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친족 49명 외엔 참석 불가?… 예식 미루겠다” 문의 빗발
수도권 오늘부터 거리두기 4단계
“거리 두기 4단계부터 결혼식장에는 친족만 49명 참석 가능하대요. 그러면 사회자와 축가자, 사진 촬영기사까지 참석이 불가능한 것인가요?”
12일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2주간 시행되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방침 이후 결혼 및 휴가 계획을 잡아둔 시민들은 물론이고 관련 업계도 혼란을 겪고 있다.
4단계로 격상되면서 인원 제한이 강화된 결혼식장에는 “결혼을 연기하겠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4단계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2주간 결혼식엔 친족만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서울 중구의 한 웨딩홀은 “17일 이후 예약은 연기할 수 있지만 당장 12일부터 17일까지는 어쩔 수 없이 49명으로 제한해서라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예비부부뿐만 아니라 저희 입장에서도 정부의 대응을 예상하기 어려워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결혼 정보를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예식을 미뤄주지 않는 웨딩홀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예비부부들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특히 친족 49명만 참석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놓고 혼선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자, 사진 촬영기사는 행사필수인력으로 분류돼 외부인이나 지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축가만 외부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8일 “결혼식 새로운 거리 두기 세부조항 보완이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와 11일 오후를 기준으로 36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예비부부로서 너무 속상해서 글을 남긴다”며 “세부사항을 더 촘촘히 상황에 맞게 보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거리 두기 격상 방침이 제각각 달라 휴가 계획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24, 25일 친구들과 강원 춘천 여행을 계획했다는 허모 씨(25)는 “춘천은 12일에야 거리 두기 지침을 발표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여행 계획을 변경하기도 어렵다”며 “가기로 결정했다가 거리 두기가 강화될 수도 있고, 취소했다가 완화되면 아쉬울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춘천은 수도권과 달리 현재까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적용되고 있다.
휴가를 기대하던 군인들은 기약 없이 순번이 밀리며 한숨을 지었다. 군인 오모 씨(20)는 “백신도 맞았으니 이제 휴가 제한이 풀릴 거라 생각했는데 무기력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추석쯤에는 나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윤이 기자
최다 확진자 나온 주말, 한강공원엔 금지된 심야음주 인파 넘쳤다
거리두기 격상前 서울 현장 스케치
벤치마다 술자리…단속반과 실랑이도 오후 10시 이후 공원 내 음주를 금지하는 서울시 행정명령이 7일 시행됐지만 토요일인 10일 오후 9시 50분경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내 테이블이 술판을 벌이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윗쪽 사진). 오후 10시가 되자 테이블은 정리가 시작됐지만 계단과 잔디엔 여전히 음주 및 취식하는 사람들이 여럿 남아있었다. 이날 오후 10시 반경 경찰과 단속반원들이 벤치에서 술을 마시는 20대 남성 일행에게 “술자리를 정리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아래쪽 사진). 김윤이 기자
“공원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고요?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10일 오후 10시 반경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공원 단속반이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던 김모 씨(22) 일행에게 다가가 “오후 10시부터 공원에서 음주하면 안 된다”고 안내하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단속 직원이 7일부터 한강공원 내 음주를 금지한 서울시 행정명령을 설명하며 “자리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씨는 막무가내였다. 김 씨는 맥주 캔을 들더니 “다 마신 빈 캔이다. 공원에 앉아 있는 것도 안 되느냐”며 따지듯 물었다. 김 씨 일행은 단속반이 경고를 하고 떠난 뒤에도 한참 동안 술자리를 이어갔다.
○ ‘공원 음주 금지’에도 “3 대 3 마시자” 곳곳 술판
이날 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378명.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 확진자 비율이 72.7%(806명)에 달해 수도권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강공원은 12일부터 수도권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기 전 마지막 주말을 보내려는 인파로 붐볐다.
“수도권 확진자 급증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 한강공원 음주를 금지합니다.”
10일 오후 10시 정각. 여의도한강공원에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공원 내 음주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7일부터 시행한 데 따른 조치였다. 위반 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시민 300여 명은 안내방송에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술판을 벌였다. 공원 일대는 ‘헌팅포차’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오후 10시 20분경 20대 남성 3명은 공원을 빠져나가는 여성 3명을 붙잡으며 “3 대 3으로 술 마시고 놀자”고 말했다. 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들은 곧바로 공원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9, 10일 이틀간 5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본부 관계자는 “서울의 한강공원 11곳에 단속 직원은 22명뿐”이라며 “인력 증원이 이뤄지지 않아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단속 직원은 “단속반이 다가가면 잠시 술병을 치웠다가 다시 꺼내는 시민들이 상당수”라며 “자발적인 방역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12일부터는 한강공원에도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모임을 제한하는 거리 두기 4단계 방침이 적용된다. 본부는 “당분간 경찰 기동대와 협력해 오후 6시부터 오전 2시까지 단속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 강남 무허가 유흥주점서 손님 등 52명 적발
같은 날 0시 10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무허가 유흥주점에서 술판을 벌이던 손님과 종업원 등 52명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수서경찰서 112상황실에 “접대부로 보이는 여성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 장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평범한 식당. 모든 문이 잠겨 있어 겉보기엔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찰은 문 틈새로 에어컨 바람이 새어나오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소방당국에 협조를 요청해 건물 출입문을 강제로 열어 보니 룸 7곳에서 손님과 종업원 50여 명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업주 A 씨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식당에 일일 임차료를 내고 ‘불법 유흥주점’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무허가 유흥주점을 상습적으로 운영한 업주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8일부터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중대한 방역수칙을 한 번만 위반해도 열흘간 영업을 정지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되고 있다.
김윤이 기자, 이소연 기자
거리두기 4단계 앞두고…“노가리 골목 오세요” 홍보한 서울시
SNS 영어계정에 ‘방문 권유’ 글
“방역 비상속 사적모임 조장” 지적에
市 “팬데믹후 방문 요청 취지” 해명“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방문해 골목을 따라 숨겨진 보석을 발견해 보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2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가운데 서울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어 계정에 을지로 노가리 골목 방문을 권유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외국인에게 서울 관광명소 등을 홍보하는 인스타그램 영어 계정에 10일 오전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글에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힙지로라는 별명을 지닌 관광 명소”라며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매력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전국에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78명 발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선 나흘 연속 500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심각했다.
외국인 대상 홍보글이긴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을 막아야 할 서울시가 오히려 사적 모임 등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12일부터 수도권에선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나중에 코로나가 끝나면 서울을 많이 방문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강승현 기자