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로 4일 전 석방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9) 변호사가 25일 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노후자금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에서 ‘이재명 몫’의 의미는 측근들은 물론 이재명 본인까지 아우르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발언했습니다.
대장동 업자들이 이재명(당시 성남시장) 측에 뒷돈을 건넨 사실 등에 비춰 지방자치권력을 사유화해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배임 혐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검찰의 의심과 맞아떨어지는 폭탄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셈입니다.
남욱 “이재명 2021 대선, 노후자금까지 염두에”
남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진행된 대장동 일당의 재판에서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날도 이재명을 향한 폭탄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일부가 ‘이재명 측 몫’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는데요. 심지어 구속된 정진상(54)‧김용(56)씨 등 측근들만이 아니라 ‘이재명’ 본인 지분을 포함한 의미로 이해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날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이 “이재명 측 몫의 의미는 유동규 본부장을 비롯해 정진상·김용 뿐 아니라 이재명까지 모두 포함하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하면서입니다.
남 변호사는 이재명 측 지분이 당초 37%에서 30%→24.5%로 변동되는 과정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김만배씨가 2015년 2월 ‘내 지분이 49.9% 정도인데 실제 지분은 12.5%에 불과하고 나머지 37.4%는 이재명 측 지분’이라고 했었는 데 2019년 말 천화동인 1~7호 등기부를 떼어보니 총 주식수 중 몇 주로 나와 있어 나눠보니 1호 30%, 2호, 3호 각 2.5%였다”고 하면서입니다.
그는 “지분 변동은 당사자 합의에 의해 됐을 것이고 변동 시점은 천화동인 설립 시점(2015년 6월)로 추정되지만 당시 나는 그런 논의에 낄 수 없는 상황이었고 김씨가 알려주지 않아 몰랐다”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측 지분이 30%에서 최종적으로 24.5%로 줄어든 건 “김씨와 지난해 2월 대화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장동 개발) 책임자가 이재명이기 때문에 이재명의 의사에 따라서 그게(대장동 사업 지분이) 결정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지분 결정권 역시 이 당시 이재명에게 있다고도 했습니다.
남욱 "천화동인 1호(30%), 이재명측 지분" 법정 증언.
유 전 본부장 측은 “결국 이재명 측 몫이라는, 권리의 소유관계는 공유나 합의가 아니라 총유(사단 등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공동소유의 형태)인 걸로 보면 되냐”며 “총유라면 단체의 목적이 있어야 할거 같은데, 목적이 이재명의 대선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냐”고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그러자 “총 4번의 선거. 2014년은 제가 성남시장 재선 선거자금을 드렸으니까 그 이후 2017년 대선 경선, 2018년 도지사, 2021년 대선, 그 이후 노후자금, 이정도 생각하셨던 것으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들었다”는 취지로 대답했죠. 이재명 측근을 넘어 이재명에게까지 대장동 자금이 흘러갔다는 의심을 증폭시키는 폭탄발언을 이어간 것입니다.
다만 이재명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얼마든지 털어보라. 저와 가족들 계좌 조사하는 것, 영장 없이 하는 것 제가 동의했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해야지 쇼를 해서야 되겠느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남욱 “김만배, 이재명 친분 정치인 알아 민간 개발 설득 역할"
그는 2011년 말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 역시 “이재명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당시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위해선 결정권을 쥔 이재명 측 마음을 돌리는 것이 결정적으로 필요했고, 이를 위해 김씨가 이재명과 친분이 있는 유력 정치인들을 통해 설득에 나서겠다고 했다는 주장입니다.
석방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의 “이재명에게 영향을 미칠 정치인이 누군지, 실제로 친분이 있는지 확인했을 것 같은데, 누구라고 알았느냐”는 질문엔 “이광재(국회 사무총장),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렇게 들었다”고 3명을 짚었습니다. 다만 남씨는 “다른 곳에 확인해본 적은 없다”며 김씨를 소개한 배모(천화동인 7호) 전 기자의 말을 신뢰했다는 취지로 덧붙였습니다.
또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이 “김만배씨가 이재명과 친분 있는 유력 정치인과 친분이 있다고 생각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배모 전 기자로부터 김만배씨가 수원 토박이고, 그쪽에 지인들이 많고 기자 생활을 오래해 정치인과 친분이 많다고 설명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12년 4월 총선 당시 김씨를 통해 이재명 측근인 김태년에게 2억원을 전달하려 했다는 게 남 변호사 측 주장입니다. 다만 남 변호사는 지난 21일 재판에서 김 의원에게 2억원이 실제 전달됐는지는 자신이 직접 했거나 본 것이 아니며 김씨에 들은 이야기라고 한 바 있는데 이를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다만 당사자들은 펄쩍 뛰고 있습니다. 김태년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이 황당하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할 경우 즉시 법적대응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했습니다. 이화영도 “김만배씨와 친분이 없다”며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명예훼손이 이뤄진다면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했죠.
그러나 남 변호사는 김씨가 김태년에게 2억원 현금 로비를 하려고 했던 이유는 이재명 측을 설득하고 대장동 업자들 뜻대로 환지 방식을 추진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김태년 측 보좌관을 통해서 전달하려고 했고, 이 중 4000만원은 김만배가 따로 사용해 김태년 측에게 간 건 1억6000만원이라고 보다 구체적인 돈의 흐름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의 마음을 바꿔달라’ 이게 우리 부탁 내용”
남 변호사는 “이재명이 절대로 (도시개발사업) 허가를 안 내준다고 얘기하니 협상을 시작한 것”이라며 “민간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이재명의 마음을 바꿔달라’, 이게 우리가 김씨에게 최초 부탁한 내용”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성남도공 설립이 이재명의 주도로 추진됐다는 점도 다시 언급했습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성남도공 설립은 이재명이 주도해 최윤길의 협조를 받아 추진한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다. 이재명의 의지에 공사 설립이 진행된 건 맞다”고 답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저나 대장동 주민들이 공사 설립을 돕게 된 건 오로지 대장동 사업 진행을 위해서였지만, 시의 입장에선 공사가 설립돼야 대장동 뿐만 아니라 위례나 그 외 이재명이 생각한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거로 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그렇다면 유 전 본부장이 각본을 짜는데 실질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체적으로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존 공소장대로 민간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준 각종 사업 구조를 만든 책임(배임 혐의)이 유 전 본부장이 아닌, 이재명 쪽에 있다고 주장하게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재명은 성남도공의 고정이익 확보는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풀려난 남 변호사의 폭탄발언이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남 변호사는 다음 재판에도 증언대에 설 예정입니다.
남욱 마련한 뇌물·정치자금, 종착지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남욱 변호사 법정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