문제는 특검 조사는 아주아주아주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다이나믹한 민주국가에서 대부분 스캔들은 짧으면 몇주, 길어봤자 수개월이면 수명이 끝나고 잠잠해집니다.
하지만 만약 계속 땔감이 공급되면 수명이 연장됩니다. 특검 지명의 의미는 그겁니다. 땔감이 계속 공급될 거라는 뜻이죠.
특히 이번에 특검으로 지명된 로버트 뮬러는 꼼꼼하기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최소 1년은 예상해야 되는데 1년 뒤에는 중간선거(국회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죠.
캠프와 러시아 간에 접촉 껀수가 지금껏 발표된 것보다 훨씬 많았다거나,
또는 트럼프가 러시아로부터 직접 돈을 받았다는 녹취자료가 유출되는 등
러시아 연루설 자체도 잠재적인 폭탄들이 많습니다.
이 폭탄들 하나씩 터지다보면 1년 후딱 지나갑니다.
주식 시장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한 방송에서 패널이 "트럼프 선물 보따리를 열었는데 아무것도 안 들어있었다"고 표현하더군요.
현재 트럼프가 탄핵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상하원을 차지한 공화당이 탄핵을 가결할 리 없겠죠.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겁니다.
98년에 빌 클린턴 상대로 탄핵 발의 됐을 때 클린턴은 어떻게 위기를 벗어났을까요?
1) 경제가 호황이었고
2) 클린턴의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그 결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공화당이 데꿀멍됐습니다.
마치 좌우가 반전되는 거울을 보는 것 같죠. 내년 상황은 어떨까요? ㅎㅎㅎ
첫댓글 제 생각에 무슨 문제를 다루건 예언이란 부질 없는 짓이고 현재의 담백한 사실들을 짚어가는 것 이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그저 팝콘 좀 가지고 씹다가, 우리 국가에 영향을 미칠 일이나 우리 산업, 혹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칠 문제가 될 수 있는 시그널을 놓치지 않는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 이전의 트럼프 행보는 탄핵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약한 것들이었죠. 코미 FBI 국장 해임 마저도 탄핵 가결이 되기에는 충분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직 후 벌어진 양상들이겠죠...
저는 지금 트럼프가 탄핵이 될지 여부보다는 트럼프가 이러한 조건 하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그래서 우리 외교에
호재일지 악재일지를 따져보는 중입니다.
특히 우리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을 크게 하셔서' '해결을 위한 빅 하드 베팅'을 아태지역에서 할지 여부에 집중하고 있고요. 트럼프 몰락을 말하기에는 아직 변수가 많습니다...
그보다 제가 파악하기에 힐러리가 제법 기대를 가지고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것으로 압니다. 가뜩이나 뭔가 '전간기' 냄새가 나는 요즘인데, 역사책에서나 나올 나비 효과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정치구조를 보면 국내 문제에서는 대통령 발목잡는 장치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대외정책쪽으로 가면 독재자 버금가는 무소불위 파워를 휘두를 수 있죠. 정치력이 고갈된 정권이 어디로 눈 돌릴지 상당히 뻔하긴 합니다.
부쉬 Mark-II가 짭짤하게 재미봤었구요. 하지만 일을 벌이려면 집권세력이 최소한의 통제력은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부에서 엄청나게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마법원 그렇다면 우리 한국 입장에서 단기 호재, 장기 악재가 되겠네요...
좀 정리 좀 해봐야 겠습니다.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콘크리트 지지가 흔들리고 붕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보는데...트럼프의 콘크리트가 붕괴하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찌 보십니까?
음.... 이런 시나리오도 있긴 합니다: 트럼프가 제 발로 물러나고 펜스가 계승. 공화당이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 시나리오죠. ㅋㅋㅋ
http://www.politico.com/story/2017/05/17/mike-pence-president-trump-238525
그런가하면 민주는 가능한 트럼프를 자리에 모셔놓고 단물을 쪽쪽 빨아먹고 싶어하는 것 같구요:
https://www.nytimes.com/2017/05/18/us/politics/democrats-trump-impeachment.html
@마법원 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하핫 역시나!
펜스가 계승한다면...음...중국 입장에서는 차라리 피하고 싶을 시나리오 겠네요.
@panchan1 씁쓸한 일이지만 중국에게는 이래저래 띵하오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습2기가 그 쪽 입장에서 치명적이고 위험한 시기인데 미국이 삽질해주는 셈이니까요. 펜스가 넘겨받는다고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게 갑자기 해결되진 않습니다.
@마법원 문제는 중국 외교라인들의 인식이에요. 그 쪽에서는 자신들의 의도대로 트럼프를 북한 문제에 매달리게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믿는 중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판을 깨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펜스가 올라가면,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행동을 주장해 오던 각 세력들이 다시 몰아붙이려 들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펜스 본인도 한반도가 아니라 남중국해 개입 지지자에 가깝습니다.
물론 미국 정치의 불안정이라는 것 자체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호재가 되겠습니다만, 지금 중국에게 펜스 같은 사람은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람도 만만치 않은 군사주의자 면모가 있으니까요.
트럼프 경질되면 부통령이 임기 채울텐데.. 더 답없어 보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